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루공원과 구마루무지개 시낭송회
민문자
구로의 산마루, 구마루에는 잣절공원이 있다. 정상이 해발 110미터, 서부 서울이 다 내려다보이는 우리 동네 뒷동산 안에 있다. 아름다운 숲속의 수도꼭지에서는 청정 약수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습지공원도 잘 조성되어 있는 공원이다, 해마다 1월 1일에는 구로구청장을 비롯하여 구로구민들이 정상에 올라 떠오르는 새해를 바라보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외치는 곳이다. 숲속에는 군데군데 여러 가지 운동기구가 잘 갖추어진 장소와 데크 산책로가 있다. 동산 전체가 아름다운 공원이다.
25년 전 처음 우리가 이사 왔을 때는 이곳 습지공원은 다섯 다랑이 미나리꽝이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되어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건강을 위하여 몰려드는 곳이 되었다.
‘매봉정’이란 이름이 걸린 정자각 안에서는 늙수그레한 아낙네들이 화투를 치거나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 건너편 습지공원에서는 이리저리 연결된 나무다리 위로 어린이와 젊은 엄마 아빠들이 함께 수생식물의 운치를 감상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습지공원 둘레는 도랑이 있어 맑은 물이 졸졸 흐르고 있다.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습지공원 위쪽에 반원 모양의 넓은 공간 마룻바닥, 그리고 청중들의 박수 소리가 나올 듯싶은 좌석들, 그 바로 뒤쪽에서는 젊은 청춘남녀가 사랑을 나누면서 흔들흔들 그네를 탄다.
저녁 어둠이 내리면 여기저기 서 있는 가로등 불빛 번쩍! 동시에 여기저기서 개구리 소리 왁자하지. 그러다 조용해지면 파란 불빛 노란 불빛에 산그림자도 내려와 운치를 더해주면 아! 여기서 시낭송회를 열면 좋겠네! 매달 둘째 주 화요일이면 구마루무지개 회원들이 구로아트벨리에서 시사랑 노래사랑 정기연주회를 열잖아! 우리 구마루무지개가 한여름 밤의 낭만을 즐겨보면 좋겠네. 미래의 구마루공원에서 구마루무지개의 시낭송회를 열고 싶다.
여기서 시낭송회를 하려면 우선 사용 허가를 얻어내야 하겠지? 그래서 지난달 말에 구청 공원녹지과를 찾아가 사용 허가를 신청하여 허가서를 받아놓았다. 앞으로 두 달 남았으니 열심히 준비하여 우리 구마루무지개 회원들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무더운 한 여름밤을 시원하게 식혀줄 수 있겠다. 사반세기를 살아온 이곳, 영원히 눈을 감을 때까지 살고 싶은 안식처에 보답하는 의미로 이번 잣절공원에서의 시낭송회를 해마다 연례행사로 이어가도록 해야겠다. 그러다 보면 사람들의 입에서 ‘구마루’라는 단어가 자주 오르내리면 ‘자장면’이 ‘짜장면’과 함께 표준말로 사용되듯 먼 훗날에는 ‘잣절공원’도 ‘구마루공원’으로도 불릴 날이 있을 것이다.
우선 임원진들과 계획서를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개봉역과 오류역의 남쪽 북쪽 광장과 잣절공원 찾아오는 2번 마을버스 종점에 걸 현수막을 준비해야겠다. 우리 ‘구마루무지개’ 카톡방에 공지를 해야지. 그리고 ‘2024. 8. 10. 18:00~20:00 제1회 잣절공원 시낭송회’ 참가자 신청을 받아야겠다. ‘구마루’ 일이라면 원근을 가리지 않고 달려와 마음을 보태는 딸 같은, 동생 같은 친구들아! 간단한 음식을 준비하고 수박을 먹으면서 시낭송을 감상하는, 우리 근사하게 멋지게 구마루공원에서 구마루무지개 시낭송회로 한여름 밤의 낭만을 즐겨보자!
모이시라! 구로주민들이시여! 이 공원 청정 약수가 그대들의 건강을 지켜주듯이 구마루무지개낭송회가 찌든 마음을 깨끗이 씻어 주리라. (2024.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