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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30
라스베가스에서 그랜드캐년 사우스림(South Rim)은 약 275마일로 자동차로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여름에는 해가 길기 때문에 쉽게 당일로 다녀 올 수 있겠지만, 겨울에는 해가 짧아서 당일로 다녀 오려면 돌아 오는 길에는 오랜 시간 밤운전을 하여야 한다. 하루종일 돌아 다니다가 피곤한 상태에서 밤운전을 오래하는 것이 50대에서는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기에 운전해서 가야 한다면 그랜드캐년 근처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 라스베가스로 돌아 올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당일로 다녀 올 수 있는 그랜드캐년 투어 프로그램을 살펴 보았다. 많은 투어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일인당 69불짜리였다. 둘이서 138불에 10불정도의 팁을 주면 되었다. 그 금액은 내가 직접 운전해서 가면 발생할 수 있는 휘발류값, 숙박비, 그리고 그랜드캐년 입장료 $25 등을 포함한 금액보다 적은 것이었다. 광고에는 2009년도 신형 2층 버스를 운행하며, 점심도 제공한다고 하였다. 호텔까지의 교통편도 모두 제공해 준다고 한다. 요금은 크레딧카드로 미리 결제할 필요없이 당일에 현금으로 지급하면 되고, 만일 크레딧카드로 결제를 하면 5%를 더 지불해야 한다. 인터넷상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사의 광고를 보고 무조건 크레딧카드로 결제한다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았는데, 현금결제를 선호한다니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그래서 3일전 쯤에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니 즉시 예약을 접수했다는 이메일이 왔고, 하루쯤 지나서 당일 새벽 5시50분에 호텔 남문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라는 이메일이 날라 왔었다. 호텔에 체크인을 한 후에 남문의 위치를 파악해 두었었다.
새벽 5시40분쯤 호텔 남문에는 많은 중국인들이 단체관광을 와서 자신들의 전세버스에 올라타고 있었다. 그들도 당일 그랜드캐년 여행을 하는 관광객들이었다. 잠시 있으니 검정색의 2층 버스가 도착하였다. 버스에 올라 탈 때 운전기사가 나의 이름을 물어 명단과 확인하였다. 버스에는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타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 보다 더 일찍 버스를 기다리다가 탑승하였던 것이다
30여분 동안 호텔들을 돌며 관광객들을 더 태운 후에 버스는 투어오피스에 도착하였고, 그곳에서 약간의 관광지 소개를 하고 컨티넨탈 아침을 제공하였다. 컨티넨탈 아침이라야 커피, 쥬스 그리고 도넛 하나가 고작이었지만, 그정도면 충분한 것 같았다.
관광객들은 그랜드캐년의 사우스림과 웨스트림으로 나뉘어서 타고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여행사 직원이 다가 오더니 사우스림에 가는 팀의 예약인원이 오버북킹되어서, 4명까지 웨스트림으로 가는 패키지로 공짜 업그레이드를 시켜 주거나 오늘이 아닌 다른 날에 간다면 반값에 해줄터이니 관심있으면 이야기 하라고 한다. 순식간에 5명의 인원이 참여하여 관광객들의 오버북킹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항공편의 오버북킹 해결하는 방법과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니 오버북킹이 되었다 할지라도 관광객들은 전혀 불평이 있을 수 없었다.
8시쯤 관광버스는 출발하였다. 2층 버스는 만차가 되어 움직였고 35분만에 후버댐에 도착하였다. 종전에는 라스베가스에서 I-40를 만나기 위해서는 93번 고속도로를 타고 후버댐을 거쳐서 가야 했다. 후버댐을 지나려면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가야 했으며, 그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로 인해서 차량들은 늘 서행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후버댐 위로 93번 도로가 지나도록 높은 다리를 건설해 놓았는데, 이름하여 Mike O’Callaghan ? Pat Tillman Memorial Bridge (The Colorado River Bridge) 이다.
이 다리를 건너면 종전보다 약 30분정도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후버댐을 구경시켜 준다고 했지만 그저 겉핡기로 지나쳤기에 나중에 개인적으로 한번 더 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후버댐을 지나 아리조나주에 진입하였고 황량한 사막길을 한참을 달려 갔다. 고속도로 주변에 보이는 들판은 언제 보아도 황량하기 그지 없었다. 동부에서부터 어떻게 저런 황무지를 지나 LA에 도착을 했는지가 쉽게 상상이 되질 않았다.
