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원형 모양의 테이블 위에 노여 진 네모난 기계에서 로베르토의 마지막 메시지가 흘러 나왔다. 탐사원 모두가 모여 있는 이곳은 파이오니어 속 회의실. 평소에는 차를 마신 대던지, 이야기를 하는 등 휴게실처럼 쓰여지던 곳이지만. 지금은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깔려 있었다. 먼저 론이 입을 열었다.
"탐사대의 인원을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누겠습니다. 우선 저와 진, 픽, 칼, 보드 이상 5명은 로베르토의 구조대로서 준비가 되는 데로 바로 출발할 것이며 나머지 분들은 이곳에서 계속해서 각자의 탐사임무에 충실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스캇. 자네는 이곳에 남아 이분들을 가드 하도록 하게."
"옛스 썰!!"
"또, 라밍 씨와 리나는 교대로 구조대와의 연락을 담당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리나가 말하며 라밍을 쳐다봤고 라밍 역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모두들 이미 사태를 파악하셨으리라 믿습니다만, 지금부터 2시간 45분전 즉, 10:17분에 탐사선 이카루스 원을 타고 탐사비행 중이던 조종사 로베르토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무선이 중단, 지금껏 연락이 두절된 상태입니다. 탐사 선은 추락한 듯 하지만 그는 아직 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Ms. 링."
론이 라밍에게 손을 내밀어 모두의 시선을 넘겨주었다.
"아예... 우선 이것을 봐주세요."
라밍은 자신 앞에 노여 있는 노트북 모양의 컴퓨터를 두들겼다. 곳 회의실 안 메인 스크린에 복잡한 모양의 그래프가 나타났다. 그래프 아래에는 사람의 맥박을 나타내는 듯한 정자모양의 빛이 열심히 오실로스코프 웨이브를 만들고 있었다.
"이건 로베르토의 바이오 리듬을 나타낸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차고 게신 바이오 팔찌와 같은 것으로 여러분의 현재 맥박 및 영양상태, 위치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건강상태 등을 체크해 주는 것이지요."
"그걸로 로베르토가 살아있다는 걸 알 수 있다는 겁니까?"
보드가 라밍의 말에 끼어 들며 말했다.
"물론이죠. 사람이 죽으면 팔찌의 작동 역시 멈추게 되니까요. 장소는 계속해서 표시되지만..."
그때서야 모두들 의아한 듯 자신들의 팔찌를 쳐다본다.
"통신까지 되었다면 편할 뻔했군."
지금 까지 한마디도 않던 칼이 조용히 말하자 커크는 벙어리는 아니었군 하는 듯한 표정으로 칼을 한번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위치 역시..."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진이 일어나 메인 스크린으로 걸어 나갔다.
"이것이 탐사위성에서 보내온 사진입니다."
스크린은 어느새 복잡한 고등선으로 휘감겨진 지도모양으로 바뀌었다. 진은 붉은 X 자로 표시된 부분을 레이저 지휘봉으로 가리켰다.
"이곳이 지금 저희들의 위치입니다."
그보다 위쪽에 위치한 또 다른 X 자를 짚으며
"이곳은 로베르토, 즉 팔찌가 발신하고 있는 지점입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들의 북동쪽에 위치해있으며 강과 산이 중간을 막고 있습니다. 거리는 직선거리로 68km 이지만 밀림 지역과 산을 넘게 될 경우 약 96km 정도로 추정되며 구조대 도착예정시간은 3일 정도를 보고 있습니다."
"3일이라..."
바비가 턱을 괴고 혼잔 말처럼 중얼거렸다.
"질문이 있습니다만."
"예. 스와르씨."
스와르는 자신의 코끝을 매만지며 물었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3대의 탐사 정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 1인 승이라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3대가 동시에 간다면 그다지 문제 될 것도 없을 텐데요. 물론 로베르토의 마지막 메시지가 걱정이 되시겠지만... 오히려 3일 동안 그의 목숨이 위험 할 수도 있는 거니 까요."
모두들 메시지라는 말에 잊고 있던 것을 생각해 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론이 말한다.
"스와르씨의 말씀대로 3일 동안 로베르토를 방치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전 모두가 들었다 시피 로베르토는 마지막에 분명 도시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그.. 그렇다면 인간들이 아직까지 지구 위에 살아 있었다는 겁니까?"
마이클이 놀라 외쳤다.
"사람들이 멸망하지 않았었다고?"
바비 역시 괴고있던 턱을 들며 말한다. 커크가 허탈한 듯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무얼 한 거지?"
"자. 자. 아직까지 그 문제에 대하여 밝혀진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최대한 빨리 일을 진행하는 것이 급선무이긴 하지만 아까 라밍 씨가 보여주었다 시피 로베르토에게는 아직까지 생명의 위험 따위는 없는 것 같으므로 보다 신중을 기하자는 것입니다."
"맞아요. 쇼크증상을 보이긴 했지만 지금은 무척 안정된 상태를 보여주고 있죠. 또한 신진대사가 활발한 것으로 봐서 식사 역시 제대로 하고 있다는 뜻이 되요. 영양상태 역시 양호하고요. 단 움직임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고 때문에 어디를 다치거나 한 것 같진 않은데 거의 움직임이 없어요."
라밍이 론의 말을 거들어 주었다.
"포로로 잡혀 있는 것일 수도 있겠군요."
마이클의 말에 다시 분위기가 잠잠해진다.
"난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빨리 가서 로베르토 그 녀석을 대려오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저음의 픽 스톤 이다.
"여러분."
다시 론이 시작했다.
"우리는 지금 까다로운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우리는 이 문제에 아무런 해답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지요. 마이클 씨의 말처럼 아직까지 생존해 있던 인간들에게 발견되어 잡혀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들의 도움으로 치료중 일수도 있습니다. 또 그냥 기술적인 실수로 추락한 것일 수도 있고요. 도시는 우리가 잘못 들은 것이거나 잘못 말한 것 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니 도시가 있다고 해도 그것이 우리에게 유해한지 무해한지, 혹 그게 인간의 것인지 다른 어떠한 생명체들인지, 오직 추측 일뿐 우린 아무 것도 알지 못합니다. 중요한 것은 로베르토가 아직 살아있으며 어떻게든 영양을 공급받고 있고 우리는 그런 그를 분명히 우리 곁에 데리고 와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구조대를 조직한 것이며 아직 사건의 전말의 상황을 잘 모르는 이유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보다 많은 인력과 화력으로 무장한 구조대를 파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기존 목적인 탐사 또한 잊어선 안돼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구조대와 탐사대로 나뉘게 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론은 잠시 쉬었다가 다시 말했다.
"그러면 이번 구조대의 편성 및 탐사 팀의 지휘체제에 대하여 진이 말해 주겠습니다. 진."
아직 것 메인 스크린 앞에 서있던 진이 테이블 곁으로 걸어 왔다.
"우선 구조대는 캡틴과 저 그리고 픽, 칼, 마지막으로 보드가 되겠습니다. 편성 품으로는 4대의 M3000 자동화기 로봇을 탑재한 AV 후버탱크 1대 그리고... 그게 답니다. 나머지야 잘 잘한 구호 물품들이고요. 다음은 탐사 팀의 지휘체제입니다. 팀장은 부 팀장이신 스와르씨가 맡으시고 군사관련 지위분야는 스캇이 맡도록. 그리고 앞으로는 인공지능 센서로 전환된 M3000, 3기와 근거리 300M 지점에는 계속해서 레드아이 가드 로봇들이 보초 및 여러분의 가드를 해드릴 겁니다. 연락담당은 리나 씨와 라밍 씨. 이상입니다."
진의 말이 끝나자 론이 되물었다.
"구조대는 언제쯤 출발할 수 있겠습니까?"
특유의 미소를 지어 보이며
"20분이면 충분합니다. 캡틴."
AV 후버탱크
20분 뒤, 파이오니어호의 경남 고에서 높이 3.7m, 가로 4.2m, 길이 8.7m에 중량 70t을 자랑하는 AV 후버탱크(Hoover Tank)의 거대한 몸체가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 AV 후버탱크에 AV 는 Avalanche Vehicle의 약자로 어떠한 상태나 사건에 공격 및 방어 그리고 상황 진두지휘까지 즉각 대처할 수 있는 다목적 탱크였다. 티탄합금의 골격에 실리콘카바이트와 단조 알루미늄섬유를 합친 강화금속주형합성(MMC) 장갑 판으로 보호되고 있는 거대한 탱크내부 안에는 조종사들의 거주공간과 후미에 있는 4대의 M3000 자동화기 로봇 탑제실은 물론이고 주간 TV카메라, 열화상카메라, 레이저 측거기, 측각기, 지상감시레이더, 자동데이터송신기, 위치 결정 항법 시스템, 그리고 탐사위성에서 실시간으로 보내주는 위성정보 등의 통신 및 방어 시스템을 비롯, 외부에는 몸통 오른쪽에 나란히 달려있는 2개의 120mm 원형 포신으로 시작하여 25mm 와 35mm 전차 포가 발칸포 모양으로 3문이 전방에 각 2문씩 양옆으로 배치되어 있었으며 구경 포탄은 소형이어서 120mm 포탄 60발, 25mm 철갑탄 700발, 35mm 레이저거신 관측합탄 400발, 합계 1160발을 지니고 있었다. 또한 기동력!
