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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듀르한 공작 저택은 굉장히 넓었다. 물론, 로르네프와 세르엔, 에르페와 비교할 만큼의 크기는 되지 못하지만 그 세 곳은 황궁이니까, 저택에 비교할 수는 없다. 그리고 경비도 삼엄했다. 라나는 창문을 닦는 시늉을 하며 창 밖으로 보이는 기사들을 가늘게 뜬 눈으로 조심스럽게 관찰했다. 계속되는 근무에 지칠 법 한데도 절제된 움직임과, 조금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눈빛으로 보아 하나같이 예사 인물들은 아니었다. 공작 자신이 뛰어난 마검사이기에 저택을 지키는 기사는 거의 없을 거라는 소녀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내부 설계도에 그려저 있는, 기사들의 동선이라고만 생각했던 선들은 모두 기사들이 배치된 위치였다. 후우, 라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공작 본인만 생각하고 전체는 생각지 않은 자신의 잘못이다.
황제인 아버지는 전대 듀르한 공작에 대한 신임이 두터웠다. 보관해야 할 기밀 문서가 없을 리가 없다. 저택에는 딸린 가솔들도 있고, 뭐- 선조부터 내려오는 보물도 있을 테다. 그 많은 걸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마검사라지만 아르카센 혼자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고. 아우스탄디 대공가에도 사병이 있는 걸 당연하게 여기면서, 어째서 그는 기사도 두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다시 한숨이 새어나온다. 이로써 탄탄했던 계획이 삐걱거린다. 남자는 할 일이 뭐가 그리도 많은지 집무실에서 한발짝도 나오질 않고, 몰래 잠입하려 해도 매의 눈을 가진 기사들에게 금방 붙잡힐 것 같고.
뿌드득. 마른 걸레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보람이 없다.
"남의 집 청소나 실컷 해주다가 하루 해 다 가겠네."
투덜거림이 현실적이라 더 두려웠다. 라나는 만약 일이 이대로 실패한다면 1황녀가 친히 청소해 준 저택이니 대대손손 가보로 잘 물려 주라고 생떼나 써볼까 하다가 자신의 무덤을 파는 꼴이란 걸 깨닫고 얼른 이 어이없는 상상을 그만두었다. 아르카센이라면 바로 아버지께 고해 로르네프 궁에서 단 한발짝도 나오지 말란 명령을 얻어낼 사람이다. 물론 감시자는 그 자신으로 두고. 에효오, 하나같이 즐거운 결말은 나오지 않는다. 하다못해 상상까지 이 지경이니, 현실은 더 시궁창이겠지. 소녀는 일단 무사히 궁으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두었다. 이제 와서 스리슬쩍 빠져나가기엔 일개 하녀라 해도 세세히 감시하고 있는 저 기사들의 눈초리가 무섭다.
촤악- 감정이 잔뜩 실린 손길이 사방에 물을 튀겨냈다. 물이 가득 담긴 양동이에 정확하게 들어간 걸레가 물을 흡수해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다. 그리고 소리없이 다가온 구두가 물 웅덩이 근처에 멈춰섰다.
"에, 어, 흐익!"
"일하는 것에 불만이 많은가보지?"
라나는 잔뜩 치켜올라간 눈매로 더욱 사나워보이는 하녀를 보고 급하게 숨을 들이켰다. 그나마 인적이 드문 곳이라 함부로 행동했는데 이렇게 딱 걸릴 줄이야. 중년의 하녀는 척 보기에도 깐깐한 성질이 그대로 드러났다. 아래위로 훑어보는 그 시선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해 그런 것이라는 걸 알아챈 라나는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라르디아라고 합니다."
"라르디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누가 들여보냈나?"
올 것이 왔다. 조금만 더 조심했으면 그냥 지나쳤을 지도 모르는데. 라나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더욱 깊숙히 숙였다. 일국의 황녀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었지만 여기서 소란이 일어나 들킨다면 그거야 말로 아버지 얼굴에 먹칠하는 꼴이다. 소녀는 최대한 예의바른 어조로 말했다.
"병이 나 오랫동안 쉬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손에 힘이 빠져 걸레가 미끄러져서… 죄송합니다. 곧 닦겠습니다."
"죄송하다면 몸으로 때워야지."
"예에?"
라나는 갑자기 거칠게 자신의 손목을 잡아채는 하녀의 완력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정면으로 라나와 눈이 마주친 하녀는 흠칫 몸을 떨었다가 다시 거세게 라나를 잡아당겼다. 소녀는 잠시 아직도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을 눈동자를 떠올리다가 끌려가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몸으로 때운다니? 설마 바닥에 물 조금 튀게 한 것 가지고 팔아버린다거나 하려고? 그렇겐 안되지!
"저어, 저, 잠시만요!"
소리쳐도 막무가내다. 하녀가 잡아채는 손목은-빌어먹을-오른쪽이었다. 어찌나 힘이 센지 나중에 울긋불긋 멍이 생길 것 같다. 라나는 온 힘을 다해 하녀의 손을 뿌리쳤다. 편지 답장의 휴우증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손목이 끊어질 듯 아프다. 라나는 양 허리에 손을 올리고 험악하게 표정을 구기고 있는 하녀를 보고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소리쳤다.
"어디로 가는지는 알려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잘못을 저지른 주제에 말이 많구나!"
"제가 저지른 잘못은 집사님께서 처벌을 결정하실겁니다. 이런 식으로 부려먹힐 순 없습니다."
중년의 하녀는 자신이 우악스럽게 당긴 오른 손목을 매만지고 있는 라나를 노려보았다. 분하지만 집안의 모든 일을 관리하는 건 저택의 집사였다. 윗사람이 시키면 아무리 부당하게 대우당하더라도 꾹 참았던 자신의 대와는 다르다. 굴하지 않고 따지고 드는 라나에게 '요즘 계집애들은 어른 무서운줄을 몰라.'라며 한소리 할 것처럼 입술을 달싹이던 하녀는 잊고 있던 급한 일에 애가 타는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주인님께서 잠시 밖에 다녀오실 예정이라는데, 일손이 딸리는구나. 급하니 서둘러야 해."
"듀르한 공작 각하 말입니까? 그분을 따르라고요?"
"그래. 원래라면 기사분들께서 따라나서겠지만 모두 바쁘시고 하니… 일단 메이드 하나만 붙이라고 집사님이 말씀하셨으니까."
"…어디로 가야 하나요!?"