중간에 Kingman이라는 조그만 도시의 맥도널 식당에서 20분의 휴식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는 I-40를 타고 다시 2시간여를 달려 갔다. 여전히 고속도로는 사막길을 관통해 지나고 있었으나 그랜드캐년에 다가 오자 산림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윌리엄스(Wolliams)에서 64번 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다시 약 40여분을 달려 그랜드캐년의 입구 마을인 Tusayan에 도착하였고 그곳에 있는 iMAX 극장 건물내의 식당 앞에 버스를 세웠다. 이곳에서 운전기사는 하차하는 관광객들에게 식당에서 사용할 쿠폰을 한 장씩 나누어 주었고 약 50여분간의 시간을 주었다. 그 쿠폰으로 피자헛의 일인용 팬피자, 데리야키 덥밥, 샌드위치 중에서 하나와 음료수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아이맥스 영화를 볼 사람은 음식을 들고 극장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우리는 이미 아이맥스 영화를 보았었기 때문에 점심식사만 하였다. 이곳에서 그랜드캐년은 바로 지척에 있었다.
그랜드캐년은 아리조나 북부의 고원지대가 콜로라도강이 흐르면서 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대협곡이다. 콜로라도강은 유타주의 글렌캐년(Glen Canyon)댐으로부터 계곡으로 446km를 흘러들어가 네바다주의 미드호로 들어 간다. 이 강의 양편 계곡이 바로 그랜드캐년인 것이다. 계곡의 높이는 최고 1,600미터에 이르며, 폭은 30km가 넘기도 한다. 1919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79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일년에 보통 500여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이 그랜드캐년은 계곡의 가장자리(Rim)를 따라 걸으면서 구경을 하게 된다. 가장자리 림은 South Rim, North Rim 그리고 West Rim이 있다. 사우스림은 노스림보다 낮게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노스림의 절벽 모습을 배경으로 하여 가장 장관의 모습을 보여 준다. 따라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노스림은 사우스림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계곡의 보이는 모습이 사우스림에서 보는 것 만 못하다.
사우스림에는 여러 군데의 전망대가 있어서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의 계곡을 보여 준다. 서쪽의 허미트 레스트 (Hermit Rest)부터 동쪽의 데저트 뷰(Desert View)까지 모두 구경을 하려면 아침 일찍부터 시작해서 오후 6-7시나 되어서 마칠 수 있다. 특히 여름에는 South Rim의 Visitor Center에서부터 서쪽 끝의 허미트레스트까지는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이 된다.관광객들은 Visitor Center에 자동차를 주차해 놓고 셔틀버스를 타고 여러 전망대를 다니기도 하고, 직접 trail을 따라 걷기도 한다. 모험적인 관광객들은 새벽 4-5시에 출발하여 계곡 밑에까지 내려가서 콜로라도 강을 직접 만나보고 오기도 한다.
우리는 겨울에 왔고, 라스베가스에서 당일로 오가는 일정이기 때문에 그랜드캐년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시간 30분정도 였다. 그래서 버스기사는 우리들을 먼저 브라이트 앤젤 캐년(Bright Angel Canyon)에 풀어 주었다. 언제 보아도 그랜드캐년을 대하면 늘 탄성이 절로 나왔다. 보는 위치에 따라 그랜드캐년의 모습은 달리 보였었다. 여름에 우리가 직접 운전을 해서 오면 윌리엄스 등의 주변에서 잠을 자고 아침 일찍 그랜드캐년에 와서 오후 7시까지 구경을 하곤 했는데 오늘은 일일 관광이기 때문에 그랜드캐년에서 보낼 시간은 고작 3시간 30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Bright Angel Canyon과 Mather Point 두군데만 구경하여야 했다.
Bright Angel Canyon에서 1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여름에 왔으면 계곡 밑으로 내려가는 좁다란 트레일 길을 따라 30분이고 내려가 보았을터인데, 그동안 내렸던 눈이 얼어 붙어 있어 길이 미끄러웠다. 1000미터가 넘는 깊은 계곡으로 좁게 난 길을 걸으면서 그저 바라만 보아야 했다. 계곡가장자리에 얹혀 놓은 듯한 오랜 석조건물의 아트갤러리가 인상적이다
한시간의 자유 시간을 마치고 나니 버스운전수는 우리를 Mather Point로 데리고 갔다. 이곳은 그랜드캐년을 들어서면서 통상 처음 도달하는 곳으로 캐년의 웅대함에 탄성을 내는 그런 곳이다. Visitor’s center도 이곳에 있다. Mather Point에서 다시 한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왕복 10시간의 운전으로 그랜드캐년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자유시간이 고작 2시간이어서 짧은 시간이지만 캐년의 웅대함을 충분히 감상을 하여야 했다. 오후 4시가 넘어가니 해가 기울어져 계곡에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캐년이 훨씬 더 입체적으로 보였다. 이곳을 인디언들이 오가며 살았다고 하니 상상이 되지 아니하였다.