!
은 탐사위성과 함께 설치해 놓은 정지궤도 (3만6000km고도)상의 태양전지위성으로부터 대기에 잘 흡수되지 않는 10cm(2450MHz) 파장의 마이크로파를 수신안테나로 받아들여 1600마력에 상당하는 에너지로 후버탱크 앞에 하나, 뒤쪽 2개 도합 6개의 지형화학 적응능력이 우수한 차륜식 바퀴에서 시속 최대 120km 의 속력을 낼 수 있게 되어있었다. 마지막으로 후버탱크의 최고의 자랑인 '자기 진공 부상 시스템'은 탱크 밑과 바퀴옆면에 설치되어 있는 자기 진공 판을 이용 최대 지상 1m의 높이로 수직 부상하여 지상여건에 상관없이 최고 160km의 엄청난 속도로 날아다닐 수 있는 최고의 기동력을 갖추고있었다. AV 후버탱크는 그야말로 탱크 하나로 전투의 모든 것이 가능한 지상 위의 항공모함 이였다.
"자기 진공 부상으로 시스템 전환하겠습니다."
윙 ∼ 척. 보드의 메시지와 함께 AV 후버탱크에 달려있는 6개의 바퀴들이 부드러운 기계 음을 내며 60°로 기울여 졌다. 쉭 ∼ 위 ∼ 익. 탱크가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한다.
"지상 40cm 입니다. 50, 60, 70cm. 예정 고도에 진입했습니다."
보드의 보고에 진이 론을 쳐다본다.
"캡틴?"
"출발하지요."
"출발하라!"
숭 ∼ 웅. 론으로부터 전달받은 진의 명령을 시작으로 후버탱크는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가기 시작했다.
구조대 1.(Rescuers 1.)
출발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자기 진공 부상 시스템이 있다한들 한계고도가 1m 이었고, AV 후버 탱크의 거대한 몸체가 지나가기엔 밀림 속 나무들이 너무나 빼곡이 들어서 있었다. 그나마 작은 나무들은 그냥 밀고 지나갔으나 굵은 나무가 나타나면 우회하거나 픽과 칼등이 나아가 잘라내야 하는 실정 이였다. 그러니 구조대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했다.
"이렇게 가다가 올해 안에 도착할 수 있겠습니까?"
론이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한 체 진에게 물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캡틴. 3일은 이 모든 걸 계산한 숫자입니다."
라고 진이 답했다.
"음..."
론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탐사위성에서 보내주는 위성사진을 초조하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진. 전방에 지름 6m 짜리 거목입니다."
보드의 보고였다.
"6m ?!, 픽, 칼!!"
진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소리치자
"예 ∼ 갑니다."
픽과 칼이 뭐 씹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밖으로 나간다.
징 ∼ 잉. 픽과 칼은 숙련된 솜씨로 레이저 커터를 작동시키고 거목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잘라가기 시작한다. 굵은 나무지만 레이저 앞에는 종이와 다름없이 간단히 잘려나간다.
"팀벌(Timber) ∼∼ !!"
픽의 굵은 외침과 함께 높이 40m에 이르는 거목이 넘어간다. 쿵.
"아∼ 이번이 20번째인가?"
픽이 지겹다는 투로 말하자 칼이 중얼거렸다.
"탱크 앞에 레이저 커터를 달았어야 했는데."
"뭐 지구가 이 모양이 되어 있을지 상상이나 했었나. 솔직히 나 달 표면 같은 지구를 생각했었다고."
흑인은 투박한 제스처를 만들며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다.
"그건 그래."
칼도 혼자 말처럼 맞장구치고는 레이저 커터를 어깨에 메고 투벅투벅 탱크로 돌아갔다.
"이봐 같이가!!"
전방 카메라에 칼의 뒤를 급히 달려오다 넘어지는 픽의 모습을 지켜보던 진이 론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정말 무성하게도 자랐군요. 전 아직껏 이곳이 지구라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아요."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요. 자연상태가 조금은 나아졌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정말 몰랐소."
약간의 침묵 후 진이 입을 연다.
"이건 마치 자연의 낙원으로 만들어 놓은 세상 같아요. 지금까지의 탐사에서는 육식동물이나 기타 위험한 동식물들의 생태여부가 파악되지 않았잖아요. 물론 곤충들의 생태계에서는 피라미드 구조의 먹이사슬이 뚜렷이 자리 잡고 있지만. 그 외에 포유류나 파충류, 등의 생태계에는 몸집 작은 초식동물을 제외하고는 먹이사슬이 전무한 것 같아요. 너무 평화롭고 조용한 마치 성경에 나오는 에덴 같은..."
"에덴이라..."
론이 되씹듯 말하고는
"진짜 자연 속엔 그런 건 존재하지 않죠. 생산자가 있으면 소비자가 있는 건 일종의 법칙이에요. 육식동물을 꼭 나쁘게 만은 볼 수 없지요. 뭐, 인간 역시 경우에 따라서는 육식을 하니까요. 그리고 만약 초식동물을 잡아먹는 육식동물이 없다면 아무리 우리인간들이 귀여워하는 동물들일 지라도 결국 그들에 의해 숲은 망가져 버릴 거예요 숲의 씨가 말라 버리게 되는 거죠. 그리고 분명 우리의 생각보다도 놀랍도록 빠른 회복상태를 보이는 이 지구에서도 이 법칙은 존재할 겁니다. 그게 자연의 법칙이니까요. 전 확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우리가 보지 못한 지구의 새로운 소비자가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거라는 걸..."
탐사 팀 1.(Pioneer 1.)
"이봐요 마이클 하늘이 흐린 게 비가 올 것 같은데 괜찮겠어요?"
바비는 스캇과 함께 조사 나갈 준비를 하다말고 마이클에게 묻는다.
"완전히 기상청이군."
마이클이 투덜거리며 기상 화면에 눈을 가져갔다.
"에∼ 소나기가 좀 올 것 같군요. 양도 꽤 되고, 오후 2시중에 멎을 것 같습니다. 작업은 그때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흠∼ 비가 너무 자주 와서 작업이 너무 더딘걸..."
바비가 푸념한다.
"어쩔 수 없잖아요. 자연의 힘인걸."
스캇이 체념하라는 듯이 말한다.
바비는 크게 하품하며
"앙~~ 그럼 나 들어가 자고 있을 테니까 2시에 깨우러 와죠."
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이봐요 난 자명 시계가 아니라고요."
스캇이 항변하자 바비가 스캇을 향해 씨익 웃어 보이며
"그럼 나랑 잘래? 연상도 괜찮다면 말이야. 나 천년동안 외로왔거덩."
뒤로 피하며 어쩔 줄 몰라 당황해하는 스캇을 뒤로한 채
"아님 말고. 2시 잊지마."
유유히 사라져갔다.
"바비가 정말 노벨상 후보였다는 게 사실입니까?"
스캇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마이클이게 물었다.
"보기에는 저래도 사실이야 그쪽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 치고 스모크 바비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지."
"스모크 바비요?"
마이클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래 워낙 담배를 입에 달고 살아서 붙여진 이름이지. 뭐 상황이 상황 이였지만 1000년 동안 담배를 안 피운 건 저 여자에게 정말 기록 중에 기록일거야."
삐, 삐, 삐. 그때 상황변화를 알리는 경보 음이 들려온다.
"음∼ 뭐지?"
마이클이 신호 확인 스위치를 누르며 모니터를 바라본다.
"이런!!"
마이클의 얼굴이 심각해지며 이어폰처럼 생긴 무전기를 통해 통신실에 연락을 취한다.
"뭐.. 뭡니까?"
스캇이 궁금해 물었으나 마이클에겐 대답할 겨를이 없다.
"통신실에 리나씨 들립니까?"
"예, 잘 들립니다. 말씀하십시오."
이어폰에서는 따뜻한 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들어온 탐사위성의 자료에 따르면 남태평양 쪽에서 태풍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A급 태풍으로 초속 20m의 속력으로 이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태풍의 중심지역 최대풍속은 40 ∼ 50 m/s 사이 이며 시간당 강수량이 37mm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빨리 구조대에 연락조치 하지 않는다면 큰 피해를 입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태풍 도착시간은 약 5시간 후입니다."
예.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라는 리나의 음성과 함께 마이클이 자리에 일어났다.
"어디 가십니까?"
스캇이 급히 물었다.
