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무리지어 피어 있는 백합과 식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화려한 듯, 청초한 백합과 식물(백합의 종류가 워낙 많고 이름을 잘 몰라 뭉뚱그려 백합과 식물이라고 부릅니다.)
키울 엄두를 못내는 건 그게 바로 구근식물이라...추운 산모퉁이에서 키울 자신도 없었고요.
그러다 알게 된 칠포백합.
지난 8월에 고성 동동숲에 갔을 때 처음 만났어요. 꽃은 지고 씨방만 길쭉하니 남아 있었어요.
"이거 칠포백합이라카는 건데 씨로 번식된대이. 나중에 씨 받아가이소."
그때 정말 깜짝 놀랐어요. 아, 씨로도 번식되는 게 있었구나.
그리고 나중에 갔었는데 씨가 덜 여물었고, 예원쌤이 덜 익어도 괜찮다며 줄기를 뚝 잘라주었지요. 씨가 완전히 익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런데 이번 12월 담양 글을 낳는 집에 갔는데 눈에 익숙한 게 있었어요. 저거 아무래도 칠포백합 같은데...
긴가민가하여 여쭈어보니.
어머나!
바로 칠포백합이었어요.
제가 꽃에 관심이 많아 자꾸만 물으니까 지난 여름 사진을 보여주시더군요.
장독대에 가득 피어난 칠포백합꽃.
세상에..
이게 바로 천국이지 뭐겠어요.
안주인은 혀까지 차며 말하더군요.
"씨가 마구 퍼져 여기저기 나서 골치 아프다."
"장독대 땅은 거름기 하나 없는데 잘 자라는 걸 보면 거친 흙과 햇빛 좋은데서 잘 자라는 것 같다."
"칠포백합 씨앗을 가져간 사람이 많은데 잘 안됐다고 하더라."
그 말에 얼른 말했지요.
"씨앗 좀 받아가도 되겠어요?"
"아유, 그럼요. 사방팔방 씨 날려 싹이 나오는 통에 제가 뚝뚝 잘라버린다니까요."
얼씨구나!
그 날부터 씨앗을 받았어요. 워낙 여기저기 쑥쑥 자라 씨앗을 맺어 씨앗 받는 건 어렵지 않았지요.
그리고
오늘, 드디어 씨앗 정리를 했어요.
왼쪽은 날 좋은 날 받은 거고, 오른쪽은 눈 오는 날 받은 것.
길쭉한 씨방
이렇게 씨가 꽉 들어차 있는 것도 있고
차곡차곡 쌓여있는 씨앗들- 참 신기합니다.
씨방을 꽈악 웅크리고 오랫동안 씨앗들을 품고 있는 게 있는가 하면
바람에 다 날려버린 씨방도 있어요.
갑자기 부모 생각이 나네요.
미련 없이 너 하고 싶은데 가서 잘 살아라, 하는 부모와
너는 아직 어려서 안 돼, 세상은 너무 험하거든, 하며 자식을 품에 계속 안고 있는 부모...ㅋㅋ
어떤 부모가 현명한 부모일까 생각하며...
정리가 끝난 씨앗들.
어찌나 가벼운지 아주 조그만 입김에도 훌훌 날아가요.
칠포백합은 깃털처럼 가벼워 어디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겠어요.
며칠 바짝 말린 후 개별포장해서 필요한 분들에게 보내드리려고 해요.
신비하고 오묘한 씨앗의 세계.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씨앗의 세계.
언제부터인지 저는 씨앗 매니아가 되었습니다. 씨앗을 보기만 하면 채취하고 심어보고...
과연 칠포백합이 싹을 올릴지, 그리고 얼마만큼의 꽃이 피어날지...
씨앗 파종할 봄이 기다려집니다. (일부는 직파하고, 일부는 포트에 심어보려 합니다.)
첫댓글 씨앗 매니아에게 박수 보냅니다.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한 날이 많기를 기원합니다 ☆
예, 선생님^^ 씨앗에서 싹 내는 기쁨을 알아버렸답니다.
곧 씨앗 한 봉지 보내드릴게요. 부산은 지금 땅 살짝 파서 심어도 될 거예요.
식물의 사생활이라는 책을 보고나선 저런 것들이 예사로 보이지 않더라고요.
움직이지 않는(척하면서) 엄청나게 활동적이고 능동적인 식물.
원래 심었던 자리보다 항아리가 모여 있는 곳에서 우두두 피어났다는 게 참 신기했어요.
1월1일 알아버린 칠포백합^^*
행복한 칠포백합들입니다
씨로 번진다는 게 정말 놀랍습니다^^
엄청납니다. 씨앗 필요한 사람, 손듭니다! ㅎㅎ
예, 샘^^ 챙겨 놓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