이게 왠 횡재! 노력하는 자에게 길은 열리기 마련이라는 소리가 마음 깊이 와닿는 순간이었다. 라나는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준비를 하며 하녀를 재촉했다. 빨간 눈이 기쁨의 빛을 담아 열렬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부담스러웠던지 하녀는 얼른 검지손가락을 펴 복도 한쪽을 가리켰다. 정문으로 나가는 길이다.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동안 기사들의 눈을 피해 지도를 숙지한 라나는 망설임 없이 후다다닥 하녀가 가리킨 쪽으로 달려나갔다. 정말 서둘러야 한다. 집사가 시켰다는 것으로 보아서 아르카센은 자신의 뒤에 시중들 이가 따라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빨리 가지 않으면 혼자서 휑하니 가버릴 지도 모른다.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지만 쉬지 않고 달렸다. 덕분에 소녀는 간신히 저택을 나서는 아르카센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하악, 하악… 자, 잠시만요."
라나는 한 손을 들어올려 아르카센의 입 근처를 막은 다음 천천히 숨을 골랐다. 튀어나올 것 같이 세차게 뛰었던 심장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내쉬는 것조차 힘들었던 숨도 점차 진정되어 간다. 후아- 깊게 숨을 들이쉰 라나는 완벽한 예절로 인사를 올렸다.
"라르디아입니다. 주인님의 곁을 보필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집사가 보냈습니까?"
"그렇습니다, 주인님."
묘한 구도다. 이렇게 깍듯하게 인사를 받아야 할 건 아르카센이 아니라 바로 자신인데- 아침까지만 해도 그렇게 인사를 받았는데,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어 있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라나는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생글 웃었다. 허울뿐인 직분을 버리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건,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다만 너무 깊숙히 빠지는 게 문제일 것이다. 들키지 않을 정도로만. 그렇게 마음 속으로 경계선을 분명히 그어놓았다.
"이런, 저 혼자 다녀와도 됩니다만."
"저택의 모든 고용인들은 집사님의 명을 우선적으로 따르게 되어있습니다. 주인님."
"…어쩔 수 없겠군요."
라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걸어나가는 아르카센의 뒤를 따랐다. 저택으로 들어오는 길을 차단하고 있는 커다란 철문은 아르카센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수월하게 열려 길을 터주었다. 저택 바깥을 수비하는 기사들은 훤칠한 키의 아르카센과 그 뒤를 따르는 조그마한 체구의 소녀를 보고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막지는 않았다. 대신 손에 쥔 칼을 가슴께에 대는 것으로 완벽한 충성의 인사를 할 뿐이다. 라나는 마주 답하는 아르카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듀르한 공작가의 인수인계가 완벽히 끝난 모습에 잠시 감탄하다가 고개를 기울였다.
솔직히 놀라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이다. 저택에서 부리는 일개 하녀들에게까지 일일이 존대를 써 주는 인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모두를 평등하게 대한다고 생각하는 자신도 황궁 시녀들에게 존대를 쓰지는 않는다. 존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시종장 정도라고 할까. 조금쯤은 존경해도 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뭐, 지금도 뛰어난 검술은 존경하고 있지만.
"어어…"
"조심하십시오."
탁. 딴 생각에 빠져있던 탓에 앞에 있는 돌부리를 보지 못하고 걸려 휘청거리는 라나를 아르카센이 붙잡았다. 손이 차다. 라나는 서늘한 느낌에 몸을 떨다가 이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깨닫고 얼굴을 붉히며 재빨리 몸을 바로 했다. 감사인사를 건네는 목소리가 흔들렸다.
"가, 감사합니다."
"……."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의아함에 고개를 들어올리던 라나는 짙어진 까만 눈에서 풍기는 알 수 없는 위압감에 시선을 피했다. 설마 그 간단한 접촉으로 알아챈 건가? 길 양옆으로 길과 함께 늘어서 있는 숲 속에서 찌르르, 찌르르 이름을 모르는 새가 울어댔다. 묘하게 긴장을 높이는 그 소리를 신경쓰지 않으려 라나는 일부러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척 했다. 어쩌면 이대로 저택으로 돌아가는 척 하며 도망치는 게 현명한 결정인지도 몰랐다. 아프게 깨문 입술에서 비릿한 피 내가 난다.
"저, 죄송합니다. 아직 제가 몸이 다 낫지 않아… 조금 어지러워 발을 잘못 디뎠습니다. 죄송합니다. 기분이 나쁘셨다면 돌아가겠습니다."
라나가 선택한 것은 철저히 아랫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나, 그냥 확 까발리고 근신처분 받아버릴까 하기에는 소녀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일단 나온 이상 뭔가 소득을 얻고 돌아가야 했다. 단순히 소심한 복수라고 이름짓고 나와버린 결정의 이면에는, 아르카센을 만나기 하루 전- 그 붉은 눈에 대한 의심이 깔려 있다. 혹시라도 그 붉은 눈이 이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의심. 확연한 검은 눈동자를 하고 있지만, 자신이 그랬듯이 색은 바꿀 수 있는 것이기에.
"그렇습니까."
"…네?"
"눈동자 전체가 빨갛게 보여 마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충혈 된 겁니까?"
"어… 네. 업무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럼, 계속 가 볼까요."
"네, 주인님."
후우, 라나는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얼굴을 흉악하게 만드는 엘로디의 약이 톡톡히 제 값을 했다. 그나저나, 얼마나 심하게 빨개졌길래 마족이라는 거야? 다시한번 거울로 얼굴을 확인해 볼까 하다가 관두기로 했다. 너무 잦은 쇼크는 몸에 해롭다.
"……."
어느새 대로변으로 접어들었다. 척 보기에도 귀족입네 하는 깔끔한 외모를 소유한 아르카센의 앞을 막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 탁 트인 길을 그냥 걷기만 하면 된다. 자신이 몰래 일탈 할 때에는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느라 한정된 시간을 다 써버리곤 했었는데. 라나는 흘끗 뒤를 돌아보며 수없이 아르카센의 얼굴을 보고, 또 보는 마을 처녀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와닿는 부러움의 시선에 등이 화끈거린다.