"스와르씨에게 보고해야지. 우리도 무슨 준비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마이클은 자신의 육중한 몸을 이끌고 조종실로 달려갔다.
"태풍?"
남겨진 스캇이 중얼거렸다.
구조대 2.(Rescuers 2.)
"픽! 칼! 동작 빨리 빨리 못하겠나? 곧 폭풍이 온단 말이다! 지금 조금이라도 전진해 놓지 못한다면 얼마나 더 지체될지 알 수가 없다. 빨리 빨리 나무를 베어라!"
진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소형 무전기를 통해 픽과 칼의 귀에 울려 퍼진다. 구조대 팀은 아직도 울창한 우림 한가운데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폭풍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는 점점 거세져서 몇 미터 앞 사물의 구분이 어려운 실정 이였다.
"이런 제길! 와서 직접 해보라지!!"
픽이 또한 그루의 거목을 쓰러트리며 악에 바쳐 말했다. 쿵 ∼ 웅. 저편에서도 나무가 쓰러진다. 비속에서 사람의 윤곽이 서서히 나타난다. 칼이었다.
"이봐, 더 이상 안 되겠는데. 비가 너무 심해서 위험하다고."
칼이 폭풍의 전조에 힘입은 소음을 뚫으려 픽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휭 ∼ 잉. 이때 강한 바람이 두 사람을 흔들고 지나간다. 중심을 잡으려고 자세를 낮춘 그들 위로 팍 하는 소리를 내며 부러진 나무 가지 하나가 스치듯 비켜갔다.
"안 되겠군요. 빨리 저 두 사람을 복귀 시켜야 되겠습니다."
카메라 모니터를 바라보던 론이 말했다.
"아직 안됩니다. 이곳은 강과 가까운 지역인대다 지형까지 낮아서 전방 320m 지점에 있는 언덕까지 가지 않는다면 폭풍이 몰려왔을 때 더욱 어려운 상황을 겪게 될 겁니다. 위험 한 건압니다만 어쩔 수 없습니다."
진이 입술을 씹으며 고민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방금만 해도 그들은 죽을 수도 있었어요. 진. 다른 방법을 찾아봅시다."
론의 말에 진은 얼굴을 한번 찡그리더니 마이크를 잡았다.
"픽! 칼! 지금 당장 복귀하라! 반복한다. 지금 당장 복귀하라!"
10분 후에 픽과 칼이 물에 빠진 생쥐만 양 흠뻑 져져서 들어왔다.
"수고들 했다. 물기를 제거 한 뒤 휴식을 취하도록."
픽과 칼의 불만을 사전에 잘라 버리려는 듯 진이 선수치고는 조종관 위에 앉아 있는 보드에게 다가 갔다.
론이 다급하게 말했다. 윙 ∼ 잉 기계 음이 발생하며 AV 후버탱크에 장착된 2개의 120mm 원형 포신이 전방 40m 지점에 있는 나무를 겨냥한다.
"발사!!"
진의 짧은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2개의 포신에서 불을 뿜어냈다. 쾅 ∼ 앙!! 나무는 말 그대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전진!!"
진의 외침이 비속에 메아리 쳤다.
탐사 팀 2.(Pioneer 2.)
"구조대에서는 연락이 왔습니까?"
스와르가 초조함이 들어난 어투로 리나에게 묻는다.
"예. 방금 나무사이를 뚫고 강 근처의 언덕 위에 대기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 왔습니다."
"음..."
리나의 보고에 스와르는 비로소 안심 스런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스캇, 상황보고 바랍니다."
스와르의 말에 스캇이 답한다.
"예,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밖에 설치되어 있던 모든 레드아이 가드 로봇과 베이스, M3000 자동화기 로봇들을 파이오니어호 안으로 대피 시켰으며 파이오니어호 반경 200m 거리의 위험이 예상되는 거목들은 모두 잘린 상태입니다. 그래도 있을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교대로 상황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스와르는 스캇의 보고에 만족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음.. 좋아요. 좋습니다. 그럼 마이클, 이 태풍은 언제쯤 끝날 것 갔습니까?"
바로 마이클이 답한다.
"태풍은 현재 북위 30°의 진로로 이동중입니다. 쉽게 말해, 지금 우리 위를 지나 구조대를 향한 뒤 계속해서 세르난데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으로 북상할 것입니다. 앞으로 이틀 정도면 어느 정도 수그려 들것이라 예상합니다."
"이틀이라... 그럼 구조대 예상시간보다 많이 길어지게 되는데..."
스와르는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긴 사람처럼 먼 곳을 주시했다.
"아! 라밍 씨 로베르토의 바이오리듬에는 어떤 변화가 없습니까?"
갑자기 생각난 듯 스와르가 라밍에게 묻는다.
"아니오. 변화 없이 매우 양호합니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영양섭취만은 제때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전보다 몸무게가 조금 늘었을 정도 에요."
라밍의 답에 스와르는 다시 생각에 잠긴다. 스와르는 고민석인 눈초리로 끝없이 쏟아지는 비속으로 시선을 옮겼다.
"흠... 로베르토 자네는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2일 후.
하루가 지나서야 조금씩 세력이 약화되던 태풍은 이틀째 되는 날 비로소 비와 바람이 완전히 멈추었다. 실로 어마어마하다는 표현으로 밖에 설명 할 수 없었던 태풍은 무수히 많은 나무들을 뿌리 체 뽑아 버려, 우림은 마치 폭탄으로 맞은 듯 초토화되었으며 엄청난 양의 강수량은 강을 범람시키고 토지의 모양마저 변화 시켰다. 그러나 자연의 생명력은 상처를 씻어 내듯이 다시 푸르른 우림의 모습으로 서서히 복원 시켜 나갔다.
구조대 3.(Rescuers 3.)
"자기 진공 부상 시스템으로 전환합니까?"
보드가 진에게 물어온다.
"아니, 곳 강을 만나게 된다. 자기 진공 부상 상태에서는 물을 건널 수 없으니 그냥 이동할 수 있도록."
진의 명령에 AV 후버 탱크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이틀 동안이나 꼼짝 못하고 강가 둔덕 위에 대기 중이던 구조대는 불어나는 강물로 인하여 위태로운 상황에 빠져 있었으나 다행 이도 물은 둔덕 조금 모자란 곳에서 썰물 빠지듯 차츰 줄어들어 오후가 되서는 다시금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 졌다. 탱크는 둔덕을 내려와 강으로 향했다.
"어?"
보드의 감탄사에 진이 반사적으로 궁금증을 제시했다.
"뭔가 보드 중사."
"예. 전방 30m 지점에 죽은 것으로 보이는 동물의 시체가 감지되었습니다."
"동물의 시체?"
론이 관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뭐 어떻다는 건가?"
진이 성가시다는 투로 말했다.
"그. 그게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길이가 무려 10m 나 됩니다."
"10m?!"
론과 진이 거의 동시에 외쳤다.
AV 후버 탱크 왼쪽 사이드에 위치한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온 구조대 일행은 정체불명의 10m 짜리 동물의 시체에 시선을 집중했다. 론이 조금씩 다가간다. 뒤에서 5.56mm 플라스마 소총을 겨누고 있던 픽이 말한다.
"공룡이다. 공룡..."
그 옆에 역시 소총을 겨누던 칼이 미세하게 고래를 저으며 말한다.
"공룡이 아니야, 악어다."
"악어?"
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론의 행동을 관찰한다. 론은 옆으로 길게 누워 있는 그 거대한 동물의 배에다 손을 가져갔다. 완전히 숨을 거둔 것을 확인한 그는 손을 흔들어 일행에게 안전함을 알린다.
"도대체 이게 뭡니까?"
진이 론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아직 확신할 순 없지만 이건 악어입니다."
"악어요?"
진의 눈이 동그래지며 그 어마어마한 시체를 쳐다본다.
"하.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클 수가..."
"모르겠습니다. 현재로서는 뭐라 설명할 수가 없군요."
론은 조심스럽게 꼬리부분부터 살펴보기 시작한다. 머리와 몸통부분을 합한 것보다도 기다란 꼬리, 물갈퀴와 튼튼한 발톱을 가지고 있으나 몸에 비해 너무 작다 싶은 다리, 상하 이외의 방향으론 벌려질 수 없게 발달된 큼지막한 턱과 작은 눈, 어른 손바닥 크기의 날카로운 이빨들 그리고 머리부터 꼬리까지 돋아나 있는 비쭉 비쭉한 돌기들이 크기에는 차이가 있으나 분명 악어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악어예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엘리게이터(Alligator)."
론이 입을 벌려 커다란 이빨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아마도 이번 태풍 때문에 죽은 것이 이곳으로 떠내려 온 것 같습니다. 아직 부패도 심하지 않고 배가 불룩한 것이 허파까지 물이 차들어 온건만 봐도 태풍 때문에 급류에 휘말려 익사 한 것 같습니다."
진이 가까이 다가온다.
