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세라트 중턱의 암봉군
▶ 2012년 7월 9일(월), 맑음, 불볕
- 몬세라트(Montserrat), 몬세라트 수도원
아침식사가 걸다. 삼겹살 쌈과 김치찌개, 부침개가 나왔다. 김치찌개에는 돼지고기를 숭숭 썰
어 넣었다. 소주 생각이 간절하지만 아침이거니와 다수(10명)와 함께 식사하는 터라 언감생
심일 뿐이다.
오늘은 산을 간다. 바르셀로나 북서부에 있는 몬세라트이다.
아침밥 먹기 바쁘게 에스파냐 전철역으로 간다. 에스파냐 역에서 09시 36분발 기차로 갈아타
야 한다. 기차는 매시간 36분에 출발한다. 앉아서 가려면 출발시간에 임박해서보다는 미리
가서 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시간 넘게 꼬박 서서 간다.
에스파냐 역에서 케이블카 타는 들머리까지 정확하게 1시간 11분 걸린다. 차창 넘어서 보는
몬세라트 대강의 모습이 수많은 기암과 괴석이 탑으로 산봉우리를 이루어 졸리던 눈을 확 깨
게 만든다. 저기를 걸어서 오를 수 있다지만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케이블카 타기로 한다.
정원 35명인 케이블카가 매번 만원으로 바쁘다.
산의 최고 높이는 해발 1,235m인데 우리는 그보다 낮은 맞은편 봉우리(산타 마그달레나 전망
대)로 간다. 들머리는 139m. 해발 683m까지 케이블카로 올라서 해발 730m인 수도원까지 후
니쿨라로 갈아탄다. 수도원 앞 광장은 많은 인파로 붐빈다. 여기서 다시 삼거리 안부인 해발
972m까지 후니쿨라 타고 오른다. 후니쿨라는 가파른 협곡 사이를 살금살금 오른다. 멈추기
라도 하면 뒤로 넘어질까 오금 저린다.
몬세라트(Montserrat)의 산명을 나름대로 추측해 보았다. 몬은 ‘몽’ 혹은 ‘마운틴’에서 따온 산
이라는 뜻일 테고 ‘세라트’라는 산이 아닐까? 아니면 저 무수한 기봉(奇峰)들이 괴물을 닮았기
에 ‘몬스터’에서 따오지 않았을까?
둘 다 아니다. ‘톱니 산’이라는 뜻이다. 기봉들을 톱니에 빗댄 것이다.
바위는 역암이다. 봉봉이 우리나라 마이산을 닮았고 암질 또한 같다. 등로는 대로다. 슬리퍼
신고도 오른다. 이정표는 거리 아닌 소요시간으로 표시하였다. 산타 마그달레나 전망대까지
30분. 얌전히 길 따라 간다. 국립공원인 몬세라트는 우리나라 월출산처럼 대평원에 돌연 솟
은 산이다. 끝이 뭉툭한 첨봉들의 제국이다.
이곳 사람들 역시 모난 데가 있었다. 산속에 보기만 해도 아찔한 절벽을 비집고 예배당을 지
었다. 지금은 헐렸지만 산 호안 예배당을 비롯하여 곳곳에서 그렇다. 산 호안 예배당을 지나
는 길은 절벽 중간의 좁은 테라스다. 협곡과 만나고 너덜 길 잠깐 오르면 전망대 안부. 숨이
탁 멎을 듯한 전경이 펼쳐진다.
1. 몬세라트, 기차역에서
2. 몬세라트, 기차역에서
3. 몬세라트, 케이블카 안에서
4. 몬세라트, 케이블카 안에서
5. 몬세라트, 케이블카 안에서
6. 몬세라트, 케이블카 안에서
7. 몬세라트, 케이블카 안에서
8. 몬세라트, 케이블카 안에서
9. 몬세라트, 수도원 앞 광장에서
10. 몬세라트 지능선
11. 용설란 꽃대, 몬세라트 산길에서
12. 산타 마그달레나 예배당이 있던 자리
13. 코끼리봉과 그 주변
코끼리봉(1,156m)을 위시한 첨봉들이 불쑥 나타난다. 입 멍하니 벌린 채 숨 가쁨을 잊는다.
