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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대인, 지금 다른 분들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서 가시지요."
창 밖으로 동정호의 푸른 수면에 담겨 있는 초승달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왕질악의 정신을 일깨우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왕질악이 뒤로 돌아보니 악양루의 총관 일을 하고 있는 노인이 서 있었다.
"아, 이 총관이구려.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말하면서 왕질악은 발걸음을 옮겼다.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어느새 시간은 한 밤중이 되었고, 군산에서 일을 꾸미고 있던 동료들이 악양루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악양루에 마련된 한 밀실에 왕질악이 들어서면서 운룡회의 회의가 시작되었다.
"혈룡이 죽었소."
한 사람이 침통한 어조로 말했다. 밀실 안의 분위기는 숙연해진 상태였다.
"시신은 누가 수습했습니까?"
"혈룡이 뒤를 봐주던 낙양 소화루의 총관과 기녀들이 장례를 치렀다고 하더군요."
"칠호가 빨리 돌아와야 할텐데--."
그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왕질악은 불쾌한 얼굴로 동료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딴말은 그만하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지. 나중에 우리에게 합류했던 혈룡에 대해 우리 중에 슬퍼할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 개봉의 일로 우리가 이렇게 모인 것이 아니었던가?"
대놓고 말하는 왕질악에게 나머지 세 사람은 대놓고 말하기가 상당히 어려웠지만 그래도 말해야 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내친 김이라는 듯 입을 연 것은 현재 무당파의 장문인으로 있는 검룡 임지한이었다.
"말해."
심통이 잔뜩 난 어투로 왕질악이 으르렁거렸다.
"현재 우리의 계획대로 새로운 중원 무림맹을 만드는 일은 착착 진행되고 있고---. 그래서 우리 세 사람은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것을 자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네."
"그래서 나보고 북해로 가는 그자를 막으라고?"
"자네 밖에 없지 않은가?"
"나보고 죽으라는 소리인가? 그자의 무공을 내가 이길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아니겠지?"
"누가 자네보고 싸우라고 하던가? 단지---."
"단지 뭔가?"
임지한은 대답 대신에 다른 두 명의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임지한 대신 곤륜파의 장문인이 된 금룡 진하정이 입을 열었다.
"우리의 일이 끝날 때까지 그자의 발을 묶어 놓는 일을 하는 것이 자네의 일이지. 북해로 가는 길을 늦추고, 북해에서 중원으로 돌아오는 길도 늦추기만 하면 되네. 시간을 버는 일을 자네가 맡아주기를 바라네."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이지?"
"우리는 지금 악양의 악양루에 있지 않은가?"
"그래, 그자는 우리보다 훨씬 북쪽의 개봉에 있고 이미 출발한 상태지. 자네들도 이미 보고를 받았겠지만 그자의 경공은 상상을 초월한 경지에 이르게 있네. 어떻게 그자보다 먼저 북해로 가서 내가 일을 꾸밀 수 있겠는가?"
"걱정하지 말게. 그자의 발걸음을 지연시키기 위해 우리들은 숨겨 놓았던 부하들을 동원한 상태일세."
"군산의 무림대회에서 출발하게 된 군웅들은 어찌할 셈인가?"
"계획대로 우리가 마련한 증인만 남겨두고 모두 죽여야지."
동료들의 말을 들으면서 왕질악의 얼굴 위로 쓴웃음이 피어올랐다. 지금 자신과 마주하고 있는 세 사람은 구대문파 중의 세 문파의 장문이라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정도(正道)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 할말은 결코 아니었다. 왕질악 역시 개방에 소속되어 있었으니 정도 쪽의 사람이라 할 수 있었지만, 그 역시 정(正)이라고 말 할 수는 없었다. 황산에서 칠호를 만난 순간부터 그는 이쪽도 저쪽도 아닌 희색의 인간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언제 떠나는가?"
왕질악이 물었다.
"내일 아침에 세 방면으로 떠날 예정이야. 무림맹주가 될만한 가능성을 가진 자들이 무리를 이끌고 떠나게 될 것이네."
