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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몸을 씻고 억지로 옷을 입고 엉금엉금 기어 동굴로 돌아오며 스님이 팔찌와 족쇄 때문에 울 날이 있을 것이라 하신 말씀의 뜻을 알 것 같다. 겨우겨우 동굴이 도착하자 스님이 영섭에게 차를 주시며 마시고 옷을 벗고 누우라고 하신다.
영섭이 눕자 영섭이 맞은 자리마다 뜸을 떠 주시는 스님.
뜸을 뜨고 일어난 영섭은 몸 상태가 훨씬 좋아진 것 같다.
“네가 오늘 맞은 자리는 내가 조금만 더 힘을 실었더라면 죽거나 병신이 되는 곳이다. 그런 곳이 우리 몸에는 30여 군데가 넘는데 내가 너에게 가르쳐 주려는 곳은 30 군데이다. 나머지는 네가 숙련을 마치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오늘부터 한 달간은 오늘 맞은 자리만 맞을 것이다. 오늘은 이만 쉬어라.”
자리에 누운 영섭은 만감이 교차한다. 지금까지 많은 운동을 하며 많이 맞아 보았지만, 오늘처럼 녹초가 되도록 아니 고통으로 땅을 뿔뿔 기도록 아프게 그렇게 많이 맞아 보기는 처음이다.
몸이 분리되는 것 같고, 오장육보가 모두 입으로 쏟아지는 것 같은 고통으로 숨이 턱턱 막히고, 땅을 뻘뻘기며 눈물과 콧물을 흘리고,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되어 콩가루를 듬뿍 묻힌 인절미 꼴이 되도록 맞아 보기는.
공연히 시작한 것이 아닌가, 지금이라도 못하겠다고 할까.
이러한 매를 앞으로 5개월을 맞아야 한다니 내가 무슨 얼마나 대단한 무인이 되겠다고.
혼자 있을 때는 이렇게 별생각을 다 했지만, 스님 앞에 서면 못 하겠다는 소리가 안 나왔다.
스님의 진지한 모습과 스님의 몸에서 나오는 어떤 위엄 같은 것이 영섭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다음 날부터 이런 훈련이 계속되었다.
낮에는 봇짐을 지고 산꼭대기까지 가서 스님이 묻어 놓은 젓가락을 가져오고 밤에는 7시부터 9시까지 진땀과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땅바닥을 이리 구르고 저리 뒹굴고 때로는 뻘뻘기면서 그러면서 한 대라도 덜 맞으려고 손과 발을 휘저었다.
그러고 나면 맞을 매는 다 맞고 휘둘러댄 팔과 다리는 팔찌와 족쇄 무게로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아 매 맞은 급소보다 더 아프다.
정말로 팔찌와 족쇄를 떼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대련할 때 차라리 가만히 서서 매를 맞으려 하였지만, 사람의 본능이 남이 때리려고 하면 막으려고 하게 되고 잠시라도 행동이 느려지면 스님의 매가 더 세어져 어쩔 수 없이 손짓과 발길질을 해야 했다.
이렇게 흠뻑 맞고 나면 목욕하고 차 마시고 뜸 뜨고
그동안 고통으로 몇 번이고 그만두겠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찼지만 매 맞기가 끝난 다음에 스님이 달여 주시는 차와 정성껏 떠주시는 뜸 때문인지 그렇게 심했던 매 맞은 고통이 사라지곤 해서 순간순간을 넘겼다.
한 달쯤 지나자 몸의 움직임도 다소 민첩해지고 맞는 고통도 조금은 감소 되어 처음보다는 덜 한 것 같다.
그러나 스님의 동작은 더욱 빨라져 한대도 어긋나거나 넘겨버리는 것이 없다.
한 달 후 때리는 부위는 달라졌지만 일과는 같다.
다음 달은 또 다른 부위로 변하여 한 달을 채웠다.
어느 정도 숙달이 되자 스님이 가격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즉 대련 중에 발에 있는 급소를 때릴 때는 발길질을 하게 만들고 팔에 있는 급소는 팔을 뻗게 하여 때린다.
가슴 부위는 달려들게 하고 등 부위는 돌아서게 하여
넉 달재 접어들면서 이제는 지금까지 맞은 부위 30군데를 차례대로 다시 때린다.
이제 영섭의 동작도 많이 민첩해졌지만, 스님의 손은 어김없이 급소에 닿았다. 도저히 손이 나올 것 같지 않은 상태에서 손을 뻗어 영섭의 급소를 때린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아니 처음에는 영섭이 둔하여 스님이 별 어려움 없이 영섭을 때리셨지만. 영섭이 훈련에 익숙해지며 몸놀림이 빨라지자 합격 술의 본 모습이 스님에게서 나온 것이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영섭은 그것이 신기하여 눈여겨보았으나 처음에는 손이나 발이 나오는 각도를 알 수가 없다.
