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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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하는 순간의 아쉬움과 그리움을, 내면적인 감정과 외면적인 사실과의 대비를 통해 형상화한 작품으로, 우리 민족의 내면에 흐르는 보편적 정한과 진솔한 정감을 민요조의 서정시에 담아 표현했다.
상황은 갈 길을 재촉하는데 마음은 미련때문에 머뭇거리고 있는 화자의 아픔이 여성적인 전통의 율조에 실려 독자로 하여금 애상에 젖게 한다.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라는 구절은 ‘그립다’라는 말을 생각하는 순간 그 때까지 어렴풋하던 그리움이 새삼 절실하게 또렷한 모습으로 살아난다는 의미로, 평소에 차마 입 밖에 내어 말하지 못하였던 그리움이 ‘그립다’라는 말을 할까 하고 생각하는 순간 갑작스런 바람을 만난 물결처럼 출렁이며 일어남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탁월한 표현이다. 2연 역시 언어적 기교가 뛰어난 부분으로, 그냥 갈까 하다가 너무 큰 아쉬움 때문에 그래도 다시 한 번 더 돌아보고픈 마음의 흔들림이 잘 표현되어 있다. 1,2연은 ‘그리움’과 ‘아쉬움’이 망설임 속에 뒤섞여 있는 내면적 감정의 표현이다.
나머지 두 연은 주위의 풍경을 통해 시적 자아의 심경을 간접적으로 암시해 주는 부분으로, 운율과 감정이 다 같이 변화되고 있다. 까마귀들은 서산에 해가 진다고 지저귀고 앞뒤의 강물은 시적 자아의 아쉬운 마음에는 아랑곳 없이 어서 따라 오라는 듯 흘러간다. 지는 해(시간)와 흐르는 강(공간)의 재촉을 거스를 수 없는 나약하고 불행한 시적 자아는 비관적인 인간 존재이다. 여기에 인간의 한계 의식이 표출된다.
7⋅5조의 전통적 운율 속에 울림소리를 이용한 음악적 특성이 두드러지며, 또한 ‘흐릅디다려’의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일인 양 딴청 피우는 개관화의 표현과 조탁(彫琢)이 절묘하다. 주제는 ‘이별의 아쉬움과 그리움’이다.
-옮김- |
첫댓글 고맙습니다.
본명 정식, 젊은 나이에 가도 시는 영원히 붉고 푸르게 피어 있습니다. 우리말의 달인 같지요. 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