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냄새는 ‘자연스럽고 자연적인 냄새’ 흔히 ‘노인냄새’라고 불리는 특유의 냄새는 자연스러운 노화에 따라 나타난다. 40세 전후로 몸에서 노넨알데하이드(노네날)라는 물질이 분비되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노인냄새의 원인이 된다. 잘 씻지 않는 경우 역한 냄새로 변할 수 있지만 본래 냄새 자체는 불편하거나 역한 게 아닌 ‘자연적인’ 냄새라는 말이다. 임구원 건양사이버대학교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한국 사람에게서 마늘 냄새가 난다거나 외국 사람에게서 그 나라 특유의 냄새가 나듯 노인냄새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일부 노인들은 이 냄새가 난다는 것을 잘 인지하지 못하거나 청결을 유지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임 교수는 “혼자 살면 청결 관리에 소홀해지고, 나이가 들면 후각이 떨어져 냄새를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고 했다. 외출할 일이 줄어들며 냄새 관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도 있다. 김씨는 “나이 먹으면서 자꾸 사람들하고 관계가 떨어지지 않나. 만날 일이 없다. 그럼 스스로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쓸 일이 없다”며 “그래서 자주 안 씻다 보니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말했다. ◇ 잘 씻고 청결 유지하는 게 유일한 대안 전문가들은 잘 씻고 옷을 자주 갈아입으며 청결관리에 신경 쓰는 것이 냄새가 심해지는 걸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청결 관리에 소홀하면 노네날이 피부 안에 남아서 산화돼 썩기 시작하고 노인냄새가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귀 뒤, 겨드랑이 등 관절부위나 배꼽 주변, 음부 등이 취약한 부위”라며 “잘 씻고 위생관리 잘하고 옷을 잘 세탁해 입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정 교수는 “너무 자주 씻으면 피부 습도가 떨어지고 피부 장벽이 망가져 건조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며 2~3일에 1번 씻고 보습 관리를 열심히 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노인들이 냄새로 인해 위축되거나 편견이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노인냄새가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에 따른 것이라는 젊은 층의 이해도 필요하다. 임 교수는 “노인냄새는 자연스러운 신체 기능의 노화와 호르몬 분비에 따른 현상이다. 노네날이라는 호르몬이 나와서 그런 냄새가 난다는 것을 젊은 층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관리하지 않은 맨몸에서 좋은 냄새가 나는 건 갓난아이밖에 없다. 소싯적에 내 몸 관리를 꼼꼼히 관리한 노년층이라도 나이 들며 '가령취(加齡臭-나이가 들면서 나는 냄새 즉 노인 냄새)'가 고민될 수 있다. 오래도록 향기로운 삶을 위해, 가령취의 원인과 관리법을 알아본다. ◇ 가령취 원인은? 불포화지방이 과산화되며 생기는 독성 물질 체취는 사람의 피부에서 배출되는 다양한 대사 산물 때문에 발생한다. 이때 연령별로 피부가 배출하는 대사 산물의 종류가 달라 나이듦에 따라 체취 역시 달라진다. 고대구로병원 완화의료센터 이유정 교수는 "노년층 특유의 체취는 불포화지방이 과산화되며 발생하는 4-히드록시노네날 (4-hydroxy 2-nonenal)이란 독성물질 탓"이라고 말했다. 피부 밖으로 배출된 노네날이 공기 중 유해균을 만나 부패하며 '기름진 풀냄새' 같은 체취가 발생하는 것이다. ◇ 가령취, '노인만의 체취'는 맞지만 '악취'라 보긴 어려워 2012년 펍메드(PubMed)에 게시된 ‘연령대별 체취 차이’에 관한 논문에서, 연구진은 노년층 체취가 다른 연령층의 체취와 구별되는 '다른' 냄새이긴 하나, 그 자체로 '나쁜' 냄새라고 보긴 어렵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연구진은 연구 참여자들을 ▲청년층 (20~30세) ▲중년층(45~55세) ▲노년층(75~95세)으로 나눈 후 집단별로 체취를 종합해, 개인차를 제거하고 특정 연령대에 일반적인 체취만 남긴 '체취 샘플'을 만들었다. 각각의 샘플이 어느 연령층의 것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청년 참가자들은 샘플 냄새를 맡고 ▲냄새 강도 ▲냄새 불쾌감 항목에 점수를 매겼다. 그 결과, 노년층의 체취 샘플은 중년층과 청년층의 샘플보다 냄새 강도와 불쾌감 모두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다만, 여전히 샘플의 연령대를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노년층의 냄새가 무엇인지 추정해보라고 했을 땐 성공적으로 구분해냈다. ◇ 규칙적으로 샤워하고 육류·튀김 섭취 줄여서 체취 관리
이유정 교수는 "노년기에는 노네날의 형성이 자연스러운 일인 만큼, 철저한 위생 관리로 가령취를 관리하길 권장한다"고 말했다. 노네날은 피지샘을 통해 피부로 배출되므로 비누를 사용해 규칙적인 샤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피부를 맞대는 의류나 침구에도 노네날이 묻을 수 있으므로, 체취 관리를 위해 자주 세탁하는 것이 좋다. 지방이 많이 함유된 육류나 튀김요리를 덜 먹고 음주를 삼가는 것도 가령취 관리에 도움이 된다. 가령취의 원인 물질인 노네날이 불포화지방산 과산화로 생겨서다. 산화 작용을 억제하기 위해선 항산화 효능이 있는 마늘이나 대두류를 섭취하면 좋다. 스트레스 관리 역시 중요하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체내 호르몬 불균형을 가져와 가령취 원인 물질인 활성산소 및 과산화지질을 증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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