또한 그 자락 휘감아 도는 소로는 가슴 뛰게 한다. 진정하고 나서 전망대로 가는 슬랩 오른다.
전망대는 너른 암반의 최고 경점이다. 지중해까지 보일 법한데 박무로 가렸다. 올망졸망한 지
능선 암릉 길, 장려한 암릉 따라 산재한 암봉군(岩峰群). 장관이다.
전망대에 오른 사람들의 국적을 살핀다면 우리나라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거의 대학생들
이다. 서로 카메라 셔터 눌러준다. 주위에 아무 사람이 보이지 않아 우리도 서서히 내린다. 눈
이 다 시원하다. 나중에 때때로 이 풍경을 기억할 일이 즐겁다.
카탈루냐 성지인 수도원을 들린다. 이 수도원이 이름난 것은 첨봉들로 둘러싸인 천하제일의
명당이어서가 아니라 ‘라 모레네타(La Moreneta)’라는 검은 마리아 상이다. 12세기 말 로마니
스크의 조각품이라고 한다. 내전과 특히 프랑스 나폴레옹이 숱한 보물들을 약탈할 때에도 이
검은 마리아 상만은 현지 사람들이 잘 숨겨두었다고 한다.
몰랐다. 순례의 길은 이리 고달픈 것인 줄. 라 모레네타 알현하기가 퍽 힘들다. 줄 선 사람들
따라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될 줄 알고 1시간 넘게 줄을 섰는데 성당 안 좁은 통로도 줄의 연
장이다. 다시 50분 넘게 줄 선다. 이제 여태 선 줄이 아까워 돌아갈 수는 없다. 진땀이 난다.
왜 이렇게 줄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까?
검은 마리아 상 앞에서 기도하고 있었다! 그러려고 이 마리아 상을 찾는 것이다. 나는 마리아
의 품에 안긴 아기 예수가 떠받치고 있는 지구를 만지고 나왔다.
몬세라트를 먼저 오르기 잘했다. 수도원을 먼저 들렸다가는 녹초가 되어 산을 오를 힘이 남아
있을까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모네 민박집에서 함께 묵고 있는 아프리카까지 갔다 왔
다는 어느 대학생은 수도원에 먼저 들렸다가 너무 지쳐 몬세라트 오르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귀로. 이번에는 케이블카가 아니라 후니쿨라 타고 내린다. 현명했다. 후니쿨라로 오르내리는
역은 케이블카로 오르내리는 역보다 한 정거장 뒤에 있는데 산허리 굽이굽이 돌고 돌아 몬세
라트의 가경을 다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이 비교적 적어 1시간 11분이나 걸리는
에스파냐 역까지 앉아서 갈 수 있다. 케이블카 타는 역에 오니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은근
히 쾌감을 느낀다.
내일은 프랑스 남부로 간다. 자동차 몰고 간다.
오지 아닌 오지를 가는 기분이다.
걱정 반 기대 반이다.
14. 아래 보이는 건물은 수도원
15. 산타 마그달레나 전망대에서
17. 하산 길 협곡
18. 코끼리봉
19. 수도원 주변
20. 수도원 맞은 편
21. 코끼리봉과 산타 마그달레나 전망대 사이의 암봉군
22. 후니쿨라 오르는 협곡
23. 수도원의 라 모레네타 알현하러 가는 행렬
24. 수도원 정면의 부조
25. 영험이 있다는 ‘라 모레네타(검은 마리아 상 )’
26. 후니쿨라 타고 내려오면서 바라본 몬세라트
첫댓글 산이 완죤 돌멩이만 있네요^^ 그래도 모처럼 산에 가시니 삼삼하셨겠네요^^
바위가 외제 거시기 닮았네여. 덕분에 존 구경 공짜로 잘하고 있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