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여름 항공 성수기인 7월 19일부터 8월 18일까지 31일간 654만여 명의 승객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했다. 매일 평균 21만여 명 꼴로 성수기 여객 이용 최대 기록을 세웠다.
아울러 지난 8월 17일 인천국제공항 누적 승객이 7억 명을 돌파했다. 개항 18년 5개월 만이다. 지난해 승객 수는 6768만 명으로 승객 수로는 처음으로 세계 5대 국제공항에 등극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에 있는 우리나라 대한민국, 그나마 대륙으로 연결되는 북쪽은 휴전선으로 가로막혀 사실상 섬이나 다름없는 처지다. 그래서 우리 국민이 외국으로 나가려면 어쩔 수 없이 배나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다. 배는 바다로 열린 항구 ‘seaport’에서, 비행기는 하늘로 열린 항구(空港) ‘airport’에서 탄다.
항구를 뜻하는 ‘port’의 어원은 우리말의 ‘포(浦)’가 아닌, 라틴어의 ‘포르투스(portus)’이다. 물론 라틴어가 널리 쓰이던 시절은 물론이고 20세기 초까지도 port는 모두 배를 타고 내리는 ‘시포트(seaport)’ 였다. 대항해시대의 원조인 포르투갈(Portugal), 그 나라의 제2의 도시 포르투(Porto), 그리고 카리브 해의 푸에르토 리코(Puerto Rico) 등은 모두 이름 속에 항구가 들어있다.
우리 지명에도 웅진, 나진, 삼랑진, 주문진에 배를 타고 내리는 ‘나루’를 뜻하는 ‘진(津, 나루 진)’이 들어있다. 비슷한 의미로 쓰는 영등포, 마포, 반포, 개포, 제물포, 구룡포, 삼천포, 청사포, 미포, 서귀포, 포항 등 ‘포(浦, 개 포)’가 든 지명도 꽤 있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하늘 나루’인 ‘에어포트(airport)’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20년 미국이었다. 공항 외에도 airfield, aerodrome, airdrome 등지에서도 비행기는 뜨고 내릴 수 있다. 이곳들은 모두 비행장으로 번역한다. 비행기의 이착륙에 필요한 활주로만 있는 곳들이다. 활주로 시설에 승객을 위한 터미널 등을 갖춘 곳이 공항이다.

공항이란 하늘(air)로 열린 나루(port)다. ⓒ 박지욱
지금 공항들은 아주 멋진 곳이지만 그 시작은 승객들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하고 부담스러웠던 비행장에서 출발한 것이 공항이다. 대부분 군용 비행장 한편을 빌어 승객들이 비행기에서 타고 내렸다. 여의도 비행장, 수영 비행장, 제주 비행장 등이 그 사례다. 물론 인천국제공항처럼 처음부터 국제공항으로 건설된 경우는 예외다.

광복 무렵 미 군정 지도에 표시된 제주 비행장(airfiled). ⓒ 제주4.3평화기념관
전 세계적으로 상업용 공항은 약 1만 8000 개 정도이고, 민간·군용 비행장까지 다 합하면 4만 1000개가 넘는다. 우리나라에는 그중 15개의 공항이 있다. 우리나라 공항 중에는 전 세계 도시로 오가는 노선이 연결된 큰 국제공항도 있고, 하루 한편 국내선 여객기가 뜨고 내리는 소규모 공항도 있다.
세계의 주요 공항들은 대부분 ‘허브’ 공항이다. 교통에서 ‘허브(hub)란 승객과 화물을 모아 환승이나 환적하는 곳을 말한다. 지하철의 환승역, 버스의 환승 정류장, 택배 회사의 물류 센터, 항공사의 환승 공항 모두 허브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허브란 이름은 원래 바퀴의 중심이란 뜻이다. 자전거 바퀴를 보면 바큇살(spoke)들이 중심으로 다 모이는데 그곳을 허브라 부른다. 항공 교통의 중심 거점 공항을 허브 공항이라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허브 공항들은 hub(바퀴의 중심) 라는 이름에 걸맞게 항공기들이 둥글게 대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우연의 일치이다.

