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김은혜…‘윤심’마저 흔들리나
박성의 기자입력 2022. 11. 9. 14:03 댓글10개
‘대통령 비속어 논란’ 해명 당시 일었던 경질론, ‘필담 논란’에 재발화
與 ‘친윤계’에서도 불만 목소리…“대통령실 기강해이, 책임져야”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10월3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웃기고 있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이 다섯 글자 탓에 코너에 몰렸다. 8일 대통령실 국정감사에 현장에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메모장에 해당 내용을 자필로 썼다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다. 야당 의원들이 반발한 가운데 여당 원내대표인 주호영 운영위원장도 퇴장을 명령했다. 정치권에선 김 수석이 경질은 물론 정치 생명까지 위협받게 됐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김 수석은 적어도 현재까진 대표적인 '친윤' 인사다.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캠프 공보단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첫 당선자 대변인 등을 거쳤다. 이에 이번 정권에서 '꽃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당심'을 발판 삼아 유승민 전 의원까지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본선에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석패하면서 고배를 마셨지만, 두달여 만에 대통령실 홍보수석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이후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윤 대통령을 둘러싼 '비속어 논란'이 화근이 됐다. 유엔(UN)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윤 대통령이 9월21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뒤 비속어를 쓰는 듯한 장면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됐다. 논란이 커지자 김 수석이 나서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 수석 해명대로라면 윤 대통령이 한국 국회, 특히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욕설을 한 것이기에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당시 김 수석의 해명을 두고 대통령실과 여권 내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실 사정에 능통한 한 여권 관계자는 "(비속어 논란에) 윤 대통령은 기억이 안 난다는 게 원래 입장이었다. 그런데 김 수석이 '국회에서'라는 워딩을 인정하니 그 뒤 해명들이 줄줄이 꼬이게 된 것"이라며 "대통령 본인보다는 측근들의 (김 수석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후 김 수석 경질론이 정치권 내 '지라시'(선전지) 형태로 돌기도 했다. 김대기 비서실장,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등과 함께 이른 시일 내 경질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예측과 달리 윤 대통령이 인사 개편을 단행하지 않았다. '김은혜 경질론'은 풍문으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잠시였다. 김 수석이 8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대통령실에 대한 국회 국감에서 강 시민사회수석의 메모지에 '웃기고 있네'라는 메시지를 적은 게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다. 김 수석이 해당 메모를 적을 때 야당 의원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질의를 하고 있었다.
야당 의원들의 강한 문제 제기에 운영위원장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두 수석을 연단에 세운 뒤 "의원들 질의에 '웃기고 있네'라고 한 것 아니냐"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김 수석은 "단연코 의원 질의에 관한 사항이 아니었다"며 "잘못했다. 물의를 빚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강 수석도 "어제 두 사람 간의 해프닝에 대한 사적 대화"라고 해명했다.
야당은 "국회 모독"이라며 반발했다. 고민하던 주 위원장은 결국 두 수석에게 회의장 퇴장을 명령했다. 사안이 가볍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도 김 수석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사과했다.
이에 야권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김 수석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자조 섞인 전망이 나온다. 이태원 참사로 정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가운데, 대통령을 보좌해야 할 홍보수석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친윤계로 꼽히는 한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국감장에서의 필담은 대통령실 기강해이로 비친다"며 "변명할 여지가 없다. 사과로 넘어가기에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명백한 김 수석의 실수"라며 "다만 수석이 사과했고 (의원을 향한 필담이) 아니라고 했으니 (경질 등) 섣부른 예견은 어렵다"고 전했다.
정계 원로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웃기고 있네'가 '웃겼어' 그러면 과거니깐 (해명이 맞을지) 모르지만, '웃기고 있네'는 현재형"이라며 당시 현장에 있던 국회의원들을 향한 표현이 맞다고 해석했다. 이어 "(대통령실 수석들도) 잘못할 수 있다. 그러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을 해야한다"고 꼬집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9일 '대통령은 국회를 모독한 대통령실 수석들을 파면하라'는 논평을 냈다. 안 대변인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35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참사를 질타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실 수석들이 시시덕거리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국민 무시"라며 "국민과 국회를 무시한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즉시 파면하고 이태원 참사에 대해 진정으로 엄중하게 여기고 있음을 증명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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