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차(2019.11.2) 칠장산~무너머고개 44.6km(혼자)
한남정맥은 안성 칠장산에서 김포 문수산까지 gpx상 203.1km이다.
11월1일(금) 밤에 출발하여 무박으로 산행하는 것과 11월2일(토) 새벽에 출발하는 것을 고민하다 야간산행은 무서울 듯 하여 11월2일(토) 새벽3시에 차를 몰아 들머리로 향한다.
새벽 4시 10분 칠장사에 도착했는데 절에서 키우는 풀어놓은 개들이 짖어대어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지만 밝아지길 기다릴 수도 되돌아 갈 수도 없기에 그냥 들이댄다.
다행히 절을 관통하지 않고 가는 길이 있어서 개들을 피할 수 있었으나 절 뒤편 산속 입구에 도깨비 불처럼 파란빛이 깜빡거려 긴장했는데 가까이 가보니 안내 전광판이 고장난 것이다.
5시8분 한남정맥 한남금북정맥 금북정맥 3개 정맥길이 만나는 칠장산 3정맥 분기점에 도착한다.
6시30분쯤 삼죽면사무소에 도착하자 어둠이 걷히기 시작한다.
새벽길 걷는 동안 잠자다 놀라 뿌드덕 거리며 날아가는 새들과 괴성을 내며 달아나는 고라니에 놀라길 여러번이지만 동물들이 더 놀라고 스트레스 받았을 것이다.
8시 10.8km 지점인 국사봉에 도착한다.
가현치는 70번 국도가 관통한다.
골프장 면적에 버금가는 크기의 천주교 안성추모공원 옆은 밤이라면 오싹했을 듯 하다.
정맥길에 여지없이 나타나는 잡목으로 얽혀있는 길을 지나다 가시에 얼굴을 긁혀 땀이 흐릴때 쓰리다.
용인 산너울길과 중복되는 구간이 많고 낙엽이 소복하게 쌓여 바시락 소리를 낸다.
10시52분 20km지점인 구봉산에 도착한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머리카락이 비맞은 것처럼 땀에 흠뻑 젖었다.
용인 법륜사 옆을 지난다.
32km지점인 문수봉에 14시52분 도착한다.
이곳으로 오는 도중 들개 한마리를 만났는데 나를 보더니 힐뜻 힐끗 뒤를 보면서 앞서 가다 어느 순간 사려졌는데 뒤쪽 어딘가에서 여러마리의 들개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혹시 나를 따라와 공격할까 싶어 개 소리가 멀어질때까지 뛰었다.
한번은 발에 열을 식히며 쉬려고 등산화 벗고 주저앉아 간식을 먹고 있는데 등 뒤에서 낙엽 밟는 소리가 들린다.
고라니라면 후다닥 사라지는데 규칙적인 발자국 소리로 멧돼지란 걸 직감한다.
순간 등산화를 다시 신을 시간이 없어 당황스러웠으나 소리에 민감한 멧돼지가 겁먹고 도망 가도록 배낭에 매단 종을 세게 흔든 후 스틱을 집어들며 일어나 소리나는 방향을 보니 10m쯤 아래에서 멧돼지 두마리가 달려 지나가 안도한다.
이 일대가 김대건 신부님이 사목활동을 한 천주교 성지순례길이란 표식이 있다.
5시40분쯤 되니 점점 어두워 졌고 7시쯤 무너머 고개까지 14시간의 산행을 끝낸다.
목적지에 도착해 죽산까지 버스 세번 갈아탄 후 택시로 칠장사까지 와서 주차된 차를 회수 한다.
◆2회차(2019.11.2) 무너머고개~신갈역 25.4km(혼자)
신갈역까지 25km정도 진행할 계획인데 늦게 출발했고 저녁에 비가 온다 하여 마음이 급하다.
이정표와 트랭글 지도를 따라 갔더니 도로 공사로 막혀있어 들머리 찾느라 애를 먹는다.
11시12분 첫 봉우리인 함박산에 도착한다.
무슨 나무인지 모르겠는데 노란 단풍이 예뻐서 한장 찍는다.
12시4분 부아산에 도착하고 점심으로 준비한 떡을 시간을 아끼기 위해 걸으면서 먹는다.
한남정맥은 무단횡단 해야 하는 곳이 많은데 폭이 좁고 차량 왕래가 적은 곳은 괜찮지만 차선이 많고 통행이 많고 속도가 빨라 위험한 곳도 있다.
14시45분 석성산에 도착한다.
에버랜드 톨게이트가 내려다 보이는 이곳은 성산교이다.
19.4km지점 부터는 산길이 아닌 포장도로와 보도로만 신갈역까지 이어진다.
길이 좋고 속보로 걸은 덕분에 어둡기 전 산행을 끝마친다.
◆3회차(2019.11.17) 신갈역~당정역 30.8km(혼자)
10시경부터 비가 내리는 바람에 사진은 거의 찍지 못했으며 광교산을 넘어가는 구간이다.
발가락이 아파서 계획보다 좀 일찍 산행을 마친다.
◆4회차(2019.11.24) 당정역~소새울역 30.3km(혼자)
코스는 당정역->무성봉->수리산->꼬깔봉->부대옆봉->수암봉->슬기봉->운흥산->소새울역까지 30.3km다
이번 구간은 애매한 구간이 많아 여러번 알바를 하였고 가시 나무가 많아 진행하기 어려웠다.