임지한이 대답해 주었다.
"그럼 방소구란 자는 지금 어디에 있나?"
"그자는 지금 오대산에 붙잡혀 있네."
이번에 대답을 한 것은 종남파의 장문이자 운룡회의 독룡인 남명이었다.
"어떻게?"
"오대산에 있는 산적들 소굴에서 최소한 사흘은 붙잡아 놓을 수 있을 것이네. 그자가 엄청 게으르고 잠자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자네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네. 게다가 식탐 또한 장난이 아닌 자이지. 죽이기는 어렵지만 그자를 붙잡는 일은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침대만 있으면 그자의 걸음을 지연시킬 수는 있네."
"오대산에 숨어 있는 홍방의 힘을 사용한 것인가? 잘못하면 들키고 그곳에 숨어 있는 모두가 죽을 수도 있는 일일세."
왕질악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하자 거의 동시에 두 마디의 말이 흘러나왔다.
"걱정하지 말게. 진짜 산적들을 동원 한 것이니---."
"시간을 지체할 수 없으니 어서 가 보게. 오대산의 그 장소로 가면 자네를 위해 준비한 물건들이 있을 것이네. 북쪽으로 가는 무림인들의 처리 또한 자네의 손에 맡기지. 그리고 빙궁으로 가는 무리를 대표하는 사람은 자네에게 아주 반가운 사람일세."
"무슨 소리지?"
"취문설개가 빙궁으로 가는 자들의 대표가 되었지."
"그렇다면--? 내가 반드시 북해로 가야겠군."
왕질악의 입가에 살기가 물씬 풍기는 미소가 배어 나왔다. 비록 두 번째 사부가 되어준 취문설개였지만 왕질악은 그를 사부로 여기지 않았고, 첫 번째 사부인 협개 왕소팔에 대한 원한은 죽는 그 순간까지 잊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왕질악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리 가서 북해를 찾아 나선 무림인들 그리고 취문설개와 방소구를 상대할 준비를 해야만 했으니 시간을 아껴야 했다.
산서성의 북동부에 위치한 망해봉, 계월봉, 금수봉, 엽두봉, 취암봉 다섯개의 봉우리가 이어져 있어서 오대산이라 불리는 커다란 산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봉우리마다 크고 작은 사찰과 암자들이 늘어서 있고 문수보살이 현신 했다고 알려진 불문의 성지라 일컬어지는 오대산을 참배하러 오는 순례객들을 상대하기 위한 객잔들도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산이었다. 그런 오대산에서 산적질을 해 먹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지금처럼 어려운 적은 한번도 없었던 산적들이었다.
그 오대산 망해봉의 한쪽 귀퉁이를 차지해서 살고 있던 산적들은 이틀 전 들이닥친 한명의 불한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었다.
"두목님, 어쩌죠? 재료가 동이 났다고 요리사가 손을 놓고 있습니다."
"끄--응."
멍한 얼굴로 하늘만 바라보고 있던 털북숭이 장한이 앓는 소리를 내뱉더니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뭐가 부족하다는 거야? 음식을 제 때 갖다 주지 않으면 또 어느 놈의 다리가 분질러질지 모르는 일이다. 어서 준비를 해야지?"
"재료를 사기 위해 산아래 태평구로 제가 부하들을 보냈지만--, 아무리 빨라도 재료를 가지고 돌아오려면 내일까지는 시간이 걸릴 겁니다."
"아니, 전직 궁중요리사라는 놈이 재료가 부족하다고 요리를 안 하면 어쩌자는 거냐? 재료가 없어도 맛있는 요리를 만들 줄 알아야 일류 요리사라고 떠벌리던 놈이--, 이제와서 재료 타박이야?"