"이 무지막지 한 것도 자연의 힘 앞엔 어쩔 수 없었단 말이군요."
론이 미소지으며 진을 바라본다.
"자연 앞에선 그 어떠한 것도 무기력한 겁니다."
"당신이 말하던 지구의 새로운 소비자가 이걸 뜻한 겁니까?"
진은 아직도 경계의 빛을 띄우며 시체를 살펴본다.
"아니요. 이것 역시 소비자의 무리 중 하나겠지만 솔직히 난 보다 작은 것을 생각했었습니다. 이 정도의 크기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도대체 이런 것들이 뭘 먹고사는지 상상이나 갑니까? 하루에도 수천 칼로리의 에너지가 필요할 텐데..."
론은 채취용 나이프를 꺼내 악어의 살점을 도려내고 이빨과 등가죽 등 여러 부위의 샘플을 채취하였다.
"악어의 모습은 카메라에 잡혔겠지요?"
체취가 끝난 듯 론이 진에게 물었다.
"물론입니다."
진은 탱크에 대고 손을 들어 계속해서 촬영을 하라는 시늉을 해 보였다.
"시간이 없다는 게 아쉽군요. 자 갑시다."
론은 채취용 툴박스(Tool Box)를 챙기며 일어섰다. 탱크로 돌아온 론은 즉시 채취해온 악어의 샘플을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진과 나머지들은 탱크를 몰아 강을 건넜다. AV 후버 탱크의 자기 진공 부상 시스템은 물위에서는 무용지물 이였다. 하지만 후버 탱크는 수륙 양용으로 양 사이드와 후미에 달려있는 수중용 공기탱크와 해수추진장치를 이용해 별문제 없이 강을 건너 북동쪽에 속아나 있는 검은 산맥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탐사 팀 3.(Pioneer 3.)
"어? 마이클은 어디 가고 당신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요?"
바비가 졸고있던 커크에게 물었다.
"아, 마이클은 어제까지 대기근무를 서서요. 요 며칠동안 태풍 때문에 꾀나 피곤할겁니다. 지금 방에서 쉬고 있습니다."
커크는 벌떡 일어나 바비에게 말했다.
"당신도 피곤한 모양이군요. 스캇과 교대하시겠어요?"
바비가 옆에 있는 스캇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 아닙니다. 잠깐 졸았을 뿐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 괜찮습니다."
커크는 아직 잠이 깨지 안은 듯 허둥댔다.
"좋아요 그럼 밖에 날씨나 가르쳐 주세요, 설마 또 비가 오는 건 아니겠지요?"
바비의 질문에 커크가 모니터를 쳐다보며 답한다.
"예. 태풍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비구름도 가셨고요. 뭐 전 전문가는 아니지만 오늘만큼은 아무이상 없을 듯 싶습니다."
바비는 씨익 웃어 보이며
"그럼 다녀올게요 고마워요."
손을 흔들며 밖으로 나갔다.
태풍이 남기고 간 많은 비와 바람 때문에 땅은 질퍽했으며 주위에는 뿌리 체 넘어간 나무가 수두룩했다. 허리까지 오는 잡초들을 해치고 바비와 스캇은 앞으로 나아갔다.
"오늘은 서쪽으로 가볼까?"
바비가 뒤에서 플라스마 소총을 매고 조심스레 따라오던 스캇에게 말했다.
"어디든 맘대로 하십시오."
스캇은 그런 것 엔 관심 없다는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하하하 꼭 내 쫄다구 같은 말투네."
바비가 걸음 거리를 가볍게 한다.
"솔직히 쫄다구 아닙니까? 이거해라 저거해라. 완전 종 부리 듯 쓰시면서."
스캇이 푸념 스레 말하자 바비가 간지러움을 주체 할 수 없는 아이처럼 웃어 제친다. 둘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나무가 우거져 있는 숲 속 깊은 곳까지 와 있었다. 중간, 중간 바비는 알 수 없는 식물들을 채집하기도 하고 카메라 촬영도 하면서 걸었다. 그러다 막 커다란 넝쿨을 지날 때였다.
"엇!"
바비는 무엇인가 발견한 듯 자세를 낮추었다. 자세히 발견 체를 살펴보던 바비는 갑자기
"엣---스, 이 야호!"
바비는 어린 얘처럼 껑충껑충 뛰며 좋아했다.
"뭐, 뭡니까?"
스캇이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이. 이것 봐 이거."
바비는 말까지 더듬으며 커다란 잎사귀 하나를 들어 보인다.
"그게 먼데요?"
스캇이 물었다.
"엽연초."
"예?"
"걱정하지마 이렇게 많은데 뭐. 네게도 좀 줄께."
"그게 도대체 먼데요?"
바비는 양손에 잎사귀를 하나씩 쥐고는 새가 날개를 퍼덕이듯 흔들었다.
"담배란 말이야 담배!"
바비는 행복한 주부가 아기를 끼어 안는 심정으로 그 잎사귀를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다. 담배요?"
스캇이 황당하는 얼굴로 쳐다본다.
"아∼ 이게 몇 년 만인가!! 금연의 날들이여 안녕!"
바비는 채취용 툴박스에 담겨있던 식물자료들을 몽땅 던져 버리고는 그 속에 담배 잎을 꾸역꾸역 담기 시작했다.
"이. 이봐요. 그거 다 버리면 어떻게 해요."
스캇이 따지며 말하자 바비는
"괜찮아 다음에 수집하면 되지 뭐. 지구는 넓고 식물은 많다고. 헤헤헤."
한심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는 스캇의 눈총에도 아랑곳없이
"나나나 나나나 나나나"
바비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계속해서 담배 잎을 땋았다. 더 이상 들어 갈 수 없을 정도로 담배 잎을 담은 바비는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흐뭇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그때 오색 빛 하밍버드(Hummingbird) 한 마리가 그녀 머리 위를 지나, 기다란 꽃대 끝에 피어있는 커다란 래몬색 칼라 꽃을 향해 날아갔다.
"어머 하밍버드 잔아. 아직껏 저런 게 살아 있었네."
바비는 흥미롭다는 얼굴로 처다 보았다. 그 작은 새는 초당 60회의 날개 짓을 하며 무중력 상태의 모습처럼 공중에 떠서 꽃 속의 꿀을 열심히 빨고 있었다. 스캇 역시 신기하게 발아 본다. 바비가 막 카메라를 들이 되던 그때였다. 쉭 ∼ 익, 척. 갑자기 붉은 채찍 같은 것이 나타나 새를 감아 버리더니 낚아 체 듯 이내 사라져 버렸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 이였기 때문에 바비는 놀란 나머지 그냥 얼어버리고 말았다. 그때 스캇의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바비 왼쪽 위입니다. 놀랄지도 모르니 천천히 움직이세요."
바비는 그의 말대로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나무 몸통을 올라가 줄기를 지나 넝쿨사이에... 그것이 나무에 매달려 서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되새김질을 하는 소처럼 입 속의 방금 잡은 먹이를 씹으면서 그것이 그곳에 있었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그것의 크고 차가운 눈이 한번 끔벅인다. 바비가 침을 한번 삼켰다. 그녀의 등에서 한줄기 땀이 흐른다.
"바비 걱정하지 마세요. 녀석이 우리를 공격한다면 그 순간이 놈의 제사 날이 될 테니까요."
플라스마 소총을 그것의 관자놀이에 겨냥하고 있는 스캇의 말은 눈물나도록 고마웠지만 바비는 이미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녀의 손이 덜덜 떨려 왔다. 한순간이 몇 년같이 느껴진다. 그때 그것이 스르르 움직이기 시작한다. 펄쩍, 그들의 반대 방향으로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사라졌다. 바비는 기가 빠지듯 그 자리에서 쓰려졌다.
"바비 괜찮아요?"
스캇이 급히 부축하며 묻는다.
"뭐. 뭐지 그건?"
가쁜 숨을 내쉬며 바비가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마치..."
스캇이 자신의 기역을 애써 더듬으며 말한다.
"마치 커다란.... 개구리."
구조대 4.(Rescuers 4.)
강을 건넌 뒤, 구조대의 행군은 비교적 순조로 왔다. 태풍이 밀고 지나간 나무들은 오히려 탱크가 지나가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 이였던 것이다. 가끔씩 픽과 칼이 나무를 잘라야 하는 번거로운 면이 없지 않았으나 말 그대로 가끔씩 이였다. 북동쪽 산맥에서는 경사가 높은 관계로 우회하기로 결정했다. 오른쪽 골짜기를 따라 등선 사이로 가로질러 가는 길을 정한 구조대는 탐사위성에서 보내오는 자료를 토대로 차근차근 나아갔다. 꽤나 험난한 길이였으나 그만큼 나무가 적어서 오히려 지나가는 데는 별 지장이 없었다.
"이거 정말 대단하군요."
론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뭡니까?"
