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 년 동안, 주요 대학 스포츠는 학생 선수들이 대학을 위해 시합에 나가고 연습을 하는 대가로 학비를 비롯한 장학금을 받는 시스템에 기반해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전미노동관계위원회(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 NLRB)의 시카고 지부장인 피터 오어(Peter Ohr)는 2014년 3월 26일 노스웨스턴대학교 미식축구 선수들도 대학에 고용된 근로자로 보아야 하며, 따라서 노조를 설립해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판결해, 대학-학생선수 간의 관계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뒤엎었다.
오어 위원장은 노스웨스턴대에서 장학금을 받는 미식축구 선수들도 노조를 결성할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판결했는데, 학생선수들이 미식축구 연습과 경기에 쓰는 시간(어떤 시기에는 주당 50시간에 이르기까지 한다), 장학금제도와 코치들이 학생선수들에게 행사하는 통제 등의 요소들을 고려할 때 대학과 학생선수의 관계를 일종의 노사간 임금-고용 계약관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관계를 고려할 때 학생선수들이 ‘전적인 학생’ 신분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4년 1월 노스웨스턴대 학생선수들로부터 청원을 제출 받은 NLRB는 3월까지 청문회를 열어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학생선수 측 변호사들과 노스웨스턴대 측은 선수들을 학생으로 봐야 할지, 근로자로 봐야 할지, 아니면 이 둘의 조합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이자 노스웨스턴대 전 미식축구 쿼터백 선수였던 케인 콜터(Kain Colter)는 학교 측이 어려운 과학 수업들을 수강하지 못하게 했으며, 의사가 되려는 그의 꿈을 좌절시켰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노스웨스턴대의 미식축구 선수 중 97%가 무사히 졸업을 하고, 또한 대학 리그에서 가장 높은 졸업률을 유지하는 등 학생선수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왔다고 반박했다.
오어 위원장은 이번 판결의 근거로 노스웨스턴대 미식축구 선수들이 다른 학생들처럼 공부를 위해 학교에 오는 것이 아니라 경기를 하기 위해 학교에 왔다는 몇 가지 예를 들었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노스웨스턴대는 미식축구 경기를 통해 2억 3천 5백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으며, 학업 능력이 아니라 운동 실력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입학시켰다고 지적했다. 팀 규정에는 약물 테스트, 페이스북에서 코치들의 친구 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는 조항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장학금이 취소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한, 이들 학생선수들은 개강 전 훈련 캠프 기간에는 주당 50-60시간, 일반 학기 중에도 40-50시간을 경기장에서 보내는데, 이는 일반적인 풀타임 근로자들의 주당 근로시간보다 많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공부에 쓰는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미국대학경기협회(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 NCAA)가 주로 미식축구와 남자 농구 리그를 통해 수십 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상황에 이뤄진 것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미식축구 대학리그 TV중계권은 약 73억 달러이며, 남자 대학농구 토너먼트 중계권은 현재 108억 달러 수준에서 협상 중에 있다.
이번 판결은 대학이 학생선수들에 금전적인 보상을 하는 방식을 NCAA가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노스웨스턴대에서 장학금을 받는 학생선수들에게만 적용되지만, 1부 리그(Division I)에서 뛰고 있는 다른 사립대 학생선수들에게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달리, 주립대 등 공립대 학생선수들의 단체교섭은 이번 NLRB의 결정이 아니라 주 법(state law)의 적용을 받는다.
노스웨스턴대 대변인 앨런 쿠배지(Alan Cubbage)는 성명을 발표해, 이번 결정에 대해 NLRB 워싱턴DC 본부에 항소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며, 이 절차는 향후 수 개월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판결 대상 당사자는 아니지만, NCAA는 이번 판결에 대해 성명을 발표해 유감을 표명했다. NCAA의 최고법률담당자 도널드 레미(Donald Remy)는 “학생선수들을 근로자로 보는 판결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출처: NYT, 2014년 3월 26일자, ‘College Players Granted Right to Form Un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