영섭도 이제는 고통으로 눈물이나 콧물을 흘리는 것은 덜하였지만 스님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또 급소 부위를 맞고 나면 땀을 흘리며 땅바닥을 이리저리 기고 뒹굴고 구르기는 일은 여전하다. 그러나 고통은 많이 줄었다.
스님이 달여 주시는 차는 매일 먹으며 스님이 떠 주시는 뜸도 계속되었다. 스님의 말씀대로 급소를 맞으며 내공이 생기고 다려주시는, 차와 뜸으로 그 내공을 증가시켜 주는가 보다.
30곳을 차례대로 때리는 두 달 동안의 훈련이 끝나는 날 저녁 스님이 영섭을 부르시고는 동굴 한편을 뒤져 사람과 같은 크기의 인형을 꺼내 놓으며
“다섯 달 동안 수고했다. 이 인형은 박달나무 목각 인형에다 10cm 정도의 솜을 입히고 그 위를 튼튼한 가죽으로 싸서 만든 인형이다. 오늘 밤에 그동안 네가 맞았던 30 군데 급소를 이 인형에 표시하여 내일 아침 5시 반에 훈련장으로 가지고 나오너라. 그리고 요새 산에 다녀오는 데는 얼마나 걸리냐?”
“올라갈 때 2시간 내려올 때 1시간 반 3시간 반에서 4시간이면 다녀옵니다.”
“많이 발전했구나. 그럼 내일부터는 봇짐을 바꾸어라. 이번에 봇짐은 한 30Kg 정도이다.”
스님의 그 말에 영섭은 할 말을 잃었다.
이 봇짐은 나중에 40Kg까지 올라간다.
다음 날 아침에 영섭이 4시 반에서 6시 반까지 하던 아침 명상을 5시 반에 마치고 인형을 가지고 훈련장으로 나갔다.
인형에 표시된 급소를 보신 스님이
“그동안 맞은 매가 헛되지는 않았구나. 잘 표시하였다. 그것을 저쪽에 있는 말뚝 위에 세워라. 목각 인형 발바닥에 난 구멍이 그 말뚝에 맞을 것이다.”
그곳에는 높이 1.2m, 지름 4cm 정도 쇠기둥 두 개가 40cm 간격으로 떨어져 박혀 있다. 영섭이 인형을 그곳에 세우니 인형의 머리 높이가 자기 키 높이와 비슷하다.
“오늘부터 이 인형에 표시된 급소를 손으로 치는 연습을 해라.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표시된 모든 급소를 차례로 때리는 연습을 아침에 한 시간 저녁에 두 시간씩 해라. 단 손으로만 하여야 한다. 발에 있는 급소도 손으로 때려야 한단 말이다. 알겠는냐?”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틈틈이 태권도 수련도 게을리하지 마라.”
“급소를 때리는 것을 얼마나 하여야 합니까?”
“글쎄다. 네가 눈을 감고도 신속하게 모두 때릴 수 있을 때쯤에나 그것도 내가 만족하다고 생각되어야 끝날 것이다.”
이날부터 영섭은 열심히 급소 때리기를 시작하였다.
영섭은 태권도 훈련은 기본적인 것만 하고 급소 때리기에 열중하였다.
스님은 영섭의 급소에 뜸을 뜨는 것과 차를 다려주시는 것을 계속하신다.
손으로만 급소 때리기를 한 달 그 후 발로만 때리기 한 달 이렇게 두 달가량 지나 영섭의 급소 때리기가 숙달되는 진도를 살피던 스님이
“이제 본격적인 합격 술을 연마한다. 합격 술은 손과 발뿐만 아니라 팔과 다리, 무릎, 팔꿈치, 머리 등 신체의 무기가 될 만한 것은 다 사용하여 공격과 방어를 하는 무술이다. 합격 술의 기본 동작은 내가 가르쳐 줄 터이니 그날 배운 것을 그날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라. 즉 합격 술을 이용한 급소 때리기를 하란 말이다.”
이렇게 해서 합격 술 연마와 합격 술을 이용한 급소 때리기 훈련이 세 달.
그동안 급소 때리기로 인형도 열 개가 넘게 결딴이 났다.
그것이 끝나자 이제는 인형을 나무에 매달고 흔들리는 인형의 급소 때리기.
흔들리는 인형의 급소를 정확히 때리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특히 나무에 매달린 인형은 속을 솜으로 만들어 가벼워서 조금만 건드려도 움직임이 심하여 어려움이 더 하였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상태가 되었다.
