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기기들이 많이 탄생하고 있다.
물론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기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특별한 첨단기술이 동원되는 일 없이 아이디어로 새로운 기기가 탄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림자를 분석할 수 있는 잠망경 카메라가 대표적인 사례다. 24일 ‘가디언’ 지는 미국 보스톤 대학 연구팀이 디지털 카메라와 컴퓨터를 결합해 잠망경(periscope) 기능을 지닌 카메라를 탄생시켰다고 보도했다.
디지털 카메라에 잠망경과 컴퓨터 분석 기능을 추가해 전후좌우를 볼 수 촬영할 수 있는 새로운 카메라가 탄생했다. 이 카메라는 그림자 분석을 통해 실물 인식이 가능하다. 사진은 그림자 분석을 통해 확인한 애니메이션 캐릭터. ⓒCharles Saunders/John Murray-Bruce/Vivek Goyal
뒷면에 있는 물체 촬영할 수 있어
잠망경이란 외부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바깥을 정찰하는 데 사용되는 관측 장비다.
잠수함 같은 군사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물속에서 수면 위로 렌즈를 내밀고 외부를 포괄적으로 관측할 수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잠망경 안에 들어 있는 프리즘, 대물렌즈와 같은 여러 가지 기기들 때문이다. 물체에서 반사된 빛을 흡수하면 빛 → 위쪽 거울 → 아래쪽 거울 → 눈의 순서에 따라 외부 상황을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다.
보스턴 대학 연구팀은 첨단 기기를 활용해 기존 디지털 카메라 기능에 ‘컴퓨팅이 가능한 잠망경 기능(computational periscopy)’을 추가했으며, 이를 통해 벽에 비친 그림자를 분석해 숨겨진 실체를 재현할 수 있는 카메라를 만들었다.
개발을 이끈 전자공학자 비베트 고얄(Vivek Goyal) 교수는 “카메라에 새로운 컴퓨터 프로그램을 결합해 광범위한 영역을 관측할 수 있는 기기를 제작하는데 성공했다”며, “향후 이 기기를 로봇에 결합, 무인차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고얄 교수가 기기를 개발한 것은 어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는 “아이들이 주의가 산만한 만큼 거리나 공원 등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이 불가능해 부모나 교사들이 애를 먹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들 역시 마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갑자기 뛰어든 아이들을 뒤늦게 감지해 많은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고얄 교수는 “어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개념의 카메라를 고안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과학자들이 관련 기술 개발에 무심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0여 년 간 다양한 기기를 개발해 왔지만 대다수 장비들이 우주‧군사용으로 개발돼 왔다. 이처럼 특정 목적에 초점을 둬 관련 기술을 개발해 왔기 때문에 제조비가 너무 비쌌고, 당연히 상용화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제조비는 대폭 낮추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기 개발의 길이 열린 셈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잠망경 카메라 상용화에 큰 기대감을 표명하고 있다.
슈퍼맨처럼 전후좌우 상황 파악 가능
이 잠망경 카메라 개발을 위해 고얄 교수 연구팀이 사용한 것은 기존 디지털 카메라와 중형 데스크톱 컴퓨터 기능이다.
교수는 “이 두 가지 기능 외에 또 다른 어떤 기능은 사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호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소형 잠망경 카메라를 만들어 냈다”며, 잠망경 카메라의 보급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관련 논문은 23일 과학학술지 ‘네이처’ 지에 ‘Computational periscopy with an ordinary digital camera’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고얄 교수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그림자 분석을 통해 다른 쪽에 놓여 있는 물체를 어떻게 촬영할 수 있는지 설명했다.
흥미로운 내용은 이 신종 카메라에 부착된 거울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빛 반사가 가능해 다양한 장소에 위치해 있는 다양한 물체들을 포괄적으로 관측할 수 있다. 정밀 분석이 가능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거울에 비친 그림자까지 분석이 가능하다.
고얄 교수는 “연구팀이 거울이라고 말하고 있는 막에 컴퓨터 분석이 가능한 특수 기능이 들어 있어 다양한 각도에서 반사된 빛과 어두움을 흡수해 반사가 이루어진 곳의 실물을 정밀하게 분석해 재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디오 게임에서 나타나고 있는 영상 분석 실험을 통해 이 특수 기능을 지닌 거울이 캐릭터에 있는 눈과 입, 화면상에 나타나고 있는 컬러와 글자 등을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논문에 따르면 이 특수 기능을 적용할 경우 그림자를 통해 숨겨진 물체를 확인해 재현하는 데까지 48초의 시간이 걸린다. 고얄 교수는 그러나 컴퓨터 성능을 향상시킬 경우 작업 시간을 훨씬 더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능 확대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중이다. 고얄 교수는 “기능을 더욱 확대하면 지금의 비디오카메라처럼 움직이는 영상을 재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얄 교수는 또 “특수 거울 기능을 확대할 경우 전후좌우를 모두 볼 수 있게 돼 슈퍼맨과 같은 기능을 지니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얄 교수는 이 잠망경 카메라를 새로운 기능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현미경, 의료영상장비, 각종 재난감시를 위한 촬영장비 등 다양한 용도에서 포괄적인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