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봉[頭里峰] 1072m 강원 삼척
산줄기 : 낙동정맥
들머리 : 태백시 철암동 머리골 태백고원자연휴양림
위 치 강원 삼척시 노곡면 마읍리/다지리
높 이 1072m
*두리봉 頭里峰]
#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삼척 두리봉(1072.3m)
어느 방향에서 보든지 정수리의 모양새가 함지박을 엎어놓은 듯 두루뭉수리하게 생겼다 하여 두리봉인데 강원도 삼척시 노곡면 마읍리와 다지리 사이에 솟은 이 산의 이름만 믿고 깔보았다가는 큰 코 다치시 십상이다. 아직까지 산악인들의 발길이 전무한 상태인 데다가 삼척시에서는 대단한 오지에 속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따뜻한 봄날 우리나라 산에서 자생할 수도 있는 붉은꽃이 피는 작약을 찾아 삼척시 도계읍 무건리를 들머리로 하여 두리봉 남서쪽을 쏘다닌 적이 있었다. 그깟 붉은 꽃의 작약이 뭐 그리 귀한 것이라고. 그러나 정원에서 키우는 작약은 모두 한국 자생종이 아니고 원예종이기 때문이다. 일단은 두리봉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이유도 모르게 쓰러져 한동안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었다.
양다리는 올무에 걸려 있었고 엎어질 때 손목에 걸려있던 알파인 스틱 한쌍이 배에 갈려 양 손도 꼼짝 못하게 된 신세에다 무거운 배낭이 몸을 짓누르고 있었으니, 사방 올무가 깔려 있고 올무에 걸려 몸무림치며 올무에써 빠져나오려고 사투를 벌인 멧돼지의 처참한 흔적들에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 올무를 줄줄이 수거하여 내려오다가 '척' 하는 소리에 놀라 발 아래를 보니 이건 악어 이빨을 한 철포가 신발을 물었다. 하여간 이 산에서 붉은꽃 대신 흰꽃이 핀 작약을 실컷 보았고 철포는 내 발목을 물은 죄로 우리집 창고에서 녹슨 채 잠자고 있다.
새콤한 바람이 바다쪽에서 불어오고 하늘은 흐렸다. 그래도 노곡면 중마읍 마을에는 군침을 삼키게 하는 홍시들이 아직도 감나무에 매달려 있다. 태백여성산악회 권영희, 안순란, 김영신, 이영숙씨는 두리봉 산행 들머리로 약속한 근덕초교 마읍분교장 교정에 들어서니 삼척에서 등산장비저 팀버라인과 산사람들을 경영하는 이재학(63세)씨와 삼척 청록산악회, 삼척여성산악회의 윤문섭, 김화순, 김명숙, 송필남, 박금순, 김옥순, 채순희, 정선자, 김순자씨가 먼저 도착해 마중한다.
인사를 나눈 서먹한 마음은 운동장에 두고, 교문을 나와 중마읍 버스정류장을 뒤로하고 중마읍3교를 건너 마읍천을 거슬러 삼밭골로 든다. 태풍 '매미'에 쓸려나간 계곡을 시멘트로 싸발라 놓고 농로도 넓게 콘크리트 포장을 해놓았다. 향나무 한 그루 외딴 농가 앞으로 할머니 한 분이 내려오고 있다. 삼밭골이 여기냐고 물으니 옛날 부자집이라고 시집을 오니 집 뒤에 삼이 꽉 들어차 있었고, 고라뎅이에 삼이 잘 된다고 삼밭골이라는 대답이다. 박종례 할머니(70세)는 산골에 외롭게 살다보니 사람이 그리운 것이다. 줄줄이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바쁜 산행길을 잡는다.
삼밭골을 따라 계속 올라가며 눈을 씻고 봐도 집이라곤 한 채도 없는데 길은 시멘트로 휑하니 잘 뚫려 있다.이백살은 되어 보이는 노송과 오동나무를 보며 30분쯤에 산모퉁이를 돌자 포장길이 끝난다. 대나무, 감나무에 둘러싸인 폐가 한 채가 주인을 기다리며 언덕 위에 앉아 있다.
다리를 건너 수레길이 끝나는 숲속으로 들어 계곡을 왼편에 끼고 산사면으로는 낙엽이 쌓여 분간하기 어려운 희미한 옛길 흔적을 더터 나간다. 쓰러진 소나무들이 처음부터 길을 막더니 가면 갈수록 더 많은 소나무들이 쓰러져 산행을 더디게 한다. 설해목이다. 가지에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러지거나 뿌리채 뽑혀 쓰러진 '풍해목'도 있다.
