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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일을 쓸까 합니다. 재수생이라 집에만 있기가 상당히 눈치가 보여서 도서관에 간다고 집을 나와서 무작정 지하철을 탔습니다. 사실 국립중앙도서관을 한번 가볼까 한것이 서울 올라온 2월 중순부터였는데 자꾸 미루다가 어차피 시간도 때우고 또한 결심한바를 한번 이루는 좋은 계기가 되고자 하는 마음에 그곳으로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시선공포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도서관까지 가는 도중에도 시선공포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도서관에 들어가서는 안내 데스크에 아주 자연스럽게 이용방법까지 물어봤습니다. 들어가서 시선공포 느끼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다가 배가 출출하여 나와서 매점에 가서 빵과 음료수를 샀습니다. 시선공포 없었습니다. 그 빵과 음료수를 들고 야외로 나와 먹었습니다. 한 아저씨가 자꾸 운동을 하시는듯 왔다 갔다 하셨고, 한분은 약 10미터 전방에서 체조를 하고 계셨지만 저는 별다른 시선공포 없이 빵과 음료수를 먹었고, 조금 쉬고 들어갔습니다. 도서관에 있으면서 시선공포는 느껴지지 않았고 6시과 폐관시간이라 나왔습니다. 문제는 제가 집에서 1시 이후에 나와서 그때 집에 가면 너무 일찍 가는 꼴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든 7시를 넘겨서 집에 들어가야할 절대과제가 생겨난 셈이었습니다.
그래서 머리를 굴렸습니다. 일단 출입구를 가까운곳 보다 먼곳을 택하여 시간을 벌었고, 지하철 한 대를 보내서 몇분을 늦추었고, 또 운동학원 알아본곳을 사전답사 하는겸 가기로 하였습니다. 총신대역에서 내려 환승을 하고 사당역에서 내렸습니다. 시선공포는 그때까지도 없었습니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궁리하며 지상으로 나와서 그곳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데 어째 동네가 유흥가 같았습니다. 번쩍번쩍 네온사인. 좀 어색하게 걷고 있는데 갑자기 시선공포가 시작.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이 신경쓰였습니다. 갑작스러운 심리변화에 당황하고 있는데 상대편에서 떡대 두명. 딱 보기에 단체생활 하는(일종의 조직)키 185이상 되보이고 몸무게는 기본적으로 백킬로그램은 넘어줄것 같은 사람들이 걸어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걷고 있는 쪽과 두 깍두기가 걷는 쪽이 공교롭게도 맞아떨어지는 상황. 길 오른쪽에서 걷던 저는 차를 피함과 동시에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을 피하기 위하여 오른쪽으로 이동했는데, 옮김과 동시에 전방에 보이는 떡대 둘. 이걸 다시 피해야 하나 그냥 가다가 살짝 피해야 하나. 그냥 가? 안 비켜주면? 그래 그냥 걷다가 조금씩 방향 전환하자. 걷던 저는 불과 몇센티미터 전에 몸을 30도 정도 틀어서 걸었습니다. 떡대 둘은 그냥 무심하게 지나가고. 자존심이 상한(자존심을 좀 이상한데서 찾지만;;) 저는 그냥 걸었는데 어이쿠 이번에는 떼거리로 몰려오더군요. 방향전환하자니 좀 이상하고 그냥 기분도 그래서 그냥 걸었습니다. 살짝 몇센티미터 간격으로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찾고자 했던 것은 어이없게도 찾다 찾다 보니까 10번 출구쪽이더군요. 저는 8번 출구로 나와서 그렇게 헤맸건만. 10번출구와 가까운곳에 위치함을 알고 일단 8번 출구를 나왔던데에 저주했고, 길거리에서 떡대들과의 연속적인 마주침에 저주했고, 나아가서 하늘의 장난에 저주했습니다. "제발 좀 하루라도 기분 좋게 넘어갑시다. 어이 신 양반. 꽤나 악취미일쎼그려"
저는 이상하게도 시선공포가 전이되어서 길거리에서 반대편에 오는 사람을 피해가면서도 피해가는 제 자신이 참 비참하게 느껴집니다. 뭐...여성과 노약자는 피해가면서도 그런 생각이 안 드는데 저와 또래거나 혹은 좀 어리거나 아니면 좀 험상궂거나 덩치가 있으면, 왠지 제가 열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오히려 그쪽으로 가버리는경우도 있지만요.
