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티비에서 코스피가 어쩌구 코스닥이 어쩌구하며 주식시황을 전할때면
지난날 그 뜨겁던날들의 환희와 아픔이 되살아나 나도 몰래 씁쓸해지는
마음을 어쩔수없다.
내가 한때 광끼와도 같은 주식열풍에 휩쓸렸던것은 회사를 다니던시절
우리회사와 하청계약관계에 있던 어느 회사를 업무차 방문했던것이
계기가되었다.
아침 출근길에 그 회사의 담당부서를 들렀다 출근할 요량으로 그 회사에 들른시간이
아침 출근시간 조금 지난때였는데.....
그 시간대에 회사분위기가 일반 회사와는 영 다른것을 감지할수있었다.
담당부서의 모든 직원들이 간부에서부터 말단직원까지 모두가 한결같이
모니터에 고개를 쑤셔박고는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드려대며 내가 방문한것쯤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아니던가
"아니~~이런 괘씸한.....
갑측회사에서 업무차 방문했으면 칙사대접을해도 모자랄판에....."
도대체 아침부터 모두가 무슨 중요한 업무에 매달려있나 궁금하여
뒤에서 직원의 모니터 영상을 훔쳐보고나서야 그 까닭을 알수있었다.
주식시장이 개장되는 그 시간대에 시황을 분석하고 매수주문과 매도주문을 내느라
정신이 없는 판이니 내가 아니라 대통령이 행차한들 눈에 보일턱이있는가.
주식이란것이 필경은 도박과 매우 유사한점이있어 한마디로 이 회사 직원들이
그 전염병에 집단으로 감염되었다는 얘기일텐데.......
아무리 그렇더라도 아침 출근시간대에 간부나 말단직원이나 가릴것없이 업무는 제쳐두고
모두가 주식에 빠져 키보드나 두드리고있어서야 될말인가
한심하다못해 실소가 절로나온다.
그런데.....분명 그랬었는데.....
문제는 그 주식전염병 바이러스에 그날 나 자신도 감염되버렸다는것이다.
도대체 주식이란것이 얼마나 매력이있길래 온 직원이 글케 빠져들었을까?
의아심이들었던 나는 증권회사에서 사이버 트레이딩 디스크를 받아다가
컴에 깔아놓고 주식투자가 어떤건지 알아나보자는생각에 한 삼백만원정도
투자밑천으로 넣어놓고 몇번 사고팔고해봤는데......
미치고 팔딱뛸일은
내가 주식투자한지 한달이 채 안되는동안 밑천이 애초에 투자한 삼백의 두배인
육백만원이 넘게 불어나있었다는거......
여러분은 그때의 내 기분 아실랑가 모르겠네 덜~~!!
주변에 주식투자하는 사람들보면 사전에 투자하려는 회사에 대해
자본금과 성장배경 부채내역등을 조사분석하고 주식투자이론등을 학원까지다니며
고시공부하듯 철저히 준비하여 투자하더라만
난 그런 이론이고 분석이고 나발이고 필요없이 느낌으로 종목하나 임의로 선정한뒤에
그 종목이 등락되는 추이를 계속 관찰하다 그래프의 어느 시점에 이르면
매수주문을 내고했는데 그 단순무식한 투자기법이 기가막히게 잘 들어맞았다는게
결과적으로 내 주식투자실패의 원인을 제공한 셈이랄까
하여간 그때는 하루하루가 마냥 신나는 달밤이었다.
아침에 매수한 종목이 폐장때마다 상한가를쳐서 알토란같은 밑천이 저절로 마구 불어나니
나는 내 손이야말로 손대는 물건은 무엇이든 황금으로 변한다는 "마이다스의 손"임을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는거아닌가.
투자에 자신이 붙는만큼 그와 비례하여 투자금액도 점차 늘어나며
거듭되는 상한가의 환상에 깊이 빠져들어있을무렵
그당시의 코스닥시장은 거의 광끼에 가까울만큼의 거품이 부풀어오를대로 부풀어올라
분명한 이상조짐을 나타내고있었다.
주식계통의 공인된 황제주라는 삼성전자주가가 주당 백만원이 채 안되던 시기에
뭐하는 회사인지도 모르는 생소한 코스닥상장회사의 주식이 한주당 백만원이 훨 넘는 상태로
거래가 이루어지고있었다면 이건 미쳐도 보통 미치지않은......
한마디로 미친년 널뛰기식의 장세가 판을 치고있던 시절이었다.
뭔가 이상조짐을 느끼고 이쯤에서 발을빼야한다고 생각은하면서도
조금만더....조금만 더.....하는사이 이미 되돌릴수없는 사태가 벌어지고말았다.
부풀대로 부풀었던 코스닥거품이 어느날 갑자기 일시에 꺼지기 시작하면서
팔려고 매도주문을 내도 팔리지않는 매일매일의 하한가행진이 끝없이 이어지는데......
그 경황중에도 조금씩 조금씩 거래가 이루어져 내가 보유한 종목을
겨우 다 팔아치우고나서 확인해보니 내 알량한 밑천은
애초에 투자한 금액의 반토막이 되어있었다.
거의 보름에 가깝도록 계속 이어지던 하한가행진이 주춤거리며 멈추기시작하더니
한동안 보합세가 유지되던 시기에.....그때 아예 발을뺐으면 반토막이라도 건졌으련만
그동안의 투자경험은 내 귓속에 이런 요망한 꼬드김을 속삭이고있었다.
