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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표단의 회의가 표트르의 기행으로 중지되고, 대표단의 중간 간부들은 회의장 밖에 삼삼오오 모여 서로 떠들고 있었다. 눈치 없는 일리야가 좌파 사회혁명당 대표단에게 스페인에서 CNT와 겪은 일을 떠들고 있는 동안, 바레츠노프와 파우코이는 독일 측에서 제공한 담배를 한 개비씩 들고 창가에 섰다.
“파우코이 동무. 제가 동맹국 측 대표단의 민간 관료들 사이에 잠입해 정보를 캐오겠습니다. 지금 상황을 보니, 간단한 정보라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예 서류를 빼돌린다면 더 좋겠지만, 그게 어려운 이상 각자 최대한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게 좋겠습니다. 다만 명심하십시오. 절대로 1대 1로 만나면 안 되고, 오히려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 만나야 의심을 받지 않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저도 나름 따라지 인생을 살았던 지라 이 분야에 대해서는 잘 압니다. 프랑스 와인 한 병만 추천해 주십시오.”
바레츠노프는 파우코이가 추천해 준 와인 한 병을 들고 회담장의 쉼터라 할 수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고위 관료나 대표들은 기밀 누설을 우려해 찾아오지 않는 곳이었지만, 말단이나 중간 간부들은 자유롭게 출입하는 곳이었다. 바레츠노프는 말단에게는 접근하지 않고, 제복이 아닌 양복을 입었으며 가장 피곤해 보이는 관료를 자연스럽게 찾았다.
“독일 내에서 폴란드 문제 때문에 일이 커졌다는 게 사실입니까?”
승부수였다. 바레츠노프는 정말로 독일 내에서 폴란드와 관련된 문제가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독일은 항상 폴란드와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이번에도 분명 문제가 있으리라 생각했을 뿐이었다.
“아, 러시아 측에도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나 보군요. 동부전선 최고사령부 총참모장인 막스 호프만 소장을 둘러싼 문제인데,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카이저 폐하와 루덴도르프 장군 간에 마찰이 심했다고 합니다. 루덴도르프 장군은 사실상 호프만 소장과의 연락을 끊었습니다.”
‘대박이다.’ 바레츠노프는 상상도 못 한 월척에 미소를 애써 감춰야 했다. 독일의 전권을 사실상 에리히 루덴도르프가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카이저와 군부의 갈등이 있다는 사실은 처음 듣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문민정부를 무시하는 전통이 있는 군부와 독일 황실이 서로 싸우기까지 한다면, 독일 내부의 상황은 상식을 초월한 막장일지도 몰랐다.
“우리도 혁명에 참여한 각종 정치 세력의 이권 다툼으로 난리도 아닙니다. 결국 실무진들만 고생하며 죽어 나가는 거죠. 자, 잔 받으시죠.”
“아니, 이건…!”
값비싼 프랑스제 와인을 공산주의자로부터 선물을 받았다는 의심도 잠시, 독일 외무성의 관료는 술기운이 돌자 피로 때문에 금방 얼굴이 붉어지고 혀가 풀리기 시작했다.
“돌대가리 군바리 놈들은 욕심이 끝이 없습니다. 영토 합병을 당장 요구하는 자들도 있어요. 외무부에서는 현재 전선 기준으로 완충지대를 만들고 빠지자는 의견을 냈는데, 아무도 듣지 않는 겁니다. 우린 당신들이 빨갱이든 아니든 관심이 없고, 망하든 안 망하든 관심 없어요. 당신들도 프랑스나 영국이 어떻게 되든 관심 없잖습니까?”
