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매일신문 황수영 기자라고 합니다.
이달 9일 생방송 투데이 김세원 작가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주호자, 전영표 부부 연락처를 알 수 없냐"는 내용의 전화였습니다. 단호하게 드릴 수 없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저희 신문사에서 매주 수요일 연재하는 '이웃사랑' 코너에 이미 등장한 분들이었고,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31461&yy=2010
독자분들의 도움으로 이 가정에 이미 1천7백만원 가량의 성금을 전달해 드렸기에, 환자인 취재원에게 고된 방송 촬영을 맡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세원 작가는 호자 씨 남편 분의 연락처를 제 도움없이 알아내셨고 결국 지난 29일 '사람과 사람' 코너에 호자 씨 가족의 사연이 등장했습니다.
환자 분들이 직접 응하신 일이기에 여기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 않겠습니다.
문제는 '방송 내용'입니다. 방송의 극적 효과를 위해 거짓으로 점철된 내용이 상당수 있었습니다.
1. 남편이 17년 간 월급을 열심히 모아 부인 수술비를 마련했다는 것,
2. 수술을 며칠 앞둔 호자씨의 연말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내용은 거짓입니다.
남편 분이 수술비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매일신문 이웃사랑 코너의 독자분들의 진심어린 도움 때문이었고, 건강이 악화된 호자 씨는 의료진으로부터 "몸이 회복되기 전까지 수술을 강행할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들은 상태였습니다.
거짓 방송을 만든 것은 그래도 이해할 만합니다.
어제는 주호자 씨의 남편 분이 제게 직접 전화를 걸어오셨습니다. 제작진은 3일 동안 방송 촬영을 하면서 호자 씨 가정에 '어떤 구체적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세원 작가는 "우리는 성금 모금 코너가 아니기 때문에 금전적 도움을 드릴 수 없다"고 남편 분에게 미리 알려드렸다고 주장했지만 호자 씨 가족 측은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방송도 언론이 아닙니까. 개인의 사생활을 만천하에 드러낸다면 상식적인 기본은 지켜야 되지 않습니까.
조금이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면 김세원 작가와 생방송 투데이 제작진은 주호자 씨 가족에게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시기 바랍니다.
매일신문 황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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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있는 글은 제가 SBS 생방송 투데이 시청자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저는 저희 신문사 '이웃사랑(독자들 성금을 모아 환자들에게 전달하는 코너)'을 진행하며 매주 한 명 씩,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들을 찾아다닙니다. 지역지의 특성상, 250만의 대구 시민들을 중심으로 사례 대상자를 찾습니다.
문제는 일부 방송 작가들의 행태입니다. 매일 한 통 씩 '이웃사랑 황수영 기자'를 찾는 방송 작가들의 전화에 시달립니다.
SBS 생방송 투데이, KBS 'ㄷ' 프로그램, MBC '스' 프로그램 등에 속한 작가들은 제게 전화를 해 "*일자 기사에 나온 누구누구 씨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합니다.
제가 발로 뛰어 찾은 아이템을 이들 작가들은 인터넷 '클릭질'로 찾아냅니다. 250만 밖에 안되는 대구 시민들 중에서도 매주 하나씩 사례를 찾아내는데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있는 서울에서, 왜 항상 대구 시민의 안타까운 사연만 겨냥하는 겁니까.
문제는 SBS 생방송 투데이 같은 코너는 대상자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데서 발생합니다.
주호자 씨의 경우가 그러합니다. 제작진(담당 작가라고 명시하는 것이 낫겠지요)은 시청자들의 성금이나 병 치료와 관련된 도움에 대한 부분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또 호자 씨의 남편 분은 3일간 방송 촬영에 응했지만 언제 방송이 나가는지 모르고 계셨습니다. 지난 29일 전파를 타고 전국에 그들의 사연이 소개됐는데 말입니다.
뉴스를 포함해 모든 방송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공공성을 지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런 저의 생각이 틀렸습니까?
최소한의 도덕적 가치도 모르는 방송 작가들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곱씹어 보셨으면 합니다.
이런 일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겁니다.
첫댓글 너무 열받아 하지 마세요 그게 딱 SBS 수준인데 어쩌겠습니까.
SBS 수준이라고 하기엔 KBS, MBC도 마찬가지인데요. 저게 딱 방송작가들 수준이죠. 미담 기사 쓰고 저런 일 안 겪어본 분 있나요?
타인의 고통을 하나의 아이템으로 보게되는 서글픈 세상...
