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쇼핑몰서 월요일 주문하면 수요일에 딩동~
최근 해외직구 시장에서 유럽산 제품의 거래가 크게 늘어났다. 독일산 인덕션이나 분유를 직접 구매하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해외배송대행 업체인 몰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에서 해외배송대행을 신청한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73% 증가했다. 2013년 전체의 1%에서 2015년 전체의 5.6%까지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유럽 직구가 가능해진 것은 항공물류의 발달 덕분이다. 특히 UPS와 같은 글로벌 항공물류 업체는 이 같은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crossborder e-commerce)의 정점에 있다. 더비즈타임스는 독일 쾰른본공항에 위치한 UPS유럽의 물류허브터미널을 방문해 빠르게 성장하는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UPS의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 UPS 유럽 허브터미널 시간당 19만개 택배 처리
해외 직접배송의 경우 UPS 같은 글로벌 물류기업이 항공물류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 대 기업으로 B2B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육스(Yoox)와 같은 명품 온라인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는 한국 고객들은 UPS를 통해 제품을 받아보게 된다. 명품을 주문하는 고객들은 빠르고 안전한 배송을 원하기 때문에 UPS 같은 글로벌 물류회사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다.
한국 고객이 주문한 제품이 이탈리아의 물류창고에서 UPS를 통해서 배송된다고 생각해보자. 이 제품은 로마공항에서 UPS 화물기에 실리고 그날 밤 11시에 쾰른본공항에 위치한 UPS의 유럽 물류 터미널로 날아간다. 이 터미널에는 로마공항에서 오는 화물기만 오는 것이 아니다. 유럽의 주요 공항과 아시아, 북미에서 총 38개의 화물비행기가 쾰른본공항에 도착한다. 그리고 밤 2시 30분까지 불과 몇 시간 내에 지역에 따른 분류작업이 모두 이뤄진다.
분류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공항에서 대기하던 로마발 화물기는 다시 이탈리아로 배송되는 짐을 싣고 새벽 5시에 로마공항으로 돌아간다. 38개의 화물비행기들이 모두 출발했던 도시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같이 물류 허브 한곳에 모여서 분류작업을 한 후 원래 출발한 곳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브앤드스포크(Hub and Spoke) 방식이라고 하며 많은 물류회사들이 이 방식을 사용한다.
유럽지역 내에서는 이와 같은 야간 분류작업을 하기 때문에 주문을 한 바로 다음날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익일배송'이 가능하다. 아시아로 보내지는 화물들은 UPS의 아시아 허브가 있는 선전이나 홍콩 등을 거쳐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그리고 인천에 위치한 UPS의 허브에서 분류작업을 거쳐 한국의 소비자에게 배달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허브에서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화물을 처리하는지가 물류 경쟁력이 된다. UPS의 쾰른본공항 물류터미널은 시간당 19만개의 택배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10만5500㎡의 공간에서 2800명이 일한다.
UPS는 유럽과 아시아 간 화물량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난도 세사론 UPS 유럽 사장은 "유럽의 명품 업체들이 전자상거래를 통해 아시아에 직접 판매를 하려고 한다"면서 "과거에는 아시아가 상품을 수출하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반대 방향으로 아시아가 수요처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UPS에 따르면 지난해 UPS의 유럽과 아시아 간 화물 증가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신속하고 안전한 배송을 원할 경우 UPS 같은 글로벌 항공물류 회사들의 경쟁력이 높다. UPS의 최고급 서비스인 익스프레스 플러스의 경우 유럽에서 아시아로 보낼 때 이르면 이틀 후 오전 9시까지 배송을 보장하고 있다. 월요일에 주문하면 수요일 아침에 출근해 회사에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는 뜻이다.
◆ 전자상거래 시대 물류회사 역할 점점 커져
UPS는 지난해 시장조사업체인 컴스코어를 통해 온라인쇼핑에 대한 시장보고서를 내놓았다. 주로 유럽시장에 포커스를 맞춘 보고서다. UPS는 이 시장조사 결과를 채널(Channels), 선택(Choices), 편리(Convenience)를 뜻하는 3C로 요약했다.
먼저 채널 측면에서 옴니채널의 중요성이 커졌다. 서베이에 따르면 유럽 소비자들의 47%가 오프라인 매장에 직접 방문해 주문한 물건을 받아온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중에서 30%가 물건을 픽업하러 갔다가 다른 상품을 추가로 구매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적지 않은 비중이다.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운영하면서 양쪽의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군나르 아달베스 UPS 전자상거래 사업개발 담당 이사는 "과거 전자상거래에서 물류회사의 역할은 상품을 빨리 배달해주는 것이 전부였다"면서 "옴니채널 시대에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자택 배송 및 매장 배송을 전부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온라인 쇼핑 고객들은 자신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좋아했다. 배송지를 집이나 자택, 매장 등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선호했을 뿐만 아니라 반송을 해야 할 경우 매장에서도 처리할 수 있기를 원했다. 또한 예상 배송 날짜를 제공해주지 않으면 주문을 하지 않겠다는 고객이 절반을 넘었다.
UPS는 이처럼 전자상거래 시대의 다양한 고객 수요를 맞추기 위해 액세스포인트(Access Point)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으로 따지면 편의점에서 택배를 수령하거나 반품 시 편의점에서 반송하는 서비스와 유사하다. 북미에만 1만곳, 유럽에 약 1만5000곳의 액세스포인트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