나무 아래로 기어가기도 하고 말타듯 껴안고 넘기도 하며 15분쯤 그렇게 걷자 바위들이 나타나며 계곡 갈림길이다. 오른쪽 계곡 사면을 따라 방향을 틀어 올라간다. 왼쪽은 궁터로 넘어가는 계곡이다. 오르면 오를수록 더욱더 큰 소나무들만 쓰러져 있다.
계곡 삼거리를 뒤로한지 30분쯤에야 산사면에서 계곡 바닥을 만날 수 있었다. 회갈색 암반들이 소와 담을 이뤘다. 물 위에 뜬 낙엽을 밀쳐내고 엎드려 계곡물을 들이킨다. 잠시 숨을 돌리고는 이후부터 계곡 바닥의 암반을 따라 물이끼 머금어 미끄러운 바위들을 조심하며 또 30분을 오르자 약 100여m 높이의 폭포가 나타난다.
요기서 지금가지 따르던 삼밭골을 버리고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선다. 의외로 구불거리는 아리랑 같은 토끼 길이다. 낙엽들을 발로 차며 이마에 땀방울에 맺힐 15분쯤에 임도 위에 닿는다. 임도를 곧바로 건너 정상으로 오르려다 계획을 바꿔 오른쪽으로 임도를 따라 500m쯤 진행하다 장딴지에 쥐가 나도록 30여분에 정상 동쪽 마루금에 도착할 수 있다. 이젠 정상을 향해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능선에 길은 없지만 경사가 완만해 힘들이지 않고 40여분 후에 미역줄나무만 빼곡히 들어선 덤불 속에 시멘트 삼각점이 박혀있는 두리봉 정상이다. 정상의 조망은 숲 사이로 첩첩 산만 보일 뿐이다.
하산은 서쪽 능선으로 진달래나무 사이를 10분쯤 빠져 내려온 첫번째 안부에서 북쪽 단지리의 수터를 가늠해 계곡으로 내려선다. 처음부터 길이 없다. 내려갈수록 협곡이고 밀림이다.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에 땅을 볼 수 없으니 나뒹굴기 일쑤다. 겨울철 해는 왜 이리도 짧은지 날씨도 흐리고 계곡도 험한데 어슴어슴 땅거미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2시간20여분 동안 계곡을 빠져나와 단지리 도로에 도착하자 온 세상이 어둠으로 덮였다. 다시 1시간40여분 길따라 걷자 가로등이 반기는 하마읍리 수암 삼거리다. 산골의 겨울밤은 이미 깊었다.
*산행길잡이
근덕초교마읍분교장-(30분)-삼밭골 폐가-(1시간15분)-폭포-(30분)-임도-(30분)-동쪽 능선-(40분)-정상-(10분)-서쪽 능선 첫번째 안부-(2시간25분)-중촌도로-(1시간40분)-하마읍 삼거리
운행시간만 7시간40분 걸린다. 삼밭골 폐가에서 15분쯤 후에 만나는 계곡 삼거리에서 직진하지 않도록 독도에 신경쓰고 오른쪽 계곡을 따라 오르다 폭포를 만나면 우회하여 그대로 주계곡 따라 임도를 건넌 후 다시 계곡 따라 오르면 두리봉 정상 두번째 안부에 올라선다. 하산도 정상을 다녀와 두번째 안부에서 중촌으로 하산하면 힘들지 않은 산행을 할 수 있다.
*교통
강남고속터미널에서 06:30~19:40까지 하루 24회 다니는 삼척행 버스 이용. 4시간30분 걸린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삼척행 버스가 하루 9회, 07:10~18:50까지 다닌다. 삼척종합터미널(033-572-2085)에서 하루 5회 다니는 마읍행 좌석버스로 중마읍 버스정류장에 하차. 중마읍 버스정류장에서삼척행 버스는 하루 5회(07:30, 09:20, 12:20, 16:40, 19:00)에 있다. 상마읍리까지 왕복 운행한다. 요금 1,200원.
*잘 데와 먹을 데
중마읍 버스정류장 가까운 곳에 산촌식당(033-572-3884)에서 가게와 민박도 겸하고 있다. 둔지 마을의 둔지슈퍼민박(572-3893)에서 식사도 가능. 삼척 테마타운(576-8811), 정라동 곰치국바다회집(574-3543), 번지없는 주막(573-2621).
글쓴이:김부래 태백주재기자 참고:월간<사람과산> 2005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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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벗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