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태[강기원]
날이 추워 하얗게 된 백태
속이 붉고 딱딱한 골태
몸통 잘린 파태
머리 잘린 무두태
흑태, 깡태, 망태, 조태, 쫄태, 짝태, 바람태, 바닥태......
이 모든 걸 먹태라 부르면 안될까
황태로 가는 길 위에서
다만 먹먹해지고 막막해진 저것들을
덕주와 황주 사이에서
베링해와 진부령 사이에서
할복과 관통 사이에서
산 것과 죽은 것 사이에서
너나 없이
피 마르고 살 마르는 일월 속에서
황태가 되지 못한 것들의 이름
결코 성골이나 진골은 될 수 없던 것들을
내 이름처럼
지끈거리는 형제들처럼
중얼중얼 불러보는
속 쓰린 아침
* 황태는 황태자인가.
그 나머지는 성골도 아니요, 진골도 아닌 해골쯤 되나.
신분의 차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제도이지만
때로 총칼로 신분이 뒤집히기도 했다.
지금도 간혹 그런 변태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부와 빈곤으로 나뉜다.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게다.
부가 세습되고 빈곤이 세습되고
그래서 그게 고착화되면 황태는 황태요, 먹태는 먹태가 된다.
싸구려 호프집의 만만한 안주가 먹태이지만
먹태가 황태가 될 수는 없는 법.
많은 흙수저나 해골이 찾는 먹태, 니가 속쓰린 아침을 대신하는 동지라는 건
살만한 세상을 살았다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