그 아슬아슬 했던 순간이 지나가고, 아르카센과 라나는 서로에게 단 한마디도 건네지 않은채 쉬지 않고 걸었다. 걷는 일에는 익숙했지만 라나는 조금 의아한 감이 있었다. 보통 귀족들이 타고 다니는 말 대신 왜 직접 걸어다닐까? 라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그 답은 바로 사람이 가득 들어찬 대로변에 있다. 가끔 철 없는 귀족 자제들이 말을 타고 경주라도 하듯 사람들 사이를 마구잡이로 달리는 일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죄 없는 생목숨이 끊어지는 것이 빈번했다. 게다가 피해자들은 거의가 힘 없는 평민들이라서 어떻게 항변해보지도 못하고 이미 싸늘히 식어버린 가족의 주검을 부여잡고 그저 오열하기만 했다. 한번은 라나가 보는 앞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조그마한 아이를 뛰어넘어 보겠다고 저들끼리 내기를 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다가, 자신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가까워지는 말에 겁을 먹은 아이가 도망치자 그대로 말발굽으로 차버렸다.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죽어버린 아이를 두고 그들은 내깃돈을 주고받았다. 쓰레기 같은 귀족들. 그 당시에는 나서지 못해 후에 황녀의 이름으로 자근자근 밟아버렸지만 아직도 그 날의 일이 생생하다.
반면에.
제대로 된 인간. 라나는 빈 종이조각에 채워넣을 세 마디의 단어를 떠올렸다. 모두가 이기적이고 이해 타산적인 귀족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제대로 된 귀족. 입가에 즐거운 미소가 맺혔다. 듀르한 공작가가 그래왔듯이, 그도 올곧은 사람이다. 그래, 그 믿음으로 피의 맹약까지 했다. 이제 순순히 말을 따라줄까 생각도 해 보지만, 호위기사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다짜고짜 칼부터 들이민 전적이 있으니, 그건 민망하고.
"우아아아아! 적군이 쫓아온다! 퇴각하라, 퇴각!"
"와아아!! 도망친다! 쫓아라!!"
"어어, 어어어어?"
한 무리의 아이들이 생각에 빠져있는 소녀를 거칠게 밀치며 달려갔다. 온갖 사람들이 모여있는 대로는 부모들이 모두 일하러 나가 집에 혼자있는 아이들의 좋은 놀이터다. 라나는 아이들답게 막무가내로 돌진하는 힘에 밀려 휘청거렸지만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저쪽 끝에서 미처 중심을 잡지 못한 사람이 쿵, 하고 넘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와하하하, 마냥 천진한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같이 들렸다. 라나는 자신이 그 우스운 꼴이 되지 않은 것을 감사히 여기며 잔뜩 구겨진 치마를 털어내고 고개를 들었다.
"…어?"
없다. 소녀는 고개를 이리저리 힘껏 휘돌렀다. 없다, 없다.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키가 커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사람들 위에 우뚝 솟아있을 그 남자가 보이지 않는다. 아주 잠깐동안 시선을 돌린 것 뿐인데! 툭, 툭. 그 자리에 못박힌 듯, 가만히 서 있는 라나를 사람들이 이리저리 치고 지나갔다. 라나는 온 몸의 감각을 곤두세웠다. 이대로 놓치면 안돼!
"아!"
다행일까, 불행일까. 라나는 막 모퉁이를 돌아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극적으로 잡아냈다. 서둘러 그쪽으로 달려가는 라나는 알고 있을까… 그 곳이 훗날 자신에게 커다란 위험이 될 곳이라는 걸.
(5)
"이 곳은 위험하니 조심하십… 이런."
짧은 청남색 머리카락이 스산한 바람에 제멋대로 흩날렸다. 태양이 쨍쨍한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빛 한점 없는 어두운 골목길을 서슴없이 디뎌가던 아르카센은 그 자리에 멈춰섰다. 대로까지만 해도 자신의 뒤에 바짝 붙어 따라오던 메이드가 보이지 않는다. 아르카센은 난감한 한숨을 내쉬며 관자놀이를 짚었다. 볼일이 급해 세세히 신경을 쓰지 않은 탓이다. 사람이 넘칠 듯 몰리던 그 대로에서부터 신경썼어야 되는건데. 메이드 답지않은 민첩한 몸놀림과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한 범상치 않은 기세에 그만 마음을 놔 버렸다. 꼭 누구를 닮은 듯한 새빨간 눈동자가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설마."
아르카센은 본능적으로 연상된 소녀의 모습에 흠칫 몸을 떨었다. 투명한 유리잔에 맑은 보석처럼 찰랑이는 레드와인을 담은 그 눈동자. 바깥에서는 온화한 봄의 황녀로 칭송받고 있지만 사실은 우아한 티 타임보다 검술수업을 좋아하는 제국의 1황녀가 장난기 가득한 눈동자를 반으로 잡으며 웃고 있다. 아니, 황녀가 자신을 따를 리 없다. 아르카센은 그렇게 확정지었다. 그 민첩한 몸놀림도, 범상치 않은 기세도 모두 집사가 교육을 잘 시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황녀는 지금 산더미같이 쌓인 편지의 산에 일일이 답장하는 일이 채 끝나지 않았음이 분명하기에.
"어쩔 수 없군."
아르카센은 점점이 빛나는 골목의 입구를 잠시 바라보다 발길을 돌렸다. 철저히 훈련받은 메이드는 주인이 자신을 찾지 않으면 그냥 저택으로 돌아가는 법이다. 그는 그 사실을 믿기로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다갈색 머리에, 새빨갛게 충혈된 눈을 하고 있는 소녀는 지금 막 골목길로 투다다다 뛰어오고 있는 중에다, 메이드의 교육따위는 전혀 받지 않았고, 크리티컬로 아르카센 자신이 황궁에 틀어박혀 열심히 답장을 쓰고 있을 거라고 믿는 1황녀였다. 철두철미한 아르카센이 황녀가 답장을 쓰는 일을 다 끝내면 자신에게 바로 연락하라고 시녀에게 명령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방법으로 집무실에서 나왔을 때의 이야기고. 라나는 이층 테라스에서 뛰어내려 탈출을 감행했다. 응? 시녀가 한번쯤 들어가볼만하지 않냐고?
모르는 소리. 그 철두철미한 아르카센이 이르기를, 시녀가 들락거리면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으니 황녀가 스스로 나올 때까지는 기웃거리지 말라 했다. 이 남자 역시도 제 무덤 스스로 파는 꼴이다.
아르카센은 느릿하게, 그러나 완전히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하아… 헉, 여긴 어디야?"