관료가 딸꾹질하는 사이, 바레츠노프는 사실 프랑스와 영국에도 혁명을 수출하고 싶어 관심이 아주 많다는 말을 하지 않고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관료가 완전히 인사불성이 될 즈음이 되자, 바레츠노프도 거의 비어버린 와인병을 들고 일부러 만취한 척 몹시 비틀거리며 쉼터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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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내부와 민간정부, 카이저 간에 갈등이 있다. 민간정부는 현 전선을 기준으로 삼을 의향이 있고, 이유는 모른다. 정부는 혁명에 관심이 없는데, 이건 자기들이 우리 당을 지원했던 것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마도, 대전쟁 이전 러시아와 독일은 전통적 우방이었으니 대전쟁이 끝나고 정상적인 외교관계가 복구되리라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으음, 역시 차라리 문서를 훔쳐 오는 게 나을 수도…. 그래도 대단한 성과입니다. 아무리 루덴도르프가 난리를 치고 있다고 해도, 민간정부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파우코이 동무. 동무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능하니 아예 저들 사이에 내분을 일으키는 건 어떻겠습니까? 지금 보니 오스트리아-헝가리는 보상금 말고는 아예 얻는 게 없는데, 그 부분을 자극하면 큰 성과를 얻을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독일 측엔 오스트리아가 얻는 게 없다고 배신하려 한다고, 오스트리아 측엔 독일이 도움 안 되는 동맹국인 오스트리아를 팽하려 한다고 소문을 내 보겠습니다. 이거, 드레퓌스 사건 이후로 직접 뛰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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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일리야. 안쪽에 들어가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예? 무슨 일이 있답니까?”
좌파 사회혁명당 대표들과 떠들고 있던 일리야는 그 말을 듣고서야 회의장 내의 언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언성이 올라가서 중단된 회의였는데, 겨우 재개했는데 또다시 말싸움을 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어리둥절해진 일리야가 회의장의 문 앞에 다가간 순간 문이 활짝 열리며 일리야의 코를 강타했다.
“망할 작자 같으니, 내가 목숨 걸고 겨울 궁전을 공격할 때 편안히 감옥 안에 누워 있던 작자가 지도부라고!”
열린 문에 코가 깨져 코피를 흘리던 일리야는 간신히 주저앉는 참사만을 면하고, 솔제니친이 씩씩거리며 나가는 광경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문이 덜걱거리며 반쯤 닫히고, 겨우 일리야가 정신을 차린 순간이었다.
“지난번에도 말도 없이 케렌스키와 코르닐로프를 날려버리더니,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데 권력을 넘보는 건가! 당신, 폴란드로 넘어가서 왕이라도 할 생각이야!”
표트르가 한 번 더 문을 열어젖히며 소리를 지르자, 이번엔 문이 일리야의 이마를 강타했다. 억 소리를 낸 일리야는 벽에 기대어 도대체 왜 고래 싸움에 자기 등이 터지고 있는지 고민하고만 싶었다.
“우웩. Shvantz...”
이디시어로 된 욕설을 들은 사회혁명당 대표들이 일리야를 부축해야 하는지 아닌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이였다. 일리야는 레닌이 말한 폭력 혁명이 이런 의미였는지 고민하다 결국 회의장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그 사이, 카튜셰프가 조곤조곤한 어투로 트로츠키를 설득하고, 트로츠키가 반박하는 게 들렸다.
“동무들은 나만 설득하면 모든 게 풀릴 것이라 믿고 있구려. 이건 나 뿐만이 아니라 사회민주노동당 지도부 대부분이 동의한 의견이오. 부하린, 소콜니코프, 리코프가 동의했단 말이오. 레닌 동무 말고는 대다수가 협상을 지지부진하게 연장하는 것에 찬성하고 있소. 나는 설득되지 않을뿐더러, 나를 설득해도 페트로그라드의 동무들은 어떻게 설득할 생각이오? 거기서도 상대방을 원색적으로 비난할 것이오? 그것참 볼만하겠군.”
회의를 파투 내버리는 트로츠키의 말이 끝나자, 일리야는 고개를 저었다. ‘저 양반은 변한 게 없군.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트로츠키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다는 건 좋았지만, 듣기만 하고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도 않는 그의 친척 니콜라이와 비슷한 사람들도 분명 당에 있긴 했지만, 트로츠키는 명색이 2인자였다. 설마, 트로츠키를 대체할 다른 사람들이 반대파를 죄다 죽여버리거나 억압할 막장스런 인사만 있는 것은 아닐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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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일리야 형! 간만이오. 몇 분 만인지 모르겠네. 지금 뭐 하고 있소? 재미 좀 보나? 보드카군! 나도 좀 마시겠소!”
