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旅程), 다음은 네차례다?
어제 오후 초등학교 단톡방에 이상한 문자가 떴다. '부고'
그런데 헷갈렸다. 동창 중에 같은 이름이 둘인데, 한친구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는지 단톡방에서 이름이 사라졌고, 그렇다면 현재 회장을 맡고있는 친구라는 것인데 그래도 의문은 남았다.
그는 주거주지는 부산인데, 고향쪽에 사업체를 가지고 오가며, 시골집과 주변환경을 꾸미며 살고있다.
덩치도 우람하고 혈색도 건강해 보인다. 회장을 맡았으니 두어달 전까지 모임에 나왔던 것 같고, 문제가 있으면 총무가 금새 소식을 알렸을거다.
단톡방의 반응들도 궁금해했다. 도대체 뭐지? 누가 올렸다는 글도 없이 본인 명의의 전화기에 올렸으니 말이다.
더구나 세종시의 충남대병원 장례식장 안치와 선산두고 장지까지 그쪽이었으니 말이다.
글 오르고 서너시간후 총무가 그때서야 보았는지 내용을 알아보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또 서너시간이 지났고, 밤시간이 되어서야 어깨수술 후유증으로 그랬다는...그것도 오보였다. 늦게 그의 아들이 암때문이었고, 딸이 그쪽에 산다는 상세내용을 알려왔다.
시간을 지나친걸 보니 그 친구도 나처럼 병원과 친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침에 일어나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경조사에는 누구든 찾아가서 축하와 위로를 하기 마련인데, 아무런 제안도 오르지 않는 것 같았다. 하긴 70대인데...
옛말에도 '정승 말죽은데는 가도, 정승 죽은데는 가지 않는다'고 했다. 살아서 얼굴 읽히지 않으면 문상을 가도 서로가 서먹하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보관된 찬밥을 꺼내고, 김치 한점싸서 집을 나섰다. 비가 안온다니 더위를 각오해야했다.
그나마 더위 피해 가로수길 걷자고 나섰는데, 길이 자꾸만 이상했다. 목적은 땀흘리자는데 있으니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된다고?
좌표찍은 반환점은 아니지만 그곳을 돌아 강변 뚝을 따라 올라오기로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강쪽으로 진입하면 가다가 길이 막히기를 반복한다.
지형을 전혀 모르는 것도 아니고, 뻔한길 왜 자꾸만 가다가 길이 막힐까? 요즘엔 시골을 가도 경지정리가 되어 끝자락엔 도로가 기다린다.
세시간 가까이 걸었더니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파왔다. 퍼대고 앉을데 있으면 쉬면서 밥을 먹을텐데, 모두가 낡은 공장지대다.
검은 구름이 동녁하늘을 덮더니 한차례 비가 쏟아졌다. 각오했지만 외지에서 비맞는건 서럽다. 비맞는 스님처럼...어느 골목을 헛탕치고 돌아서는데, 웬 고급승용차가 지나다 멈춰섰다.
"어데까지 가십니까?"
60대 초반정도의 남자였다. 요즘 세상에도 이런 은혜롭고 선한 사마리아 사람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진행방향을 말했더니 한동안 가서야 길이 나온다고 알려주었다.
다시 한시간여, 굴다리를 지나고 내앞에 다가서는 풍경은 '어라! 여기가 거기 아니야!'였다.
4시간동안 뻔한 지형안에서 낯선 풍경과 숨바꼭질을 해댄 것이었다. 내가 휴식을 취하며 밥을 먹은 장소는 고속도로를 넘어선 다리밑이었다.
오늘 왜이러지! 왠지 뭔가 홀린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지도를 보니 서낙동강과 김해공황 사이를 오르내린 것이다. 공항주변은 도시계획상 개발이 불가하니 그곳들은 다져진 모래땅 위에 농지개량도 못하고, 공장들이 무질서하게 들어서 있는 것이었다.
허탈했다. 길치도 아니고, 주변길을 걸어 다니기도 했었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마음이 정리되니 친구의 얼굴이 다시 떠올랐다. 그렇게 건강해 보였었는데...
삶의 여정(旅程), 다음은 네차례다? 설마 저편에서 이승의 화상보며, 나를 캡쳐하려 마우스 클릭질을 해대는건 아니겠지...ㅎㅎ
좋은 주말 보내세요.
* 겨울 찬바람 견뎌내고 피어야할 목련이 꽃을 피웠다. 세상은 요지경이라 변명하고 나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