이곳에서는 아나사지 인디언들이 4000여년전부터 살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약 2000여개의 아나사지 인디언들의 유적지가 그랜드캐년에서 발견되었는데, 그 중 남쪽 가장자리에 있는 투사얀(Tusayan) 유적지는 1050년경 약 30여명의 부락민이 살아간 모습을 잘 보여 준다. 1200년대 말에 이곳에 살던 인디언들이 이곳을 떠났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랜드캐년 서부지역에는 서기 500년에서 1200년 사이에 코호니나(Cohonina) 인디언들이 살고 있었는데 이들의 후손이 오늘날의 하바수파이(Havasupai)와 왈라파이(Hualapai)부족들이다. 오늘날에는 콜로라도 강의 108마일의 넓은 지역이 왈라파이 인디언 보호구역과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하바수파이인디언 보호구역은 국립공원의 사우스림의 서쪽이 된다. 그랜드캐년 웨스트림은 바로 이 하바수파이 인디언 보호구역내에 있다.
이 지역에 1540년 금을 찾아 들어온 스페인 사람들이 최초의 유럽인들이다. 그후 1869년과 1871년에 미국군인 출신 존 웨슬리 파월의 탐험결과로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전술한 바와 같이 1919년에 이르러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많은 사람들이 그랜드캐년을 즐기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史實)을 상기하면서 그랜드캐년을 쳐다 보니 그 광활한 곳에 어쩌면 우리들의 조상이었을지도 모를 소수의 구리빛 인디언들이 원시적인 형태로 살아 가는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나무도 물도 귀한 그곳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짧은 시간에 Mather Point를 즐기며 여기저기 살펴 보다 보니 어느 안내판이 눈에 띄였다. 보통 계곡 전망대에 넓직한 바위가 놓여 있으면 많은 사람들은 무심코 가지고 있는 동전을 던져 바위위로 올려 놓으며 자신의 행운을 빈다. 종전에 방문했을 때 보면 넓적한 바위위에는 쿼터나, 니켈 혹은 페니들이 많이 놓여 있었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바위위에는 동전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 안내판에 어느 한 캘리포니아 콘돌이 관광객들이 던져 놓은 동전을 삼켜 아연 중독으로 죽었으니 동전을 던지지 말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한 마리의 콘돌이 동전 삼킨 것이 원인이 되어 죽었다고 이러한 안내판을 올린 공원 당국의 전문성과 그 안내판에 따라 던지던 코인을 던지지 않는 관광객들의 민도가 새삼 높아 보였다.
해는 거의 서쪽으로 넘어가며 대지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한시간의 자유시간이 다되어가니 관광객들은 버스에 올라 자기 자리에 앉아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4명의 그룹이 아직 돌아 오지 않았다. 시간은 5분정도가 남았는데, 아직 돌아 오지 않고 있으니 버스운전수는 조금 안달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4명은 한국인으로 3명의 아가씨들과 한명의 청년이었다. 허지만 자유시간을 1분정도 남겨 놓고 그들은 허겁지겁 숨을 몰아 쉬며 버스에 오르고 있었다. 아마도 길을 잘못 들었던 것 같았다. 그래도 시간을 맞춰서 돌아오려고 허겁지겁 돌아 온 것 같았다. 이 관광버스에는 일부러 앉힌 것도 아닌데 우리 자리 부근에 한국인들이 그들외에도 우리부부, 그리고 서울에서 온 모자팀 등 여러명이 있었다.
그들이 돌아 오자 버스는 귀환길에 올랐다. 이미 해가 떨어져 주위는 어두웠다. 버스기사가 틀어 주는 DVD 영화를 보거나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외에는 별 할 일이 없었다. 버스의 이층에 타고 가니 눈높이가 높아서 지나치는 자동차조차 볼 것이 없었다.
두시간을 달려가니 멀리 불빛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운전기사는 조만간 Kingman의 맥도널 레스토랑에 도착하며, 그곳에서 20분간 저녁시간을 갖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외국인들을 겨낭한 듯, 미국은 관광안내와 같은 서비스업에서는 팁을 주는 것이 일상적이므로, 일인당 5불정도씩의 팁을 주면 고맙겠다고 웃으면서 이야기하였다. 보통 버스에서 하차를 할 때에는 버스의 앞문뿐 아니라 중간문도 열어 놓아서 승객들의 빠른 하차를 도모하였는데, 이번에는 앞문만을 열어 놓았다. 그는 하루종일 정말로 열심히 안내를 해 주며 운전을 하였다. 운전기사앞으로 지나가니 플라스틱 바구니를 앞에 놓고 팁을 받고 있었다. 5불, 10불, 20불짜리 지폐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우리도 10불의 팁을 놓아 주고 맥도널로 가서 저녁식사를 간단하게 하였다.
그곳에서 다시 두시간 남짓을 운전하여 라스베가스에 도착하였다. 관광객들을 아침에 태웠던 순서대로 호텔로 데려다 주었다. 이렇게 그랜드캐년은 일일관광으로 편하게 다녀 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