진이 별 관심 없어 보이는 말투로 물었다. 론은 자신이 보고 있던 전자 현미경을 소형 모니터에 연결한다. 곳 모니터에는 가는 실지렁이 같은 세포덩어리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게 악어의 체세포들입니다."
론이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자 세포들은 빙글빙글 꼬은 사다리모양으로 변화되었다.
"이건 방금 세포들의 DNA 구조를 나타낸 겁니다."
론의 손이 정신없이 움직인다. 기존의 DNA 구조물의 화면이 왼쪽으로 이동되며 또 다른 꽈배기 모양의 사다리가 오른편에 나타난다.
"그리고 이건 지구종말 전의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 악어의 DNA입니다. 뭔가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까?"
론의 물음에 진은 이제야 조금 관심이 생긴 긴다는 눈빛으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글쎄요. 제가 보기엔 별 차이 없어 보이는 데요."
진이 어깨를 으쓱 해 보인다.
"잘 보세요."
화면 속의 DNA 구조물이 확대된다.
"응?"
진이 왼손을 뻗어 화면을 가리켰다.
"오른쪽 구조물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변화 없는 깔끔한 나선 모양을 지니고 있는데 반해서 왼쪽 것은 가운데와 아래쪽 부분에 분명 비슷하긴 하지만 색깔과 모양이 다른 조직체가 붙어 있어요."
론의 들뜬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바로 맞추셨습니다. 확대시키지 안고서는 거의 알아보기 힘들지만 분명히 왼쪽 DNA에는 기존의 것에 어떤 다른 무언가가 합쳐진 겁니다."
진이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며 물었다.
"그럼 이건 돌연변이 인가요?"
론이 단호히 고개 저으며 말한다.
"아닐 겁니다. 거의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건 누군가가 조작한 겁니다."
진이 놀란 눈으로 론을 바라본다.
"방금 누군가라고 했습니까?"
론이 소리 없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분명 누군가가 만들어 낸 겁니다. 어떤 동물들의 DNA를 어떤 이유로 섞어서 만들어 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묻는다.
"그럼 캡틴은 어떤 미친 과학자가 지구 멸망에서 살아 남아 인간이 아닌 겨우 이런 괴물이나 만들었단 말입니까?"
론은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간단하지만 비교적 정확한 답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이런 것을..."
진은 혼란스러운 듯 말을 더듬는다.
"인류가 멸망하기 얼마전 과학자들로부터 주목받던 학설이 하나 있었지요. 바로 DNA 합성법(C.S : Compositon Statute)이라는 것으로 인간이나 동물, 식물 등에 속해있는 특징 있는 우성의 DNA를 서로 같거나 성질이 다른 생물의 열성 즉 패가 선천적으로 나쁜 사람이나 엘러지 증상이 심한 사람, 눈이 나쁜 사람 등 기타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인간은 어둠 속에서 잘 볼 수 없고 개는 나무에 오를 수 없으며 물고기는 땅위에서 오래 동안 머물 수 없는 등의 선천적인 혹은 후천적 단점을 가지고 있는 DNA에 합성 시켜 단점을 장점화 시킬 수 있는 분명 위대하지만 또한 엄청난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는 학설 이였습니다."
론이 계속 해서 말한다.
"그만큼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학설의 위험성 때문에 그 학설은 결국 학설에서 멈춰 버렸습니다. 실험을 중도에서 포기해 버린 거지요. 그런 것을 누군가가, 누군가 완성시킨 겁니다."
"열성인자를 우성인자로? 그 이론, DNA 합성법 말이에요. 캡틴 말 대로라면 인간이 DNA 조작으로 침팬지처럼 힘이 세어질 수도 있고 개처럼 냄새도 잘 맞고, 고양이처럼 날렵해 질 수도 있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물론 DNA의 합성이전에 여러 가지의 조사를 거쳐야겠지만 DNA가 완벽하게 합성, 치료되었을 경우 인간은 치타처럼 빨리 달릴 수도 있고 물고기처럼 물 속에서 자유로와 질 수도 있으며 식물의 DNA를 이용해 광합성을 할 수 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이론이었지만."
진이 홀린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도대체 이런걸 생각해낸 미치광이가 누구지요?"
론이 무거운 눈빛으로 진을 쳐다본다.
"DNA 합성법이라는 말이 낯설게 들리지는 않았을 텐데요."
론의 말에 진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순간 무언가 생각난 듯
"혹시, 리나, 세이비어들이 리나를 만들었다는..."
진의 눈이 뚫어질 듯 론을 바라본다.
"맞습니다. DNA 합성법. 리나를 탄생시킨 학설. 일명 마이다스 프로젝트(Midas Project). 바로 저 론 고벨의 이론입니다."
탐사 팀 4.(Pioneer 4.)
바비는 놀란 가슴을 가라 안치려는 듯 벌컥 벌컥 물을 들이 켰다.
"바비 괜찮으세요?"
리나가 걱정스런 목소리로 묻는다. 계속해서 물을 마시고 있는 바비 대신 라밍이 말을 받는다.
"괜찮아요. 약간의 쇼크증상일 뿐이에요. 그보다 그렇게 물을 마시면 채할 수도 있다고요."
턱 ∼ 억. 물 컵을 던지다 시피 탁자 위에 내려놓은 바비가 흐리멍텅한 눈빛으로 주위를 한번 돌아본다. 그녀의 시선이 리나, 라밍, 커크, 스와르를 지나 턱을 괴고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스캇의 얼굴에 멈췄다.
"이봐 그거 우리가 잘못 본게 맞지? 그런 게 존재할 리가 없잖아. 담배 때문에 우리가 너무 들떠서 헛것을 본 거야. 그지?"
스캇의 머리가 좌우로 움직이며 말한다.
"담배 때문에 들뜬 건 바비였지. 제가 아니라 구요. 전 똑똑히 봤다고요. 그 커다란 개구리를..."
스캇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쿵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바비의 머리가 탁자 위에 부디 치는 소리였다. 모두가 아연한 표정으로 바비의 뒤통수를 바라본다.
"괜찮아요?"
리나가 바비를 부축하려 다가간다. 슥 ∼ 바비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나 괜찮아."
딱딱한 음성으로 말하고는 다시 스캇을 바라본다.
"어떻게 그런 게 나타난 거지? 도대체 어떻게..."
스캇이 애매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한다.
"그걸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분명 한 건 우리는 그 개구리를 목격했다는 거지요."
이때 그들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커크가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생긴 개구리를 보았기에 바비가 저렇게 놀라는 겁니까?"
스캇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기억을 더듬는다.
"무척 컸습니다. 키가 한 1m 정도? 퉁퉁한 체구에 몸 색깔은 녹색으로 우리가 보와 왔던 기존의 개구리와 같았습니다."
"잠깐!"
침묵을 지키던 스와르가 잎을 열었다.
"방금 키라고 했습니까?"
스캇이 고개를 끄덕이며
"예.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80Cm에서 1m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스와르가 머리를 저으며 말한다.
"아니지요. 제 물음의 의미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방금 전 스캇, 당신은 키라는 표현으로 그 개구리라는 생명체의 길이를 나타냈습니다만. 개구리가 키가 있습니까?"
스와르가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팀원들을 둘러본다.
"왜, 스캇은 키라는 표현을 썼을까요?"
스캇의 얼굴이 순간 굳어 졌다.
"그 그건..."
스캇이 말을 잊지 못한다.
"제 생각이 확실하다면 스캇이 보았던 그 개구리는 이렇게 두 다리로 땅을 집고 서있었던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스캇?"
하면서 스와르가 자신의 다리를 가리켰다. 팀원들은 그게 정말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스캇과 바비를 바라본다.
"그... 그래요 지금 까지 미쳐 생각지 못했지만 그건 분명 서있었어요. 서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죠."
스캇이 말을 마치자 또다시 쿵 ∼ 웅. 바비의 머리와 탁자의 마찰음이 들려왔다.
"어떻게 서있었던 거지요? 개구리가 어떻게 서있을 수 가 있냐고요."
스캇이 거의 화를 내듯 스와르에게 물어왔다.
"내가 어떻게 그걸 알겠소. 난 그 자리에 있지도 안았지 안소. 하지만 이 모든 궁금증들이 곳 풀릴 거라는 강한 느낌이 드는군요."
스와르는 메인 스크린에 비쳐지고 있는 로베르토의 X표시와 그곳으로 향하고 있는 작은 점 즉 구조대의 위치를 확인하며 말한다.
"수수깨끼의 답은 풀릴 겁니다. 바로 저곳에서."
스와르의 길고도 가느다란 손가락이 X를 가리키고 있었다.
구조대 5.(Rescuers 5.)
"대령님. 현재위치 목표지점으로부터 3km 후방지점입니다."
보드의 보고가 들려왔다. 진의 물음이 이어진다.
"현재시각은?"
"예. 21시 20분입니다."
