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열네살때부터 꿈이 확고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친구들이 부러워했어요.
난 아직 뭘 해야 할 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데, 넌 하고 싶은 게 분명해서 좋겠다...
그리고 저도 좋았습니다. 하고 싶은 게 분명하고 할 수 있을 거라 믿었으니까요 ㅎ
그런데, 몇 번 실패하고 좌절하고 나니까 이제 다시 예전에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내 꿈이 뭔지 찾던 친구들처럼
뒤늦게 다시 한 번 하고 싶은 일, 꿈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전엔 라디오피디 아니면 절대 안 돼! 였는데, 막상 다른 델 둘러보니 또 재미있는 일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두렵기도 해서, 아 이 일도 재미있어 보이고, 저 일도 괜찮아 보이고,
이 일은 안정적이어 보이고, 저 회사는 이름 있어서 좋아봬고, 뭐 이것저것 다 좋아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의사 보면 의사 하고 싶고, 가수 보면 가수 하고 싶고, 매일매일 꿈이 바뀌는 어린 아이들처럼요,
하지만 하고 싶다고 다 시켜주는 건 아니더라고요.
신입으로 어딘가 입사하기엔 나이가 적지 않고 경력도 애매하고,
경력으로 입사하려고 하면 또 그 전 경력이 나름 특수해 적용하기 애매하고,
일반 기업에 몇 차례 지원을 했지만 모두 서류 탈락...
그러다 적극적으로 입사를 권유하는 회사가 있어 고심 끝에 입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보니, 입사 전에 이야기 들은 바와 근무 환경이 너무 달랐고 사람들의 마인드, 회사 분위기가 싫었습니다.
금요일만 기다리며 사는 직장인이 될 줄은 몰랐는데, 지난 10개월 간 전 그렇게 지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경력이 부족하니, 1년만 채우고 옮기자 했는데,
의외로 얼마 전 하고 싶던 일에 채용공고가 났고, 면접을 보게 됐는데, 합격을 했습니다.
서류마감에서 최종합격까지 딱 8일이 걸렸어요 (피 말리는 방송국과는 비교가 안 되는 스피드죠 ㅎ).
바로 오늘 최종합격 소식을 들었는데, 문제는 10월 4일부터 출근이라는 겁니다.
지금 회사 정리 문제도 있고 해서 좀 조정이 안 되냐 했더니 10월 6일에 바로 출장을 가야 한대요 ㅠㅠ
그래서 정말 민망하지만 지금 회사에 오늘(목요일) 이야기를 했습니다.
금요일까지밖에, 그러니까 앞으로 하루만 더 근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랬더니, 그 후에 쏟아지는 비난은, 아마 짐작이 가능하실 것 같습니다.
무조건 한 달 전에는 이야기해야 하고 앞으로 마무리와 인수인계를 책임지고 가라고...
정 그러시면 이틀 정도는 어떻게 해보겠다 했더니 이틀은 하나마나다, 한 달... 계속 한 달...
죄송하지만 그렇게는 안 될 것 같다 했는데,
그리고 내일(오늘이네요, 금요일, 그리고 마침맞게도 9월의 마지막날) 하루 더 회사 사람들을 마주해야 하는데,
마음이 정말 괴롭습니다.
매일매일 탈출을 꿈꿨지만 이렇게 관두고 싶진 않았는데,
그렇다고 어렵게 온 좋은 기회를 놓치고 지금 회사가 사람 뽑을 때까지 기다렸다 인수인계해주고 나갈 수도 없고...
변명을 하자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과 흡사한 일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당장 큰 차질이 생기지는 않는 상황인데...
어쨌든 변명은 변명이죠 ㅠㅠ
마음이 괴롭습니다. 잠도 안 오고 ㅠㅠ
첫댓글 하루만 참으세요, 힘드시겟어요 힘내세요!ㅎ
퇴사를 하루, 이틀만에 할수 있는 회사가 어디있겠습니까. 고용도 일종의 거래이니 상도덕이란 개념을 빌리자면 상도덕에 매우 어긋나는 행동을 님이 하고 계신겁니다. 님도 어느정도는 이해하고 계신것 같지만.. 제생각엔 새로입사하는 회사에 문의해서 입사일을 늦춰달라고 말하는게 최선책 같습니다. 합격 후 이전 회사를 정리할 시간을 줘야지, 출장이라는 이유로 빨리 입사하길 원하는건 경력직 사원에 대한 예우가 아니죠. 중요한 출장이겠지만 입사한지 몇일안된 사원이 참석해야 할 만큼 중요한 출장인지 의문스럽네요.
지금 한창 불편하시겠네요. 하지만 개인이 우선한다는 생각임다. 조직이란 건 예고 없이 직원을 내칠 수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라도. 그러니 그 반대도 마찬가지죠.
가급적 미리 고지하는 게 사람-사람으로 좋은 일이지만 기왕 옮기게 되셨으니 잘 마무리하고 이직하시길 바랄게요^^
네 고맙습니다. 회사가 싫었고 들어오는 날부터 떠나고 싶었지만 그래도 이런 식은 아니었는데 ㅠㅠ 최대한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ㅡ 격려와 질타 모두 고맙습니다!
경우는 안좋은 상황이긴 하지만, 축하드려요~ ㅎㅎ
전 정말 굉장한 행운아인 것 같습니디. 의외로 직속상관 한 분 빼고는 ㅎ 모두 축하해주시고 축복해주셔서 잘 마무리가 됐어요!
잘 해결됐다니 다행이네요^^ 좋은 곳에 가셔서 즐겁게 일하시길 바래요~
축하드립니다 ^^
남일 같지 않게 느껴지네요~ 이제는 원하는 일 하게 되셨으니 즐겁게 지낼 일만 남았군요!!!^^ 축하요~~
감사합니다 :)
진짜 잘됐네요. ㅎ
글 내용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매일매일 꿈이 바뀌는 어린아이처럼요.' 여기까지 정말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제 이야기네요. 중학생 때부터 확고했던 꿈, 라디오 피디, 미래에 대한 두려움. 저도 이글 올리신 분처럼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ㅠㅠ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남들이 대개 하는 때'라는 걸 특별히 의식하지 않으신다면 뭐든지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