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문화마케팅의 시대다. 소득증대와 함께 문화예술 향유층이 넓어지면서 문화마케팅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속속 늘고 있다. 문화마케팅을 통해 기업들은 대 고객 서비스, 주주와의 관계 강화 등 단기적인 효과와 브랜드 가치 상승, 기업 이미지 제고 등 장기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공연예술계 또한 기업 후원으로 자원을 조달, 창작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본 지면을 통해 늘어나는 문화마케팅을 통해 큰 효과를 거둔 기업들의 사례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1. 하나은행
하나은행(행장 김승유)은 기업이 문화예술을 활용한 마케팅을 전개할 때 장기적인 이미지제고 전략으로의 접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금융업 본연의 업무 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하나은행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나은행은 1971년 투자금융회사 시절부터 고품격 이미지를 추구해 왔다. 미술품 애호가 였던 윤병철 전 하나은행 회장의 개인 취향과 `VIP 마케팅`이란 기업 생존전략이 맞물리면서 고급문화 이미지가 발화됐다.
하나은행은 주로 미술 분야에 꾸준히 지원해 왔다. 71년부터 미술품을 구입, 영업점에 전시해 `은행 객장의 미술관화'를 꾀했다. 지난해까지 20여년간 사들인 미술품은 1000여점에 달한다. 신진작가들을 위한 무료 전시공간인 `갤러리 하나사랑'을 서울 평창동에 개관했으며 창립기념 사업으로 백남준씨의 신작 2점을 본점 로비에 설치했고, 지난해 12월엔 서울은행과의 합병기념 리셉션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었다. 또 93년부터 전국 초등학교 대상으로 `하나 자연사랑 포스터 그리기' 대회를 개최, 우승 학교에 미술실을 시공하는 `꿈의 미술실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런 후원을 통한 행사에 VIP 고객을 빠뜨리지 않는다. 자사가 후원한 국립현대미술관의 `루이스 부르주아 특별전'에 VIP 고객을 초청, `그림과 음악이 함께하는 밤'을 여는가 하면, 서울 옥션과 함께 미국 경매회사 소더비사의 미술 전문가를 초청해 VIP고객 대상 강연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우량 중소기업인 모임인 `하나윈윈클럽'의 경영자 부부 200쌍을 초청, 뮤지컬 `몽유도원도'를 관람케 했으며 주 거래기업 실무자 130명에게 `델라구아다' 관람 기회를 제공했다.
하나은행은 이러한 문화 지원활동에 연간 20억원을 지출하고 있다. 처음에는 사내에서 "은행이 고가의 미술품을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80년대 중반 구입한 이응로 화백 작품은 현재 가격이 2배 이상, 백남준 작품은 구입가의 5배 이상 뛰어 투자가치가 입증되자 임직원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지금 직원들은 문화활동 지원이 VIP 고객확보 등 영업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야외 음악회 등이 고객유치와 은행 홍보에 큰 효과를 내고있음을 인정한다.
윤병철 전 회장은 "스폰서쉽을 통해 소속 직원들의 자부심이 높아졌고 유연하고 창조적인 사고를 갖게 됐다"고 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