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악산 말바위, 아이젠을 차지 않고 직등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손으로 나무를 만지네
발로 풀을 밟네
이만하면
사람도 나무의 이웃인가 풀의 이웃인가
――― 고은, 『순간의 꽃』에서
▶ 산행일시 : 2014년 2월 8일(토), 오전에는 가루눈, 오후에는 함박눈 내림
▶ 산행시간 : 9시간 21분
▶ 산행거리 : 도상 19.7㎞
▶ 교 통 편 : 전철과 버스 이용
▶ 시간별 구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랐음)
06 : 27 - 서울대 입구, 산행시작
06 : 55 - 돌산(232.7m) 직전 ╋자 갈림길 안부
07 : 45 - 장군봉(409.8m)
08 : 20 - 국기봉(445.6m)
08 : 52 - 삼성산(478.6m)
09 : 00 - 통신대(480.9m)
09 : 27 - 무너미고개, 계곡, 아침 식사
10 : 43 - 팔봉능선 제8봉(구국기봉, 549m)
11 : 18 - 말바위
11 : 30 - 연주대(629.8m)
12 : 05 - 559.3m봉, ┫자 능선 분기, 왼쪽은 사당능선
13 : 06 - 용마골 정원
13 : 20 - 용마골 입구, 제1방공여단 정문
13 : 38 - 남태령
14 : 45 - △258.9m봉
15 : 18 - 소망탑
15 : 48 - 예술의 전당, 산행종료
1. 장군봉 가는 길의 칼바위, 분설로 분칠하여 미끄럽다, 우회했다
▶ 삼성산(478.6m)
우리 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에도 버스 도착예정시각을 알려주는 전광판이 설치되니 전에는
뜸하게 다니던 버스가 자주 오는 것 같다. 8호선 암사역, 2호선 잠실역, 서울대입구역 5515번
버스, 환승이 자로 잰듯이 척척 맞아떨어져 오늘 운수일진이 대통대길이겠구나 예단했는데,
실은 운수일진과는 아무 상관이 없고 각각 우연의 일치에 불과했다.
서울대 입구에서 오른쪽 산자락 도는 대로는 어둑한 새벽인데도 잰걸음 하는 사람들이 꽤 많
아 나도 덩달아 그들 속에 묻힌다. 그러나 돌지 않는 물레방아가 있는 산모롱이 오른쪽의 얕
은 골짜기 산속으로 들어가는 이는 나 혼자다. 장승거리 지나고 계곡 끝인 배드민턴장에서 왼
쪽 사면의 데크계단 올라 지능선에 붙는다.
리기다소나무 숲길. 분설이 휘날린다. 여느 때 같으면 겉옷을 벗어젖힘 직하지만 찬 기운이
좀체 가시지 않는다. 등로 따라 얌전히 진행하여 돌산 직전 ╋자 갈림길 안부다. 오른쪽으로
너덜 같은 암릉길 100m 가면 암봉인 돌산 정상인데 오늘은 오르지 않을 핑계를 마련한다. 어
두워서 더듬거릴 테고, 서울시내 야경은 분설로 가려 그다지 볼품이 없을 것.
등로는 하얀 마사토가 드러나 헤드램프 불빛이 없어도 갈 만하다. 언뜻 반공(半空)으로 성단
(星團)이 보여 곰곰이 생각하니 관악산 정상의 불빛이다. 바윗길 오르내리며 잔잔한 손맛 본
다. 곰바위 지나고 칼바위 구간. 암면이 분설로 분칠되어 되게 미끄럽다. 아깝지만 우회한다.
이왕 금 간 사발인데 깨진들 대수랴. 칼바위 국기봉 위의 암릉도 우회한다.
철계단 오르고 밧줄 달린 긴 슬랩 올라 장군봉 정상이다. 여기는 늘 넙데데하고 소로가 산재
하여 주등로가 애매하다. 왼쪽으로 틀었더니 너럭바위가 나오고 그 아래에는 옹달샘인 생수
천이 흐른다. 골로 떨어질 듯하여 얼른 생사면 치고 올라 주등로 잡는다. ╋자 갈림길 안부를
두 차례 지나고 가파른 빙판길과 바윗길 슬랩을 더듬거려 오르면 암봉인 국기봉(445.6m)이
다. 오늘은 내가 초등이다.
아등바등 오른 국기봉이 내리기가 더 고약하다. 스틱을 던져 놓고 내렸다가 그 스틱을 회수하
러 가는 것 또한 일이 되고 말았다. 거북바위. 숭숭 솟은 바위들을 어떻게 조합해야 거북이로
보이는지, 바위들을 조합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통신대로 가는 도로에 내려서고, 도로
잠시 따르다 오른쪽 사면 도는 산길로 든다. 아마 삼막사로 가는 길이자 삼성산(478.6m)도 갈
것으로 보여서다.
길 좋다. 지능선 횡단하여 삼막사로 내리쏟기 직전에 능선 올라 상불암 갈림길로 들고 암릉을
우회하여 삼성산 국기봉이다. 어찌 생각하면 삼성산이나 관악산을 산행하기는 오늘처럼 궂
은 날이 제격이다. 오가는 이가 드물어 한갓지거니와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길이 대단한
험로로 변해 은근히 긴장케 하는 맛이 있다.
