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법을 기대합니다
임 종 찬 (시조시인, 부산대 명예교수)
일반적으로 고전학파 경제학의 선두는 영국의 Adam Smith(1723-1790)로 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는 1776년에 쓴 ‘여러 나라 국민의 부의 본질과 원인에 관한 고찰’(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인데 이를 줄여 국부론(國富論)이라 말하지요. 그는 자본주의란 자유경쟁을 통해 자본을 축적하고 국가를 부흥하게 하므로 정부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이건 중상주의(重商主義)에 반기를 든 논리입니다. 중상주의는 정부의 규제와 통제 아래 경제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다소 사회주의 색채를 띤 것이었지요. 그러나 Smith는 ‘보이지 않는 손’(시장 자율 조정기능)에 의해 물가가 조정되고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유지한다는 주장을 이 책에서 한 겁니다.
한참 지나 Smith 이론에 반기를 들고 이랬다가는 큰 일 난다고 외친이가 나타났습니다. 영국 경제학자 Keynes(1883-1946)이지요. 그로부터를 현대파 경제학의 등장이라고들 하지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가격과 수요 공급이 어느 정도는 조정 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요. 수요 예측이 틀려 과잉생산이 되면 어찌 될까요. 만들어 놓은 물건이 안 팔리니 생산이 멈추게 되고 실업자가 늘지요. 그의 주장은 세계 경제공항을 예측한 셈이 되었습니다. 이럴 때는 어찌해야 하나. 사람이 사고자 하는 욕망을 가졌을 때 살 수 있는 능력 즉 유효수요(effective demand 有效需要)를 늘려야 한다는 겁니다.
정부는 국가사업을 일으켜 고용증대를 통해 실업자를 구제하고 그들이 돈을 쓰도록 해야 돈이 돈다는 이 이론은 경제공항을 극복하는 데 적잖게 기여를 했습니다. (물론 그의 주장도 수정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뒤를 이었습니다.) Adam Smith 탄생으로부터 Keynes 탄생까지 꼬박 150년이 걸렸습니다.
이탈리아의 Galileo Galilei(1564-1642)는 철학자라고도 과학자, 물리학자, 천문학자라고도 하지만 그의 무게 중심은 물리학 그것도 천체물리학이라 해야 옳지요. 그는 나름의 망원경을 제작, 천체를 관찰하고, 천체 운동 법칙의 확립,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이론을 따르면서 태양계의 중심이 지구가 아니라 하는 바람에 교황청의 박해를 심하게 받았던 인물 아닙니까.
등가속 물체의 운동 뭐 이런 말 우리 어릴 때 들은 이야기입니다. 거기다 목성의 위성 네 개를 발견하는 등 천문학에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말하자면 과학적으로 관측하는 천문학의 시발이 바로 이 사람으로 비롯되었다 할 수 있지요.
현대물리학의 선두는 Albert Einstein(1879-1955)이지요. 그는 질량과 에너지의 등가를 단언하면서 공간·시간·중력에 관한 새로운 이론들을 제공하여 물리학계를 발칵 뒤집었습니다. 그는 상대성 이론과 중력 이론 등으로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인물 아닙니까. 물리학은 자연계를 지배하는 원리와 이치를 구명하는 학문이므로 이것의 발견이 어려워서 그런지 Galileo 탄생으로부터 305년 뒤에야 아인슈타인이 등장하였습지요.
정치는 어떨까요. 통치자나 정치가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도 하고 통제도 하여 국가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을 정치라 말합니다. 정치선진국이라는 나라는 다양한 형태의 정치체제를 겪으면서 또는 다른 나라의 모범적 사례를 수입하면서 국가 관리에 최선이 뭔가를 나름대로 선택한 나라를 말합니다. 경제학이나 물리학에서 보듯이 앞선 연구를 받아들이어 내 것으로 만들면 후진국이란 말 안 들어도 되는 겁니다. 정치선진국의 정치를 받아들이면서 나름대로 연구하여 실행한다면 정치후진국이란 말 안 들어도 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입니까. 경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는 그런 나라라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야단 아닙니까. 아 그런데 정치는 영 그렇지 않다고 보는 국민들이 많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오늘(2016.5.19.) 19대 국회가 폐막한다고 뉴스가 전합니다. 시끄럽고 분주하긴 하였지만 제일 적게 일한 국회라는 말을 듣고 이제 막을 내리는 모양입니다. 조그만 나라에 왜 이리 국회의원 수가 많은 것(일본 26만 명, 미국 70만 명, 브라질 37만 명, 멕시코 21만 명 중 1명의 국회의원을 뽑습니다. 우리는 16만 명이라니 국회의원 수가 많다는 겁니다.)도 그렇지만 국회의원 대우가 황제대우입니다. 화가 어지간히 난 어떤 분이 아래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더군요.
