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에 털갈이하여 새로 돋아난 짐승의 가는 털. 매우 적거나 조금인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춘풍, 네 이놈 바른대로 말하라. 그렇지 않으면 추상같은 엄벌이 내려질 것이야!!!” “나으리, 제 말에는 [추호]도 거짓이 없사옵니다.” “뭐라!! 네 이놈!!! 여봐라.....저놈을 당장 옥에 가두고 열흘 간 밥을 굶기는 벌을 내리라!!!”
위에서 내린 ‘추상’같은 엄벌에서 추상은 ‘가을 서리’란 뜻으로 차갑고 엄한 벌, 또는 당당한 위엄, 굳은 절개 등을 말하는데, 잠시 언급해 보았습니다.
자, 오늘의 단어는 [추호]입니다.
[추호]는 가을추(秋), 터럭호(毫) 즉, ‘가을터럭’ 이네요. 동물들은 주로 가을철에 털갈이를 하여, 새로난 털이 뽀송뽀송 아주 가늘고 곱다는데요. 여기서 유래된 단어 [추호]. 동물 터럭 중 가장 얇을 때의 터럭을 말하니 얼마나 미세한 상태를 상징하고 있는 걸까요.
이 [추호]라는 단어는 아주 작은 것을 표현할 때, 주로 뒤 서술어가 부정어로.....“추호도 없다” 이런 식으로 많이 쓰이고요. 주로 사용하는 계층은 ‘정치인’들이 되겠습니다. ㅎㅎ 비슷한 우리말로는 “털끝만큼도 없다” 이런 표현도 있으니 우리말도 함께 병행해서 쓰시면 더욱 풍성한 표현의 거품맛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직장생활 하던 지난날 어느 장소에서 제가 설득 비슷한 걸 당할 때, “어이 박과장! ‘수청무어’란 말이 있지 않는가? 너무 깨끗하면 물고기가 살지 않아. 자네도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다 할 수 있는가?” “예, 저는 [추호]도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뭐야! 그럼 새벽 3시에 아무도 없는 시골길에 빨간불 켜져 있다고 멈추는 답답한 사람이란 말야?” “예, 저는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빨간불’이면 서는데요” “에잇! 이 친구 참 답답하네”하고 쌩~~~가버린 임원이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