통신대 가는 길이 아기자기하다. 바윗길 오르내리다 사방 트인 암봉에 올라 전후좌우로 펼쳐
지는 경개(景槪) 구경한다. 통신대 철조망 앞 암봉에 삼성산의 정상 표지석이 또 있다. 여기도
경점이다.
2. 앞은 칼바위, 뒤로 멀찍이 돌산이 보인다
3. 삼성산(통신대)
4. 뒤는 삼성산 서릉
5. 거북바위, 거북이 형상을 조합하기 쉽지 않다 조합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6. 오른쪽이 삼성산, 앞은 손맛 볼 암릉
7. 삼성산 서릉, 사면의 길은 삼막사 오가는 길이다
8. 통신대에서 바라본 삼성산
9. 삼성산 남릉
▶ 관악산 연주대(629.8m)
통신대 오른쪽 사면은 길이 없고 절벽 수준으로 가팔라 지날 수 없다. 철조망 따라 왼쪽 사면
을 돈다. 곧 콘크리트 포장도로에 들고 능선 붙들어 내린다. 전망바위에 들려 건너편 산주름
바라보며 고민한다. 학바위능선을 오를까? 팔봉능선을 오를까? 난제 중 난제다. 팔봉능선의
겨울은 또 어떨까? 그리로 가자! 무너미고개로 내리는 도중 등로 옆의 기골 찬 암봉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다가갔다가 사면을 크게 돌아 주등로로 복귀한다.
무너미고개에서 오른쪽 소로로 잠깐 내리면 계곡이다. 분설은 제법 살이 올랐다. 눈은 계류에
속절없이 다투어 입수(入水)하는데 나는 그 옆에서 아침밥 먹는다. 펑퍼짐한 사면 좌우로 쓸
어 능선 추려내고 슬랩 올라 팔봉을 시작한다. 초장에 미끄러져 엎어진 것이 예방주사다. 우
회하는 선답의 발자국 고이 따른다. 때로는 이도 만만하지 않다.
번번이 팔봉을 헤아리기 실패한다. 2봉, 3봉부터 헷갈린다. 이들을 별개의 봉우리로 계산해
야 하는가? 금관바위(또는 왕관바위) 둘러보고 3봉(?)을 넘는다. 밧줄 내린 슬랩을 피해 왼쪽
사면으로 길게 돌아 넘는다. 뒤돌아보니 아쉽다. 불성사 갈림길 지나고 완만한 바윗길 오르면
제8봉인 549m봉이다. 이정표에는 ‘구국기봉’이라고 한다.
관악산 주릉은 안개 자욱하고 눈보라가 거세게 몰아친다. 사뭇 봄날이었던 여태의 일기와는
전혀 딴판이다. 그저 일로 직등하였다가 암릉이라 식겁한다. KBS 송신소 안부에 이르러 가슴
쓸어내린다. 주릉은 송신소로 일체의 접근을 막았다. 왼쪽 사면으로 돌아간다. 이번에는 말바
위에서 달달 긴다. 미처 손맛 느낄 겨를 없이 오르고 숨 돌리며 바라보는 바위틈 진달래 눈꽃
이 곱다.
등로는 연주암을 오르내리는 등로와 만나고 대로다. 연주암의 확성기 타고 울려 퍼지는 거룩
한 말씀이 도리어 소란하다. 계단길. 많은 등산객들이 오간다. 관악 제1경일 연주대와 그 너
머 첨봉들을 바라보는 전망대가 오늘은 무용하다. 지척이 안개에 가렸다. 아울러 내 관악산
오른 뜻도 가렸다. 혹시 내가 자리를 뜨면 안개가 걷힐까 몇 번이나 자리 뜨는 시늉을 했으나
어림없다.
관악산 정상 너럭바위는 바람맞이라 등산객들이 얼씬거리지 않는다. 그 너머 암벽길. 대단한
설벽이다. 밧줄 움켜쥐고도 어렵게 내린다. 등산객들은 몰려들고 서로 밧줄에 의지하여 오르
내리자니 지체다. 관악산에서 등산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등산로는 어디일까? 나는 서슴없이
사당능선을 꼽는다. 오늘 이 궂은 날에도 사당능선만은 붐빈다.
지도바위와 관악문을 통과하려면 줄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왼쪽으로 사당능선 가는 ┫
자 갈림길 안부에서 직등하여 참호가 있는 559.3m봉은 한적하다. 이대로 능선 따라 직진하면
남태령에 닿으리라. 전도가 안개에 가려 나침반을 들이댄다. 선답의 발자국이 있긴 하다.
