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성리 검은 모래 해변
만성리 검은 모래 해변은 여수 엑스포장 곁의 엑스포역에서 3km로 박람회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엑스포장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갔다. 이곳은 검은 모래 해변으로 유명한 곳이다. 여수시 만흥동에 있는 만성리 바닷가로 가는 길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터널이 있다. 자연암반으로 된 터널이다. 일제강점기 일제가 조선인과 중국인을 노역으로 쓰며 만든 터널이다. 강제 동원된 노역자들이 쇠망치와 곡괭이로 일일이 파낸 터널이다. 마래 산을 관통하는 마래 터널은 길이가 630m이며, 높이는 4.3m나 된다. 작업 도중 다치고 죽는 사고가 흔한 일이었던 비극의 현장이었다. 특이한 것은 왕복 차선이 하나로 버스가 터널을 지나갈 때 맞은 편에서 다른 차량이 오면 교행하는 장소에서 차 한대가 피해 있었고, 그 사이 버스가 지나갔다. 아슬한 장면이다. 마래 터널을 지나자마자 보이는 것은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다. 여순항쟁 당시 벌어졌던 민간인 학살현장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했는지도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또한 마래 터널은 ‘죽음의 터널’로도 불리는데 이 사건과 함께 만성리에서도 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당했기 때문이다.
만성리 해변의 마을과 해수욕장이 생각보다 크다. 전에 이곳을 지나며 잠시 보았던 해변인데 그때는 작게 보았는데 현지에 내려보니 우람한 명소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하얀 파도가 낭만을 더해 준다. 해변에는 검은 정말 모래가 깔려 있다. 손으로 한 웅큼 쥐어 보니 모래가 더욱 선명한 검은 색으로 들려 나온다. 이곳 보기 드문 검은 모래찜질은 신경통과 각종 부인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오래전 부터 음력 4월 20일은 ‘검은 모래 눈 뜨는 날’이라는 민간풍습이 있어 이날이 되면 전국에서 모래찜질을하러 사람들이 모여들기도 한다. 아직은 완연한 여름이 아니라서 사람이 없는 한적한 분위기다. 해변에는 작은 방갈로가 여행객을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만성리 검은 모래 해변은 어두운 과거를 뒤로한 채 짙푸른 바다를 내보인다. 작은 어선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꽃과 소나무 등 아름다운 길의 만성리 마을과 검은 모래 해변을 뒤로 하고 아쉬운 걸음으로 떠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