"현 위치에서 목표물 확인 가능한가?"
"Negative, 현 위치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북위 40° 방향 230m 지점이라면 가능 할 것 같습니다."
보드의 확인 보고였다.
"즉각 이동한 후 탱크를 위장할 수 있도록."
진의 명령에 후버탱크는 어둠 속을 부드럽게 날아가 소리 없이 착륙했다. 진이 다시 명령한다.
"아웃사이드 라이닛(out side light)은 모두 끄고 픽과 칼은 즉시 행동 개시하도록."
탱크의 사이드 도어(Door)가 열리면서 픽과 칼이 민첩한 동작으로 주위의 환경과 일치하는 탱크 위장술을 펼치기 시작하여 15분 후, 탱크는 완벽한 위장술로 모습을 감추었다.
"픽과 칼은 주위를 경계하고 나와 캡틴은 목표지점을 확인한다. 보드는 계속 탱크에 남아서 상황대기 할 수 있도록."
진의 말에 론은 전자 망원경을 들고 그녀를 따라 나선다. 진과 론이 픽과 칼의 경계를 받으며 앞으로 뼜어 있는 골짜기를 따라 2분쯤 걸어가자 골짜기가 끝나는 부분에서부터 꺾어지듯 가파른 경사면이 나아 있었다. 좋은 위치를 골라잡고 진과 론은 망원경에 눈을 가져간다. 망원경 속 렌즈 안으로 아련한 불빛의 모습들이 들어 왔다. 진하고 옅은 오렌지 빛의 크고 작은 발광체(發光體)들이 약 10만 평방미터의 면적 위에 촛불처럼 찰랑거린다. 윙 ∼ 잉. 윙 ∼ 잉. 진과 론이 전자 망원경의 줌인(Zoom In) 스위치를 눌렀다. 희미하던 불빛들이 점점 뚜렸 해지며 시야가 밝아진다. 촛불의 땅이 문명의 이기로 바뀌는 순간이다.
"아..."
론의 입에서 작은 감탄사가 세어 나왔다. 로베르토의 마지막 메시지는 그의 실수도 팀원들의 실수도 아닌 사실 이였다. 그곳에는 회색 빛 도시가 있었던 것이다.
AV 후버탱크로 돌아온 일행은 곳 바로 회의에 들어갔다. 진이 말한다.
"도중 예상치 못했던 태풍 때문에 예정일 보다 3일 늦은 6일만이 도착했으며 직접 보셨다 시피 목표는 전방 2.8km 지점에 위치하고 있고 현재까지의 확인사항으로는 도시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어떤 이들의 도시냐 하는 거겠지요."
론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제 생각입니다만 내일 날이 밝으면 우선 수색대를 보내서 도시 주위와 안을 면밀히 관찰한 후 로베르토의 구출작전을 펴는 것이 올을 것 같습니다."
진이 먼저 대안을 제시했다. 론이 턱을 한번 쓰다듬으며 말한다.
"구출작전이라... 정말로 로베르토를 구출할 필요가 있을까요?"
군인들은 무슨 말을 하는 거냐는 듯한 표정으로 론을 쳐다본다. 이때 론이 뜬금 없이 묻는다.
"보드. 파이니어호에서는 무슨 연락이 왔었습니까?"
"예? 아예. 라밍 씨에게서 말입니다. 로베르토의 건강상태는 매우 양호하다는 보고와 바비 씨와 스캇이 식물 채집에 나섰다가 커다란 개구리를 보았다는 정도입니다. 이상 별다른 내용은 없었습니다."
론의 갑작스런 질문에 조금 당황 스런 억양으로 보드가 답했다.
"커다란 개구리?"
론은 대수롭지 안다는 표정으로 웃어 보이고는
"그럼. 그쪽에다 우리가 목표지점에 이상 없이 도착했으며 내일 날이 밝는 데로 도시를 방문할 것이라고 전해 주시오."
"도시를 방문한다고 요?"
진이 놀라며 말한다.
"잘 들어보세요. 로베르토는 이카루스 원이 불시착한 저 도시에서 매끼니 마다 훌륭한 영양을 공급을 받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그는 매일같이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가 포로이거나 또 다른 무엇으로 저 도시인들에게 받아 들여졌을 경우 이와 같은 대접이 가능하겠습니까? 로베르토는 필시 손님과 같은 존재로 도시인들에게 비추어 진게 분명 합니다. 그런 극진한 대우를 받고 있는 사람을 구출한다는 건 좀 우스운 얘기 아닐까요?"
론의 말이 끝나자. 보드와 칼은 맞는 말이라는 투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픽은 아직 감이 안 온다는 듯 머리를 갸우뚱거렸다. 그때 진이 힘주어 말한다.
"전 그 말에 동의 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상황의 전말이 그렇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추측 일뿐 아무 증거도 없지 않습니까. 단순한 추측을 바탕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사태가 명확하게 밝혀 질 때까지 적어도 최소화력 부대만큼은 절대 움직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진..."
보드가 어렵게 끼어 든다.
"제 생각엔 캡틴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팔찌에서 보내오는 정보는 정확한 것이니까요."
생각의 대립 속에 침묵이 이어졌다. 그 침묵을 자르며 론이 말한다.
"흠... 그렇다면 저 혼자 내려가겠습니다. 소형 무전기를 휴대하고 간다면 무슨 일이 생길 시에 바로 연락 할 수 도 있고 총까지 가지고 간다면 그리 위험할건 없어 보이는데요."
진이 눈썹을 찡그린다.
"안됩니다. 당신은 이번 탐사의 캡틴입니다. 지도자를 읽게 된다면 팀 자체가 와해 될 수도 있습니다. 캡틴은 자신의 위치를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팀을 위해 꼭 지키셔야 합니다."
진의 말에 론은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진의 얼굴에도 고심의 빛이 역력하다.
"그렇다면.."
론이 다시 어렵게 말을 꺼냈다.
"이건 어떻습니까. 아침을 기해 AV 탱크를 이동시켜 전원 도시로 진입하는 건?"
"안됩니다."
진이 또다시 반대한다.
"캡틴께서 조금이라도 빨리 저 문명 체들을 만나보고 싶으시다 는 건 이해합니다. 그러나 전 이 탐사의 보안 및 군사관련 부분의 책임을 맞고 있는 한사람으로써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는 그런 일에 절대 찬성할 수 없습니다."
론이 한숨지으며 부드럽게 말한다.
"진. 나 역시 당신의 말뜻이 무엇이며 어떤 것을 걱정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저 도시에 살고 있는 것들이 무엇이든 분명 우리에게 우호 하다는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지 안습니까. 그런 친분의 가능성이 있는 생명체들에게 우리가 먼저 적극적으로 그들과의 만남을 이끌어 보자는 겁니다. 이것은 인간과 신 인류 혹 새로운 문명이 만나는, 새 지구에 기록될 역사적인 순간인 될 것입니다."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진은 한숨을 내쉬며 체념석인 말을 내뱉는다.
"캡틴의 뜻이 정 그러하시다면..."
"그렇다면?"
진이 론을 바라보며 더 이상 거절할 수 없는 힘이 담긴 눈빛으로 말했다.
"내일 아침 저 도시에 들어가는 건 저와 캡틴 둘 뿐입니다."
Frog Men(개구리 인간)
전방 5m의 거리가 시야로 파악이 안될 정도로 주위는 온통 열대 식물들로 빼곡이 들어 차 있었다. 식물들이 경쟁하듯 태양을 향해 잎을 내미는 바람에 땅위는 그림자의 낙원처럼 음침하다. 그 사이사이로 스며들고 있는 가늘고 희미한 빛줄기만이 이 무덥고 축축한 분위기를 희석시켜주고 있었다. 그 사이를 헤쳐 가고 있던 론의 머리 속에 자신이 즐겨가던 어두운 재즈바 (Jazz Bar)의 모습이 떠올려 졌다. 언뜻 지금의 멜란콜리한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다음은 그가 마시던 병 맥주 (Miller)의 모습이다. 이빨이 시리도록 차가운 금빛 액체가 그의 입을 통해 혀, 목을 지나 가슴속으로 퍼져 나간다. 아 ∼ 머리카락이 쭈삣 거린다. 몸이, 뇌가 다 비워져 버리는 느낌이다. 그 비워진 곳에 채워진 건 시원함 그 자체였다. 문득 그런 시원함을 영원히 맛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아쉬움이 송곳이 되어 그의 몸을 뚫고 그의 것들을 약탈해간다. 론은 머리를 흔들며 송곳을 빼내고 구멍을 막아버렸다. 언젠가 이 탐사가 끝나고 많은 세월이 흐른 언젠가에 그는 분명 다시 어느 재즈 바에 앉아 병 맥주를 주문할 것이라 자위하며 다시 재즈바로 생!
!