빛은 더 이상 소녀를 따라오지 않고 흩어졌다. 라나는 골목의 입구에 멈춰서서 머뭇머뭇 캄캄한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전형적인 뒷골목. 하층민이나 살 듯한 이곳은 공작이 볼일이 있어 올 곳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라나는 석회가루가 떨어지고 담쟁이 덩굴이 타고 올라간 벽을 물끄러미 보았다. 분명 자신은 그대로 멈춰서 있고, 바로 뒤에 환한 햇빛이 자신을 비춰주고 있는데도- 어쩐지 사이한 어둠이 발목을 움켜잡는 것 같아 들어가는 게 꺼려진다. 예민한 감각이 본능적으로 그 안에 도사린 위험을 알아챈 것일까, 내딛는 발걸음이 불안하게 흔들린다. 라나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여기까지 쫓아온 이상, 못 들어갈 이유도 없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일이라면, 듀르한 공작 저택의 철저한 신체 검사 때문에 소지한 무기가 없다는 것.
"뭐, 체술도 배워두긴 했지만 말이야."
그래도 늘 한 부분을 차지하던 자그마한 단도가 없이는 불안하다. 라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구석에 버려져 있는 나뭇가지를 주워들었다. 칼날 특유의 서늘한 느낌은 없지만 거칠거칠한 표면도 나름대로 익숙했다. 시험삼아 두세번 허공을 그어보고 강도를 확인한 후 오른손에 꼭 쥐었다.
"그럼, 찾으러 가보자고!"
씩씩한 목소리가 허공에 메아리쳐 공기를 타고 퍼진다. 파드득- 안으로,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라나의 뒤에서 새빨간 눈을 가진 까마귀가 까만 깃털을 두어개 날리며 날아올라 삐걱대는 간판의 끄트머리에 내려앉았다. 사혈死血빛을 띈 까마귀의 눈이 기묘하게 빛넌다. 한동안 어둠속으로 파묻히는 소녀를 바라보던 까마귀는 곧, 복잡하게 얽힌 건물들 사이를 날아가기 시작했다.
뚝, 뚝.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가 음산하게 골목길을 메운다. 바람에 끼익 녹슨 쇠가 우는 소리에도 깜짝 놀라며 소녀는 여전히 그 골목을 걸어가고 있었다. 사람도, 동물도, 살아있는 것 무엇하나 보이지 않는다. 사물을 분간 할 수 있을 만큼의 희미한 빛만이 막힌 곳, 막혀있지 않은 곳을 알려줄 뿐. 그나마 다행이라면 복잡하게 꼬여있기 마련인 여타 다른 뒷골목과는 달리 하나로 쭉 이어져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는 것일까.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건물의 구조는 보이지 않는다. 아리 경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거야? 입을 한껏 내밀어 투덜거려보지만 아르카센이 짠, 하고 나타날 리가 없다. 땀으로 축축해진 손을 메이드복에 문질러 닦았다.
왠지 모르게 시린 죽음의 냄새가 난다. 라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스스로가 생각하듯 운이 좋은 암살자로서, 적지않은 사람들의 생명을 거뒀다. 그들에게서 나던 죽음의 냄새를 라나는 똑똑히 기억했다. 뼛속을 파고드는, 처절한 한기. 어느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러가지 일이 있고 피치못할 사정으로 암살을 나가지 못하다보니 둔감해진 후각이 다시 그 냄새를 맡는다. 아니. 라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이 살아있는 이상, 죽음에 둔감해지지는 못할 테다. 절대적인 어둠의 끝- 그게 라나가 죽음을 정의한 것이었고, 소녀는 아직 빛을 더 많이 받고 있었으니까.
라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빛을 많이 받고 있지. 하지만-
"후대의 암살공을 꿈꾸면서-"
라나는 힘껏 허리를 젖혔다.
"아직도 어둠이 익숙하지 않으면, 말이 되질 않지!"
소녀의 눈 위로 날카로운 쇠꼬챙이가 지나간 것은 순식간이었다. 자신이 피하자마자 바로 내리긋는 민첩한 행동에 곧바로 대응하며, 라나는 뒤로 물러섰다. 떨어지는 낙숫물의 소리에 희미하게 섞여오는 다른 발소리를 들은 것이 행운이었다. 라나의 바로 뒤에는 비썩 마른 체구에 창백한 피부를 지닌 남자 셋이 서 있었다. 그들은 소녀의 민첩한 행동에 잠시 놀라는 듯 하더니, 이내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한 발 다가섰다.
"큭큭. 심장을 바로 뚫어버릴 수 있었는데, 안타깝군."
"나는 귀머거리가 아니야. 쾅쾅 울리는 발소리를 듣지 못할 리가 없잖아?"
"울리는 발소리?"
발작적인 웃음소리가 나직하게 울렸다. 뻔히 보이는 라나의 허세를 간파하지 못할 리가 없다. 남자들은 라나가 본능적으로 꼭 쥐고 있는 나무막대를 경멸의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어떻게 해서 공격을 피했다고 해도 그들은 셋, 상대는 한명. 거기다 조그만 소녀에, 소지한 무기가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기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조차 않는다.
"도망갈 곳도 없고 말이지."
라나 또한 알고 있었다. 여기서 아르카센이 나타난다면 상황은 반전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고. 하지만 여기서 그냥저냥 심심하게 죽어버리기에는 16년, 짧지 않은 생애동안 아둥바둥 살아온 게 아깝다. 소녀는 생그르르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 순간, 어두컴컴한 골목이 환하게 빛나는 듯한 미소였다. 어린 소녀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리거나, 막다른 곳으로 도망갈 거라 예상했던 남자들은 멍해졌다. 그리고, 라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암살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법이죠, 그쵸?"
처음 아르카센과 검을 맞댔던 날 들었던 말을 읊조리며 라나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왼쪽에 서 있는 남자의 곁으로 다가갔다. 아직 그들이 라나가 가까이 온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을 노려- 남자의 가운데를 손에 들고 있는 나무막대로 힘차게 후려쳤다.
퍽!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한명 제거."
뭔가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왼쪽에 서 있던 남자는 그대로 쓰러졌다. 허옇게 눈을 까뒤집고 입에서 침이 줄줄 흐른다. 라나는 찜찜한 표정으로 나무막대를 가볍게 털어내고 남자의 그 고통을 잠시 가늠해보다가 온 몸을 부르르 떨며 그만두었다. 어린시절의 기억이 꽤 도움이 되었다. 지금은 거의 궁에 들어오지 않는 오빠 이르젠은 그래도 어릴 때는 여동생들과 잘 놀아주는 꽤나 자상한 오라버니였다. 라나는 그 때도 인형놀이보다는 오빠가 배우는 검술에 더 흥미를 보였는데, 가끔 이르젠이 장난삼아 라나와 대련을 해 준 적이 몇번 있었다. 검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고 그저 휘두르는 것밖에 몰랐던 어린 라나는 오빠가 자신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자 약이 올랐고, 분노를 담아 그대로 휘둘렀는데- 뭐, 그 다음은 당신의 상상에 맡기겠다. 그 때의 일로 한동안 라나는 황실의 대를 끊을 뻔 한 황녀로 찍혔다는 사실만이 당시의 정황을 설명할 뿐.