회의장을 씩씩거리며 나온 표트르는 오스트리아 외교관과 대화하고 있던 일리야의 와인병을 대뜸 빼앗아 내용물을 입에 부었다. 코와 이마에 붕대를 감고 있던 일리야는 어리둥절해 그 광경을 바라보았고, 오스트리아 외교관은 질색하며 한 걸음 물러섰다.
“표트르, 많이 취했습니다. 들어가서 쉬는 게….”
표트르는 일리야가 무어라 말하는 것을 무시해버리고는 와인병을 든 채 걸음을 옮겼다. 일리야가 당황해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곧 오스트리아 외교관이 헛기침하고는 원래의 대화를 지속하는 게 들렸다.
“그래서 식량 위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빈을 비롯한 각지에 수송해서….”
“우크라이나? 이 새끼들이 우크라이나 걸 삥뜯는다는 페로 형님 말이 사실이었어!”
표트르는 자신을 멈춰 세우려는 독일군 경비병의 제지도 무시한 채 회담장을 나섰다. 독일군 경비병은 크게 당황했지만, 표트르 같은 체격을 가진 사람은 다섯 개 국가의 대표단을 통틀어 한 명밖에 없었기에 금세 진정하고는 신기하다는 듯 멀어지는 표트르의 등판을 바라보았다.
한편, 곳곳에서 술을 얻어먹고 뺏어 먹은 표트르는 동네 술집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알딸딸하게 취한 상태였다. 낡아빠진 독일제 발전기로 켜진 전구가 두어 개 켜진 술집에는 벨라루스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전쟁이 끝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모여서 떠드는 것이 보였다. 대뜸 가장 싼 술을 주문한 표트르는 먼저 석 잔을 연거푸 마셨다. 이윽고 용기가 좀 치솟고 분노도 오르자, 표트르는 비어 있던 탁자 위에 올라가 외쳤다.
“야, 이 망할 놈들아! Дурачки́! 지금 술이 넘어가냐, 우리 땅이 죄다 독일 놈들에게 넘어간다!”
술집에 있던 벨라루스인들은 3/4 정도로 알아들을 수 있는 남러시아 방언으로 외쳐대는 소리가 들려오자 일제히 표트르를 바라보았다. 표트르는 시선이 많이 집중되자 왠지 모를 희열을 느끼며 언성을 높였다.
“이 무식한 백러시아 놈들아! 내가 쿠반에서 왔다고 우스워 보이냐? 너나 나나 거슬러 올라가면 다 한 뿌리라고. 근데 너희 자식이랑 아내랑 논밭이 다 독일에 넘어가게 생겼다! 양배추 소금에 절여 먹는 새끼들한테 넘어가게 생겼다고! 너희들은 자존심도 없냐, 날강도 놈들한테 모든 게 넘어가는데! 이대로 있을 거냐!”
표트르는 들고 있던 나무잔을 바닥에 내팽개치고는 양손을 높게 들며 외쳤다.
“만국의 농민이여 단결하라! 나가자! 당장 나가서 저 소비에트도 아닌 젬스트보 놈들에게 무지카의 어머니를 보여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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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스트에서 농민 봉기가 일어날 것이란 조짐에 사회혁명당 대표단이 혹해서 기웃거리는 사이, 파우코이와 일리야는 발로 뛴 끝에 마침내 대략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빈에 식량 위기가 와서, 우크라이나의 곡물이 없다면 당장 국가가 붕괴될 위기이고. 독일이 무리한 땅 욕심을 내 이탈리아 전선에 피해가 갈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독일은 오히려 갈리치아에서 군을 뺄 수 있다며 오스트리아를 부려 먹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가 유대인 공동체에서 들어본 정보에 따르면, 이곳 주민들은 백러시아인이든 폴란드인이든 유대인이든 폴란드 의회왕국의 부활은 사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페와 소콜니코프는 파우코이와 일리야가 취합한 정보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은 일리야의 모습이 볼만한 건 아니었고, 요페와 소콜니코프 모두 일리야를 의심하며 바라보긴 했지만, 정보만은 진짜라는 것을 둘 다 알고 있었다.