오늘 학원에 가서 남는 시간에 일기를 쓰면서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결국 제가 가지고 있는 열등감(이라기 보다는 열등한 제 자신)이 원인임을 알수 있었습니다ㅣ. 길거리가 아니더라도 밖을 나가면 사람들이 신경 쓰입니다. 그것은 행여 사람들의 시선속에 나에 대한 경멸이 깃들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때문입니다. 그것은 결국 제 자신을 타인에 비해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열등의식 때문이며, 이러한 열등의식으로 인하여 내가 우습게 보일 것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그것이 확대되어 사람들이 나를 해할것이라는 극단적 생각까지 드는 경우마저 있습니다.
어제뿐만 아니라 오늘 학원 영어 수업시간에도 시선공포와 함께 그것에 기인한 잡생각이 고개를 들었고, 오후에 잠시 나갔을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제 알아내지 못한 운동학원을 오늘을 가서 분위기도 보고 한다는 차원에서 오후에 가보려고 하였으나 세탁으로 인한 시간지체와 짜증(계속되는 세탁기 오류와 무지막지하게 많은 세탁물)에 잠시나마 가열차게 타올랐던 의지가 바람앞의 촛불처럼 사그라 들고 결국은 가는도중 돌아오면서 슈퍼마켓에서 먹을것을 사오는 것으로 매듭을 지었습니다.
가는데 반대편에서 교복을 입은 남학생 5명 +가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교복입은 중고등학생들이 지나가는데도 순간적인 심리 변화가 있었습니다. 비록 성인이 된지 1년도 안된 상황이지만 그 기분 꽤나 더러웠습니다.
어쩌면 자기암시의 과도화로 인한 반작용으로 전혀 엉뚱한 생각이 나는것일수도 있지 않을까 하면서 자기합리화를 해보지만...(스스로의 사고나 심리를 제어하지 못하는것은 정신분열증 맞나요? 맞다면 대공에 정신분열증을 추가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이 되는군요)
"저 하늘에 있는 神이란 양반은 참 고약한 취미를 가졌습니다. 제가 좌절과 패배의 구렁텅이에 빠져서 고통스러워하는것을 보며 삶의 희열과 쾌락을 얻는 아주 묘한 악취미를 지닌것입니다. 어이 神 양반. 그런 변태적인 악취미는 그만두고 내가 행복의 인생을 살면서 느끼는 모습들을 보면서 희열과 쾌락을 얻는 좀더 발전적이고 진취적이며 건설적인 취미를 가질수는 없겠수? 왜 나만 행복하면 안되는건가. 왜 나에게 이러한 좌절과 고난을 안겨주는거요? 너무 도를 지나치게 역사하시는구만. 나도 이제 나를 가두어 놓은 이 거대한 유리병을 깨트리고 자유롭게 살아갑시다. 깨트리기는커녕 두르리려는 '척' 만 해도 저 @랄을 하니..."
*글 말미에 한 독백(헛소리)는 특정종교를 비하하려는 의미(역사)가 아니라, 그러한 단어를 통하여 저의 글의 의미를 더욱 공고히 하고자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따라서 특정 종교분들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말미에 거론한 신은 특정 종교의 신이라기 보다는 한민족 전통의 한울님 개념입니다.
*애써 글을 썼건만 수정이 안되는 관계로 글을 날려버리고 다시 썼습니다. 다음에서 뭔가 바꾸기는 바꾸었는데 제대로 바꾸지 않았나 봅니다. 다음은 이윤추구에만 혈안되어 있지 말고 회원들의 불편사항이나 개선해라! 네이버나 다음이나... 서비스가 엉망입니다. 다음 너 마저 나를... |
첫댓글 한편의 소설 같아요 (실례가 안되는지 모르겟네요). 근데 재밌지 그러면 안되는 줄 아는데 ...... 글을 재밌게 쓰셔서 그런가 봅니다 - 힘드신거 압니다 글 계속 올려 주셨으면 감사 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