10. 가운데가 팔봉능선
11. 무너미고개 가는 도중의 기암
12. 팔봉능선 오르다가 안양 쪽 조망
13. 삼성산, 눈 내리고 있다
14. 팔봉능선, 바위가 미끄러워 대부분 우회했다
15. 팔봉능선의 금관바위
16. 팔봉능선 바윗길
17. 안양 쪽으로 이어지는 관악산 주릉
18. 팔봉능선
19. 안양 쪽으로 이어지는 관악산 주릉
▶ 우면산(牛眠山, 312.6m)
가파르게 뚝뚝 떨어져 안부다. 이런, 철조망 둘러치고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문을 수 군데나
달아놓았다. 안부에서 일단의 등산객들이 점심식사 중이다. 그들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저 봉
우리를 넘어 남태령으로 갈 수 있는지 물었다. 군부대가 막았다며 용마골로 가서 도로로 올라
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철조망 너머를 기웃거려 보다가 별수 없어 오른쪽 용마골로 내린다.
너덜길이다. 너덜이 눈과 낙엽에 덮여 있어 내리기 아주 사납다. 얼추 산모퉁이 돌고 지계곡
옆으로 생사면 치고 오른 발자국을 발견했다.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발자국이다. 나라고
못 갈 거냐? 쫓는다. 산에 갈 줄 아는 사람이다. 인적 없는 잡목 숲 뚫고 바윗길도 막 올랐다.
이마에 땀이 비칠 무렵 발자국의 정체를 찾아냈다. 오르다말고 산중턱에서 멈춰선 중년의 남
자 등산객이다.
선제적(先制的) 수인사하고 나의 행선지를 말하며 남태령 가는 길을 아시는지 물었다. 남태령
가는 산릉은 수방사를 비롯한 여러 군부대가 있어 등산객의 출입을 막았다고 한다. 결론은 용
마골이다. 자기는 기(氣) 수련하려고 이곳에 종종 온다며 기 수련에 최적지라고 한다. 수방사
를 관통할 수는 없는 일. 딴 맘먹지 않고 얌전히 용마골로 내린다.
용마약수에 들려 물맛 음미하고 용마골 정원에도 들려 잠시 서성이다 관문사거리 대로에 다
다른다. 제1방공여단 앞이다. 삼남길 남태령 1.05㎞. 가드레일 친 보도가 있기 망정이다. 남태
령이 금방이다. 고갯마루에 건널목이 있다. 건널목 교통신호가 아무리 기다려도 바뀌지 않는
다. 차들이 하도 쌩쌩 달리는 바람에 무단횡단하기는 어렵고 두리번거리다 우연히 신호등 기
둥을 살폈다. 버튼을 누르면 30초 후에 신호가 바뀝니다!
버튼 눌러 건넌다. 우면산은 남태령 옛길이 끝나는 지점인 과천 쪽으로 좀 더 가야 한다. 고갯
마루 표석에 남태령(南泰嶺)의 유래를 새겼다. 원래는 여우고개였으나 정조 임금이 수원 사
도세자 능행길에 고개이름을 묻자 과천현 이방(吏房)이 엉겁결에 남태령이라 해서 불리어졌
다고 함.
우면산 가는 길은 임도 같은 대로로 MTB 길이기도 하다. 남태령 지나 한시름 덜자 허기를 느
낀다. 개활지인 등로 근처에서 점심도시락을 펴자니 산책 나온 동네 사람들에게 청승으로 보
이기 십상이라 184.6m봉 넘어 으슥한 나무 밑을 찾아냈다. 눈 내려 우산 받치고 식후 커피까
지 타 마신다. 등로는 208.8.m봉이 고봉인지 오른쪽 사면으로 돌아 넘는다.
목제계단 이슥히 오르고 등로 약간 비켜 △258.9m봉이다. 서레야 박건석 님의 비닐 코팅한
표지가 나뭇가지에 달려 있다. ‘우면산(293.0m)’. 삼각점은 풀숲 뒤졌으나 보이지 않고 안내판
에 ‘수원 301’이라 한다. 우면산 정상은 군부대가 차지했다. 왼쪽 사면을 크게 돈다. 산모롱이
돌고 돈다. 진창길이다. 유점쉼터를 지나고 지능선에 붙어 데크계단 266개 오르면 주릉 능선
마루다.
돌탑인 소망탑이 있는 봉우리가 우면산 정상 노릇한다. 우수조망명소다. 발아래 서울시내가
인왕산, 북한산, 남산, 용마산을 삼킬 듯이 보인다. 야경은 더욱 가경이리라. 완만한 내림길.
묵직한 배낭 맨 내 차림이 어색한지 주인 따라 산책 나온 푸들도 흘겨본다. 태극쉼터. 이제는
더 오르내릴 산이 없다. 산행을 마칠 때다. 대성사 쪽으로 내린다.
20. 관악산 말바위에 핀 진달래 눈꽃, 관악산 주릉은 눈보라가 몰아쳤다
21. 팥배나무, 연주대 근처에서
22. 관악산 정상 표지석
23. 관악문
24. 우면산 △258.9m봉 데크전망대에서 바라본 관악산
25. 우면산 우수조망명소인 소망탑 봉우리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26. 우면산 우수조망명소인 소망탑 봉우리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27. 눈 내리는 대성사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1)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용마골 산행로(2)
첫댓글 어떻게 우면산을 갈생각을 했을까요 참 특이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