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전 어떤 글을 보았다.
글 쓰기에 대해서는 이미 도통한 분이라는 것을 직감했기에 '일반수필 방'이 아닌 '등단 수필방'에 글 올렸으면 하는 댓글을 달았다.
그런데 카페운영자는'그 분은 문학 문우회에 가입한 분이 아니기에 등단 수필방에 올릴 수 없다'는 요지의 댓글을 올렸다. 나로서는 고개가 또 가우뚱.
그 분은 등단한 듯 싶게끔 수필집을 여러 권 냈으며, 수필쓰기를 지도하는 분인데도 등단 방이 아닌 일반 방에 올려야 한다는 논리에는 수긍하기가 어려웠다. 카페에 자유롭게 글 올릴 수도 없도록 한 제한규정으로 해석되었다.
나는 카페지기, 운영자, 관리자가 아닌 일반회원에 불과하기에 카페방 규정을 모른다.
그렇다면 요즘 등단 수필방에는 오로지 한 분만 독단해서 글 올리는 듯한 요인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 서점에서 2017년 12월호가 비치되었기에 한 권 뽑아서 목차를 슬쩍 보았다.
그 분의 이름은 없다. 내가 보유한 삼십 여 권의 월간지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내가 보유하지 못한 다른 지령호에는 있으려나 모르겠다. 문우협회에 가입한 분일까 하는 의문이 일어난다.
무엇인지 앞뒤가 안 맞는다. 어떤 규정을 적용하려면 예외가 없어야 평등하다. 예외 없는 규정은 없다지만 그래도 규정은 어느 정도껏은 원칙을 유지하되 예외를 인정하는 재량권은 특별한 사한에 국한하여야 한다.
오랫동안 법조문 등에 길들여진 탓일까. 나는 지나치게 미세한 것들만 본다.
간밤 어떤 수필쓰기 책에서는 '수필에서는 맞춤법, 띄어쓰기 등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말고, 전체적인 윤곽을 보아야 한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기술했다. 산과 숲이 아닌 나무 하나 하나만 깊이 보려는 습성을 우려했다. 내가 나무만을 본다는 뜻일 게다. 한 그루 나무 전체도 아닌 잎사귀나 잔뿌리에 더 집착하는 것처럼. 의문 많은 나를 꾹 누른다. 들썩거려보았자... 걷어채일 게 뻔한 을이기에...
2.
생후 24개월째인 손자가 또 칭얼댄다.
며느리는 이사 간 전세집 입주 준비를 하기에도 바쁜지 오늘은 손녀 손녀를 오전에 유아원에 맡겼다가 오후 네시 반경에는 할머니한테 데려왔다.
요즘 입주가 더딘 이유는 변기 등을 새로 뜯어낸다고 한다. 낡은 아파트의 주인이 허락했는지 모르겠다.
며느리는 월 수 금요일 오후에는 어떤 교육을 받아서 자격증을 따야 한다. 생후 39개월인 손녀는 제 어미의 사정을 알아서 울지 않는데도 생후 24개월인 손자는 안 떨어지려고 징징거렸다. 며느리는 우는 아이를 할아버지인 나한테 맡기고는 현관문을 나섰다. 손자는 끈질기게 제 어미를 찾고.
별 수 없다. 운동화를 신겨서 에리베이터 문까지 서 있다가 도로 집안으로 데리고 왔다.
나중에는 예순다섯 살 할미가 등에 업었다.
조금은 잠잠해지자 거실에 내려놓고는 TV 만화를 보여주었다.
어린 애들은 만화에 눈독을 쏜다. 손자는 만화를 보면서도 '아니야' 하면서 계속 칭얼거렸다.
할아비인 나도 손자의 관심을 다른 것으로 돌리려고 해도 어린 것은 속지 않았다.
'아니야, 안 돼'라고 보탰다. 이미 이 어린 것한테도 어떤 논리가 들어 있다는 뜻이다.
칭얼거리는 울음소리를 들으면 일흔 살 먹은 나는 가슴이 먹먹하다.
섣달 말에 태어난 나는 어린 시절 엄니와 누이들과 헤어져서 대전으로 전학갔다.
전학 안 가려고 1년을 발버둥쳤다가 결국에는 4학년 말, 벚꽃이 필 무렵 전학 갔다.
방학이 끝나서 다시 대전으로 돌아갈 때 쌍둥이 두 형제는 들판으로 도망 쳐야 했다.
결국에는 붙잡혀서 또 헤어져서...
3년 전인 2015년 2월 말.
엄니 뇌는 벌써 한 달 반 전인 1월 초에 모든 것을 망각하고, 숨만 쉬다가 아흔일곱 살을 겨우 맞이하고는 먼 여행길 떠났다. 왜그리 서러운지...
섣달그믐이 생일인 엄니는 열여섯 살에 동네 결혼했다. 어머니한테는 아들이 셋이었으나 하나만 차지했다. 형은 네 살 때에 옴병으로 며칠 만에 죽었고, 쌍둥이 동생은 스물두 살 여름방학 때 시골집에 왔다가 뱀 물려서 즉사했다. 그리고 나 혼자 남아서 상주 노릇을 해야 하는데 왜그리 서럽던지. 상주가 울지도 못하고 폭폭흐느껴야 했다.
이런 정신병적인 울음이 남았을까?
나는 가슴으로 우는 아이를 보면 내 가슴이 꽉 막힌다. 지금도.
손자가 헤어진다는 아픔과 고통을 안다는 뜻일까?
울음소리는 일흔 살인 나한테도 아직껏 잠재하는 것일까?
나는 아직도 앓는가 보다.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
저는 수필 등단을 안했기에 잘 모르겠어요
무척이나 그렇네요.
책에 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카페인데도 무척이나... 그렇네요.
이런 사람은 주눅이 들어서...
오늘 하루 무척이나 춥대요.
대형서점에서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책... 다양한 분야를 조금씩 훑었지요. 천문지리, 약초, 농업, 한국근세역사, 이조상민 역사, 정치사, 언어학 등등.
또 도지는가 봅니다.
잡학에 파고 드는 지적갈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