어쨌든, 일단 한 명이 줄었으니 됐다. 라나는 싸늘한 눈길로 간헐적인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남자를 잠깐 응시했다. 대? 끊어지라지. 뒷골목에 기생하며 어린 소녀의 목숨이나 노리는 인간을 고자로 만들었다고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었다. 소녀는 빙글 돌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고 멍한 표정으로 쓰러진 동료를 그저 바라만 보는 두 명 남은 남자들을 향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다음엔 당신들이 저렇게 될 거야."
힘도 딸리고, 수도 딸린다. 그럼 남은 것은 스피드에 의존한 속공. 먼저 치는 사람이 일단 먹고 들어간다.
"그렇겐 안 될걸!"
라나가 접근하는 방향에 있던 남자는 왜소한 몸집에 맞게 가벼운 움직임으로 공격점에 있던 자신의 몸을 틀었다. 빈 허공만을 후려친 라나는 다음 공격을 대비해 재빠르게 거리를 두었지만, 남자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아까와는 달리 한껏 여유로운 모습으로 소녀의 움직임을 즐기는 듯 했다. 아, 라나는 알아차렸다. -저들은 나를 사냥하고 있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미 상처 난 자리를 스친 이가 붉은 핏방울을 만들어낸다. 어슬렁어슬렁 다가오는 사냥꾼들은 어둠 속에서도 확연하게 빛나는 붉은 물방울을 보고 음침하게 눈을 번쩍였다.
"저 자식을 이겼다고 기고만장하면 안 되지, 아가씨."
"그럼, 그럼. 저 벌레는 우리 중에서도 제일 약한 놈이니까 말이야."
"…내가 보기엔 너희들 다 고만고만해 보이는데?"
"킥킥. 입만 살았군. 이제 겨우 '그것'이된 저 자식과 우리를 동급으로 보면 섭섭하지."
"'그것…?'"
"아아, 꼬마아가씨가 알 만한 내용은 아니니까 신경 끄라고."
남자는 비릿한 웃음을 기묘하게 비틀린 입가에 띄웠다. 죽음의 냄새가 느껴진다. 한기에 잠시 얼어버린 라나가 주춤거리는 사이 사냥꾼들은 아까와는 다른,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소녀를 향해 접근했다. 손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과 함께 날카롭게 벼려진 쇠꼬챙이가 소녀의 지척에서 아른거린다.
콱!
"실패했네?"
"움직이는 과녁은 이래서 힘들지."
"헉…헉."
지독하게 아리다. 라나는 터질듯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애쓰며 손을 뻗어 흘리듯이 막아 석회석 벽에 단단히 박혀 있는 쇠꼬챙이를 흘끗 보았다. 두 명의 남자가 동시에 움직였다. 하나는 소녀의 유일한 무기인 나무막대를 빼앗아 멀리 던져버렸고, 다른 하나는 소녀가 당황한 틈을 타 쇠꼬챙이를 들이밀었다. 사냥하는 것을 끔찍한 두려움으로 밀어넣는 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벌써 피로 얼룩진 손바닥이, 지독하게 아리다. 덧 재단된 메이드복을 빠르게 찢어 손에 칭칭 동여맸다. 몇 겹으로 동여맸지만 흐르는 피의 양이 너무도 많아 천은 금새 축축해졌다.
아아, 죽을 뻔한 위기를 많이 넘겼다. 어릴 적부터 수 없이 암살 위협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이번만큼 두려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누가 내 죽음을 알릴까? 볼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아리 경이? 아니면 저 사냥꾼들이? 그것도 아니면 우연히 이곳에 들어온 다른 사람이? 어쩌면 아무도 모를지도.
라나는 천이 감긴 손으로 동그랗게 주먹을 말아 쥐었다. 욱신거리는 통증은 아직 내가 살아있단 증거고,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는 의지다.
"그러니까, 덤벼!"
라나는 크게 외쳤다.
그 시각, 아르카센.
"……."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이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만든다. 사이한 어둠이 가득 들어찬 골목길을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던 아르카센은 아까부터 드는 이상한 기분에 결국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항상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그에게 걱정할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저택을 나오기 전 밀린 업무는 이미 다 처리해 두었고, 요 근래 스트레스의 주 원인이 되는 황녀는 산더미처럼 쌓인 의무로 발을 묶어두었다. 지금 유일하게 있는 걱정거리라면 지금 만나러 갈 이에 대한 것 뿐인데- 본능적인 좋지 않은 예감은 앞에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느껴진다. 아르카센은 고개를 완전히 돌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뒤편을 응시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들은 이 곳이라고 해도 '해가 질 때 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불안한 것은 그저, 그 말괄량이 황녀를 자신의 감시 아래 두지 못해 그런 것 뿐. 그래, 그것 뿐.
아르카센은 낡았지만 빈틈없이 메워져 있는 석회석 벽 사이의 가느다란 균열로 손을 뻗었다. 드르륵- 낮지만 벽이 움직이는 듯한 분명한 소리가 골목에 퍼졌다. 그리고 그는 다시 환한 빛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오랜만이군."
듣기좋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벽에서 한 걸음 나온 아르카센을 반겨주었다. 아르카센의 눈 색과 같은, 아니 그보다 짙은 완벽한 묵색의 머리칼을 하나로 단정히 정리한 남자가 그 만큼이나 표정없는 얼굴로 호화로운 탁자에 앉아있었다. 아르카센은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남자가 권하지도 않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새빨간 눈과, 새카만 눈이 서로를 응시한다.
"늦었다는 말은 하지 않아."
"알고 있습니다."
"찾았나?"
"모든 걸 알고 있는 사람이 할 얘기는 아닌 것 같군요."
