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역사학"을
그 이름에 걸맞게 꾸려오던 카페지기님이
사정상 자리를 잠~시 비우고 있는 차에
들쭉날쭉, 걷다가 쉬다가 하는 "이 못난~" 운영자가
최근의 좋지 않은 몸상태로 포기하고 있던 송년 기념걸음을,
다행스럽게도 몸을 움직이기가 어느 정도는 괜찮은 듯 하여
자신감있게 공지를 하면서 마침내 할 수가 있었습니다.
뭔가 치러야 하는 행사중 하나인 것 같아서 꾸역꾸역 해봤습니다.
하고나니 나름대로 자그마하게 뿌듯합니다.
동파하지 않도록 "외출"상태로 설정한 난방기같은 걸음을 시작합니다.
갑작스런 번개급 공지라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운 중에도
모범출석회원님들이 참석의사를 밝혀주셨었는데
트럼프가 탄핵소추를 당하고 시진핑과도 자꾸 싸우는 바람에
말리러 가시느라 도리없이 저혼자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세계평화를 위한 배려심에 양보는 최소한의 미덕이지요.
핑계김에 여정을 바꾸어 모임장소인 수유역1번출구를 제끼고
먼저 병원으로 가서 물리치료를 받고 본격적으로 내딛습니다.
송년걸음 뒷풀이를 하면 아무래도 막걸리 두어잔을 하게 될테고
그 것은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행복을 채우는 것이요 선물을 주고 받는 셈인지라
간보호를 위하여 흔쾌히 치료약을 하루치는 미루어 두었습니다.

병원을 나선 발길은 강북종합시장을 관통하여 우이천으로 향합니다.
원래는 우이동쪽으로 갔다가 다시 되돌아 내려 오기로 했었지만
여러 생각을 하고 걷다가 보니 버릇이 된 매일의 걸음이 바로 석계역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우이교밑을 지납니다.
쌍문역을 지나고 도봉산역을 넘어 의정부로 뻗어있는 도로에 놓여 있습니다.

거꾸리 기구에서 평소에 하던 몸늘어뜨리기 운동과 무리하지 않는 각도에서의 복근운동 숙제를
해치웠습니다.
저 멀리 북한산 삼각산 봉우리가 보입니다.

광운대 근처로 오면 광운초중교, 남대문중학교에 이르러 갑자기 시원해짐을 느낍니다.
찻길이 학교앞쪽으로 새로 나면서 우이천 위를 덮었던 상판인 구도로를 걷어내는 덕분입니다.
목적지인 석계역에 도착을 했는데 우이동으로 들어가는 여정을 빼먹은 통에
거리는 목표로 한 10킬로미터에 모자라지만 병원에 들러 오는 바람에 시간은
점심때가 되었네요.
배를 채워야 다시 힘을 내겠지요?

현위치가 석관동쪽인가 잘 모르겠습니다.
밥집이 몇군데 눈에 띄는데 그 중에 생선구이집으로 결정했습니다.
반찬가짓수가 많을 것이라 골고루 맛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분주한 아주머니들의 움직임속에 문전박대는 아니고 문안에서 박대를 받았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 한 손님은 곤란하지?......"
이모네 생선구이 아~ 저기 다음에 한번 가봐야 하나?
아예 생까?
맞은 편에 보니까 영양이 듬뿍한 탕집이 보였습니다.
그리로 갑니다.

특으로 시키니까 만오천원.
여기도 반찬이 제법 여러가지라 좋았습니다.
계산하고 나서는데 이 식당언니가 길건너 생선구이집에 공깃밥인가를 갖다주고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같은 곳인가요?" 했더니
"엄마 친구집이에요" 하네요.
뭔가 멀리 도망가지 못한 느낌?
이모네 생선구이집에 뭔가 복수를 해야 하는데 못한 느낌?
뭐 대충 그런......ㅎ
온 길로 해서 다시 우이천을 걸어 수유리로 되돌아가기보다는
가보지 않았던 길을 더 걷고 싶어 방향을 달리 잡았습니다.

돌곶이역 사거리에서 북서울꿈의숲 쪽으로 걸으면 집이 가까운데
반대방향을 보니 제법 많은 간판들이 눈에 들어 옵니다.
홀리듯 그 쪽으로 빨려 갑니다.

오~ 시장이 있습니다.
방향을 튼 보람이 있습니다.

제법 크네요. 품목들도 꽤 다양하고

돌곳이시장 구경을 마치고 나니 마침
상가건물에 목욕탕이 보입니다.
늘 지하에 있던 것만 보다가 2층에 있으니 신기하고
왠지 곰팡이에서 자유로울 것 같습니다.
직립보행에 눌린 허리에 찜질도 할 겸, 송년기념 걸음을 마감합니다.
희한하게도 이 지점에서 갑자기 다리와 허리의 통증이 싹 사라졌습니다.
빠르게 걸으면 통증이 조금 잊혀지긴 하는데
이 건 그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기적같이 낫는 기분이 드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농담처럼 통증이 심할 때 술을 마시면서 마취제라고 했었는데
그 때도 이 것처럼 이렇게 가벼운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과연 제게 기적이 찾아 온 것일까요?
목욕을 하면서 열탕안에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니
많이 잦아들긴 했지만 여전히 특정 각도에서 불편함이 있네요.
그래도 약을 먹을 때와 같거나 그보다 더 나은 상태인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내일을 기대합니다.

십킬로미터를 채웠습니다. 성공! ㅎ

열악한 상황에서도 온기있는 송년걸음을 해낸
오늘도 바람처럼.
첫댓글 난데없는 호전에 불과했네요.
탁배기표 마취제의 효과였는지 영양탕의 신효함이었을지도.
축하드립니다!!!
모두가 모범회원 걷고님을 비롯한 산티아님 법우님과
덤덤히 응원하는 모든 회원님들 덕 아니겠습니꺼? ㅎ
@바람처럼 그렇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