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신문 2013. 1. 15 게재.
새해소망은 마음의 건강검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메시지가 연말부터 새해 벽두까지 휴대전화를 통해 쉴 새 없이 들어온다. 손으로 쓴 편지나 연하장은 이미 보기 어렵다. 덕담마저 자신의 마음을 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복사해 전달하고 퍼 나른다. 하루에도 몇 개씩 받으니 나중에는 덕담이 아니라 스팸이 되고 마는 동영상과 메시지에 연말연시가 짜증 나 혼났다는 어느 지인의 얘기에 공감이 갔다.
해마다 우리는 똑같은 덕담을 주고받으며 올 한 해도 열심히 노력하며 살자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기로 한다. 지난해 마감하지 못한 것과 아쉬움이 남는 것들을 생각하며 새해를 맞아 새로운 마음으로 또 한 번 다져보는 것이다.
성취지향적 계획 마련이 대세
금연을 시도하는가 하면 운동으로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꿈꾸기도 한다. 한 달에 몇 권씩 책읽기와 연수와 자격증 취득을 위한 자기개발 시간을 계획하는 이도 있다. 새해의 많은 목표와 계획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 성취지향적, 성공지향적인 것에 집중해 있다. 결혼을, 내 집 마련을, 취업을, 승진을, 좋은 성적을, 성형을, 로또 당첨을, 지금보다 더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서 목표를 세우고 각오를 다진다.
하지만 새로운 계획은 몇 달이 지나면 조심씩 약해지는가 하면 이런 저런 이유로 시작 시기를 늦추기도 하고 작심삼일로 끝나기도 한다.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기엔 자신의 의지가 약해서, 혹은 주변 상황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아 그럴 수도 있다. 새해 계획을 세우기는 했지만 목표는 너무 멀리 있고, 나를 바꾸기란 쉽지 않아서 작심만 하다가 끝나버렸던 해가 몇 년인가.
새해아침, 객지에 있는 딸에게서 문자가 왔다. “엄마, 올해는 아버지랑 꼭 PET CT 촬영하시게요. 제 소원 들어 주세요.” 작년부터 여러 번 권유하는 것을 엄마는 건강하니까 걱정마라고 했었는데 새해아침에 못을 박는 딸이 실은 고마웠다. 평소 존경하던 황수관 박사의 비보를 접하고 그렇지 않아도 건강에 더 신경을 써야겠구나 하던 참이었다. 소원이라는 단어에 그러자고 약속하고 나서 문득 올해는 몸의 건강검진보다도 마음의 건강검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비밀을 폭로하자면 내 몸보다 마음이 훨씬 더 늙었다는 것이다. 살아오는 동안 몇 차례 수술과 입원을 하고 몸이 회복돼 병원을 나서면서는 ‘더 열심히 살아야지, 더 노력해서 반드시 목표를 이뤄야지’ 했었다. 하늘은 내게 여러 차례 깨우칠 기회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자고 나면 일은 한 가지씩 늘어나고 과업을 한 가지 성취하고 나면 일은 곱절로 늘어나 있었다. 그럼에도 평소 NO라는 말을 하기보다는 그럴수록 역량있게 평가해주는 것이 마냥 고마워 마다하지 않고 OK해 오면서도 신나고 행복했었다.
최근 몸의 건강검진은 받아도 마음의 건강검진은 받아볼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의 비계가 두껍게 끼기 시작함도 느껴진다. 때때로 내 마음의 렌즈에 희뿌옇게 성에가 끼어 옆 사람이 보이지 않고 나만 보여 깜짝 놀라기도 한다. 과연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가, 내 인생의 목표는 이런 숫자였던 것인가. ‘힐링’이란 단어가 머리속에 맴돌고 각 지방마다 둘레길이 늘어나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수많은 이들이 둘레길을 걸으며 마음의 건강검진을 했던 것이 아닐까.
욕망 줄이고 성찰하는 삶 중요
올해는 마음의 건강검진을 해야 할 것같다. 마음의 렌즈를 닦아 시력을 회복해서 내 옆에 누가 있는지 사람과의 관계를 살펴보고 싶다. 이것저것 더 크고 더 멋진 것을 갖고 싶고, 누리고 싶은 욕심으로 두꺼워진 내 마음의 비계도 다이어트할 수 있을까. 말과 구호가 멋진 문장의 새해 목표보다는 가족과 이웃에게 ‘자주 웃기’ ‘이야기 잘 들어주기’ ‘화 내지 않기’ ‘약속시간 잘 지키기’ ‘나눠 먹기’를 잘 하려고 한다. 내 마음 깊은 곳의 참회로 작년과는 다른 건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첫댓글 100% 공감. ^^
몸의 건강은 위기를 느끼는데 마음은 늘 한박자 늦지요? 올해에는 특히 마음의 건강 검진! 공감 100개 올립니다^^
칭찬 잘하기~ 아란이는 잘 웃고, 발음도 똑똑해서 좋더구나.
아직 틀니는 안해서 ㅋㅋ.
아란이의 둘레길 같이 걷는다. 마음의 다이어트도 함께 하고파. 잘 지내제?
금해가 올린 영국 마을 사진. 지금도 눈에 선하다. 날마다 걷고있는 금해는 마음의 다이어트가 필요없이 날마다 수양하고 있을 것 같아.
우리는 세수는 매일 하면서 마음이란 놈은 씻어줄 생각을 안하지요그저 폭설이 내린 어느 강원도 민박집에서 한사흘 갇혀있다오면 좋겠다
느린이님 따라가고잡아라~~~ 눈 속에 푹 파묻혀 백사만사 잊고설랑,,,
그렇군요. 세수할 때마다 느린이님의 말씀이 생각날 것 같아요.
올해는 많이 걸을란다. 다리도 좀 나아가는 듯 해서 천천히 자주 걸을려고 해.
no해야할때 no하는것도 도이니라고 부처님께서 쫌 오래전에 말씀하셨다하네.
지당하시~
화요 세평을 읽으면서~
남에게는 작은 관심을 가지고
나에게는 소박한 꿈을 실천해 보는 새봄을 상상합니다~ 봄비가 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