짧은 청남색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고개를 똑바로 든 아르카센과 맞은편 남자의 얼굴은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그러나- 무엇인가가 다르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외모로는 하나라고 해도 믿을 만큼 흡사한 두 남자는 분명히 달랐다. 정확한 건 아르카센의 볼일이 이 곳에, 이 남자에게 있다는 것. 속에 담겨있는 미미한 분노에 남자는 시린 냉소를 지었다. 정확한 신분도, 그 무엇도 모르지만 남자는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풍기는 위압감만 보더라도 인간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푸드득- 문득 날개짓 소리가 들렸다. 기다란 방을 정확히 가로질러 날아온 까마귀는 새까만 깃털을 깨끗한 방 안에 떨어트리며 남자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남자의 것과 꼭 닮은 빨간 눈이 아르카센을 정확히 보았다. 이어서 남자의 붉은 입술이 달싹였다.
"꼬리를 달고 왔군."
"…메이드입니다. 아무 상관 없으니 보내주십시오."
"너를 속박한 '봄'인가?"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새싹의 향내가 난다."
새하얀 남자의 얼굴 위로 짙은 검정색의 속눈썹이 그늘을 드리웠다. 설마. 아르카센은 주먹을 쥐었다. 내내 들던 이 불안한 느낌이 말하던 거였나. 다갈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빠르게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비슷한 체구- 비슷한 생김새, 그리고 범상치 않았던 몸놀림. 이 자를 만나러 오는 데에만 치중해서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소소한 특징들을 모두 놓쳐버렸다. 그 순간-
투툭.
"……."
아무것도 대지 않은 깨끗한 손바닥에 피가 번졌다. 허를 찌르는 아릿한 고통이 환상이 아님을 말해준다. 아르카센은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피를 무심하게 보았다. 맞은 편의 남자가 조용한 목소리로 일갈한 것도 그때였다.
"어리석군. 나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피의 저주를 겨우 벗어나고서 다시 피를 속박당했는가."
피의 맹약. 일주일 전, 제국 에노필레스의 1황녀 라온제나와 소녀의 호위기사 듀르한 공작이 맺었던 끝나지 않을 약속. '목숨'을 걸고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상대와 하는, 기사의 맹약의 궁극적인 목적. 주군이 다치면, 호위하는 그 자신도 다친다.
"가라."
아르카센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6)
캄캄한, 어둠에 밝지 않다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뒷골목. 생명체는 도저히 살 수 없을 것만 같은 공간에는 기이한 구도로 생명체라 불릴 수 있는 '사람'이 셋- 아니 넷 있었다. 쓰러진 채 미동조차 하지 않는 남자 하나, 피칠갑을 한 채 즐겁게 웃고 있는 남자 둘. 그리고 서 있는 것조차 힘겨워 보이는 어린 소녀 하나.
지금은 다갈색 머리에 새빨갛게 충혈 된 눈을 하고 있지만- 소녀는 디디고 있는 땅, 제국의 1황녀였고, 나머지 남자들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들이 과연 사람이 맞는지도 의심스럽다. 완연한 붉은 눈이면 마족이라 지레짐작 할 수 있지만, 육안으로 판별할 수 있는 그들의 눈 색은 기묘한 보라빛이었다.
라나는 꺼끌꺼글한 벽을 짚고 힘을 주어 겨우 일어났다. 무릎이 후들거리고, 큰 숨이 거칠게 가슴을 오르락내리락 하게 만든다. 다른 손으로 또르르 굴러 떨어지는 땀을 건성으로 훔치며 소녀는 동그란 눈에 괴물과도 같은 남자들의 모습을 가득 담았다. 남자들의 몸에 칠갑이 되어있는 피는 라나의 피가 아니다. 이리저리 구르고 부딪힌 탓에 깨끗했던 메이드복이 먼지투성이 땀투성이가 됐지만 아까 쇠꼬챙이를 피하면서 입은 손바닥의 상처 외에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라나는 초점을 그들 뒤쪽에 쓰러져 있는 사내에게로 맞췄다.
뜯긴 팔- 다리.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짓이겨진 얼굴. 올라오는 욕지기를 꾹 눌러참았다. 욕지기와 함께 아이다운 비명도 참았다. 함께하던 동료를 죽였다- 아니, 먹었다라고 하는 편이 옳을 거다. 사람의 살을 쉽게 찢고, 아무렇지도 않게 입 안에 넣어 씹어 삼키고, 흐르는 피를 마신다. 인간이 아니야. 라나는 그렇게 확정지었다. 빈민촌에서 기근이 들면 인육을 먹는다는 소리를 들은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산 사람을 위해 '죽은 사람'을 먹는 것이다. 소녀의 앞에 있는 이 남자들은 아니다. 그들은 분명히 살아있어, 미약하게나마 움직이고 있는 동료를 먹었다. 그래, 산 채로.
"당신들… 뭐야. 도대체 정체가 뭐야!"
라나는 온 힘을 그러모아 소리쳤다. 어쩔 수 없는 두려움으로 인해 맺힌 눈물이 시야를 흐리게 만든다. 꼭 살아나가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놀리듯 느릿한 공격을 힘겹게 방어하고 또 방어하며 버텼다. 그렇지만 이건 아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있는 사람을, 동료를 먹는 괴물들에게서 살아나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남자들은 입가에서 뚝뚝 떨어지는 피를 게걸스럽게 핥으며 절규하는 소녀의 가까이로 다가왔다. 비릿한, 녹슨 쇠 냄새가 역겹다. 라나가 주춤주춤 물러서다 무언가를 잘못 디뎌 크게 넘어지자 소리내지 않는 조소를 짓더니, 바로 지척에 쪼그려 앉아 조소와는 다른 상냥한 미소를 짓는다.
-사냥꾼이 사냥감에게 마지막으로 베푸는 자비라도 되는 듯.
"'우리'가 뭐냐고?"
"어둠에 살지. 어둠을 근원으로, 생명을 먹고 살지."
"마족…."
"크크, 그들과 비슷하지만 마족은 아니라고."
"우리는 그들은 결코 누릴 수 없는 걸 누리고 사니까."
답이 없는 수수께끼를 푸는 것 같다. 소근소근, 마치 너에게만 알려 주는 비밀이라는 듯 작은 목소리. 움직이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하게 달싹이는 창백한 색의 입술. 라나는 그 모든 것을 피하려 눈을 질끈 감았다. 마족과 비슷하지만 다른 개념. 그들은 결코 누릴 수 없는 것을 누리고 사는 존재. 도대체 그게 뭐지? 뭔지만, 도대체 그 존재가 무엇인지만 알아차린다면 살 수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방대한 자료가 있는 황실 서고도, 여쭤볼 수 있는 아버지도 없다. 영영,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라나의 감은 두 눈 사이로 끝끝내 참았던 눈물이 흘렀다.