대표적인 허브공항인 샌프란시스코국제공항(SFO). ⓒ 박지욱
허브로 머리를 맞대며 집중되는 바큇살은 스포크(spoke)라 부른다. 항공사들도 ‘허브-앤-스포크(hub-and-spoke)’ 시스템으로 승객과 화물을 한 공항에 모은 후 다시 전 세계로 흩뿌린다. 목적지로 가는 항공편이 직항이 아니라면 승객들은 일단 그 항공사의 허브공항으로 실려간 다음 목적지 공항으로 환승하게 된다. 허브공항으로 오가는 노선이 바로 스포크에 해당한다. 대형 항공사들은 여러 곳에 허브공항을 두고 있다.
허브를 중심으로 원 둘레로 뻗어나가는 방사선 일직선 바큇살이 스포크다. 라틴어로는 ‘라디우스(radius)’이다. 고대 로마에서는 길이를 재는 ‘자(尺)’도 라디우스라 불렀고 인체의 팔 뼈에도 같은 이름을 붙였다. 로마의 자와 뼈의 길이가 비슷해서였을까?

허브와 스포크가 보이는 자전거 바퀴. ⓒ 박지욱
‘radius 뼈’는 우리 몸의 아래팔에 있는 두 개의 기다란 뼈 중 하나로 예전에는 요골(橈骨)로, 지금은 ‘노뼈’로 부른다. 어려운 한자 요(橈)는 배 젓는 기구인 ‘노’를 뜻한다. 팔꿈치를 고정하고도 손목을 안팎으로 회전할 때 이 노뼈가 팔의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데 이것이 팔의 키잡이 역할을 한다고 노(같은)뼈라 부른다.
노뼈와 나란히 함께 있는 긴 뼈는 ‘자뼈’다. 이전에는 척골(尺骨)로 불렀는데 ‘자(같은)뼈’란 뜻이다. 우리 조상들이 새끼줄을 꼬을 때 팔꿈치 안쪽으로 줄을 대어보며 길이를 가늠했다고 해서 자뼈로 불린다. 자뼈의 길이는 대략 한 자(尺)에 해당한다.
재미난 것은 우리나라는 자골(ulna)를, 로마에서는 노골(radius)를 길이의 기준이 되는 자(尺)로 썼다는 점이다.

자뼈(좌측)와 노뼈(우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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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의 반지름도 ‘radius’라 부르는데, 스포크는 반지름 길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반지름을 뜻하는 R이 바로 radius란 뜻이고, 바큇살이란 뜻이다.
오래전부터 서양 뱃사람들은 자신들이 타고 가는 배의 좌현을 ‘port’, 우현을 ‘starboard’’라 불렀다. 여기에는 노(櫓)와 관련된 사연이 있다.
지금 쓰는 방향타인 키가 발명되기 전까지 배의 진행 방향을 정하는 것은 노였다. 노가 하나밖에 없는 배를 저어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노를 이용해 앞으로도 가고, 방향도 잡는다.
큰 배인 경우에는 여러 명의 노꾼들이 배를 앞으로 가게 하고, 한두 명이 노를 이용해 방향을 잡는데, 대부분은 배의 우현에서 방향 잡는 노질을 했다. 오른손잡이라면 그 편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의 우현을 키가 있는 쪽이라고 ‘steorbord’라 불렀다. 이러한 전통은 바이킹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나중에 영어로는 ‘starboard’로 슬쩍 바뀌었다.
반대편인 좌현은 ‘larbord’나 ‘ladebord’ 라 불렀는데, 이는 짐을 부리는 일(load)과 관련 있다. 즉 좌현으로 배를 대고 짐을 부렸기 때문이다. 키잡이가 우현에 있는데 배를 우현으로 댄다면 키잡이가 제대로 일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현 키잡이 배는 좌현으로 배를 대는 것이 편하다.
그런데 larboard 란 이름과 starboard 란 이름은 종종 혼동되는 수가 있었다. 그래서 배를 대는 좌현을, 부두 쪽이라고 ‘port’라 고쳐 불렀다.
지금은 대형 선박이라도 방향타인 키가 있으므로 키잡이를 고려한 ‘starboard’ 와 ‘port’라는 단어의 기능적 의미는 별로 없으나 뱃사람들은 관용적으로 쓰고 있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port의 의미를 정확히 지켜 쓰고 있다. 승객을 언제나 항공기의 좌현으로 싣고 내리기 때문이다.
누군가 왜 여객기는 승객을 좌측으로만 싣고 내리는지 묻는다면, 이 이야기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여객기들은 언제나 ‘port(좌현)’로 승객을 태우고 내린다. ⓒ 박지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