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바로 그 시간에
김 선 우
시간이…… 없다고? 당신은 마치 시간을 가져본 자처럼 말하는군. 당신이 가진 24시간을 필요에 따라 나누어 쓴다는 듯이 시간이 든 알사탕 주머니를 소유한 관료처럼 제목을 입은 스물네 개의 병정인형이 흰 계단을 꾹꾹 누르며 악보에 적힌 대로 안녕하게 행군한다는 듯이 이봐, 모른 척하고 싶겠지만,
om의 초생달 속에서 검은 현들이 자라나며 째깍, 째깍, 째깍거리고 검은 혀의 뿌리에서 치솟는
검은 연기의 족보를 추적하다 권총을 빼 드는 누군가 있다 고유한 자신을 살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잔인하고 우스꽝스러운 중독된 시간에 대하여…… 살의를 갖기 시작한,
반가워. 이런 노래를 들어본 적 있나.
시간은 당신과 함께 있지만 당신이 시간을 가질 수는 없어. 당신이 사라지면 시간도 사라지지. 왜냐하면 당신이 시간이니까. om의 초생달로 어릿광대를 보여줘.* 당신…… 내가 아직 삶 이전이라는 걸 알아챈 내게, 어릿광대의 찢어진 붉은 모자를, 따스한 탄환을, 오늘 밤은 살의 가득한 찬란한 훈풍을, 끼이익,
*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 뮤지컬 「A Little Night Music」의 삽입곡.
-시집, <녹턴> (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