"울지 마, 아가씨. 네가 가게 될 그 곳은 다른 인간들이 그랬듯 행복한 곳일 테니."
"빛이 넘실대는 곳이지. 항상 그래. 어둠에 희생당한 자들은 그곳으로 가는 거야."
쇄액-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날카로운 쇠꼬챙이가 커다란 원을 그리며 곧바로 라나의 심장 쪽으로 날아들었다. 사냥꾼들의 핏빛 미소가 짙어져 가고, 흘러내린 한 줄기 눈물이 턱끝에 대롱대롱 매달리다 툭, 떨어진 그 순간.
"…그 무엇도 당신을 해할 수 없음을 맹세하며- 당신을 해하려는 이를 당신과 같은 하늘 아래에 존재함을 용납치 않음을…"
사랑을 속삭이는 듯이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차갑지만 그 누구보다 따뜻한 손길도 느껴진다. 라나는 자신을 완전히 감싸안은, 너무도 익숙한 남자의 품에 지친 몸을 기댔다. 아리 경. 소리가 거의 담기지 않은 부름이 피딱지가 생긴 입술에서 맴돈다. 아르카센은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라나의 여린 몸을 조심히 들어 뒤쪽에 앉힌 다음 끝나지 않은 말을 소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맹세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라나 님."
"어…떻게."
"당신이 날 불렀으니까."
불안함도, 두려움도, 하다못해 분노도 없다. 오로지 다정함만 남아있는 그 담담한 목소리에 라나는 안심했다. 저들이 인간이던, 인간이 아니던 그것은 이미 중요하지 않다. 아리 경, 아르카센. 그가 날 지켜줄 거고- 함께 환궁할 거다. 물론 일이 종결된 후엔 잔소리 폭탄에 쓰러질 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감정의 동요로 잔뜩 떨던 소녀는 편안한 표정이 되었다. 아르카센은 라나의 눈 밑에 남아있는 눈물방울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볍게 닦아내고, 자신과 똑같은 곳에 똑같이 나 있는 상흔에 강하게 입술을 내리 눌렀다.
"모두 잊으십시오. 나의 황녀."
주문과도 같은 말에 라나는 끔찍했던 현실로부터, 안락한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아르카센은 라나가 깨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신하자마자 소녀가 꽉 잡고 있는 자신의 손을 조심스럽게 빼내었다. 원래는 보석과도 같은 레드와인 색이었지만 지금은 흔해빠진 다갈색. 영롱하게 빛나던 눈동자는 붉게 충혈되어 있지만 자그마한 소녀는 그의 황녀다. 목숨과, 피. 그 자신을 걸고 맹세한 세상이 끝나더라도 지켜야 하는 유일한 존재.
그리고- 그의 황녀와 결코 같은 하늘 아래 존재할 수 없는 이들.
"태양이 지지 않았을 텐데."
내뱉는 말에는 아까의 다정함 대신 골목을 메운 싸늘함보다 더한 한기만이 있을 뿐이다. 메이드에게까지 붙여주던 경어는 간 곳이 없다. 아르카센은 느릿하게 몸을 틀어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라나를 공격하던 그 자세 그대로, 여전히 전신에서 피를 뚝뚝 떨어뜨리며 두 남자가 서 있다. 그리고 그들의 발치 아래에는, 흐물흐물 녹아버려 더 이상 무기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는 쇠꼬챙이가 나뒹굴고 있었다. 그가 제때 오지 않았더라면, 어린 소녀의 몸을 그대로 꿰뚫었을 그것. 늘 생기와 장난기로 반짝거리던 그 눈동자는 싸늘히 식고, 황녀답지 않은 말들을 툭툭 내뱉던 붉은 입술은 이제 미소짓지 않겠지. 자신이 약한 황녀로 보이는가, 한 명의 여검사로 보이는가 대차게 외친 그 목소리도 들을 수 없을테고- 저벅. 아르카센은 청남색 머리카락을 가볍게 흐트러트리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태양이 지지 않았다고 했다. 왜 대답이 없나."
"이, 이곳은 우리의 영역이다! 네가 무슨 상관이냐?!"
"인간 따위가 왜 우리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주춤주춤. 아르카센이 한 걸음 다가서면 남자들은 두 걸음 물러섰다. 그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번갈아 소리치며 남자들은 조금씩 아르카센과의 간격을 벌렸다. 위험하다. 두려움으로 몇 배는 민감해진 본능이 비명을 질러댔다. 인간이지만, 결코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대로 죽을 순 없어. 더 살고싶어. 아직 영생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
"여긴 너희들의 구역이 아니다."
어느새 아르카센은 그들의 지척에 서 있었다. 발소리도, 움직임도 없이. 눈을 깜빡이지도 않았는데 그가 언제 다가왔는지조차 알 수 없다. 남자들은 멍청하게 눈을 굴렸다. 아르카센은 천천히 손을 뻗어 허공을 움켜잡는 것처럼 손을 움직였다. 컥! 남자들이 폐에서 공기를 토해내며 위로 떠오른다. 목이 졸리는지 꺽꺽 숨넘어가는 추레한 소리가 들렸다. 차가운 조소 한자락을 매끈한 입술이 만들어냈다.
"단 하나를 위해 만들어진 사회 프리엔- 안식처. 이곳은 지배자를 위한 곳일 뿐."
움켜쥔 손을 풀자 허공에 떠 있던 남자들은 그대로 벽으로 날아갔다. 쾅! 엄청난 빠르기로 날아간 그들이 부딪힌 벽은 커다란 폭음만이 울릴 뿐, 무너지지 않는다. 받아주기 싫다는 듯이, 충격조차도 반탄되어 남자들에게 돌아가 다시 아르카센의 앞으로 날아간다. 쿨럭, 그들이 삼켰던 동료의 붉은 피가 다시 역류해 쏟아져 나온다.
아르카센은 그 일련의 동작들을 여유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사실은 하나도 여유롭지 않다. 그는 지금 앞에 널부러져 있는 남자들을 갈기갈기 찢고 싶어하는 충동을 꾹 억누르고 있었다. 그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충동이다. 그래서 더 기분이 나빴다. 무의식적으로 올린 손등이 아까 라나의 상처에 키스했던 입술을 쓸고 지나간다. 아르카센은 손등에 묻어있는 피를 가만히 응시했다. 아아, 그는 나즉하게 탄식했다. 사람들이 피의 맹약을 꺼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속박도, 주군이 다치면 그 자신도 다치는 이유도 아니다.