"이제 거품은 다 빠졌다고....이제 곧 반등이 시작될테니 많이 빠진 종목을 골라
지금이 매수주문을 낼 적절한 타임이라고....."
다시 매수주문을 내어 사들이지마자 왠걸?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장세는 다시 하한가행진이 이어지고있었고
부랴부랴 매도주문을 내어 다 팔아치웠을때 밑천은 오분지일토막으로
줄어있었다.
이게 내가 뭤모르고 뛰어들어 설치다 피바가지쓴 주식투자의 전말이다.
내가 적지않은 값을 치르고 그나마 얻은 교훈이있다면
돌대가리가 땀흘리지않고 돈 버는 방법보다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방법을 찾는게 훨 쉬울것이라는거......
지금에와 생각해보면
그나마 다행스런것은 매일매일 상한가를 치던 그 신나던 달밤의 분위기에 빠져서도
나는 결코 주식에 올인은 하지않고
애초에 내 여유자금의 일부만을 투자했다는거다.
글구 하나 더....
한때 내가 주식투자로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린다는 소문이 슬몃슬몃 퍼졌던가
어느날 친구놈이 오랫동안 들었던 적금을 해약하여 적지않은 금액을싸들고왔을때
내가 오랜 고심끝에 거절하며 달래서 되돌려보냈다는거다.
그건 내가 대단한 선견지명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왠지 그래선 안될거같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각자 삶을 살아가는 방법론상 주종목이라는게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증권이라는것이 내가 밥벌어먹고 살 주종목은 아니라는
어렴풋한 예측이 시방 내가 목숨부지하고 살고있는 이유가 아닐까싶다.
아마 내가 그때 친구의 그 피눈물베어든 돈을 투자로 탕진해버렸다면
목숨을 부지할수있었을까 어쩐가는 차치하고라도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왔을것은 불을보듯 뻔한 사실일것이기에....
ㅎㅎㅎ~
첫댓글 좋은 경험하셨군요.주식투자해서 패가망신한 사람들도 많지요.
돈 놓고 돈 먹기...투기란게 다 그렇지만 고스톱도 재미로....
주식투자도 재미로 작게 즐기는 정도면 괞찮다 생각합니다.
에효~~요즘 경기가 션찮으니 내 주식도 바닥을 기네요....쩝!!
그게 그렇더군요. 처음엔 걍 호기심에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자꾸만 빠져들게되는....지금은 애초부터 없었던셈치고
걍 처박아놓고 내버려둡니다.ㅎㅎㅎ
그런사람들이 어디 한둘이겟어요...
한동안 주식투자 잘못해서 패가망신에 이혼까지하고 자살하는분들도 많았잖아요..
붐이라는거.. 무시못해요~
조급함을 버리고.. 느긋하게.. 원금찾을때까지~~ 기다리는수밖에요..
ㅎㅎㅎ아주작은 돈으로 전그렇게 하고잇어요..사고팔고 안하고.. 목표한 프로까지 먹으면 판다는 목적으로..
원금을 먼수로 찾겠어요?
주식에 몰입해서 열나게 사고팔고해봤자 다 증권회사 좋은일만한다니까요.
메아리님이 내 돈 원금찾아줘여~그러면 절반 뚝 떼 드릴께......ㅎㅎㅎ
형님께서 어느날 저에게 전화를 하시면서
몇억을 그냥 줄테니간 주식좀해볼래 하시더라고요.
저는 바로 "노우" 했습니다.
그냥 열심히 벌어서 저축하면서 살겠노라고요.
어쩌다가님 형님께서 꽤 부자신가봅니다.
언제 형님한번 소개시켜줘여....ㅎㅎㅎ
형님은 어쩌다가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대유?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이제와서 분통터져야 머하겠어요.
허긴~~ 그돈으로 술을 사먹었시믄 울 글방님들 단체회식을
골백번시켜주고도 남았을거인디....에혀~~아까워라~~ㅋㅋㅋ
이런 백작님도 주식투자 잘 못 하셨군요. 아까워라...
백작님 날린돈을 스톤님이 왜여?ㅎㅎㅎ
가만보니 주식에 투자하신분이 꽤 많으신거같아요.ㅎ~
~
자고일어나면 오백만원불어있고^^&
이젠 직장다닐필요도없다
이렇게돈벌기쉬운데 왜사람들은 딴고생을할까싶었던...
위에어느님처럼 생각하면분통터지네요 ㅋㅋ
시방 내 말이 그말입네다. 에혀~
키보드 몇번 두들기면 알토란같은 돈이 저절로 뚝뚝 떨어지니....
그보다 신나는 일이 어딨겟어요 그쵸?ㅎㅎㅎ
그때는 친구들만나면 술값을 다 내가 냈다는거아닙니까
간뎅이가 부우가....그바람에 씰데없는 소문만나고....ㅋㅋ
엄청비싼 수업료로 얻으신교훈이네요
그나마 친구분돈은 주식에 투자하지 않으셔서 정말 다행이예요 휴우~
돈키호테님! 이제 그돈 생각하지 마셔요
행복은 돈 보다도 할 수 있는일과 좋은 주변관계를 형성하는데서 느끼지 않을까싶어요 그리고 건강....
돈키호테님은 귀엽고 예쁜 몽실이도 있고 글도 잘쓰시고.....^^~
느티나무 그늘님....
항상 차분히 말씀하시는데도 뭔가 정곡을 찌르는 그늘님의 댓글을 보면
왜 내가 항상 꾸지람을 듣는듣한 느낌이 드는걸까요?
느티나무그늘님의 진심어린 댓글....고맙고...깊이 새겨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