각의 발걸음을 옮긴다. 가슴속의 시원함이 천천히 기분 좋은 뜨거움으로 변해갈 때쯤 어디선가 찰리 파커(Charlie Parker)의 색소폰 연주가 들려온다. 곡명은 Now's The Time 이다. 찰리의 부드러운 음률이 론의 머리를 간지러 핀다.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빠 바바바 빠 바바바. 론이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1013년이라는 시간동안 아직 이 곡을 잊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하기 만하다.
"빠 바바바 빠 바바바."
"꾸르르르."
"...??"
순간 꿈에서 깨어나 듯 론은 재즈 바에서 현실의 밀림으로 돌아왔다. 뒤에 있던 진이 튀어나오며 그의 어깨를 잡고 아래로 눌렀다. 론은 얼떨결에 한쪽 무릎을 꿇은 상태로 풀 사이에 몸을 감췄다. 진이 정조준 자세로 5.56mm 플라스마 소총을 파지(把持)하고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겨냥한다.
"꾸르르르르."
다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온다.
"꾸르르르르."
이번엔 더욱 선명하다. 진이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목표를 확인했다.
"캡틴, 당신 앞을 기준으로 8시 방향, 나무 위예요."
진이 역시 겨냥을 하고있는 자세로 말한다. 론이 앉은 상태에서 재빨리 왼쪽 위를 쳐다본다. 녀석이 가지고 있는 보호색 때문에 론의 시선이 잠시동안 초점을 맞추지 못한다. 그러나 곳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가 웃으며 넘어 갔던 그 커다란 개구리가 아닌가! 론의 입이 벌어지며 복잡해 지려하는 머리 속을 애써 정리한다. 1m 정도의 키, 끝에 탁구공을 매단 것 같이 생긴 4개의 손가락이 달린 끈적끈적한 손으로 나무기둥을 잡고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그것의 배가 갑자기 불러진다. 배뿐만이 아니었다. 얼굴부위에 있는 양쪽 하얀 볼이 자신의 머리 만한 크기로 부풀어 진다. 그러다 갑자기 바람 빠진 풍선처럼 줄어들며
"꾸르르르르."
론과 진을 확인시켜 주 듯 시원스런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렇게 듣고 보니 예전 지구에 있던 개구리의 울음소리와 비슷한 것 같다. 론이 빠르게 말한다.
"우리를 위협하는 것 같군요."
진의 머리가 좌우로 1cm 정도씩 돌아갔다.
"아니에요. 자신의 동료에게 우리의 위치를 알리는 거예요."
론이 놀란 눈으로 다시 그것을 쳐다본다. 동그랗고 티미한 눈, U 자 모양의 얼굴형과 커다란 입 위에 자리잡고 있는 두 개의 까만 콧구멍 그리고 멀리서도 촉촉해 보이는 녹색 피부, 서있다는 것과 크기를 재외 하면 개구리의 모습 그대로였다. 흐리멍텅한 눈이 끔뻑인다 그리고는 다시 배와 볼 살이 부풀어오른다.
"꾸루르르르르."
론이 평정을 찾으려는 듯 다소 침착한 어조로 묻는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저것이 동료들을 부르고 있다는 거지요?"
진은 미동도 하지 않고 차갑게 말한다.
"군인의 느낌이죠."
론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사이 진은 왼손은 그대로 소총을 파지 한 체 오른손으로 귀에 달려있는 소형 무전기의 스위치를 누른다.
"보드 들리는가?"
"예. 무슨 일 이십니까? 맥박수치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지원이 필요하십니까?"
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용히 하고 들어라. 지금 우리는 정체불명의 생명체와 맞다 트렷다. 지원은 필요 없다. 마을까지의 거리와 지름길을 말해주기 바란다."
"꾸르르르."
또다시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예.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금 위치는 도시에서 남동쪽 방향 1.4km 지점입니다. 220m 전방에 개울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 개울을 따라 나가시다 물이 3시 방향으로 트는 지점에서 반대방향인 9시로 계속해서 나가시면 도시에 도착하실 수 있을 겁니다."
진이 긴급히 말한다.
"알았다 무전기는 켜두겠다. 계속해서 연락 바란다."
진이 몸을 숙이며 론을 본다.
"론, 뛸 수 있겠어요?"
도시의 주인(Owner of the City)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육상 대표 선수였던 론 이였지만 정글 속을 달린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많은 가지와 나뭇잎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보였다 하면 이내 얼굴까지 다가왔다. 그것을 손으로 헤집고 가자니 여기저기 긁히는 건 피할 수 없는 일 이였으며 나무 뿌리도 무시할 수 없는 장애물 이였다. 달리고 있는 론의 머리 속은 하얗기만 했다. 지금은 숲 속의 분위기나 재즈 바의 감미로움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오직 코앞의 상황과 뒤에서 소리쳐 주는 진의 방향타만이 전부였다. 론의 숨이 가빠오기 시작할 때쯤 개울의 모습이 들어왔다. 첨벙, 첨벙. 개울 속에 뛰어든 두 사람은 물을 따라 계속해서 나아간다.
"꾸르르르르."
"꾸르르르."
"꾸루르르르르."
여기 저기서 비슷하지만 다른 톤의 소리가 들려온다. 그들을 쫓고있는 개구리가 더 이상 한 마리가 아닌 것이 확실해 졌다. 론은 목까지 숨이 차왔으나 이를 악물었다. 그나마 개울은 나무가 없어서 오히려 달려감에 지장이 적었다.
"꾸르르르."
"꾸르르르르."
개구리들의 울음소리가 정신없이 울려 펴진다. 드디어 물이 꺾이는 곳 이였다.
"론 왼쪽이에요!!"
진이 악을 쓴다. 다시 정글이다. 빽빽한 우림의 나무들이 그들 앞에 다가온다. 론이 정신없이 숲을 헤치며 앞으로 나가고 있을 때.
"론!! 멈춰요!!"
물론 진의 외침이 이였다. 순간 론은 얼어 버린 듯 그 자리에 멈춘다. 숨을 헉헉거리며 진을 돌아보는 론.
"왜 그러십니까?"
진은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검지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간다.
"멈췄어요."
"예?"
론이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개구리들이요."
진이 말하며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론이 두리번거리며 귀를 기울인다. 그렇다 주위는 너무나도 고요하다. 오직 들려 오는 건 두 사람의 가뿐 숨소리 뿐. 새소리, 바람소리, 곤충소리 하나 없는 완벽한 침묵의 공간이다. 무거운 정적은 오히려 두려움을 가져다주었다. 두 사람 모두의 얼굴에 공포의 그늘이 지기 시작한다.
"뭔가 있어요."
진이 조용히 걸어나가며 소총을 바로 잡는다.
"보드 들리는가?"
"예. 전방 0.4km 지점에 도시가 있습니다. 왜 멈추신 겁니까?"
진은 대답 없이 주위를 경계한다. 론 역시 자신의 5mm 플라스마 휴대 권총을 손에 쥐고 모든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때.
"드르르르르."
드릴소리처럼 매섭지만 보다 더 무거운 소리가 진의 정면에서 들려온다. 진이 다시 정조준 자세로 소리의 발신지를 겨냥한다. 스윽. 풀이 헤쳐지며 무언가가 정체를 나타낸다. 진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뚫어 질 듯 그것을 노려본다. 터벅터벅 그것이 한발, 한발 다가온다.
"진 들리십니까? 무슨 일입니까? 대답하십시오."
보드의 절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이 힘주어 입을 연다.
"론 이게 뭡니까?"
얼빠진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론이 제정신을 찾는다.
"모. 모르겠습니다."
진이 자신도 모르게 내려가고 있는 소총을 바로 잡았다. 이때 론이 그녀의 소총을 손으로 내리며 재빨리 말한다.
"진. 이들이에요."
진이 무슨 말이냐는 눈으로 무언의 물음을 해온다.
"이들이 저 도시의 주인들이요."
그제 서야 진은 그 생물체를 서서히 관찰하기 시작한다. 2m 10cm 은 되어 봄직한 키에 백악기 시대의 티라노사우루스(T-rex)를 축소해 놓은 듯한 얼굴, 그 위로 원판을 반으로 자른 것 같은 닭 벼슬 모양의 둥근 돌기, 유연해 보이는 기다란 목과 온몸을 둘러싸고 있는 날카롭고도 두꺼운 청녹빛 가죽이 마치 갑옷인양 위압감을 주었다. 긴 팔에는 인간과 비슷해 보이지만 길이 3cm 는 되어 보이는 원뿔모양의 검은 손톱과 그를 지니고 있는 4개의 두터운 손가락 그리고 4개의 손가락 가운데 조금 위쪽 퇴화(退化) 된 듯한 2cm 가량의 손톱(?)이 자리잡고 있었다. 몸에 비해 좀 짧은 듯한 다리는 약간 구부정한 기마 자세를 취하고 있었고 다리사이로 보이는 굵직한 꼬리는 1m 정도의 길이로 땅에 맞다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것이 입고 있는 옷 이였다. 보통 인간의 중요한 부분과 같은 자리에 그들은 비약하지만 분명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걸치고 있었다. 등뒤로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는 창날과 허리에 둘려 있는 작은 보자기 형태의 주머니 들 또한 이들이 단순한 집단 육식동물이 아닌 종족을 가진 무리라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드르르르르."
