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분리수거
신발장을 정리했다. 주기적으로 정리하는 편인데 시간이 흐르면 버릴 것이 생긴다. 그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은 버려도 되는 시간인 것 같아서다.
신발장 하나가 내 신발로 가득 찼다. 여자라서 그런 것도 있고 인터넷에서 샀는데 보기에는 괜찮은데 발이 불편한 신발들이 몇 개 있다. 외출할 때 신어야지 하면서 신발장에 모셔놓고 있지만 지난해 나는 그 신발을 한 번도 신지 않았다. 신발은 발이 편안해야지 겉모양이 예쁘다고 신게 되는 것이 아니다. 들었다 놨다 몇 년째 이러고 있다. 오늘은 과감히 눈을 질끈 감고 재활용 분리수거 가방에 넣었다. 생각이 정해지니 여름 샌들도 넣고 주저하던 신발들을 신나서 넣고 있다. 이러다가 신발 다 버리고 외출할 때 후회할 일이 생기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분리수거하는 것이 귀찮거나 싫지 않다. 일상생활에서도 말끔하게 씻어서 분리하는 작업이 좋다. 무언가 정돈이 되는 것 같아서다. 내가 쓰고 마시고 먹고 했던 물건들인데 버릴 때도 정성껏 버리고 싶어서다. 페트병은 납작하게 만들어서 버리고 우유 팩도 말끔하게 헹궈서 납작하게 만든다. 술병도 소스 병도 요구르트 주스 병도 일일이 씻어서 분리한다. 종이는 종이대로 차곡차곡 상자도 반듯하게 접어서 버린다. 나의 삶에 함께한 소중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분리수거 가방을 들고 나갈 때면 신바람이 난다.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분류해서 버릴 때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다 보인다. 가족도 어떤 것을 먹고 마시고 지냈는지 다음엔 이런 것을 줄이고 이런 것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한다.
나는 분리수거 가방을 들고 나갈 때 식구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로 기분 좋아서 나간다. 한 번도 식구 중 누군가에게 대신 시킨 적이 없다. 말끔하게 버리고 돌아올 때 계단을 걸어서 오는데 콧노래가 절로 난다. ‘아! 기분 좋다. 개운해!’하면서 들어온다. 내 삶이 가지런히 정리가 되는 기분이 든다. 나는 사랑하는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수호천사다. 신발장도 정리했고 분리수거도 마치고 입춘도 지났고 이제부터 꽃 피는 봄을 기다리자, 매일 매화 한 송이씩 그리면서. - 202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