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합방은 5일부터 광주 서구 치평동에서 생활을 시작한 손지환의 오피스텔에 심재학이 6일 합류하면서 이뤄졌다. 광주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손지환은 혼자 살 수밖에 없지만, 심재학은 가족이 광주로 이사를 하는 3월까지 마땅히 지낼 곳이 없었다.
심재학은 자신의 트레이드 소식을 듣자마자 맨 먼저 손지환에게 전화를 했을 만큼 이들은 LG 시절부터 막역한 사이다. 손지환이 입단한 97년부터 98년까지는 원정경기 룸메이트로 지내기도 했다. 심재학은 지난달 12일 입단식을 한 뒤 손지환과 함께 손지환의 모교인 서울 휘문고와 청담동에 있는 헬스클럽에서 '합동훈련'을 했다.
당장은 심재학이 얹혀 사는 입장이지만 손지환도 기분이 좋다. 앞이 캄캄하던 객지 생활에 천군만마를 얻었기 때문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동거지만 이들은 이참에 '기아맨'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이적 설움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새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면서 이미 제2의 야구인생을 별렀다.
지난 95년 데뷔한 심재학은 올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2001년 타격 2위를 차지한 뒤 깎아먹고 있는 평균점수를 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LG에서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손지환은 주전으로 성장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