제 생각도 SBS만의 문제는 아닌 듯 합니다. 공중파 3사만 하더라도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아침, 저녁으로 참 많죠. 1시간짜리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아이템만 서너 개가 필요합니다. 데일리라면 매주 열댓 개, 한 달이면 오십 개, 일 년이면 셀 수도 없겠죠. 그것이 대한민국 방송의 현실입니다. 발로 뛰는 것보다 클릭질 몇 번이 수없이 많은 아이템을 찾을 수 있고, 그것이 자료조사이며, 그걸로 원고를 쓰죠. 저도 그러한 방송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참 부끄럽고, 안타깝습니다. 제가 작가가 아닌지라 뭐라 답해드릴 순 없지만,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만큼은 저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쉽게 쉽게 만들지 않겠습니다.
방송이 거짓이 되도 좋으니 시청자들과 취재 대상자 둘다 만족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대표적으로는 버라이어티 예능인가요? 하하. 그래서 진실성 없는 프로그램이 마구 나오나 봅니다.
담당 PD와 통화를 했습니다. 감정을 억누르고 차근차근 저의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작가와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방송을 내보낸 최종 책임자의 사과를 요청했습니다. 물론 담당 작가는 절대로 사과를 하지 않으셨지만요. "다시 전화 안하면 되죠?"라고 말했을 때 살의를 느꼈습니다..ㅋㅋ
PD는 그래도 양심적인 분이셨습니다. 사실을호도한 점에 대해서 사과를 하셨고, SBS 생방송 투데이가 외주 제작으로 만들어지다보니 확인이 불가능했다고 하네요.
외주 제작의 한계라고 생각하고 딱 한번만 참고 넘어가려고요. 제 글에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건은 연예부, 문화부 기자들에게 기사 '꺼리'가 될 수도 있겠군요
훗
관련된 일을 하는 입장에서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경우랑 같은 건 아니지만, 저도 SBS 생방송 투데이 외주제작사 방송작가에게 전화를 받고 심히 기분 나쁜 적이 있었고요.(저는 PD입니다만..) 그래도 같은 방송일을 하기 때문에 이 바닥 생리가 그려러니 하고, 또 외주제작사 작가가 처한 열악한 제작환경을 모르는 바도 아니고요. 오랜 조직의 전통이 있는 환경에서 일하는 지역 신문사 기자가 미처 다 아시긴 어려운 불합리한 제작관행이 많지요. 특히 데일리 정보프로그램을 하는 외주제작사에 PD, 작가들의 경우가 아주 심하고요.
그래도 방송 관련자로서 조금 변명을 드리면, 작가들이 인터넷 클릭질 몇 번으로 아이템을 찾는다고 편하게 대충 일한다고는 생각지 말아 주세요. 데일리 프로그램 작가들이 앉아 있는 공간을 하면 딱 느껴지는 게 '콜센터' 같은 분위기입니다. 여러명의 작가가 하루 종일 전화기를 손에 들고 놓지를 않습니다. 당당한 기자들의 섭외전화와는 달리, 온갖 애교와 동정에의 호소, 적당한 윽박지름 등 본인이 가진 언어 소통의 모든 능력을 동원해 하루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살죠. 야간에도 주말에도 아이템 찾고 하루에도 수십통의 섭외전화를 돌려야 하는 것이 작가(특히 연차 어린)들의 숙명이죠.
클릭질 맞아요...클릭질하는거 + 제보로 들어온거 모아둔거. 그렇게 믹스해서 아이템 발굴, 제시하지 않나요? 아이템 만든 뒤에 각종 가공이나 대본작성 이런 노고는 인정합니다. 하지만 기자입장에서 보면 참 쉽게 아이템 찾아간다 생각들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일부 기자들은 아예 작가들한테 전화오면 화부터 내는 경우조차 있습니다...
또 아쉬운 점은 '3일이나 고생시켜 놓고, 뭐 하나 실질적인 도움을 준 것도 없지 않나? 우리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는데' 이런 문제제기인데요. 아, 이 부분은 하나하나 따지고 들자면, 언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입장부터 매체의 특성, 공공성이나 지역성이라는 원칙, 방송 프로그램의 장르별 성격까지 토론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아서.. 저는 어쨋든 그 부분에는 쉽게 동의하지 못하겠네요.
물론!!! 촬영을 하면서 어느 정도 시간을 뺏고, 고생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충분한 사전 고지와 사례자의 동의가 빠졌다는 부분의 잘못은 명명백백합니다.
