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전어… 우리 동네에서 맛보자
동네에서 수상한 향기가 솔솔 난다. 방앗간도 신혼집도 없는데 참기름 짜고 참깨 볶는 향기를 진동하게 하는 건 누굴까? 범인은 바로 제철 맞은 전어. 요즘 특히 전어의 맛이 오르는 때다. 회, 무침, 구이 그리고 초밥까지, 동네에서 제철 맞은 전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지면에 코를 대면 고소한 전어향이 피어오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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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 나간 며느리를 불러 들인다는 가을전어. 요즘 동네 횟집에는 가을전어의 고소한 맛을 보기 위해 주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사진은 득량만 갯마을에서 각종 전어 요리를 즐기는 주부들.
진동에서 실어 온 전어 맛, 진동회집
세꼬시(뼈째 썰어 먹는 회) 하나로 16년 넘게 강남에서 맛집 타이틀을 지키고 있는 곳이 진동회집이다. 소문 듣고 찾아오는 손님도 많지만 몇 년째 드나드는 단골들이 대부분이다. 주인 이정한(43)씨는 "경남 마산시 진동면에서 잡은 생선을 가져와 쓴다"고 맛의 비법을 전한다. 전어회(3만·6만원)를 시키면 곱게 채 썬 회가 접시에 얌전히 담겨 나온다. 함께 나오는 막장이 별미다.
직접 담근 된장에 청양고추, 참기름, 마늘 등을 넣는다. 담백하고 짭조름한 맛이 전어살의 담백한 맛과 잘 어울린다. 뼈째 먹는 생선답게 첫맛은 거칠지만 몇 번 오물거리면 특유의 고소함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생선살로 육수를 낸 미역국과 고등어조림 등도 푸짐하게 나온다. 메뉴판에는 전어회만 적혀 있지만 따로 주문하면 무침과 구이도 먹을 수 있다. 서초구 잠원동 36-32. 영업시간 정오~오후 10시 30분. (02)544-2179
전어초밥의 별미, 쯔루가메스시
쯔루가메스시는 일본식 정찬 요리 '가이세키'를 만드는 일식당이다. 이곳에서는 전어초밥과 전어회(각 4만원, 1인분, 부가세 별도)를 맛볼 수 있다. 보통의 전어 요릿집에서는 산 생선을 잡아 바로 회로 내거나 초고추장 등에 버무려 무침으로 만든다. 쯔루가메스시에서는 머리, 꼬리, 내장을 제거한 전어살을 소금과 식초에 살짝 절이고 하루 정도 숙성시킨 후에야 요리 재료로 쓴다.
이곳 주인이자 요리사인 김원일(53)씨는 "초밥용 재료로는 크기 15cm 이내의 전어를 엄선해 쓴다"고 전한다. 전어초밥은 두툼한 전어살의 고소한 맛과 손님에게 내기 전에 바로 갈아낸 고추냉이의 알싸한 향이 조화를 이룬다. 전어회는 채 썬 전어살에 생강, 쪽파, 양하를 넣어 향긋한 맛이 일품이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102-1. 영업시간 오전 11시 40분~오후 10시. 예약 필수. (031)709-7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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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오동도의‘전어구이’ 2.쯔루가메스시의‘전어초밥’ 3.진동회집의‘전어회’4.오동도의‘전어무침’ 5.득량만 갯마을의‘전어회’
전라도식 전어 요리의 맛, 오동도
양천구에서 제철 생선을 즐길 수 있는 맛집으로 유명한 곳. 봄에는 쭈꾸미, 여름에는 갯장어, 겨울에는 새조개로 조리한 각종 요리를 낸다. 9월부터 11월까지는 당연히 전어 요리로 미식가들의 발길을 잡는다. 주인 유연희(62)씨는 전라도 여수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며 여수 요리를 배웠다. 25년 전 서울로 올라와 여수집이란 식당을 운영하면서 여수 요리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곳 전어 요리도 여수식이다. 전어무침(3만5000·4만5000·5만5000원)이 특히 맛있는데 회에 넣어 버무리는 소스가 특별하다. 생막걸리에 식초를 넣어 발효시킨 막걸리식초와 직접 담근 된장을 넣어 소스를 만든다. 소스와 하나 된 전어살은 부드럽고 감칠맛이 난다. 전어구이(2만5000·3만5000·4만5000원)는 간수를 뺀 전남 신안군의 천일염을 살짝 뿌려 구워낸다. 살은 촉촉하고 참기름을 버무린 듯 고소하다. 양천구 목동 923 세신빌딩 2층.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02)2652-2237
고소한 전어 맛만큼 넉넉한 인심, 득량만 갯마을
각종 전어 요리를 '저렴하고 푸짐하게'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주인 전현철(44)씨는 "매일 남해와 여수에서 당일 오전 잡은 전어를 공급받는다"고 전했다. 이곳에서는 회·구이(각 2만5000·3만5000원), 무침(2만9000·3만9000원) 등을 시키면 접시를 가득 채우는 푸짐한 양이 인상적이다. 각 메뉴는 '중' '대' 등으로 양을 구분하는데 '중' 메뉴를 시켜도 3명이 먹기에 충분하다.
회와 무침 위에는 참깨를 넉넉히 뿌려 전어 맛을 더 고소하게 살렸다. 무침은 매콤하면서 뒤끝이 담백하다. 비법은 무침용 소스에 넣은 콩가루에 있단다. 무침 한 젓가락을 입에 넣으면 소주잔에 손이 절로 간다. 제법 푸짐한 양에도 성이 안 찬다면 후식 메뉴 '김치 칼국수'를 시키면 좋다. 1인분에 5000원인데 양은 2인분이다.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동 655-441. 영업시간 오후 1시~다음날 오전 1시. (031)976-8763
호텔, 패밀리 레스토랑의 특선 전어 요리
호텔 내 레스토랑도 시즌 메뉴로 전어를 올리고 있다. 외발산동 메이필드호텔의 뷔페 레스토랑 미슐랭(02-2660-9030)에서는 전어회와 무침을 마련했다. 특히 무침은 전어살을 생강과 마늘로 낸 즙에 재어 부드럽고 향긋하다.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의 일식당 모모야마(02-317-7031~2)도 전어 메뉴를 선보인다. 전어회는 10만원, 구이는 4만원부터 먹을 수 있다. 예약 필수.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의 일식당 만요(02-3440-8150~1)도 전어를 준비했다. 전어회와 구이가 있으며 가격은 당일 시가에 따라 다르다. 예약 필수.
시푸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도 전어 메뉴를 추가했다. 역삼동 마키노차야 강남점(02-565-1116)에서는 9월 말까지 전어축제를 연다. 회, 무침, 구이 등을 맛볼 수 있다. 대치동 보노보노 삼성점(02-3288-8080)과 도곡동 마린쿡(02-571-0058)에서도 전어회 코너를 마련해 가을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여의도동 63시티 63루프가든 내 테라스 펍(02-789-5967)에서도 10월 말까지 가을전어축제가 진행된다. 전어구이(1만8000원, 부가세 별도) 등을 만날 수 있다.
글 = 전범준 기자ㅣ사진 = 이경호 기자, 김승완 기자
첫댓글 군침이 도는 아침입니다. 전어한사라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