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설날 연휴 잘 보내고 계십니까?
철학을 뜻하는 영어단어 philosophy는 그리스 어 philos(사랑)과 sophia(지혜)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지혜의 사랑”을 뜻합니다. 특별히 경제적인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을 “경제학박사(PhD in economics)”라고 부르듯이 “인생의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을 인생 철학 박사(PhD in Life & Social Science)” 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자기최면을 걸면서 평소에 소홀히 했던 삶의 지혜를 설날을 계기로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2025년 새해 벽두 삶의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아포리즘(aphorism) 몇 가지를 제가 읽은 책에서 선별하여 정리해 보았습니다. 2025년 새로운 삶을 설계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1. 지금의 삶, 지금 머물고 있는 장소를 소중히 여기십시오.
우리는 누구나 현재 삶에 불만을 느끼며 지금보다 더 나은 곳을 갈망한다. 세상의 많은 종교는 천국을 무한히 풍요롭고 아름다운 곳으로 미화하고 누구나 행복하게 살수 있는 곳으로 매력적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유대교만은 조금 다르다. 진짜 파라다이스는 사후세계에 존재하는 천국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이 반복되는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여기이다. 무미건조한 공기나 물이 생명에 활력을 더해주는 주요한 자원인 것처럼. 무미건조의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곁에 두고 읽는 탈무드 중에서 (이시즈미 간지 지음, 홍익 출판사)
2.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또는 심은 행실 대로 거둔다.
귀중한 명성은 나쁜 자들과 작당함으로써 다투어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허세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권세로 협박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그러한 연후에 야 (의도하는 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명성은 다투면 잃고 사양하면 오히려 따라오며 도를 따르면 쌓이고 허세를 부리면 없어 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숨어 있어도 드러나고 미천해도 밝게 알려지며 사양함으로 남을 이긴다.’고 하는 것이다.
비천한 사람은 이와 반대이다. 나쁜 자들과 작당해 그와 벗하는 사람이 더욱 작아지며, 비열하게 다투어 명성은 더욱 욕되어 진다. 번거로이 수고하면서 편안함과 이익을 추구하지만 그 자신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시경에 ‘백성들 중 좋지 못한 자들은 오직 남을 원망하며, 벼슬만은 사양하지 않으니 자신을 망치게 되네’ 라고 읊은 것도 이것을 뜻하는 말이다.
-순자(荀子) 제8편 유효(儒效) 제7장에서 발췌
3. 살아있는 동안 (두 마음먹지 말고)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야만 합니다.
순자(荀子) 대략(大略)편에 수록된 공자와 제자 자공간의 대화록에서 살아 있는 한 두 마음먹지 말고 오로지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하게 일하라고 권면하고 있다.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저는 공부하는데 지쳤습니다. 그만 쉬면서 임금이나 섬기고 쉽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임금을 섬기는 일은 어려운 일인데, 임금을 섬기면서 어떻게 쉴
수가 있다는 것이냐?”
“그렇다면 저는 그만 쉬면서 부모님이나 섬기고 싶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를 섬기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부모를 섬기면서 어떻게 쉴 수가 있다는 것이냐?”
“그렇다면 저는 그만 쉬면서 처자와 함께 지내고 싶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처자와 함께 지내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처자와 함께 지내면서 어떻게 쉴 수가 있다는 것이냐?”
“그렇다면 저는 쉬면서 친구들과 함께 지내고 싶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어떻게 쉴 수가 있다는 것이냐?
“그렇다면 저는 그만 쉬면서 농사나 짓고 싶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농사 짓는 일이 그처럼 어려운데, 농사를 지으면서 어떻게 쉴 수가 있다는 것이냐?” ”그렇다면 저는 쉴 곳이 없다는 말씀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무덤의 봉분을 바라보아라. 높다랗고 우뚝하고 그릇을 엎어 놓은 것 같구나! 저것을 보면 쉴 곳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자공이 말하였다.
“위대 하 도다. 죽음이여! 군자는 쉬게 되고, 소인은 모든 일을 그만 두게 되는 구나!”
-순자(荀子)제27편 대략(大略) 제 59장에서 발췌인용.
4. 인간 명품이 되는 여섯 가지 방법.
첫째, 자유인이 되어야 합니다.
자유인은 자유로운 영혼으로 주인 답게 살며 시련과 고난에 맞서는 사람을 말합니다.
둘째, 죽는 날까지 호기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호기심을 잃는 순간 늙는다”고 했습니다.
셋째, 사랑과 용서를 조율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자신을 보호하는 최고의 방부제는 바로 사랑과 용서입니다. 자신을 가장 품격 있게 포장하는 것도 사랑과 용서입니다.
넷째, 세상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들과 잘 어울려야 합니다. 그러려면 남이 보는 나는 안정감, 푸근함, 편안함, 품격을 갖춘 사람이어야 합니다.
다섯째, 영혼이 향기로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영혼의 상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 상처를 치유하고 한층 더 성장하는 사람이 향기로운 사람입니다.
여섯째, 육신과 영혼이 건강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육신이 건강 하려면 먼저 마음이 밝아야 합니다. 육신의 아픔은 약과 의사의 도움으로 나을 수 있지만 마음의 아픔은 ‘자기치료’를 해야 합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자기 치료에는 기도, 수행, 수련, 찬송, 명상, 마음공부 등이 있습니다.
-김홍신 에세이 “겪어보면 안다”(해냄 출판사)중에서.
소설가 김홍신 선생은 그의 수필집 “겪어보면 안다”에서 사람은 누구나 각자 ‘인생 화살’을 100개쯤 지니고 태여 나는데 그중 90개는 연습용이고, 나머지 10개로 과녁을 마치는 것이 인생사라고 합니다. ‘과녁에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써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매순간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 인생의 과녁에 집중해야 자신의 정체성에 합치하는 삶의 성과를 쟁취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죽을 때까지 원하는 것을 쏘아 맞히는 것이 인생사라고 합니다. 김홍신 선생의 화살과 과녁론은 인생의 험로를 딛고 내 삶의 주인으로서 자신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는 지혜로운 삶의 흔적을 남기려고 애쓰라는 말로 풀이합니다.
김홍신 선생이 개인적으로 맞힌 과녁 중 가장 잘 맞힌 것은 소설가라는 직업을 택한 일이라고 고백합니다. 또한 김홍신 선생이 아내와 함께 잘 쏘아 맞힌 것은 아들과 딸을 낳아 기른 일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인생사에서 직업선택과 자녀양육의 우선순위가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함으로 김홍신 선생의 지금까지 과녁 적중율은 수적으로는 많지 않지만 질적으로는 매우 풍요로운 성과이기 때문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냅니다.
인간의 삶도 유통기한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이 80을 넘은 노생(老生)은 언제 유통기간이 끝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기야 자는 잠속에서 영면(永眠)하는 것이 모든 사람의 바람이기에 갑자기 변고가 일어나 이 세상을 하직할 경우 당사자는 오히려 축복으로 여기고 고맙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삶의 유통기간이 도달하기 전에 쏘다 남은 인생의 화살로 과녁을 맞히는 일이 필자와 같이 나이든 사람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마지막 과업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태껏 제가 쓴 글을 읽어 주신 여러분께 설날을 맞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2025년 새해에도 소망하시는 모든 일이 모두 잘 이루어 지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25년 원단(元旦) 글쓴이 정해균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