그것은, 주군이 당했던 고통의 기억을 고스란히 그 자신도 보는 것.
입술 사이로 비릿한 피가 녹아들었다. 뜨고있는 눈으로 같은 배경에, 다른 영상이 흘러들어온다. 아르카센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 자신도 가지고 있는 상처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려 하얀 셔츠를 붉게 물들였다.
저벅, 저벅. 멈춰섰던 걸음이 다시 움직인다. 아르카센은 힘겨운 숨만을 토하고 있는 그들 앞에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상냥한 웃음을 지었다. 그들이 라나에게 그랬듯이. 라나가 그들에게 당했듯이. 너무도 시리고 어두운 상냥한 미소를.
"사냥꾼, 다음엔 사냥감."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자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미친듯이 달려갔다. 남자들이 사라질 때까지 잠시간의 시간을 주고, 다시 일어나 단정한 한 걸음을 내딛는 아르카센의 눈은… 글쎄, 막막한 어둠 때문에 생긴 착시현상일까. 붉은 빛을 띄고 있었다.
화르륵- 새빨간 불꽃이 날름거리며 어둠을 핥아먹고 있었다. 짙은 불그림자가 남자의 매끈한 얼굴에 기이한 얼룩을 드리웠다. 아르카센은 들고 있던 것을 불길 속으로 던져 넣었다. 다섯 개의 손가락이 꿈틀거리며 불 밖으로 기어나오려 버둥거리다 까만 재가 되어 흩어진다.
"사냥하는 재미가 없군요."
활활 타오르던 불이 던져진 먹이를 다 먹고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청남색 머리카락에 튄 핏방울을 건성으로 털어내던 아르카센은 옆을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윤기나는 까만 깃털을 가진 까마귀를 어깨에 앉힌 남자가 그의 옆에 있었다. 바람에 날려 자신 쪽으로 굴러오는 재를 손으로 휘저어 막아내는 손길에 귀찮음이 여실히 묻어나와 있다.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에레나토르. 그 여자는 이번엔 나를 피할 수 없을 거다."
까악, 붉은 눈을 불길하게 빛내며 까마귀가 크게 울었다. 동문서답. 엉뚱한 말로 대답을 대신하는 남자의 말이 훗날의 경고임을 아르카센은 너무도 잘 알았다. 그는 남자들을 상대할 때 단 한번도 꺼내지 않았던 검을 꺼내 빠른 속도로 휘둘렀다.
툭. 허공에서 뚝 떨어져 데구루루 바닥을 굴러가는 것은 까맣고 조그마한 공 같았다. 이내 먼저 떨어진 것을 따라 더 둔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것은 남자의 어깨 위에 앉아있던 까마귀였다.
"아직 여자가 아니라 '소녀'입니다."
"까마득한 세월 동안 그 여자만을 기다려왔다. 2년, 그 짧은 시간동안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아무런 상관도 없다, 하는 듯한 아르카센의 말에 남자는 미간을 좁혔다. 남자가 재촉하기 전에 그는 무엇인가를 벤 흔적도 없는, 깨끗한 검을 능숙하게 검집에 집어넣고, 말을 끝맺었다.
"대신 에레나토르의 자매가 대신 당신을 막을 겁니다."
"검은 아직 벼려지지 않았을 텐데."
"루스티카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아르카센의 신형이 점점 흐려졌다.
"고대의 핏줄보다 더 진한 피로 나누어진 자매가 존재하니까요. 당신은 때가 와도 어쩔 수 없을 겁니다."
"믿을 수 없는 말을 하는군."
"당신과 나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거지."
"……."
"레위스."
아르카센은 자신이 들어섰던 골목 입구에 다시 나타났다. 들어갈 때는 혼자였지만, 나올 때는 혼자가 아니다. 그의 품에는 인형과도 같은 작은 소녀가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소녀의 머리는 어느새 다갈색이 아니라 본래의, 찬연한 레드와인 빛으로 돌아와 있다. 지금은 눈을 감고 있지만 다시 눈을 뜬다면 그 눈동자 역시도 본래의 색일 거다. 아르카센은 집중된 시선을 무시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진중한 걸음걸이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황궁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르카센이 들어갔던 그 골목은, 다시 사람들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 골목이 있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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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도 끝났습니다 > <
다음부터는 3장. 황녀님의 오라버니가 연재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소근]
사실 못말리는 황녀님은 4장. 황녀님의 기사단(3)까지 써 둔 상태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연재가 빠르지만.......
나중 되면 ㅌ나와요...()
첫댓글 그렇군요, 황자라.. 황자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걸요? 쿡쿡. 음.. 아리의 과거와 닮은 남자와의 관계도 궁금하군요, 이거야 원.. 쿡쿡. 후에 힌트를 주시길 기다리며.. 쿡쿡. 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 < 차차 나올 거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처음으로 읽었는데 너무 재밌네요 ㅎㅎㅎ 꼭 책을 사서 읽는 기분이 들어서 더 재밌는것같네요 ㅎ 아리와, 황녀 그리고 의문의 남자의 정체.,.너무 궁금한게 많네요 ㅎㅎ
오, 책을 사서 읽는 기분이라니... 영광입니다 ! 조금씩 밝혀지는 비밀을 기대해주세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헤에...아르카센 멋있네요ㅋㅋㅋ 잘 보고 가요!
> < 아리 경은 멋있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 하루 안들어왔떠니 ㅋㅋㅋㅋ 잼나는데요 음 나도 피의 계약 같은거 해보구 싶다. ㅎㅎ 꼭 쌍둥이에게 일어나는 일 같네요 언니가 다치면 쌍둥이 동생도 다치는것 처럼 ㅋㅋㅋㅋ
쌍둥이에게 일어나는 일과 비슷하긴 합니다! 그치만 다른 점은 라나가 다치면 아리 경이 따라 다치는데, 아리 경이 다치면 라나는 다치치 않는 점이랄까요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와와 신기해요.. 근데 같은곳을 다치는건감??
네, 피의 맹약으로 주군의 피가 흐르면 그 자신의 피도 같이 흐르지요 > <
오오오오오오오~~점점 더 재밌어지고 기대되네요~~
ㅋ,ㅋ 감사합니닷! 앞으로도 계속 기대해주세용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