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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을때, 나는 이미 병실 안이었다.
"나연아. 조금 괜찮냐?"
그리고 나를 바라보고 있던 것은 JYP, 피디님이었다.
왜 멤버들이 없을까 의문을 가졌던 것도 잠시, pd님께 "예 괜찮아요." 라는 대답을 하려고 했을때, 이때까지는 느껴본적이 없었던 거대한 고통이 나를 덮쳤다.
"안 괜찮은거 다 안다. 가만히 누워있어. 그리고 할말이 있다."
pd님은 이미 병원으로부터 내 상태의 심각성을 들었을 터이다. 뭔가 지금까지 잘 숨겨왔던 내 비밀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애써 공든 탑이 무너지는것같아서 눈물이 흐를것 같았지만
꾹꾹 참으며 나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
"너도 알겠지만, 네 무릎상태는 이미 최악이다. 아마도 그 사고의 후유증때문이겠지. 조금 더 일찍 치료를 받았더라면 금방 평소처럼 생활 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PD님의 말을 들었을때, 나는 어느때보다 당황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첫번째 이유는 JYP라는 사람이 나의 건강을 생각해줬다는 것.
두번째 이유는 역시 JYP라는 사람이 3집 앨범활동을 희생해서라도 내가 치료를 받았으면 좋았을 거라는 말을 했다는 것.
마지막 이유는....이제 더이상 평소처럼 생활 할 수 없을만큼 내 상태가 심각했다는 것이었다.
"병원에서 말하길...이제 수술을 불가피하다고 한다. 그리고 어쩌면 정말로, 아니 아마도 걷지 못할 것 같다고 하구나."
어짜피 내 몸은 한번 기적으로 구원받은 몸, 다시한번 그 기적에 희망을 걸어 볼 수 밖에 없었다.
다시한번 멤버들과 함께 웃을 수 있도록 기원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만약 수술이 성공적이지 못하다면, 예전처럼 무대에 오르지 못한다면...."
"트와이스에서 나가 주었으면 좋겠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왜 나는 이생각을 못했을까. 트와이스의 성공을 위해 이를 악물고 수없이 많은 생각을 하며 매일매일 힘든 무대에 올랐지만
왜 이 간단한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춤추고 노래를 하지 못하는 나를 JYP가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무리 트와이스가 성공하고 전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한다고 한들,
그 자리에 멤버들과 내가 같이 서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진실을.
그리고 내 두눈에는 어느때보다 뜨거운 눈물이 맺혀있었다.
"네가 트와이스를 얼마나 사랑하고 또 얼마나 아끼는지 안다. 그렇기에 네 몸상태가 이렇게 된 것이고 네가 이렇게 누워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너는 알거다. 춤을 추지 못하는, 아니 걷지도 못하는 센터는 트와이스에 필요없다. 그리고 이게 트와이스를 위한 일이라는 것도 말이다."
"너무....너무...가혹한 거 아닌가요?"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려 입에서는 어느때보다 쓰고 짠맛이 느껴졌다.
그래도 나는 필사적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전 이제 어떻게 해야하죠? 도대체...어떻게 살아야 하는거죠?"
연예계, 춤과 노래는 내 전부였다.
그리고 그 전부를 단 한순간의 실수로 나는 가혹한 운명에 강제로 빼앗길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너를 버리겠다고는 안했다. 너만 괜찮다면 좋은 보컬트레이너를 너에게 붙여주마. 그리고 솔로데뷔까지 책임져주겠다."
분명 괜찮은 제안이었을 것이다. '트와이스 나연' 이라는 이름표를 달기 전이라면 말이다.
9명이 아닌 한명으로서 무대를 오르는 것은 힘들고 외로운 일이다.
그리고 9명의 트와이스가 아닌 솔로로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현재의 나로서는 자신이 없었다.
이후, 나는 더이상 pd님과 듣기조차 힘든 얘기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고 생각해보겠다는 말과 함께 다시 자리에 누웠다.
pd님이 병실에서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하염없이 흐르던 눈물을 훔치고 눈을 붙였을때 병실밖에서는 작은 말다툼 소리가 들렸다.
"너 왜 여기있어? 숙소로 돌아가있으라고 했잖아!"
"비켜요."
병실의 방음처리는 꽤 잘 되있었기에 정확히 들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아름답고 청아한 목소리는 그녀의 목소리외에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짧은 언쟁이 끝나고 pd님의 체념한듯한 목소리와 함께 병실문이 열렸다.
