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수업을 듣는 것 같았던 ‘기후변화 제국의 프로테스탄트’ 연재는 기후변화 과학자인 김진수 박사가 기후위기와 관련한 주제들을 하나씩 정해서 소개하는 지면이었다. 취리히 대학교 선임연구원으로 스위스에서 활동 중인 김 박사는 2020년 3월부터 매월 성실하게 기후위기 시대에 주목할 만한 소재들을 다루었고, 지난달(367호·2021년 6월호)에 연재를 마쳤다.
5월 20일, 김진수 박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연재를 마친 소회를 이메일로 물어보았다. 거기에 더하여 기후위기와 그의 일상에 관한 질문도 함께 던졌다. 김 박사와 주고받은 이야기를 정리했다.
- 긴 연재를 이어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연재하는 동안 어떠셨나요?
그동안 기후변화 연구를 학회에서나 동료 연구자들에게 설명할 기회는 많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 제가 사용하기 편한 전문용어나 관용적 표현을 다듬어 일반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는 일이 매번 도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후변화를 둘러싼 여러 과학원리를 쉽게 설명하는 훈련이 되어서 보람이 있었습니다.
- 어려움은 없으셨어요?
매달 새로운 소재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서 얘기하면 하나의 현상만으로도 몇 달을 연재할 수 있겠지만, 최대한 폭넓고 다양한 주제를 소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 ‘기후변화 제국의 프로테스탄트’라는 제목에 이 연재의 방향성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어떤 의미로 이런 제목을 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연재를 시작하는 글에서 저는 기후변화 과학자이자 신앙인으로서 ‘기후변화 제국의 프로테스탄트’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 환경이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이르고 있고 이대로 가다간 인류에게 미래가 없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했지요. 이제는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께서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여라”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려라”(창 1:28, 새번역)라고 하신 말씀을 따라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행동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박사님은 현재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가요?
저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변종 엘니뇨에 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에 엘니뇨와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관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접하고, 엘니뇨와 관련한 탄소순환과 식생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기후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되는 지구시스템 모형을 연구하며 자연을 상대로 직접 할 수 없는 실험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 박사님은 평소에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접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체감하시는지요.
작년 날씨, 아니 지난달 날씨도 잘 기억나지 않을 만큼 바쁘게 굴러가는 일상에서 기후변화를 체감하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섭씨 1~2도 정도 차이는 감각으로 느끼기도 어렵지요. 저는 연구하면서 최근 발표된 논문을 자주 접하는데, 2050년에 탄소중립이 이뤄지더라도 기후위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연구를 보면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연구와 경고 메시지가 수없이 나오고 있는데, 그에 비하면 사람들의 관심은 덜한 것 같습니다.
감염병 대유행을 억제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완화 조치가 서로 상충하는 점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미래를 바꾸는 투자를 해야 하지만 현재의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 많은 국가가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데 주춤할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저 역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한편으로는 현실 상황도 이해가 되어 어렵게 느껴집니다. 기후변화나 탄소중립에 대한 연구는 물리학·화학·생물학 분야보다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기후변화 관련 연구자들이 더 많아지고, 국가 정책에 기여할 수 있는 인력풀이 더 많이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국 정부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세부적인 사항을 정책으로 결정하고 시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다소 정치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기후위기도 정치참여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부터 시민단체 활동 등을 통해서도 정부를 감시하고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까지 다양한 실천으로 기후위기에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이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탄소발자국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내가 소비하거나 활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계산하는 것입니다. 탄소발자국 계산기를 검색하면 전기 사용량(kWh/월)이나 전기 요금(원/월)을 입력하고 월간 탄소 발생량(kg)과 필요 소나무 숫자(그루)를 계산해볼 수 있습니다. 전기 사용을 줄인다든지 온수 사용량을 줄이는 생활습관은 경제적으로 절약될 뿐 아니라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습니다. 본인의 생활 패턴을 살펴보면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 박사님은 어떻게 기후변화를 연구하게 되셨는지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중학생 때부터 지구과학 과목을 좋아했습니다. 물리학·화학·생물학에서 배운 내용을 전부 종합하여 지구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다각도로 활용한다는 측면이 제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구과학은 인기 있는 과목이 아니었기 때문에 경시대회 학원도 따로 없었는데요. 혼자 지구과학책을 보며 경시대회를 준비해서 수상하기도 했고요. 그런 관심 덕분에 관련 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지구과학 분야 중에서도 기후학을 선택하게 된 건 영화 〈투모로우〉(2004) 때문이었어요. 주인공 잭 홀 박사를 보면서 ‘아, 저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죠.
- 현재 스위스에서 생활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어떻게 지내시나요?
스위스는 감염병 유행 상황이 한국보다 좋지 않습니다. 가능한 모든 업무는 재택근무로 해야 합니다. 저희 집에는 네 살 아들이 있는데, 평일 중 아들이 어린이집에 가는 날에는 집에서 근무하고, 아들이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날에는 취리히 대학교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실험 없이 컴퓨터를 이용해 연구하는 분야이기에 재택근무를 해도 상관없지만, 집에 있으면 아들이 놀아달라고 해서 업무를 할 수 없습니다.
우리 가족은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스위스로 와서 이곳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동네 놀이터나 운동장을 다니며 가족이 중심에 있는 일상을 보내고 있죠. 취리히에 머문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얼마 전까지 이 지역을 벗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지난주에 오순절 휴일을 맞아 처음으로 취리히를 벗어나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 스위스는 기후위기와 관련해서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스위스도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잘 시행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곳은 원래 여름에도 덥지 않은 편입니다. 실내에서 에어컨 찾기도 어려운데요. 여름에 폭염이 잦아져서 사람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알프스산맥에서 빙하가 매년 녹고 있는 것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게 하는 현상 중 하나입니다.
- 앞으로 어떤 연구와 활동을 이어가실지도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시베리아 산불 현상에 관해 집중적으로 연구할 계획입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번개가 더 많이 발생한다는 보고가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번개와 산불이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어떤 변화가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려고 합니다. 시베리아 산불로 인한 탄소 배출이 다시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피드백 현상도 연구할 생각입니다.
첫댓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면서도...ㅜ
잘 안되는..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