산채의 한쪽 구석에 서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은 오대산 산적들의 두목인 강칠복과 부두목인 유광이었다. 두 사람 모두 얼굴 한쪽에 파란 멍을 달고 한 사람은 목발을 짚고 있고 한 사람은 한쪽 손이 붕대로 칭칭 감고 가슴에 고정된 것이, 하나는 다리가 부러지고 하나는 팔이 부러진 모양이었다.
"저 불한당이 언제 떠난 다냐? 벼룩의 간을 빼먹지. 이런 가난한 산채에 들이닥쳐서---, 우리 재산이 완전 거덜나는구나. 유광아, 창고에 남은 돈이 있냐?"
"오늘 재료를 사러 보낸 부하들이 구리돈한문까지 싹싹 쓸어갔습니다."
산채의 한 가운데 있는 화려하고 푹신한 침상 위에 드러누워 있는 소구의 얼굴 위로 피식 웃음이 피어올랐다.
벽이 가로 막혀 있고 밖에서 소근거리고 있었지만, 이 산채의 두목과 부두목이 하는 말을 모두 듣고 있던 소구였다.
"흠, 이제 이곳에서 쉴 만큼 쉬었으니 떠나야지. 더 있어 보았자 먹을 것도 안 나올 것 같고---. 그나저나 산적 소굴에 궁중 요리사라--? 그 정도 실력이면 어디 가서도 대접받으면서 살 수 있을 텐데--, 하여튼 모처럼 입이 호강을 하게 되었어."
말을 하고 있는 방소구는 하도 먹어대서 툭 튀어나온 배를 쓰다듬으면서 흐뭇한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이틀 전 방소구는 개봉을 떠날 때 내공이 부족해서 시전하지 못한 혼천독보를 사용해서 단숨에 북해로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제 내공이 충분하니 혼천문의 보법이자 경공인 혼천독보를 사용한다면 한달음에 원하는 장소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한 걸음을 내디디면서 도착한 곳은 원하던 눈과 얼음으로 가득 찬 북해의 대지가 아니라 하얀 꽃들이 만발한 목화밭 한 가운데의 허공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늘 그렇듯이 소구를 열 받게 만드는 혼천문의 무학은 시전 했다하면 내공이 바닥을 기게 만들었다. 이래서야 다시 혼천독보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아니 상승의 다른 무공 또한 사용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상승의 무공일수록 보다 많은 내공을 필요로 하고 있고 어디에서 어떤 적을 만나게 될지 모르는 소구의 입장에서는 어디 은밀한 곳을 찾아 심법을 운용해 소모된 내공을 보충하고 몸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었다.
"제기랄, 지금쯤이면 내공이 충분한 줄 알았더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내공이 있어야 마음대로 써먹을 수 있는 거지?"
허공에 떠 있는 상태로 소구는 밑에 보이는 목화밭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목화밭에서 일하고 있던 농부 하나가 놀라서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던 소구의 신형은 다음 순간 허공에서 사라졌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
다른 말은 생각나지도 않는지 눈을 꼭 감은 채 관세음보살이라는 말만을 반복하고 있던 한 농부는 갑자기 어깨를 툭툭거리는 손길을 느끼면서 정신을 차렸지만 겁에 질려버렸다. 밭 한 가운데 서 있는 그의 주위에는 조금 전까지 아무도 없다가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어깨를 건드리고 있으니 조금 전 하늘 위에 나타난 낮 귀신(?) 밖에 없었다.
"누--누구요?"
잔뜩 겁에 질린 채 식은 땀을 흘리며 그 농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곳이 어디죠?"
"여기는 하북성의 석가장 근처에 있는 오촌이란 곳이 외다."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예의바르게 인사까지 하는 소구였지만 농부는 뒤에 서 있는 귀신이 어서 빨리 사라지라고 속으로 빌고 있었다. 밤에 나타나는 귀신보다 이렇게 대낮에 나타나는 귀신이 훨씬 무섭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 농부는 지금 까무러치기 일보직전이었다.
