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맏형인 55 년생이 칠순을 넘겼습니다.
대부분 농촌에서 태어나 도시로 나가 정착을 하고 은퇴했습니다. 물론 이 나이가 되도록 현역으로 뛰는 복 받은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칠백만이 넘는 1차 베이비부머 가운데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도시를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고향으로 내려가서 옛 친구들과 함께 여생을 보내고 싶지만 그게 쉽지 않습니다.
우선, 집사람이 반대하고 아이들도 도시에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향에 혼자 내려가야 하는데 이게 말같이 실행하기가 어렵습니다.
혹자는 농촌의 인구가 줄어 사라지는 지역이 많은 이때에 그 대책으로
베이비부머의 귀촌을 대안의 하나로 제시합니다.
이론적으로는 말이 됩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실행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이러한 와중에 올해부터 반 귀촌 반 귀농을 계획하고 실행하여 오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2~3일 고향에 내려와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반 귀촌을 생각하니 옛날 농촌주택이라 주거가 제일 큰 문제로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컨테이너를 이용하여 조그만 농막을 준비했습니다. 책상, 잠자리, 냉장고를 비롯하여 색소폰, 장구, 골프채까지 준비하여 완벽한 나만의 세컨드 하우스가 되었습니다.
마음 놓고 공부하고 각종 악기를 연주하니 너무 좋습니다.
골프나 테니스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농촌에도 골프를 즐기는 멋쟁이 중늙은이가 더러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초등학교 친구와 함께 집 근처에 있는 14홀짜리 정원골프장을 두 시간가량 돌고 왔습니다. 요금이 15,000원이라 저렴하고 등산 겸 운동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귀촌의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다음으로 반 귀농 얘기입니다.
반 귀농은 귀농같이 상주해서 농사일에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틈틈이 농사를 돌보는 것입니다.
사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는데 매일 들리지 않으니 제대로 농사를 짓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손이 좀 덜 가는 고구마, 땅콩 위주로 심었습니다. 3백 평이 넘는 밭을 혼자 다 하려니 이것도 보통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사실, 시골에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본격적인 농사는 올해가 처음입니다.
관리기로 밭을 갈고 퇴비를 넣어 비닐을 덮고 모종을 사서 심었습니다
틈틈이 내려와서 풀을 뽑고 물도 스프링클러로 충분히 주었습니다.
주위에서는
농협에서 근무하고 농협대학에서 교수를 하다가 은퇴했다고 하면 다들 농사에는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기사 농촌에서 태어나 웬만한 농사일은 다 경험하였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손을 놓고 지내왔습니다.
물론 도시 근교 김포로 이사 온 후 주욱 텃밭농사를 해왔습니다.
주요 작목으로는 무, 상추, 토마토, 오이, 옥수수, 고추 등입니다. 올해도 집 근처에 땅을 빌려 열심히 드나들고 있습니다. 풍년입니다.
주위 친지들과 나누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오늘도 고향 밭에 가을걷이가 이어집니다.
고구마를 캐고 내년 농사에 대비하여 씌웠던 검정 비닐을 다 벗기어 별도로 수거했습니다.
오늘 캔 골은 고구마 씨알이 좋고 다섯 박스 이상을 수확했으니 대 만족입니다.
그런데 심기도 힘들지만 수확하기도 보통 힘든 게 아닙니다.
호미로 조심스럽게 파 내야 하는데 잘못하면 고구마에 상처를 내기 때문에 조심조심해야 합니다.
땅콩도 제법 씨알이 굵어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와중에도 일본어 공부와 독서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신나는 민요와 장구 그리고 색소폰 및 오카리나 연주도 곁들였습니다.
내일은 두 골 남은 고구마와 땅콩을 마저 캐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자는 방의 재래식 부엌을 손질해야 합니다. 너무 오래 손을 보지 않았습니다. 마침 동네 친구가 함께 거들어 준다고 하네요.
시멘트와 섞는 모래를 꽤 먼 냇가에 가서 퍼왔습니다.
이만하면 그런대로 괜찮은 반 귀촌, 반 귀농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도 멀었습니다.
워낙 혼자서도 고물고물 잘 노는 데다가 농사도 재미를 붙이다 보니 세월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겠습니다.
저를 비롯하여 많은 베이비부머가 귀촌 귀농이 어렵다면 저처럼 반 귀촌 반 귀농을 우선 해 볼 것을 추천해 봅니다.
몸은 좀 힘들지만 재미있습니다.
행복합니다.
내일은 예정된 일을 끝내고 오후에 KTX를 타고 집으로 갑니다.
텃밭농사를 돌보고 바쁜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구마 캐기
땅콩 1차 수확분
부엌 수리 중
첫댓글 시월이 들어섰는가 했더니 벌써 첫 주가 지나갑니다.
금년도 다 지나갑니다.
고향에 왔습니다.
지난 주에 이어서 가을걷이로 고구마와 땅콩을 캡니다.
힘은 들어도 잘 자란 씨알을 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내일은 밀린 일을 하고 집으로 향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