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6일 이정미(30) 씨는 첫돌도 안 된 아이를 안고 친정 아버지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북관 211호실 법정을 찾았다. 이날 열리는 경매에서 서울 동작구의 전용면적 84.57㎡(33평형) 아파트 입찰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점찍은 아파트 근처에 사는 이씨는 경매에 나온 이 물건이 두 번이나 유찰돼 급매물보다 저렴해졌다는 사실을 알고 생애 첫 경매 투자를 결심했다. 이씨는 “아이 키우기에 적당한 30평형대라서 첫 번째 내 집으로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요즘 경매법정에는 이씨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과거처럼 단기간에 급상승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투자자들이 떠난 빈 자리를 실수요자들이 메우고 있는 것. 실수요자는 대부분 새로 나온 물건보다는 두세 번 유찰된 물건에 관심을 보인다. 신건(新件)에는 입찰자가 한 명도 없는 경우가 많지만 2, 3회 유찰돼 최저 매각가가 감정가 대비 51~64%로 떨어진 물건에는 20~30명씩 몰려든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한 집행관은 “올 들어 실소유자가 자기 동네 근처의 물건이 경매에 나오면 시세보다 싸게 낙찰받기 위해 입찰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요즘 경매법정은 서 있을 자리조차 확보하기 어려울 만큼 인산인해를 이룬다. 입찰에 참가하려는 사람도 많지만, 현장 실습을 나온 경매학원 강사와 수강생도 적지 않다.
실수요자들이 경매에 나서는 것은 시세보다 싼 가격에 낙찰 받을 수 있는 경매환경이 조성됐기 때문.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 시장 하락세가 뚜렷해지면서 경매 시장의 매각가율(감정가 대비 매각가 비율)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끄는 아파트, 다세대주택, 연립주택에만 한정해도 매각가율은 현저히 낮아졌다. 지지옥션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 2007년 3월 104.1%이던 아파트, 다세대주택, 연립주택의 매각가율이 올해 3월에는 77.9%로 크게 하락했다.
공매시장에도 ‘내 집 마련’ 희망자들이 몰린다. 경매에 비해 일반인의 관심이 낮아 경쟁이 덜 치열하고 인터넷 입찰로 진행된다는 편리함 때문에 최근 공매에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 2월 말 현재 공매가 진행되는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의 인터넷 공매 사이트 온비드(www.onbid.co.kr)의 일반 회원은 54만700명에 육박한다. 1년 사이 약 10만명이나 늘어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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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점에 경매나 공매로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견해를 내놓는다. 가격 급상승을 기대할 수 없기에 투자 적기는 아니지만, 어느 때보다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여건이 경매·공매 시장에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선법률사무소의 황지현 경매실장은 “올 겨울까지 관망하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최근 경매가 진행되는 물건들은 2008년 8~9월에 감정된 부동산이라 감정가가 지금 시세보다 훨씬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황 실장은 “최저점이었던 지난해 말에서부터 올 초까지 감정된 물건들이 하반기 이후 경매시장에 나올 것”이라며 “실수요자라면 그런 물건을 노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주간동아 681호(4월14일자)는 △물건 찾기부터 명도까지 성공 경매를 위한 A to Z △낭패당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특수물건의 함정들 △경매 최대 난제 ‘명도’ 비법과 10계명 △공매가 애인보다 더 좋은 이유와 주의사항 △실전 사례로 배우는 경매·공매 성공 노하우 △왕초보 기자의 아파트 경매도전기와 경매컨설팅 이용 주의사항 △세입자의 경매 대처법 △아파트 공동구매 실효성 긴급 점검 △스스로 경매투자성향을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 △실수요자가 노려볼 만한 지지옥션과 한국자산관리공사 추천 경매·공매 물건 등을 알차게 담았다.
자료원:동아일보 2009.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