한참을 가위에 눌린 것처럼 꼼짝을 못하고 있던 농부는 가만히 실눈을 뜨고 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휴--우, 살았다. 귀신 중에 제일 무섭다는 낮 귀신이 나타나다니---? 오늘은 그만 일하고 집에 가서 쉬어야겠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한 농부는 비틀거리면서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럴 때는 집에 가서 쉬는 게 상책이었다. 집에 돌아가자마자 일하기 싫어서 귀신 핑계를 대고 놀려고 한다고 어머니에게 주걱으로 얻어터지게 되는 일이 그 농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걸 알리 없는 농부는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좀 쉬고 싶을 뿐이었다.
농부와 헤어지고 바로 산 속의 한 동굴에 숨어서 소모된 내공을 보충하기 위해 심법을 운행하고 있던 소구가 다시 정신을 차린 것은 한 밤중이 되어서였다.
"킁 킁, 이게 무슨 냄새지?"
내공을 운기하다 말고 소구는 앉아있던 바위에서 벌떡 일어섰다. 식욕을 자극하는 향긋한 내음이 동굴 안까지 솔솔 풍겨오고 있었다.
"뭔가 아주 맛있는 것이 기다리는 것 같은데----?"
냄새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 소구의 입가에는 군침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도착한 산중턱의 공터, 한 가운데 모닥불 위에 한 마리 멧돼지가 구워지고 있었고 주위에는 군침을 흘리며 앉아 있는 무리들이 보였다.
산서성에서 가장 큰 성도인 태원에서 잘 나가고 있던 전 궁중 요리사 정문주는 속으로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모닥불 위에 구워지고 있는 멧돼지에 꿀을 바르고 있었다. 어쩌다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쫓겨다니다가 이른 곳이 이 오대산이었고 이곳에서 그는 산적들을 위해 요리를 해야 했다. 황제의 수라상을 만들던 손이 산적들을 위해 요리를 만들게 되었다는게 그를 무척이나 비참하게 만들고 있었다.
"다 익은 것 같은데 이제 그만 먹자고!"
산적들 중의 하나가 소리쳤다.
"아직 안 익었으니 좀 기다리셔야 됩니다, 나으리들!"
요리사의 외침에 산적들은 침만 삼키며 모닥불을 바라보고---.
"저기 만들고 있는 요리가 뭐래요?"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건드리면서 질문을 던지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대산 산적패의 부두목인 유광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입을 열었다.
"저게 서양인들이 먹는 바-바--바베-- 뭐 뭐였더라? 어이! 그 요리 이름이 뭐라고 했지?"
대답하다말고 유광은 한참 요리를 만들기에 정신이 없는 요리사를 향해 소리쳤다.
"벌써 몇 번을 말씀 드린 겁니까?! 바베큐! 바베큐라고요!"
이미 같은 질문을 여러번 받았는지 모닥불 옆에서 요리를 만들고 있는 요리사의 입에서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들었지? 저게 서양인들이 먹는 바--바--베-- 뭐라는 요리란다."
대답을 하다말고 유광은 방금 들은 목소리가 처음 듣는 목소리라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갈색의 장삼에 등에 옷 보따리로 보이는 보자기를 매고 있는 삼십대 초반의 좀 졸려 보이는 얼굴을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유광이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넌 누구냐?!"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유광의 등에 매어져 있던 검이 뽑혀 나왔다.
소구의 입가로 피식 가소롭다는 웃음이 흘렀다.
"너희들 산적 맞지?"
소구가 질문을 던지고 있을 때, 모닥불 주위에 몰려있던 산적들은 저마다의 무기를 쥔 채 소구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모닥불 옆에 서 있던 요리사 역시 부엌칼을 손에 쥐고 소구를 노려보고--.
소구는 모닥불 위에 타고 있는 요리를 보면서 소리쳤다.
"어이 요리사! 넌 안 때릴테니까 어서 요리나 만들어! 요리 탄다!"
무기를 들고 소구를 공격하려던 산적들 역시 요리사를 향해 소리쳤다.
"요리사는 요리나 만들라고!"
