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 눈이 초점을 잃었다가 되찾았다
오늘 오전,
신문을 읽으려고 가만히 글자를 바라보는데
눈이 갑자기 ‘휘익—’ 하고 초점을 잃어버렸다.
“형님, 잠깐만요.
오늘은 자동초점 기능이 좀 늦습니다.”
이게 사람 눈에서 나올 말인가.
나는 신문을 멀리했다가 가까이했다가,
위로 들었다가 아래로 내리다가
마치 무슨 비밀번호 찾듯 움직였다.
그때 눈이 슬며시 말을 건넸다.
“형님,
잘 보이게 하려면
먼저 마음을 좀 가라앉히세요.
요즘 너무 빠르게 보려고만 하십니다.”
순간 뜨끔했다.
맞다.
눈의 문제라기보다
내가 마음을 급하게 쓰고 있었다.
눈은 아주 정중하게 설명까지 한다.
“제가 초점을 잃은 이유는
풍경을 천천히 보지 않으셔서입니다.
세상은 느리게 봐야… 선명해집니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나이 들수록 눈이 흐려지는 게 아니라
세상을 천천히 보라는 신호가 오는 것이다.**
젊을 땐 빨리 보고 빨리 판단했고
그걸 능력으로 착각했다.
지금은 흐릿해지는 순간이
오히려 내 마음을 진정시킨다.
조금 쉬고 다시 신문을 보니
눈이 말했다.
“이제 준비됐습니다.
천천히 넘기세요.
세상도 글자도…
형님 마음속 리듬에 맞춰져야 합니다.”
나이 든다는 건
눈이 아니라
‘시선’이 성숙해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 탁구시인
첫댓글 그심정을 이해할거 같아요 ㅎㅎ
지존이님,
웃으며 공감해 주셔서
눈도 마음도 한결 편해졌습니다. ㅎㅎ
이해받는 순간이
가장 선명해지는 때인 것 같습니다.
눈이 흐려진다는건
서두르지 말고
차분해지라는 뜻도 있는거겠죠
시야가 흐려짐은
적당히 보고살고
귀가 잘 들리지 않음도
적당히 듣고 살라는 하늘의 뜻이라고
어디서 들은 풍월입니다
정 아님,
말씀 하나하나가
이 글의 다음 문장처럼 느껴졌습니다.
적당히 보고,
적당히 듣고 사는 일—
그게 나이의 지혜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고운 풍월, 고맙습니다.
살아오면서 본인도 모르게 생겨진 편견으로 대충 짐작하고 판단하는 일이 많아 지는거 같아요
모든 운동이 그러겠지만
댄스는 정말 발하나 내 딛는것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인체공학에 맞춘 과학적이라 얼마나 복잡하고 정확해야 하는데
대충 하는 사람들
머리속의 알고있는 이론대로 본인이 다 하고 있는것으로 착각하고 어지간히 좀 한다싶은 남자들 모두다 선무당 사람잡는일 엄청 하거든요
모 카님,
초점 이야기에서
판단과 편견까지 이어주셔서
글의 시야가 한층 넓어졌습니다.
대충 안다는 착각이
가장 위험하다는 말씀,
눈이 흐려질수록
오히려 더 정확해져야 할 이유를
잘 짚어주셨습니다.
깊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노화되는 시력과 판단력을 어르고 달래시면서 성숙해 지는 과정이라 스스로 다독이시고...
읽으며 난 아직 시력좋으니 뭐라 자랑 해야지 했는데, 자상한 말씀에 부끄러워지네요.ㅎㅎ
커쇼님,
자랑하셔도 될 시력이지만
그보다 더 귀한 건
이렇게 겸손해지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ㅎㅎ
읽으며 부끄러워졌다는 말씀에
글 쓴 사람도 함께 다독여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천천히 본 만큼 생각은 정확하고 확실하게 정리가 되는 나이지요
쓸데없이 바쁘게 촐싹 대던 시선도 원하는 곳만 오래 응시하게 되는
그러면서 지난 날 무분별하게 쓸어 담았던 잔상들 하나 둘 버리고
잊고 이젠 한 곳만 보고 살아도 충분한 것을
운선님,
댓글이 아니라
한 편의 시를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잔상을 버리고
한 곳만 오래 바라봐도 충분해지는 나이—
이 글이 가고 싶었던 끝자락을
아주 정확히 데려다 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나이가 들면 이제 모든 것을 비우고 천천히 꼭 필요한 일만하기도
힘이 듭니다
만장봉님,
비우는 일조차 힘이 드는 나이—
그 말씀 속에
삶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꼭 필요한 것만 남기려는 마음이
소중해지는 것 같습니다.
공감의 말씀, 고맙습니다.
하여튼 탁구시인님을 가르치는 분들이 한 둘이 아니로군요.
탁구공, 심장, 오늘은 눈까지, 다음은 귀, 입, 차례가 되겠군요.
레슨 받으시는대로 삶의 방에 전부다 이실직고 하시기 바랍니다. 하하하
점입가경이라고 합니다만 올리시는 글이 전부다 흔히 볼 수 없는 희귀한 문체여서
글을 읽으며 무릎을 칠 때가 많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곡즉전님,
말씀대로 요즘 제 인생은
신체 부위별 순환 레슨 중입니다.
탁구공 → 심장 → 눈까지 왔으니
곧 귀와 입 차례도 오겠지요. 하하.
레슨 받은 대로
숨김없이 하나씩 이실직고하고 있으니
그 점만은 성실한 제자라 봐주십시오.
과분한 읽기와 격려 덕분에
무릎 칠 힘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도
오늘 알았습니다.
새해에도 웃음 잃지 마시고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늘 평범한 사물에게서도 마음을 열고 깨우치시는 탁구시인님의 깊은 안목과 열린 사고가 저를 생각하고 돌아보게 만드십니다.
리진님,
평범한 것에서 마음을 열어보려는 시선을
이렇게 곱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글이 리진님께
잠시라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면
그걸로 충분히 보람 있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