"야 임나연! 너 어떻게 된일이야!"
눈을 감고 있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누구보다 화가 나있었고 누구보다 실망 했을 것이다. 아마 리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자신을 책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무슨 소리를 듣더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나는 내 예상과는 달리 '트와이스의 리더' 가 아닌 하나뿐인 동료이자 동생인 그녀의
촉촉하게 빛나고 있는 눈시울이 붉어진 두 눈을 보았다.
"왜....왜 아무 말도 안한건데...왜 혼자서 그렇게 까지 아파할 수 밖에 없었던 건데..."
평소였다면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말과 함께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겠지만 지금은 맏이로서의 쎈척보다는
그저 맏내로서의 어리광만이 나를 대변했다.
"지효야..나 너무 무서워...혼자 수술대에 오르는 것도, 다시는 걷지 못할 수 있다는 것도, 다시 너희들과 무대에 오르지 못한다는것도..."
평소의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어리광.
하지만 그 어리광 마저 부리지 않는다면 마음이 진정되지 않을것 같았다.
"언니, 무서워 하지마. 내가, 아니 여기에 우리가 있잖아. 응? 언제까지나 우리는 우리잖아."
어느새 눈물을 그친 지효가 나를 위로했다.
얼마만에 들어보는 언니라는 호칭인가 감회에 젖어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맏이로서 이게 뭔 망신인가 부끄럽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저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고 하염없이 지효에게, 멤버들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흐느끼던 나를 지효가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언니..앞으로는 혼자 아파하지 말고 말해줘. 혼자 고생하지말고 조금만이라도 같이 힘내보자."
아무도 알아주지 못할 것 같았던 내 고충과
'맏이'라는 이름의 족쇄는 '트와이스' 라는 이름의 따뜻한 햇살을 받아 어느새 없어져있었다.
"앞으로도...잘부탁해. 우리 맏내."
*
며칠후 수술날이 되었고 수술실에 들어가기전 멤버모두가 병실안에 모여있었다.
이런말하기 뭐하지만 활동을 끝마칠때까지 버티길 잘한것 같았다. 며칠밤날을 샌듯한 몰골과 눈물로 퉁퉁부어버린 멤버들의 얼굴은 도저히 방송으로 내보낼 수 없었기때문이다.
"몰골이 다 왜그래. 방송불가다. 방송불가."
평소처럼 웃으며 던진 농담이었지만 사실 내 몰골도 다르지 않았으리라.
"아 진짜 왜그래. 나 안죽어. 이 언니 아직 팔팔하다고."
그제서야 킥킥거리는 소리와 함께 멤버들의 얼굴이 조금은 밝아졌다.
그리고 시간이 다 되었다.
"얘들아 나 갔다올게."
그렇게 나는 다시 멤버들과 무대에 오를날을 마음속에 기리며
분명 차가워야 하지만 왠지 따뜻하게 느껴지는 수술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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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신조쯔위 임돠 이번 나연ep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크지만 그래도 뭐 나름 만족합니다.
참고로 나연 ep는 스토리상 3집활동중 일어난 일입니다.
즉, 시간적 배경이 룸메즈ep - 나연ep - 미나ep로 이어집니다.
전편을 주위깊게 보셨다면 결말을 알 수 있을것이다 라는건 이걸 말한거였습니다.
미나ep에는 나연이 등장하죠? 네 그렇습니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죠.
----------------------------------------------------------------------Ep.5 모모이로 로맨스
※모모이로 : 1. 분홍색
2. 복숭아 빛
3. 불순한 관계.
첫댓글 흐어잉.. 눙물 없이는 볼수가 없군요ㅋㅋㅋ
눙물까지야...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니에요...ㅎ 저도 님처럼 달달한 얘기좀 써보고 싶네요..ㅠ
뭔가 현실적이네요ㅠ
아무래도 글감자체가 팩트로부터 오니까요..
흐엉 나연이 그래서 활동 할 수 있게 됐나요? ㅠㅠ
마지막에 작가의 말 보시길 ㅎㅎㅎㅎ
@여신조쯔위♥ 다행이다 ㅠㅠ 나연이도 역시 해피해피~!
@발레하는미나리 제가 새드엔딩을 하면 쓰다가 울거같아서ㅎㅎㅎㅎㅎ
하..작가의말 아니면 웅뻔했네요
하하....그정도까지야 ....감사합니당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