이 같은 무과시험의 활쏘기 거리 기준이 활의 최대 사거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같은 종류의 활이라도 크기나 제작방법에 따라 사거리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팔 힘이나 화살의 형태와 무게에 따라서도 사거리 차이가 벌어진다. 또한 활을 쏘는 각도도 사거리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각궁은 최대 300m까지 날아갈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 같은 변수를 생각하면 구체적인 조건을 특정하지 않는 한 최대 사거리는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참고로 같은 합성궁 계통의 활인 터키 활의 경우 최대 845.5m까지 날아갔다는 주장이 있다.
해군사관학교에 소장된 조선시대 수군의 교범인 [수조규식]을 보면 전투시 적용할 여러 가지 무기의 사거리가 나와 있는데 각종 총통은 200보(약 240m), 조총은 100보(약 120m), 활은 90보(약 108m)로 규정되어 있다. 실전에서는 원하는 표적에 명중시킬 수 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므로 활 성능상의 최대사거리보다는 짧은 사거리에서 활을 쏘았음을 알 수 있다.
말 위에서 활을 쏠 때는 좀 가까운 거리에서 활을 쐈다. 조선 후기에 널리 보급됐던 [사법비전공하]라는 책을 보면 “말 타고 쏠 때에는 10~20보(약 12~24m) 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화살을 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기병은 근거리에서 활을 쏘았음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의 병법서적 중에 하나인 ‘병학통’을 보면 당시 기병은 적이 100보(약 120m) 거리에 들어오면 활을 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말을 정지시킨 상태에서 사격법이어서 일반적인 기병들의 활쏘기와는 차이가 있다.
조선시대의 활 사격법과 편전
우리나라 활을 쏘는 방법은 양궁의 사격법과는 차이가 있다. 화살을 쥐는 방법도 다르다. 국궁 사격에서는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 사이 깊숙한 곳에 시위가 물리고, 엄지손가락을 다른 손가락 안쪽으로 꺾어 넣은 후 엄지손가락 위에 화살을 놓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합성궁을 사용하는 중국, 몽골에서도 널리 사용하는 방식으로 국제적으로는 몽골리안 릴리즈(Mongolian release)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메리카 인디언 등은 엄지손가락으로 화살 끝을 누르면서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 사이에 시위가 걸리게 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방식을 이 핀치 릴리즈라고 부른다. 유럽과 지중해 연안지역에서는 집게손가락과 중지 끝으로 화살을 쥐고 여기에 약지까지 더해 세 손가락으로 시위를 잡는 방법도 사용했다. 이것을 지중해식 릴리즈라고 부르는데 현대 양궁에서도 널리 사용하고 있다.
화살을 놓는 위치도 다르다. 오른손잡이가 쏘는 국궁이라면 표적을 바라보는 방향에서 활의 오른쪽에 화살이 놓인다. 이에 비해 양궁에서는 활의 왼쪽에 화살이 놓인다. 사극에서 국궁 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이 같은 국궁 사격법을 제대로 재연하지 못하고 양궁 쏘는 방식으로 찍어서 논란이 된 경우도 많았다. 다행히 근래의 [추노], [성균관 스캔들] 등에서는 좋은 고증으로 제대로 된 활쏘기 모습을 보여주어 많은 이들의 칭찬을 듣기도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