민족과 농민을 외치던 표트르가 트로츠키에게 대판 혼나 풀죽은 표정으로 회의장에서 나오는 사이, 우스트랼로프는 파우코이와 소콜니코프, 요페가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광경을 빤히 쳐다보았다.
드네프르강 연안에서의 식량 약탈을 막고, 포기하는 영토도 어느 정도 조정된 협상안을 본 트로츠키는 마지못해 동의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에 터졌다. 트로츠키와의 협상이 끝난 것에 안심한 일리야가 회의장에 들어가자, 또다시 언성이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독일 측은 레오폴트 대공과 격이 맞는 사람이 조약에 서명하길 요구했는데, 외무위원인 트로츠키가 그걸 거부한 것이었다.
“이 문서에 서명하는 건 독이 든 잔을 마시는 것이오. 나는 할 수 없소.”
“동무. 그것은 책임지기 싫다는 태도입니까!”
“내가 말하지 않았소! 부하린, 리코프, 페트로그라드의 동지 대부분은 조약을 반대한다고. 누가 서명하든 그자들 대부분을 적대한다는 의미와 같소. 물론 레닌 동무가 뒷배가 되어주겠지. 하지만 그게 영원하겠소? 레닌 동무는 차르가 아니오. 분명히 이 문서에 서명을 한 사람은, 앞으로 러시아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문제의 원흉으로 지목되어 조리돌림 당하겠지.”
트로츠키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다들 내가 혁명에 미친 이상주의자쯤으로 생각하는 데 난 현실주의자요. 오히려 지금은 부하린 그 친구가 포르투갈까지 혁명을 전파하자고 날뛰고 있는 것이고! 무엇보다, 동무들. 이걸 명심하시오.”
회의장 안에 앉은 사람들을 한 명씩 바라보며 트로츠키는 표정을 굳혔다. 특히, 솔제니친을 볼 때는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자본주의 국가의 붕괴와 전 세계적 사회주의 혁명을 부정하는 자는 결코 직업적 혁명가라 할 수 없소!”
“말조심하십시오, 동무! 같은 혁명 동지를 사회주의자가 아니라고 비난하는 것입니까!”
“동무는 군인이오. 러시아의 적을 물리쳤고. 지금은 혁명의 적을 물리치고 있지. 그 혁명의 적이 러시아의 인민이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소? 문제의 원인인 나를 제압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믿는 게 군인의 사고 아니냔 말이오.”
트로츠키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 나는 수정된 조약안이라도 서명할 수 없소. 우리는 러시아의 인민을 대표하는데, 러시아 인민의 의지를 배신할 수 없소. 노동자의 당에는 오류가 있어선 안 되기 때문이오.”
“그렇다면 누가 서명한단 말입니까!”
“솔제니친 동무가 직접 하던가. 아니면 페트로그라드에 요청해 보시오. 기적처럼 적임자를 보내줄지 어떻게 알겠소?”
일리야는 어안이 벙벙해 트로츠키를 쳐다보았다. 정치력에서는 빵점인 트로츠키가 솔제니친에게 서명하라고 일을 떠넘기는 게 정말로 떠넘기기인지, 혹은 자기가 말한 대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솔제니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함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트로츠키의 성격을 생각해 볼 때 명백히 전자였지만, 후자였다면 그것대로 곤란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소비에트 러시아가 집단지도체제 국가임을 내세워, 저를 비롯한 당원 여러 명이 서명을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동무는 눈치를 좀 챙기시오.”
말을 꺼냈다 본전도 건지지 못한 일리야는 코에 감긴 붕대를 쓰다듬으며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당내에서 레닌에 맞먹는 유명인사를 출당해버린 건 지금의 지도부와 레닌 본인이었는데, 인제 와서 서명을 하지 않는다고 뻗대는 것은 어떤 핑계를 대든 분명한 직무유기였다. 플레하노프나 보그다노프, 하다못해 막심 고리키라도 당에 남아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진 않았을 터였다.
“레닌 동무에게 연락해 보겠습니다.”
“하, 동무도 하긴 싫다는 거군.”