소새울역에 도착했을때 15시30분 정도로 시간적으로는 10km정도 더 진행할 수 있었지만 한동안 비를 맞으며 걸었기에 여기서 산행을 종료한다.
◆5회차(2019.11.30) 소새울역~마전역 38.6km(혼자)
전날 송년회 모임이 있어서 술도 마시고 늦게 귀가하는 바람에 2시간 정도 자고 4시에 일어나 첫 전철을 타고 들머리인 소새울역으로 향하는데 속도 안좋고 졸립다.
집사람은 "잠도 못잤는데 어딜가냐?" 그냥 쉬라" 만류하지만 스스로 세웠던 계획이고 빨리 한남정맥 졸업하고 싶은 마음에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뿌듯할 것이기에 그대로 진행한다.
이번 코스는 부천에서 출발해 인천을 종주하는 코스로 인천대간종주와 거의 일치하며 인천 아라뱃길도 만나고 조망이 좋은 코스이다.
하우고개 구름다리다.
고속도로 바로 옆에 절이 있다.
내일 진행하는 한남정맥 졸업산행 날머리 보구곶리는 외진곳이라 교통편이 안좋아 일찍 끝내야 겠기에 오늘 최대한 많이 걸어야 하는데 갑자기 상가집을 가야할 일이 생겨서 목표한 47.6km를 완주하지 못하고 38.6km 지점인 마전역에서 산행을 종료하여 내일 산행이 부담된다.
◆6회차(2019.12.1) 마전역 38~보수곶리 33.4km(친구와)
상가집 다녀온 다음날 4시간 정도 잔 후 첫 전철을 타고 마전역으로 향한다.
졸업산행은 친구가 같이 걸어주겠다 하여 함산한다.
3주째 일요일 마다 비가오는 바람에 연속 우중산행을 한다.
친구가 오늘은 뒷모습으로 사진찍는 것이 컨셉이란다.
한남정맥 안내도를 보니 맨아래 칠장산부터 걸어왔던 길들이 파노라마 처럼 떠오른다.
가현산에는 제단이 설치되어 있다.
점심시간 비맞으며 빵조각으로 점심을 먹을뻔 했는데 다행히 지나는 길 식당이 있어 따끈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는다
드디어 마지막 봉우리 문수산 정상이다.
이곳에 오니 바람이 세차게 불고 비대신 눈이 내린다.
친구는 "이 눈이 올해 첫눈이다" 한다.
친구가 컵라면 하나를 꺼냈는데 물이 식어 라면이 꼬들꼬들 한데도 맛은 좋다.
바람도 차고 눈까지 내리고 어두워 지기 시작하여 하산을 서두른다.
문수산에서 바로 하산하지 않고 정맥길인 능선을 따라 계속 진행하니 코스는 가파르고 봉우리 몇개를 넘게되어 만만치 않지만
조망 만큼은 참 멋졌고 날씨 때문에 오늘 보지 못했지만 서해바다 노을이 참 예쁠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곳이 비박으로 유명한 곳이란다.
어두워 지니 야경도 멋지다.
하산하여 교통편을 검색하니 7시20분 막차 버스가 있어 추위에 떨며 기다렸는데 시간이 훌쩍 넘었음에도 버스는 오지 않는다.
카카오택시를 콜해도 서비스 지역이 아니란다.
난감해 하던 중 지나가는 차를 향해 손을 흔드니 고맙게도 세워줘서 버스가 다니는 곳까지 갈 수 있었다.
근처 식당에서 저녁으로 해장국 한 그릇씩 먹고 서울행 버스에 올라탄다.
하루종일 보슬비 맞으며 산속에서 알바도 하고 개에게 물릴 뻔도 하고 문수산 정상에서 덜덜 떨기도 하고 오지도 않는 버스를 기다리고 지나가는 차 세워달라 손도 흔들고 여러가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있어 놀라고 당황하고 난감한 상황도 있었지만 혼자가 아닌 친구와 둘이라서 행복한 산행이었다.
다음 구간 한남금북 정맥 또 어떤 즐거운 고생이 어어질 지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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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도심의 난개발로 인해 길 찾아 가기도 힘들지만
끝 부분 문수산을 찾아가는 재미는 좋은 곳이죠.
도로 길과 공장과 군부대를 찾아가던 그때가 그리워 산행기를 보니
기억나는건 문수산 하나뿐입니다.
수고 많으셨구요 또 하나의 정맥 후기 잘보고 갑니다.
공사로 막혀 난감했던 기억도 도로를 위험감수하고 횡단해야 했던 기억들이 납니다.
저는 2년 전인데도 사진과 남긴 기록외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방장님께서는 오래전에 걸으셨을테니 더 기억하기 어려우실겁니다.
문수산은 저도 첫 눈 내리고 너무 추웠고 조망이 좋아서 기억이 생생합니다.
힘을 주는 댓글 감사드립니다~
체력도 좋으시고 의지력도 좋으십니다.
조금은 나태해질법도한데
계획한대로 실행에 옮기시는걸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한남정맥구간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지난 2년간 정맥졸업을 위해 매진하긴 했습니다만
두구간 남겨두고는 이제 다왔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덥다 비온다 다른 산행부터하자등. 갖가지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읽어주시고 기분좋은 댓글까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