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현대사회에 사는 사람들의 폭력성은 조상들보다 크거나 작을까? 논란 많은 한 연구에 따르면 "아니올시다"이다. 과거에 소규모 집단생활을 했던 사람들이나 오늘날의 우리들이나, 폭력적 성향은 거기서 거기라는 것이다. 이 결론은 역사를 통틀어 전쟁사상자(war casualties)의 비율을 비교검토 함으로써 도출된 것으로, '기술과 거버넌스(goverance)의 진보 덕분에, 인류는 시간경과에 따라 좀 더 평화적인 종(種)으로 되어왔다'는 대중적 주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비판자들은 이번 연구결과를 납득하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 '폭력성 감소'라는 아이디어를 대중화했던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도 비판자 중의 한 명이다. 그는 이번 연구결과를 "(관심을 끌기 위한) 통계적 속임수"라고 부른다. 그는 2011년 발표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왔는가』에서, "강력한 중앙집권 정부를 가진 국민국가, 교역망, 광범위한 커뮤니케이션 등의 등장으로 인해, 상호의존성이 증가하고 폭력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감소했다"고 주장했었다. 그가 인용한 데이터들이 시사하는 바는 이렇다: "사회의 총인구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 면에서 볼 때, 현대국가의 사망자 규모는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수렵채취, 목축, 원시농경 사회의 사망자 규모보다 적다."
그러나 미국 인디애나 주 노트르담 대학교의 인류학자 라훌 오카가 이끄는 연구진은 "오늘날 폭력에 희생되는 사람의 비율이 낮다는 주장을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들은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군대가 반드시 같은 비율로 증가하는 건 아니다"라고 추론했다. "예컨대, 100명의 성인(成人)으로 구성된 소집단에 25명의 전사(戰士)가 존재한다는 것은 완벽히 합리적이다. 그러나 1억 명으로 구성된 인구집단에서 2,500만 명의 병사들을 뒷받침하고 지휘한다는 건, 그런 군대의 효율성은 말할 것도 없고 병참(수송과 보급) 면에서도 불가능하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불일치를 비례축소 효과(scaling effect)라고 부른다"라고 이번 논문의 공저자인 노트르담 대학교의 마크 골릿코는 말한다.
연구진은 먼지 덮인 두꺼운 책과 디지털 보관소를 샅샅이 뒤져, 기원전 2500년 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295개의 사회와 430건의 전투에 관한 목록을 작성했다. 그런 다음 두 개의 데이터세트를 플로팅했는데, 하나는 '전체 인구 규모'와 '전쟁그룹(군대)의 규모'의 비율이고, 다른 하나는 '군대의 규모'와 '사상자 수'의 비율이었다. 그리하여 연구진은 '인구의 크기', '군대의 크기', '전사상자의 수'와 관련된 추세를 설명하는 비례축소 법칙을 도출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비례축소 법칙은 '인구의 크기와 군대의 크기의 관계', '군대의 크기와 전사상자의 수의 관계'를 모두 멋지게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퍼센트나 비율이 아니라, 비례축소를 유심히 살펴봤다. 그랬더니, 인구의 크기가 증가하여 사회가 국가로 바뀜에 따라, 군대는 비례적으로 작아지고 날렵해지고 전문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가 늘어나면, 그에 비례하여 전투에 참가하는 사람과 전사상자의 비율이 감소한다. 예컨대, 소규모 사회에서는 인구의 40%가 전쟁에 참여할 수 있지만, 국가 수준의 사회에서는 그게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 1천만 명의 국민이 4백만 명의 대군(大軍)을 먹여살리고 관리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건 병참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조차 없다."라고 오카는 말했다. 이는 지난주 미국학술원회보에 실린 내용이다(참고 1). 종합적으로 볼 때, 이번 연구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거버넌스, 교역, 기술과 무관하게 폭력으로 인한 1인당 사상자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참고】 인구의 크기와 ‘전투 참가자 비율’ 간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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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커와 같은 연구자들은 비폭력 추세(nonviolence trend)를 '단순한 비례축소'보다 거버넌스나 교역 탓으로 돌리는 바람에, 소규모 사회의 폭력성향을 과대평가하는 우를 범했다"라고 골릿코는 말한다. 이번 논문은 비슷한 논리로 핑커의 주장(현대사회는 과거보다 덜 폭력적이다)을 반박한 논문(참고 2)이 나온 지 한 달 만에 나온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군대의 크기'와 '전사상자들의 수'의 '인구의 크기'에 대한 비율을 이용하여 '일부 사회가 다른 사회보다 더 폭력적인지'를 결정한다"는 생각은 인류학자들에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다양한 지역/시대의 사회’와 ‘평화시와 전시’를 비교하고, 비례축소 효과를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오카는 말했다.
"이러한 비례축소 법칙은 모든 규모의 사회적·경제적 조직 간의 갈등을 비교하는 수단을 제공한다"라고 골릿코는 말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시간경과에 따른 인구증가를 감안하면, 갈등의 크기와 그에 수반되는 투자가 별로 변한 게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류의 폭력성은 과거보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다."
그러나 핑커는 이번 연구결과를 납득하지 않는다. 숫자를 그런 식으로 등식에 끼워맞추면 한 가지 유형의 폭력(전쟁으로 인한 死傷)만 편협하게 바라보게 되어, 보다 광범위한 폭력(전투나 습격 후에 간혹 나타나는 민간인 대량학살)을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규모 사회에서는 모든 남자들이 전사가 되는 것은 아니며 모든 사람들이 습격이나 전투에 취약한 게 아니므로, 당신은 폭력에서 더 안전하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러한 설명에 대한 대안이 아니며, 심지어 설명이라고 할 수도 없다"라고 그는 《Science》와의 대담에서 말했다.
오카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런 식의 비판은 핵심을 벗어난 것이다. 우리는 폭력의 동기부여(motivation)를 바라보려고 했던 게 아니라, 인구의 비례축소를 이용할 경우 역사적·현대적 폭력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음을 보이려고 했을 뿐이다. 비례축소 법칙은 먼저 군대의 크기를 결정하고, 그 다음으로 전사상자의 수를 결정한다. 군대의 크기와 전사상자의 수는 사회나 기관의 유형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인구의 크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포퓰리즘, 국수주의, 분파주의적 폭력을 감안할 때, 갈등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평화를 구축하는 방안을 연구하려면 이 심오한 과정을 주목해야 한다"라고 그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www.pnas.org/content/early/2017/12/07/1713972114.abstract 2. http://www.journals.uchicago.edu/doi/abs/10.1086/694568 ※ 출처 1.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7/12/why-human-society-isn-t-more-or-less-violent-past 2. 노트르담 대학교 https://news.nd.edu/news/violence-a-matter-of-scale-not-quantity-researchers-sho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