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니 여기저기서 문학기행을 떠난다.
협회활동을 잘 하지 않아서 다니지 않았는데
내가 들지 않는 문학인협회에서 남원으로 간다고 하고 마침 자리도 남았다고 해서 회원의 권유로
따라 나섰다.
혼불문학관- 한옥마을 종가-서도역-남원광한루-춘양테마파크-김병종미술관을 계획하고 있어 기대가 되었다.
문학인협회답게 혼불문학관에 대한 설명도 해 놓았지만 문학관의 관장님이 직접 나오셔서
1시간 가량을 열정을 다하여 설명을 해 주셨다.
혼불문학관은 남원시 사매면 서도리 노봉마을에 세워진 문학관이며 소설 '혼불' 의 배경지인 매안마을 종가, 노봉서원, 청호저수지, 새암바위, 서도역등이 소설속에 그대로 살아 있는 곳이었다.
왜 그동안 혼불을 읽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때는 책을 읽을 만큼의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시기였을까?
대하소설 혼불은 작가 최명희가 만 17년 동안 집필한 작품으로 우리 역사에서 가장 암울하고 불행했던 시기인 1930년대를 배경으로 국권을 잃고 일제의 탄압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청암부인'이라는 주인공의 주체적인 의지 속에 승화시킽 작품이라고 한다 . 이어져 오는 종부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했다
두채의 한옥으로 이루어진 문학관은 유품 전시실과 집필실인 작가의 방으로 되어 있다
최명희라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들은 모두 가슴이 먹먹해 졌고 부끄러움을 느꼈다.
혼불을 쓰기 위해 교사직도 그만 두고 방이 따뜻하면 잠이 온다고 냉방을 고집하며 17년동안 10권의 글을 썼고 해방후 까지 쓰려던 계획도 1943년까지 미완성으로 남기며 51세에 암으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최명희작가의 단발머리 얼굴과 함께 최명희님이 남긴 말을 적어보려 한다.
웬일인지 나는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것은 얼마나 어리석고도 간절한 일이랴 날렵한 끌이나 기능 좋은 쇠붙이를 가지지 못한 나는, 그저 온마음을 사무치게 갈아서 손끝에 모으고 생애를 기울여 한 마디 한 마디 파나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세월이 가고 시대가 바뀌어도 풍화 마모되지 않는 모국어 몇 모금을 그 자리에 고이게 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만일 그것이 어느 날인가 새암을 이룰 수만 있다면, 새암은 흘러서 냇물이 되고, 냇물은 강물을 이루며 강물은 넘쳐서 바다에 이르기도 하련만, 그 물길이 도는 굽이마다 고을마다 깊이 쓸어안고 함께 울어 흐르는 목숨의 혼불들이, 그 바다에서는 드디어 위로와 해원의 눈물나는 꽃빛으로 피어나기도 하련마는 나의 꿈은 그 모국어의 바다에 있다. 어쩌면 장승은 제 온몸을 붓대로 세우고, 생애를 다하여 땅속으로 땅 속으로 한 모금 새암을 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운 마을 그 먼 바다에 이르기까지 |
지금 이토록 한 시대와 한 가문과 거기 거멍굴 사람들의 쓰라린 혼불들은 저희끼리 스스로 간절하게 타오르고 있으나 나는 아마도 그 불길이 소진하여 사윌 때까지 추일하게 쓰는 심부름을 해야만 할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다 못한 이야기를 뒤쫓느라고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 일을 위하여 천군만마가 아니어도 좋은 단 한 사람만이라도 오래오래 나의 하는 일을 지켜보아 주셨으면 좋겠다 그 눈길이 바로 나의 울타리인 것을 나는 잊지 않을 것이다. |
쓰지 않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때때로 나는 엎드려 울었다 그리고 갚을 길도 없는 큰 빚을 지고 도망다니는 사람처럼 항상 불안하고 외로웠다 좀처럼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모아놓은 자료만을 어지럽게 쌓아둔 채 핑계만 있으면 안 써 보려고 일부러 한 눈을 팔던 처음과 달리 거의 안타까운 심정으로 쓰기 시작한 이야기 '혼불'은 드디어 나도 어쩌지 못할 불길로 나를 사로잡고 말았다. |
작가 최명희는 호암상 예술상 시상식장에서 "언어는 정신의 지문입니다. 한나라, 한민족의 정체는 모국어에 담겨있습니다."라고 했다 한다 또한 숨을 거두기 전 산소 호흡기를 쓴채 마지막으로 "혼불 하나면 됩니다...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참으로 잘 살고 갑니다."라고 했다 |
전통 문화와 민속 관념을 치밀하고도 폭넓게 형상화하고 있다. 문화 전승의 담론 가운데 전범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여기 구현된 민족 문화의 면모는 그 어느 민족지에 기술된 것보다 더 정확하고 다채롭다. 혼불에 빠져 드는 것은 결국 문학 고유의 예술성과 아름다움을 탐색하는 일이 될 것이다 -정일구(문학평론가)
돌아오는 내내, 돌아와서 내내
무섭도록 아름다운 혼불같은 그녀를 생각하며 그녀의 숨결을 느끼고 싶어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다.
첫댓글 혼불은 두 번이나 읽어보았는데
최명희 작가가 대단함을 느꼇지요
문학관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기회가 되면 꼭 가볼려고 해요
마지막 유언이 찡하네요
웬일인지 나는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가슴 저립니다
언어는 정신의 지문!
이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지만
그예 행복해졌습니다.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