일단 국회의원 금배지 3만5천원, 불체포 특권, 면책 특권은 금액으로 따지기 곤란하고, 신식 1900억짜리 초호화 의원회관 및 25평에서 45평으로 늘어난 의원실 이용, 대략 1억4천여만 원 연봉, 활동비 지원 1년 4,741만원, 겸직이 가능하고 장관급 예우 받고, 연 2회 이상 해외시찰 지원 받습니다. 거기다 공항 가보셨지요. 공항 귀빈실 이용에다 공항 VIP주차장 이용하지요. 대한민국 어느 골프장이든 사실상 회원자격에 VIP 대우 받습니다. 해외 출장시 재외공관원이 나와 영접합니다. 심지어 자동차 주유비를 지원 받고, 의원실 경비지원 5천만원 지원에다 가족 수당 지원 (매월 배우자 4만원, 자녀 1인당 2만원 거기다 자녀학비 수당 분기별 고등학생 44만 6,700원, 중학생 6만2,400원) 단 하루만 배지를 달아도 지급되는 평생연금 120만원, 연간 450 여만원의 교통 경비 지원, 사무실 전화요금과 우편요금 지원, 차량 유지비 지원 (1년 1,749만원) 사무실 운영비 지원 (1년 600만원), 국회의원을 지원하기 위한 국회사무처와 입법조사국에 들어가는 돈 10억에서 13억 지원이라.
여기다 정당 보조금이라고 정당에 지원하는 액수가 매년 610억원, 선거 때는 두 배 지원하고, 늦게까지 국회가 열리면 야근 식비 지원, 정책홍보물 구입 및 정책자료 제작비, 발송료 등 지원, KTX 공짜 탑승은 물론이고 선박, 항공기 공짜 탑승에 비행기는 비즈니스석 이상 배정 받고, 4급 2명, 5급 2명, 6급 1명, 7급 1명, 9급 1명 등 최대 9명까지 보좌진을 거느리는데 드는 비용 연간 3억9,513만원 지원합니다.
상임위원장이 되면 1개월에 1,000만원의 판공비를 추가로 받을 수 있지요. 국회 건물 들어서면 의원 전용 주차장과 이발소·미장원·헬스장·목욕탕,한의원,양의원 무료 이용하고,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 중앙 의원 전용 출입구 이용하고 의원 전용 승강기 이용하고, 국회도서관 전용 열람실 이용은 물론이고, 후원회로부터 매년 1억5000만원까지 정치자금 모금 가능, 선거 때는 두 배인 3억까지 가능하고, 민방위, 예비군 훈련 면제 받고, 건강보험료까지도 안 내고,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무료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의원실에서 마시는 커피 값까지도 공짜입니다. 통신요금 지원 (1년 1,092만원), 국회의원 간식비 1인당 연간 600만원.
이런 판이니 국회의원 1명의 4년간 유지하기 위해 35억 소요됩니다. 300명 곱하기 35억 하면 얼마입니까. 자그만치 1조 500억 소요됩니다.
국회의원 세비(1억3796만원)만 따져봐도 GDP 대비하여 유럽 선진국보다 2배 이상을 받는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이건 국민 1인당 GDP(2450만원)의 5.63배입니다. 국회의원들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 아 이런 돈 들여도 아깝지 않은 의정활동을 하느냐 이것 아니니 한심하고 통탄스럽다 이것 아닙니까. 친박이다 비박이다 친노다 비노다에 열중하는 국회, 무슨 행사에 무슨 노래 부를 것인가나 관심 두는 국회, 돈 챙기다 적발되어 법정에 서기 잘하는(20대 국회 개원도 안했는데도 벌써 불법청탁 미끼로 거액 챙겼다 하여 검찰청 들락거리는 인물이 등장했더군요.) 이런 국회, 국회도서관을 잘 꾸며놔도 여기 와서 공부하는 국회의원 보기 힘들다는 국회, 의정활동비로 동네 수퍼에서 라면이나 사는 국회의원, 홍 모 지사는 “2008년 여당원내대표를 할 때 국회대책비로 매달 4000만원에서 5000만원씩 나온다. 국회대책비로 쓰고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줬다.”고 말하니 한심하고 한심합니다.
요즘은 또 국회의원을 위해 강원도 고성에 혈세 500억을 들여 수영장 딸린 연수원, 사실상 휴양시설을 짓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지금 아마 다 지었는지 모르겠네요.
어느 나라 국회의원이 이런 대접 받습니까. 얼마 전 스웨덴 국회의원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봤습니다. 자전거나 지하철 또는 버스 타고 등청은 물론, 개인 비서는 자기 월급에서 지급합디다. 어느 나라 국회의원이 제 월급 제가 올린답디까. 얼마를 올려도 누구도 말 못하는 그런 나라가 이 지상에 있습니다. 국민의 지탄을 무시하고 안하무인 후안무치의 국회, 참담합니다.
제헌국회는 1948년 5월 31일 개원했습지요. 66년이 흘렀습니다. 고전학파 경제학이 현대학파 경제학으로 발전하는데 150년 걸렸고, 고전학파 물리학이 현대학파 물리학으로 탄생되기까지 305년 걸렸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나라 국회도 고전국회에서 현대국회로 바뀌기에는 66년으로는 안 되고 100년은 채워야 이룩될 일일까요.
김영란 법 알지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으로 정확한 명칭은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을 말합니다.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지요. 이참에 박 대통령은 이제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마당이니 박근혜 법 이것 하나 딱 만들고 떠남이 어떠할까요. 앞서 말한 국회의원들 수 확 줄이고, 온갖 혜택주는 것 싹 정리하여 마구 새는 혈세 이것 막는 법, 이름하여 박근혜 법 이걸 청와대 짐 싸기 전에 국회에다 던져 놓고 나오시면 어떨까 하는데요.
물론 이런 법이 통과되긴 어렵겠지만 양심 있는 국회의원이라면 해도 해도 우리가 너무했으니 얼마간이라도 혈세를 줄이자는 말 나오지 않겠습니까. 제발 박대통령님이 이 글을 읽으셔야 할터인데. 그리고 이런 용기를 내셔야 할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