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균도와 세상걷기 시즌4의 마지막 날입니다. 그 마지막 날 한 다큐 피디와 같이 움직입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끝 무렵이면 다큐 프로 하나 정도 섭외가 들어와서 촬영을 합니다. 메이저가 아니어도 됩니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균도가 세상을 걷는 이유를 정확히 알리는 프로그램이면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균도와 길을 나섭니다. 비가 오는 이유로 바람이 무척 차갑습니다. 양화대교를 넘어 KBS 88체육관까지 이동합니다. 한강을 가로지르다 보니 강바람이 생각보다 차갑습니다. 그렇지만 균도와 세상걷기의 마지막 날이라 균도가 힘을 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균도를 향해 박수를 칩니다. 균도는 어느 순간부터 그런 것들을 좋아합니다. 어느 사람이든 자기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균도 역시 이제 이것을 즐기는 멋진 청년이 되어 있습니다.
88체육관에는 장애인 대선공약 선포식이 있습니다. 아침 인터넷에서 나오는 유력대선 후보는 이곳에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습니다. 그렇지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의 발언을 듣고 다시 힘을 냅니다.
이제 이 걷기의 마지막 종착점으로 균도와 세상걷기는 갑니다. 광화문 농성장이 오늘로써 100일을 맞이합니다. 그 100일을 기념하기 위해 장애인활동가를 비롯한 100명 이상 1인 시위를 조직했습니다.
영광스럽게 균도가 1번, 내가 2번입니다. 많은 장애활동가 중에서 발달장애인 균도가 그 1번을 차지하고 1인 시위를 합니다.
영광스럽습니다. 균도는 이제는 몇 번의 걷기를 통해 유명 장애인 활동가가 되어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아빠를 따라 하지 않고 선창자의 구호에 맞추어 팔뚝질도 잘합니다.
요즘은 발달장애인법 제정하라! 기초법 부양의무제 폐지하라!는 균도가 가장 잘하는 구호가 되어 있습니다. 장애차별철폐투쟁가도 흥얼거리면서 곧잘 따라 부릅니다. 멋진 장애당사자 활동가입니다.
바람이 차지만 균도는 이번 걷기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이 열매를 위해 더 열심히 투쟁해야 합니다.
우리는 잘 압니다. 이번 대선의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는 다시 길에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소외받은 사람들과 연대하여 또 정권과 마주 보면서 싸워야 합니다.
그 싸움의 끝이 언제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즐기면서 맞설 것입니다. 그에 맞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낼 겁니다. 그러므로 균도와 세상걷기는 계속되고, 우리는 장애해방 현장투쟁에서 연대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균도가 오늘 메모지에 쓴 글이 나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비록 내가 불러주는 것을 따라 적었지만 아마 균도는 아빠 마음을 잘 알 겁니다.
“균도도 사회에서 여러분과 함께 살고 싶습니다.”
함께 삽시다. 그리고 잘 삽시다. 균도는 세상에서 다른 사람과 같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