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에 효심을 찾자
北岳 徐正淇 先生
천하의 중심은 국가고, 국가의 중심은 가정이며 가정의 중심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안락하여야 가정이 안락하고 가정이 안락하여야 나라가 안락하며, 나라가 안락하여야 천하가 안락한 것이다.
오늘날 개인 이기주의의 천박한 사조는 급기야 인간성을 상실하여 인간의 정신을 황폐화한 결과, 인격을 파탄하고 가정을 해체하므로써 나라가 어지럽고 세계가 불안한 현실에 놓여있다. 이것은 모두 성악설(性惡說)에 기초한 배타주의, 쾌락주의, 출세주의, 현실도피주의 등의 사상이 만연하여 서로 다투어 개인사상이 만연하여 서로 다투어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인간의 도덕심을 봉쇄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상적 혼란을 극복하고 고상한 도덕적 품성을 길러서 가정을 가지런히 하고, 나라를 잘 다스리고, 천하를 화평하게 건설하는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효심을 일으켜서 그 어버이를 잘 섬길도록 하는 윤리도덕을 부흥하는 길밖에 없다.
효심(孝心)은 순수한 인간성의 발로이다. 따라서 효도는 인간됨의 시작이고 가정화목의 기초이다. 사람이 인간이 되려는 노력과 가정의 화목을 도모할 때에 개인의 이기심은 저절로 사라지고 안일과 방종을 극복하여 성실경건한 자세를 확립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 그 어버이를 섬기는 것은 비록 개인적인 일이지만 그 효도하는 마음은 사심(私心)이 아니라 공덕심(公德心)이기 때문에 효도의 사회적 가치가 지고 지대하여 진실로 효도를 잘하면 천하 사람의 숭경을 받고 진정 불효하면 천하의 극행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효도하는 마음은 도덕심이고 불효하는 마음은 이기심이니 사랑과 공경에 기초한 도덕과 예의로써 부모를 섬기면 날로 즐겁고, 권세와 이익을 탐하여 아첨과 방탕으로 어버이를 모시면 날로 사악해진다. 부모를 섬기는 즐거움의 극치는 흐르는 시간을 아깝게 여기는데 이르고, 어버이를 모시는 사악함의 종말은 끝내 어버이를 시해하는데 미치는 것이므로 도덕적 양심을 길러서 사리사욕을 맹아에서부터 극복하는 효도의 교육은 인간교육의 핵심이다.
성선설(性善說)에 기초한 전통교육은 효도를 근본으로 하는 3강(三綱), 5륜(五倫)의 윤리도덕으로 집중하였으니 세종대왕은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를 간행했고, 중종은 『이륜행실도(二倫行實圖)』를 간행하였으며 정조대왕은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를 간행하여 효도를 크게 장려했다. 또 효행은 널리 표창하므로써 동방예의의 나라를 건설하여 이 땅에 아름다운 가정문화를 창조해서 집집마다 효자, 효부가 대대로 이어 나와 도덕과 예법을 숭상하는 가풍을 자랑하였으니 이것이 오늘날 민족을 화합통일하는 저력임과 동시에 또한 세계속의 한국문화를 건설하는 표본이라고 할 것이다.
바야흐로 5월이다. 가정의 달이다. 뿌리가 있는 나무는 모두 꽃피고 움돋우며 같은 종류는 함께 번영을 노래하고 춤춘다. 봄볕이 가득한 산과 들에 삼라만상이 힘차게 약동하면서 삶을 찬미하고 영화(英華:꽃)를 발산한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좋은 시절에 가정의 달을 정한 것은 자연에서 효심을 배우자는 뜻일 것이다. 금수는 말할 것도 없고 초목이나 곤충도 같은 무리는 함께 떼지어서 즐겁게 놀거늘 하물며 사람으로써 부모처자와 형제를 멀리하고 혼자만 쾌락을 탐닉해서 되겠는가?
사람으로 태어나서 전가족이 함께 즐거운 가정도 경영하지 못한다면 그런 인간이 장차 무슨 복을 받겠는가? 자기 혼자만 즐거운 인생을 추구하다가는 결국 순간의 쾌락속에 남은 허탈감으로 인하여 고독감과 소외감만 더하는 것이다.
이 좋은 가정의 달에 효심을 되찾아 산업사회의 핵가족 시대에 깊이 함몰한 개인이기주의를 극복하고 퇴색한 효사상을 다시 일으켜서 아버지는 아들의 모범이 되고, 어른은 어린이의 모범이 되고, 남편은 아내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도덕과 예의를 숭상하는 전통가풍을 부흥하면서 아버지와 아들은 친함이 있고, 국민과 관리는 정의로움이 있으며, 남편과 아내는 분별이 있으며, 어른과 어린이는 차례가 있으며, 벗 사이에는 믿음이 있는 강상윤리(綱常倫理)를 뚜렷이 밝히는 것이 바로 구시대의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는 길이다. 가정에서부터 정통성과 주체성을 회복하는 역사 바로잡기의 실천과제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자고로 가정이 건전한데도 불행한 사람이 있었거니와 가정이 파괴되었는데도 행복한 사람은 없었으니 후세의 사람이 경계할 일이다.
오늘날 핵가족 시대에 자녀들은 과잉보호하면서도 시골에 사는 부모와는 소원하게 지내는 사람이 많으니 자애의 정은 넘치면서 효심은 메마른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