트로츠키의 도발에 솔제니친의 얼굴이 시뻘게졌지만, 그는 이번에는 분노를 참아내고는 자리에서 점잖게 일어나 회의장을 나섰다.
“흠흠. 이번엔 헛소리가 아닙니다. 여론을 취합한 결과 사회혁명당과 멘셰비키 등은 이 조약에 불만은 많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나마 나은 선택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니, 동무는 동무 자신이 헛소리를 많이 한단 걸 알고 있었소?”
입을 열 때마다 트로츠키에게 비난을 받는 일리야는 솔제니친이 빨리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었다. 다른 사소한 주제들의 논의가 진행되는 사이, 마침내 솔제니친은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회의장에 돌아왔다.
“레닌 동무 말로는, 코바라는 동무를 서명 대표로 보낸다고 합니다.”
“코바? 아, 그 친구….”
트로츠키가 그렇게 말하고 턱수염을 쓰다듬는 사이, 몇몇 당원들은 코바라는 별명이 누구를 뜻하는 건지 모른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분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던 일리야가 대뜸 설명을 했다.
“코바라면 1908년에 체포되기 전까지 캅카스의 레닌이라 불리던 이오시브 주가시빌리, 그러니까 스탈린 동무의 별명입니다. 혁명에 참여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런 일에 자원을 할 줄이야….”
일리야는 이 코바라는 사람이 트로츠키를 대신할 훌륭할 사람일지, 혹은 정말로 반대파를 죄다 죽여버리거나 억압할 사람일지가 궁금했다. 곧 알게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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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호프만은 폴란드-독일의 신규 국경 문제에서 폴란드 영토를 조금만 떼가자고 주장했습니다. 힌덴부르크와 루덴도르프는 더 많이 가지길 원했는데, 문제는 카이저가 호프만에게 동의해버렸습니다. 루덴도르프는 분노해서 호프만을 협상단 대표에서 경질하고 사단을 지휘하게 보내버리고 싶어 했는데, 통수권자인 카이저가 반대해버린 것이죠.
슬슬 우스트랼로프의 주인공 비중(...)이란 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채신 분들이 있으시으리라 생각합니다.
첫댓글 이렇게 보니 색다르게 보이는군요. 다음 화를 빨리 보고 싶네요.
트로츠키 때문에 진짜 열받았었죠....
2개월이 지난 지금도 저때를 생각하니 혈압이 오르네요. 트로츠키야... 이상주의에 빠져있지 말고 현실을 좀 보란 말이다...
앗... 주인공이 이런 주인공이었군요. 허허...
레닌이 '좌익 소아병'이라는 말까지 만들면서 비판한 애들하고 어울리는게 우스트랼로프니깐.. 이렇게 까여야 정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그요소도 넣고요(그것마저도 표트르에게 밀리지만)
본편에서는 그래도 커리어 쌓으면서 디버프도 조금씩 해제되고 잘나가기 시작했는데, 여기선 좀 더 고생할 지도 모르겠네요… ㅋㅋㅋ
이렇게 보니까 파니 카플란 사건이 어떻게 묘사될 지 궁금하네요.
취소된 전개도 변형되어서 소설에 들어갑니다
@렌지파일 ㅗㅜㅑ… 막고라 실현..!
@렌지파일 ㅗㅜㅑ..
@렌지파일 근데 표트르가 계속 외치는 “무지카의 어머니를 보여주겠다!”가 무슨 뜻인가요? ㅋㅋ
@E.E.샤츠슈나이더 표트르는 쿠지마(Kuzma)를 무지카라고 잘못 알고 있습니다.
@렌지파일 아 그 흐루쇼프가 미국 애들한테 시전했는데 “쿠지마가 뭐시여?”라는 반응을 보였다던…
호칭 일리야 쪽이 좀더 맛깔나네요.
표트르의 문짝을 맞고도 정신을 잃지 않다니 숨겨진 체력이 강한게 분명합니다(?)
아니 퇴근길에 다시 읽어보니 보드카라면서 와인을 처묵하네요 고증봐;
이왕 이렇게 된거 다른 인물들도 막장 보내시죠 표트르와 일리야만 당할 수 없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럴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