또 다시 드릴 같은 소리가 그것의 입에서 들려온다. 돌출형의 얼굴 양 사이드에 위치한 노란색 작은 눈이 진과 론을 노려본다. 그 눈은 칼처럼 가늘고 날카로워서 그것의 시선만으로도 론과 진은 가위눌리듯 움직일 수가 없었다.
"드르르르."
그것이 부메랑을 거꾸로 달아 놓은 것 같은 엄지발가락이 달린 크고 튼튼해 보이는 발을 내디딘다. 그리고는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양팔을 좌우로 벌린다. 슥 ∼ 칼 빼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것의 양손에는 구부정한 칼이 들려 있었다. 놀란 진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다시 자세히 보니 그것은 칼이 아닌 가운데 달려있던 퇴화된 줄로만 알았던 손톱이었다. 그것은 평소에는 팔 속에 있다가 필요할 때 언제든 칼을 빼 듯 앞으로 튀어나오도록 되어 있는 약 60cm 정도의 단단하고 날카로운 칼처럼 생긴 뼈였던 것이다.
"드르르르."
그 미지의 생명체가 계속해서 얼굴을 쳐들고 울어 제친다.
"진 잊지 말아요. 우린 그들의 친구라는 걸. 상황이 어찌되건 절대 흥분해선 안됩니다."
론이 진을 안심시킨다. 하지만 진은 계속해서 소총부리를 그것을 향해 겨누고 있었다.
"드르르르륵."
슥 슥 수윽 울음소리가 멈추자 론과 진 주위에 또 다른 무리의 그것들이 나타나 그들을 포위하듯 둘러싼다. 모두 6 마리였다. 론과 진을 동그랗게 둘러싼 그들은 일제히 머리를 치켜들었고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던 론과 진을 향해 울어 제쳤다.
"드르르르."
계속 해서 울어 제치던 괴물들의 머리가 땅을 향한다. 인사를 하는 것도 같기도 위협하는 것 같기도 하다. 론과 진은 어찌해야 할지 당황 스럽기만 하다. 순간 그들의 두 무릎이 땅에 닫는다.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리고 의식을 치르듯 조용히 고개를 숙여 그들의 돌기를 땅위에 내려놓는다. 의심할 여지없는 존경과 경이로움의 표시였다. 론과 진의 얼굴에 안도감이 피어난다. 잠시 후 그들 중에 우두머리 인 듯한 녀석을 선두로 각 양쪽 두 마리와 뒤에 한 마리가 서서 중앙의 론과 진을 보호하는 형태를 취하며 어디론가 나아간다. 론과 진은 묵묵히 그들이 이끄는 데로 따라 간다. 진의 귀속에 보드의 음성이 들려온다.
"진 이상 없으신 겁니까? 연락 바랍니다."
무전기의 소리는 진 이외의 사람은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진은 계속해서 무전기를 켜두고 있을 수 있었다. 진이 주위에 눈치 체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우리는 이상 없다. 보드. 내가 신호를 보낼 때까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움직이지 말고 대기할 수 있도록."
진의 옆에서 이동 중이던 괴물이 슥 한번 그녀를 쳐다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린다. 진이 소총의 방아쇠를 만지작거린다. 론의 시선이 그곳에 머물었다.
"괜찮을 겁니다."
론의 담담한 어투였다. 괴물들은 론과 진의 속력에 맞추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속도로 걸어간다. 주변 나무 위엔 몇몇 개구리들이 그들을 쳐다보며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바쁘게 뛰어 다녔다. 15분 정도 나아가자 그들은 숲에서 길로 들어선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나무로 높다랗게 지어진 울타리의 모습이 들어왔다. 4m는 되어 봄직한 높이의 울타리 사이에 폭 5m 정도의 정문처럼 생긴 문이 열리며 그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거대한 문을 통과하며 진이 비꼬듯이 말한다.
"쥬라기공원이 라는 영화가 생각나내요."
그녀가 안정을 되찾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며 론이 말을 받는다.
"영화에 나오던 공룡들은 모두 백악기 시대의 것들이지만 저 역시 재미있게 봤던 기역이 나는 군요." "그런데. 아까 당신은 이들이 어떻게 이 마을의 주인이라는 걸 알았지요?"
그녀의 물음에 론은 주위를 빙 둘러본다. 그렇다. 이건 도시라 하기엔 너무 작았다. 이건 마을이다. 크기는 약5만㎥ 정도. 이 괴물들의 생활방식은 잘 몰랐지만 체구와 마을의 크기를 감안해 볼 때 적어도 300마리 정도가 살고 있을 거라는 짐작을 해본다. 또한 갑작스런 마을의 발견에 로베르토는 무척 놀랐고 급한 마음에 도시라 생각했으리라 추측하며 고개를 진에게로 돌린다. 진의 왜 대답이 없냐 라는 질책이 담긴 눈빛을 받으며 론은 씩 웃어 보인다.
"과학자의 느낌이죠."
나무로 만들어진 울타리와는 달리 집은 모두 회색 진흙벽돌로 만들어 진 것들로 낮지만 단단해 보였고 지붕은 둥근 원형 모양 이였다. 벽돌 위에 화덕을 발라 놓은 듯 각 진 곳이 없이 둥글둥글 하다. 흡사 예전의 에스키모들의 벙걸로를 닮은 모습이다. 그런 크고 작은 벙걸로가 두 개씩 이여 진 것도 보이고 세게, 네게 씩 합쳐진 것 도 눈에 들어온다. 길 양가에는 어떻게 알았는지 그들을 보기 위해 몰려나온 크고 작은 괴물들이 둘러서 있었고 그 괴물들 틈 사이로 그들의 크기에 밀려 마치 난쟁이처럼 보이는 대형 개구리들이 자신들의 혼탁한 눈을 끔벅거리고 있었다. 수만은 눈길을 받으며 마을의 대로를 따라 마을 중앙에 솟아 있는 탑으로 향해 나아간다. 가까이 다가가니 그건 탑이 아닌 신전처럼 생긴 건축물 이였다. 건축물 위에 높다랗게 솟은 탑 모양의 지붕과 기둥을 바치는 괴물 모양의 조각들은 회색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중세 시대의 '가고일' 그것을 연상케 하였다. 소박하지만 위엄 있어 보이는 신전이다. 보초병의 인상을 심어주는 두 마리의 괴물을 지나 신전 안으로 들어간다. 커다란 비석모양의 문이 좌우로 열리며 널찍한 공간이 펼쳐졌!
!
다. 천장이 무려 10m 는 되어 보이는 높이에 문과 정면의 끝이 30m 정도였다. 진흙으로 어떻게 이런 신전을 만들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신전 앞에는 네모 나게 다듬은 커다란 돌을 차곡차곡 싸 올린 제단이 있었고 그 주위를 하얀 옷을 입고 있는 괴물들과 기름으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화로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가운데에 비어 있는 돌을 깎아 만든 크고 화려한 의자하나가 이 신전 안 최선임자의 자리임을 나타내었다. 론과 진을 신전 가운데로 데려온 괴물 일행중의 우두머리가 앞으로 걸어가 흰옷을 입은 괴물들에게 으르렁거리며 그들만의 대화를 시작했고 나머지는 뒤를 돌아 나가 버렸다. 흰색 옷을 입은 괴물무리들이 론과 진을 당황과 의심스런 눈으로 쳐다본다. 대화가 끝난 흰색 옷의 괴물이 허둥지둥 의자 뒤편으로 나아 있는 통로 속으로 사라진다. 침묵의 시간이 흘러간다. 10분 정도 뒤에 달려나갔던 괴물이 다시 들어와 자신이 서있던 곳에 제 위치했고 그 뒤로 느릿느릿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터벅터벅 신전의 분위기 때문인지 발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드디어 그것이 모습을 나타내며 돌 의자에 앉는다. 두 손을 모아 깍지를 끼?
?몸을 비스듬히 하여 다리를 꼰다 그리고 미소지어 보이며 론과 진을 내려다본다. 눈과 눈이 마주친다. 론과 진은 너무 놀라 말을 잊지 못한다. 이해할 수 없는 혼란 속에 빠져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그것의 미소가 더욱 커진다.
"오랜만이군요 캡틴. 론, 그리고 진 대령."
론과 진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제 생각보다는 좀 오래 걸린 것 같지만 아마도 태풍 때문이었겠군요."
그렇다. 지금 제단 위 돌 의자에 앉자 자신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는 저것 아니 저 사람은 바로 로베르토이었던 것이다. 론이 애써 입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