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에서 차놀이는 캠핑의 시간을 보내는 나의 놀이적 접근이다. 이번 캠핑은 바람이 세게 부는 한복판에서의 캠핑이었다. 아무도 캠핑장 예약 취소가 없었다. 우리는 예전에 강풍과 맞서서 캠핑을 해봤으니, 이번에도 잘할 것이다.
바람 부는 날 낮에 뭘 할까! 바람이 몹시 부니 바짝 긴장한 진돗개처럼 바깥을 주시하는 그는 바깥 동태를 살피고, 나는 바람소리가 만들어 준 경계 안에서 안온함을 즐긴다. 바깥과 차단된듯한 느낌은 안으로, 텐트 안에서의 아늑함을 감상한다. 텐트 천이 안으로 동그랗게 밀려온다. 바람이 텐드 안으로 풍선을 불었다 뺐다 하였다. 바람의 형태는 저렇게 모양을 바꾸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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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삼각대를 세우고 차놀이 영상을 촬영하였다. 무슨 차를 우릴까? 첫 차는 녹차였다. 소포장된 녹차이다. 작년 차맛어때 제다 장소인 한밭제다 세작녹차이다. 소포장된 차는 가지고 다니기 좋다.
이 녹차는 5g(봉지 무게 1g) 소포장으로 한번 우릴 분량이다. 소포장되어 있으니 공기 중에 녹차가 노출될 우려는 현저하게 떨어진다. 휴대하기에도 좋다. 또한 소포장은 낱개 판매에도 좋고 선물하기에도 좋다. 반면 요즘은 전반적으로 찻값이 올라서 소포장이라고 반드시 저렴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소포장은 편리하고 보관하기 좋고 휴대하기 좋지만, 그만큼 포장에 손이 더 가기 때문이다. 요즘은 기계로 소포장하는 곳도 많으니 그만큼 기계값이란 것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차는 일단 맛이 좋아야 한다. 그것에서 우선은 결정될 것이다. 차박람회장(페스티벌이나 행사 등등)에서도 잎차류는 소포장 차들이 많이 출시되면 좋겠다. 그럴 때 박람회장도 활기를 띨 것이다. 다양한 차들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중국 잎차류는 거의 소포장 형태가 많다. 그런데 중국도 녹차류는 아직 소포장 형태가 많지는 않은 거 같다. 녹차류도 다른 잎차류들처럼 한 번이나 두 번 정도 우릴 분량을 소포장할 때, 그 양은 너무 적으면 안 된다. 아무리 적어도 5g 이하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기의 용량에 따라 차를 투입하는 양이 달라지겠지만, 기본 5g이 어느 다기나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다기에 투입하는 분량의 가감은 그때 차를 우리는 당사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소포장이 차의 유통과 차소비에도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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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용량은 아주 예전에는 100g씩 포장되었다. 그때는 100g 단위가 기본 포장이었다. 그러다 80g, 70g, 60g, 50g, 40g, 30g, 20g으로 점점 포장이 다변화되었다.
차맛어때는 실습제다 시에 만든 녹차 양은 많지가 않고 참여 인원은 많으므로 20~40g씩 그때에 따라서 인원에 맞게 소포장을 하였다. 하룻 저녁 동안에 녹차를 많이 만들 수 없다. 저녁 먹고 녹차 만들기를 시작하면 대략 11~12시 정도에 마무리된다. 최근에는 다들 어느 정도 차만들기가 손에 익어서인지 차만들기 마무리하는 속도가 조금 더 단축되었다.
차는 어느 정도의 분량이 같이 한데 어우러져 있어야 그 맛과 향이 풍부해진다. 반면에 녹차는 밀봉한 상태를 해제하면 다른 이물질 냄새를 잘 흡착한다. 공기 중의 수분에도 민감하다. 그렇기에 또 녹차는 일정한 숙성시간이 지나면 소분해서 담아 놓거나 밀봉해서 보관한다.
제다 실습 시에 만든 녹차는 건조가 끝나고 약불에서 가향작업이 끝나면 열기를 식힌 후 바로 소포장 들어간다. 서로 한데 어우러져서 숙성할 시간이 없다. 적은 양으로 밀봉 소포장된 상태에서 숙성시켜야 한다. 한두 달 놓아두었다가 마시면 그 향은 황홀하기가 그지없다. 그런데 햇차 향이 너무나 그리워서 가져오자마자 그중 한 봉지를 해제하여 우려 마시는 것이다. 풋풋한 햇차 향에 취해 덜 숙성되었다는 것은 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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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1년이 지나면 보통 녹차 맛이 변한다고 예전에는 그렇게들 말하였다. 하지만 세월이 어느 정도 흐르고 차에 대한 경험들이 커짐에 따라 녹차 맛이 반드시 1년 뒤에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 밀봉되고 보관된 녹차는 2년이 지나도 괜찮았다. 다만 햇차의 그 온전한 향미는 다소 둔화되기도 한다. 녹차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다. 몇 년 묵은 녹차는 마른찻잎이 회청색에서 진회색이나 회갈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밀봉되었다 하더라도 산화되기 때문이며, 아주 미세한 습기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굳이 변색된 녹차를 우려서 맛을 보고자 할 때의 녹차 상태는 이러하다. 녹차의 마른찻잎 겉의 색이 변하였더라도 그 첫탕을 버리고 나면 그다음 탕에서 녹차의 맛이 우러나온다. 일반적인 녹차는 첫탕에 녹차의 색향미가 온전하게 담겨 있다. 그러므로 다소 오래된 녹차는 첫 탕을 버려야 하니 아쉬움이 크다. 그리고 맛 역시 보관기간 내에서의 가장 황금기간인 1~2년의 녹차에 비해서 금세 빠진다. 예컨대 일반적 녹차의 탕수를 4~5차례 탕수 우려낸다고 할 때, 변색된 녹차는 첫탕을 버리고 두탕과 세탕 정도만이 맛을 유지한다.
2~3년 정도가 지난 녹차는 홍배기(워머 위에 도기 홍배기 올리고)로 가볍게 홍배를 해서 마시기도 한다. 이렇게 홍배를 하면 녹차의 맛과 향이 다시 살아난다. 그런데 어느 정도의 분량이 아닌 녹차를 미니 홍배기에 넣고 홍배하다보면 차를 태우기도 한다. 어쨌든 그럴 때도 첫탕은 버려야 한다. 오래된 녹차의 첫탕은 마른 풀 맛이 난다. 서서히 녹차 본유의 맛을 습기나 산소에 의해 변하기 때문이다. 겉부터 변하기 시작한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싱싱함을 잃고 늙어 가는 피부의 헝태와 닮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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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캠핑 차놀이의 다구는 개완과 유리 숙우이다. 찻잔은 문경 휴게소 지날 때 구입했던 찻잔이다. 이번에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구는 여러 개인데 마땅한 게 없어!"
그러자 그가 말한다.
"옷장에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이 없는 거랑 똑같은 거지?"
동시에 ㅋㅋㅋ 웃었다.
무엇인들 그러지 않으리. 뭐가 없어서가 아니라, 무엇인가 마땅치가 않다는 것이 삶을 사는 이들을 궁리하게 만드는 바로 그런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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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락차도' 게시판에 영상이 다 안 올라가서 남은 두 개는 이곳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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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바람과 함께 하는 차놀이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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