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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베짱이의 탈피를 보며
요즘 풀숲을 살피면 실베짱이가 자주 눈에 띈다. 실베짱이는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가 자라 번데기의 과정이 없이 탈피하여 약충이 되고 약충이 자라서 어른이 되는 불완전변태를 하는 곤충이다. 그런데 오늘 우연한 기회에 실베짱이 애벌레가 약충이 되기 위해 탈피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도 큰 인연이라 생각한다.
실베짱이의 천적이 활동을 멈춘 어둑한 저녁 무렵을 택해, 꿀풀 잎사귀를 붙잡고 매달려 본래 실베짱이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탈피의 과정은 참 아슬아슬하기까지 하였다. 밤에 활동하는 또 다른 여러 적들의 공격에 노출된 그 오랜 시간은 스스로에게도 초조한 순간이 될 것이리라. 그래서인지 나의 접근을 인식한 어린 녀석은 수염과 몸을 움직이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본능적인 인식의 행위일 것으로 생각이 된다. 놈의 꽁무니엔 낫 모양의 산란관을 가지고 있는 점으로 보아 암놈임이 분명했다.
녀석의 천적으론 조롱박벌이 있는데, 이 녀석은 실베짱이의 애벌레를 침으로 마취시켜 잡아먹는다고 한다. 또 녀석은 덩치가 큰 실베짱이를 마취시켜 죽여 놓고는 땅을 파서 묻은 다음 그 몸에 산란을 한다고 한다. 조롱박벌의 애벌레는 그 시신을 먹고 자라 어른이 되고.......
생과 사의 과정에 절대강자를 용납하지 않으며, 빈틈(허점)을 용납하지 않고 그 무엇인가로 메우어져 나아가도록 하는 대자연의 치밀함은 경악스럽다. 지금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치밀한 지령에 따라 어떤 빈틈을 공략해 살고 있고, 언젠가는 그 무엇인가에 밀리어 자리를 내어주고.......... 여하튼, 대자연은 빈틈을 용서치 않는다.
언제 추워질지 모르는 믿을 수 없는 날씨에 녀석이 무사히 약충이 되고 또, 그 녀석이 자라 성충이 되어 사랑을 하고 알을 낳는 자신의 삶의 여정을 잘 헤쳐 나갔으면 ..................... 소망해 본다.
글, 사진 (2011. 9. 30) / 최운향
실베짱이(수놈) 실베짱이(암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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