거기 모여 있는 모두의 관심은 구수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모닥불 위에 구워지고 있는 요리였다. 산적들 중에 두목으로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겁도 없이 우리 산채에 숨어 들어오다니! 간이 부었구나!"
키가 육척이 넘는 장신에 온 몸이 근육으로 뭉친 듯한 털북숭이가 도끼를 휘두르며 소리치고 그 앞에 서 있는 소구는 상대적으로 너무나 왜소해 보였다.
"네가 이 산채의 두목이냐?"
소구는 앞으로 나선 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다! 내가 오대산 산적들의 두목인 강칠복이다!"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강칠복이 소리쳤다.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 모양인지 산적들이 한꺼번에 소구를 향해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암기를 날리는 자도 있고 화살을 날리는 자도 있었다. 검이나 무식하게 생긴 도끼를 휘두르는 놈도 있었고---.
오대산의 이십여명의 산적 패거리들은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었다.
"와 아아!"
함성을 내지르면서 맨 앞에 들려든 커다란 쌍날의 도끼를 휘두르는 자가 덤벼들기가 무섭게 이마에 커다란 혹 하나를 달고 뒤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이자들은 수를 믿고 있는 것인지 벌때처럼 소구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결과는 이미 결정난 상태였다. 실력의 차이가 너무나 벌어져서 개미가 호랑이에게 덤벼드는 꼴이었다. 산적들은 한결같이 이마에 커다란 혹을 달고 뒤로 날아가 땅바닥에 엎어지는 일을 반복하고--.
하품을 내쉬면서 손가락만을 퉁기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소구는 슬슬 짜증이 일고 있었다. 산적들 대부분이 깨달았는지 바닥에 엎어져서 두려운 눈으로 소구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오직 한 사람만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덤벼들고 있었다.
오대산의 산적 패거리들은 갑자기 그들 사이에 나타난 자가 무림의 고수라는 것도 그리고 마음만 자신들의 목숨이 순식간에 이승을 떠나리라는 것도 깨달은 상태였다. 그러나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땅바닥에 엎어졌다 또 소구를 향해 도끼를 휘두르며 덤비는 인간이 하나 있었다. 그런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게 된 요리사는 싸움에 끼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와아아!"
바닥에 엎어져 있던 산적두목 강칠복은 다시 도끼를 휘두르며 소구를 향해 달려들었다.
"딱!"
그리고 이번에도 변함없이 이마에 꿀밤 한 대를 맞고 뒤로 일장여는 날아가 땅바닥에 처박혔다.
입가에 게거품을 물고 있으면서도 오대산 산적들의 두목 강칠복은 포기하지 않았는지 다시 도끼를 들고 소구를 향해 달려들었다.
"딱!"
다시 한번 이마를 소구의 손가락과 접촉한 산적 두목은 다시 붕 날아서 땅 바닥에 처박혔다.
이미 다른 산적들은 모두 땅바닥에 엎어져서 두려운 눈으로 소구를 바라보며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지만 정신이 횟가닥 한 상태인 강칠복은 도끼를 휘두르며 무작정 달려드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확실히 무식하면 용감했다.
한 손은 뒷짐을 지고 다른 한 손의 손가락 하나만 가지고 산적들의 두목을 가지고 노는 소구는 인내가 바닥에 이르고 있었다. 복수와 관계된 자가 아니라면 결코 죽일 생각이 없는 소구였지만 죽여도 할 말이 없는 산적에게 더 이상의 자비는 베풀 생각이 일지 않고 있었다.
"와아와!"
다시 한번 기합을 내지르면서 소구를 향해 달려드는 산적 두목을 바라보면서 소구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이 정도면 알아들을 수도 있으련만 이 무식한 산적 두목은 죽기를 자청하고 있었다. 사람 목숨이 귀하다는 것을 소구 역시 모르는 바가 아니었지만 이렇게 죽여달라고 하는 인간을 계속 봐주기도 귀찮았다.
첫댓글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무식하면 용감하죠~
즐감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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