한 대만 쳐도 저만치 멀어지고 뒤틀리고 흔들거리는 인형에 표시된 급소를 때리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움직이는 인형을 따라 좇아가고, 물러서고, 돌고, 꾸부리고, 차고, 제치며, 손은 손가락 끝으로, 손등으로, 손바닥으로, 정권으로, 수도로, 발은 돌려차기, 감아 차기, 찔러 차기, 뒤차기, 높이차기, 이단 옆차기로 그리고 무릎과 팔꿈치를 이용하고 급한 때는 머리까지 사용하며 6개월을 훈련하였다.
그다음은 급소가 표시된 옷을 입으신 스님을 상대로 연습을 하였다.
스님은 공격은 하지 않으시고 방어만 하시며 영섭은 그 스님을 따라가며 스님의 방어를 둟고 급소 치기를 하는 것이다.
스님이 입으신 옷의 급소 부분은 보호대를 넣어 맞아도 가벼운 통증만 생기게 되어있었다.
움직이며 방어하는 표적을 정확히 가격하는 훈련이 또 6개월 계속되었다.
처음 스님과 마주 섰을 때는 스님을 쫓기에도 급급하던 영섭이 이 6개월이 끝나갈 무렵에는 스님이 입으신 움직이는 표적을 빼놓지 않고 원하는 대로 때릴 수 있게 되었다.
만족할 만한 진전을 이룬 영섭을 보시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신 스님이
“네가 나를 만나 15kg의 팔찌와 족쇄를 차고 무거운 봇짐을 지고 산을 오르내리고 급소를 맞고 또 급소 때리기 훈련을 하며 22개월이 지났다. 내일부터는 너도 나와 같은 옷을 입고 나와 대련을 해보자.”
영섭은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감개가 무량하였다.
그러나 아직 훈련이 다 끝난 것은 아니고 스님과 직접 대련을 하여야 한다니 영섭은 신경이 곤두서며 오히려 긴장되었다.
다음 날부터 스님과의 대련이 시작되었다.
영섭은 자기가 생각해도 신통할 정도로 스님과의 대련에서 밀리지를 않았다. 15kg의 무게는 거의 의식이 되지 않았고 스님의 움직임도 정확히 눈에 띄었다.
그리고 영섭도 어느 형태 어느 각도에서든지 손과 발 등이 상대방의 급소를 향해 뻗어졌다.
처음에는 영섭이 밀리더니 어느덧 팽팽한 접전이 되고 대련하는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름에 따라 영섭이 우세하여지더니 2개월이 끝나갈 무렵에는 영섭이 확실한 우위를 점한다.
나이 탓도 있겠지만 대련을 계속하면 영섭은 점점 더 힘이 솟는 것 같고 스님은 힘이 들어 하게 된다.
스님과 대련을 한 달 정도 더 계속하여 3개월이 끝나는 날 스님이 품새를 접으시며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좋은 결실을 맺었구나. 이제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
네가 여기 온 지도 25개월이 되었구나. 처음 생각에는 25개월 만에 마칠 수 있을까 걱정하였는데 너의 자질과 너의 노력으로 무난히 끝나서 참으로 기쁘다.
마지막으로 너에게 부탁하는 것은 이 무술을 함부로 쓰지 말라는 것이다. 잘못하면 사람을 죽이는 수가 있다.
지금은 너의 몸은 합격 술 훈련과 내가 다려준 차 그리고 내가 떠준 뜸 덕분에 너도 모르게 공력이 많이 진전되어 있어 네가 먼저 수련한 태권도만 가지고도 너의 상대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명심해라. 합격 술은 네가 후계자에게 전수하는 일 외에는 되도록 남에게 보이지 마라.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너의 제대증이다.”
“제 제대증이요? 벌써 제대할 때가 됐나?”
“그래, 네가 그동안 수련에 열중하느라 세월 흐르는 것도 잊었구나.
내가 특별히 연대장에게 부탁해서 보충대에 안 가고 제대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며칠 전에 연대장님이 직접 이것을 갖고 오셨더라. 고마운 분이다.”
“고맙습니다.”
“고마운 것은 나다. 그리고 지금 제대하여 간다고 해도 곧 복학은 안 될 것이니 한 3개월 종합적인 마무리 훈련을 하여 완성도를 높이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떠냐?”
“그렇게 하겠습니다.”
“내가 열심히 너의 훈련 상대가 되어주고 너의 미숙한 부분을 보완하여 너의 무술을 한 단계 높여 주고 싶다.”
그래서 영섭은 집에 편지해서 집에서는 납득 안 되시겠지만, 그동안 수행 중이던 특수 임무가 4개월 정도 더 근무하여야 끝날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제대가 다소 늦어진다는 소식을 전했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잘보고 갑니다...
즐~~~~감!
구리 천리향님!
지키미님!
이초롱님!
무혈님1
다녀가심에 감사드립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 군요
건강에 유의하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