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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풀이 사마천 사기열전 28. 손빈孫?편 ? 엉켜있는 실타래를 주먹으로 풀 수 없다손빈 孫?손무가 죽고나서 100여년 후에 손빈(孫?)이 등장했다. 손빈은 손무의 자손이다. 일찍이 손빈은 방연(龐涓)과 함께 병법을 배웠다. 방연은 위(魏)나라 혜왕의 장군이 되었다. 그러나 자신의 재능이 손빈에 못 미친다고 여기고 있었다. 방연은 몰래 사람을 시켜 손빈을 불렀다. 손빈이 도착하자, 방연은 손빈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두 다리를 자르고 얼굴에 죄인이라는 문신을 새겼다. 손빈이 세상에 나타나지 못하게 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그 뒤 제나라 사신이 위나라 도읍 대량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손빈은 몰래 제나라 사신을 만나 자기 뜻을 밝혔다. 제나라 사신은 손빈이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하여 몰래 수레에 태워 제나라로 데리고 갔다. 제나라 장군 전기(田忌)는 손빈의 재능을 높이 사 빈객으로 예우해 주었다. 전기는 제나라의 공자들과 경마로 내기를 하곤 하였다. 손빈은 경마에 나서는 말들이 빠르기에는 별 차이가 없으나 상, 중, 하 세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음을 알아내고 전기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가능한 한 큰돈을 걸고 내기를 하십시오. 제게 반드시 이길 계책이 있습니다.” 전기는 그 말을 믿고 제나라 위왕(威王)과 여러 공자들와 어울려 천금을 걸고 경마를 벌였다. 경마가 시작되기 전에 손빈이 계책을 일러주었다. “장군의 하급마를 상대의 상급마와, 상급마를 중급마와, 중급마를 하급마와 겨루게 하십시오.” 전기의 첫 번째 말은 졌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말은 이겼다. 전기는 덕분에 천금을 벌었다. 전기가 손빈을 위왕에게 천거하자 위왕은 병법을 물어보고 손빈을 스승으로 삼았다. 그 후 위(魏)나라가 조(趙)나라를 공격하자, 다급해진 조나라가 제나라에 구원을 요청하였다. 위왕이 손빈을 장군으로 삼으려고 하자 손빈은 사양하였다. “형벌을 받은 자는 장군이 될 수 없사옵니다.” 그래서 위왕은 전기를 장군으로 삼고 손빈을 군사로 삼아 휘장을 친 수레 안에서 작전을 짜내도록 하였다. 전기가 군대를 이끌고 조나라로 가려 하자 손빈이 막았다. “어지럽게 엉켜 있는 실타래를 풀 때 주먹으로 내리쳐 봤자 소용없고, 싸우는 사람을 말릴 때는 끼어 들어 주먹을 휘둘러 봤자 소용없습니다. 지금 위나라는 조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날렵한 병사들을 모두 전쟁터에 동원한 까닭에 나라 안에는 노약자들만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장군께서는 병사들을 이끌고 속히 위나라 도읍 대량으로 진격하여 중요한 길목을 차지한 후 방비가 약한 곳을 치십시오. 그러면 위나라 군대는 틀림없이 조나라에 대한 공격을 포기하고 자기 나라를 구하러 돌아올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조나라를 구해 주는 동시에 위나라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전기가 손빈의 계책에 따라 행동을 개시하자 조나라의 도읍 한단을 공격하고 있던 위나라 군대가 철군하였다. 위나라 군대는 계릉에서 제나라 군대와 싸움을 벌였으나 대패하였다. 그로부터 13년 후, 위나라와 조나라가 함께 한나라를 침공하자 한나라에서 제나라에 도움을 요청하였다. 제나라에서는 전기를 장군으로 삼아 곧장 위나라의 도읍 대량으로 진격하게 하였다. 위나라 장군 방연은 이 소식을 듣고 한나라를 떠나 본국으로 돌아갔으나 제나라 군대는 이미 위나라 국경을 넘어 진격하는 중이었다. 손빈은 전기에게 계책을 말하였다. “위나라 병사들은 사납고 용맹스럽지만 제나라를 무시하며 제나라 병사를 겁쟁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 점을 이용해야 합니다. 무릇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주어진 상황을 자기 쪽에 유리하게 만드는 법입니다. 병법에 ‘적군을 100리 밖까지 추격하면 상장군을 잃게 되고 50리를 추격하면 병사들의 절반밖에 도착하지 못한다’라고 했습니다. 장군께서는 위나라 땅에 들어서시면 병사들에게 10만개의 아궁이를 만들게 하고 둘째 날에는 5만 개의 아궁이를 만들게 하며 셋째 날에는 3만개를 만들게 하십시오.” 방연은 아궁이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매우 기뻐하였다. “내 진작부터 제나라 병사들이 겁쟁이인 줄 알고 있었다. 우리 땅을 침범한 지 사흘만에 도망친 병사들이 절반을 넘었지 않는가?” 방연은 보병들을 남겨 두고 날쌘 정예부대를 이끌고 이틀거리를 하루에 달리며 제나라 군대를 쫓아갔다. 손빈이 방연의 진군 속도를 계산해 보니 밤이 되면 마릉(馬陵)에 도착할 것 같았다. 마릉은 길이 좁은데다가 길 양쪽으로 험한 산이 많아 병사들을 매복시키기 좋았다. 손빈은 길 가에 있는 큰 나무의 껍질을 벗겨 내고 흰 나무 속에 글을 썼다. “방연은 오늘 이 나무 아래서 죽는다.” 그리고 활 잘 쏘는 병사 만 명을 골라 길 양쪽에 매복시키고 명령을 내렸다. “밤에 불빛이 보이면 그곳을 향해 일제히 활을 쏘아라.” 손빈의 예상대로 방연은 밤중에 그 나무 밑에 이르렀다. 방연은 흰 나무에 쓴 글을 발견하고 불을 밝혀 비추어 보았다. 그 글을 다 읽기도 전에 제나라 병사들의 화살이 소나기처럼 날아들었다. 위나라 군대는 혼비백산하여 뿔뿔이 흩어졌다. 방연은 함정에 빠졌다는 걸 깨달았다. “결국은 손빈, 네 놈의 이름만 날리게 해 주고 말았구나.” 방연은 스스로 목을 찔러 자결하고 말았다. 제나라 군대는 승전의 여세를 몰아 위나라 군대를 전멸시키고 위나라의 태자를 포로로 잡아 개선하였다. 손빈은 이 전투로 천하의 명성을 얻었고 그의 병법 또한 세상에 전해지게 되었다. |
출처: 시간과공간 원문보기 글쓴이: 재휘애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