사족이지만, SBS 생방송 투데이는 전국은 아니고 서울/경기에만 방송되었을 겁니다.
욕 먹을 줄은 알았지만, 무섭게 비판 글이 달리네요. 대체로 현직 게시판에는 기자들이 대부분이고 방송직이라도 지상파 방송사 정규직 직원으로 있는 분들이라-저도 그렇습니다만-, 데일리 방송제작하는 외주업체의 제일 말단 PD, 작가들 입장을 조금이라도 대신 전해드리려고 했던건데, 자기합리화라고 하시니까...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요. 저도 저의 개인적 당당한 신념과 방송윤리, 제작시스템의 제대로 된 원칙.. 이런 멋진 드리고 싶은데, 그냥 1월 1일 오늘도 일주일에 20만원 받으며 집에서 인터넷 뒤적거리고 있을, 일에 찌들어 있는 스물 너댓 살 작가들이 떠올라, 비이성적이고 '솔까말' 형식의 댓글을 달았나 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원글을 쓴 사람입니다. 이건 연차의 문제가 아닌 듯 합니다. 제가 방송 작가님께 화가 난 이유는 사실을 왜곡했기 때문입니다. (착한사람이야 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요.)
또 도움을 약속하고 방송을 찍어야 할 의무는 없죠. 하지만 취재원에게 방송 의도 정도는 정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지 않나요. 그건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울앓이님께서 제가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 방송의 '초치기'라고 생각하신다면 더 이상 논의는 불가능할 듯 합니다.^^
전 메일 한통 달랑 와서 연락처 가르쳐달라고 해놓고 가르쳐주면 고맙다는 답장하나 없는 여럿 방송작가들 볼때마다 머리끝까지 화가 솟던데요 ㅋ 첨엔 내 아이템이 좋은갑다 싶다가도 나중에는 아 진짜 날로 먹을라카네 요런 생각이 ㅋ 제가 소인배겠죠??
아 이건 저도 그런 적 많았어요. 저도 마음 넓게 먹자하고 넘어가긴 했는데 좀 기분이 나쁘긴 하더라고요
음 방송작가분들한테 전화 받고 약간 화나는 게 저뿐만이 아니었군요.
휴...
저도요 저는 제가 쩨쩨해서 짜증나는 건줄 알았어요...;;
데일리 프로그램 방송작가의 일은 인터넷을 뒤져서 아이템을 찾는 것입니다.. 한 신문사의 도움을 언급 안 한 건 내레이션을 쓴 작가의 소심한 복수같구요. 그 내레이션을 확인하고도 묵인한 아님 미쳐 확인하지 못한 피디의 책임이지요.
글쓰신 분은 어떻게 느낄 지 모르지만 일상다반사인 일이죠. 좁은 매체시장에 방송과 프로그램은 넘치니까요. 그런데 올해말부턴 훌륭하신 분들덕분에 딱 2배로 방송이 더 생기니 이런 일 정도에 신경쓰는 사람이 이상하게 느껴질 겁니다.
기자와 피디일을 모두 경험해본 저로서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고된 방송 촬영일을 맡기고 싶지 않았다고 하시는데, 이해는 가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판단은 그분들이 하실 몫인거 같습니다. 그러나 직접 연락처를 가르쳐드리지 않은 것은 잘하신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그분들에게 이런 저런 설명을 드리고 여쭤보고 연락처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방송을 통해 좋은 사연이 소개되면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힘들고 귀찮고 좀 민망하기도 한 일이지만, 출연을 결심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방송에 소개되는 어려운 분들의 사연은 직접적으로 어떤 금전적 도움을 약속하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분들이 어떤 구체적 도움을 받을 거라고 기대했다면 서로 생각이 달랐던 거 같습니다. 아마 이미 신문사를 통해 성금을 받으셨기 때문에 금전을 기대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라고 보여지네요. 다른 문제이긴 합니다만, 지방에 촬영을 가면 인터뷰 하나 하는 거에도 어르신들이 출연료 안주냐고 하십니다. 노골적으로 어떤 방송사는 와서 10만원을 줬네 이런식으로 얘기하면 난감해집니다.
그때 선임 PD가 그런얘기를 하신적이 있습니다. 피디들이 시골 인심을 다 더럽히고 다닌다구요.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우신 분들은 금전적 도움을 기대하고 귀찮은 취재일에 협조하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았던 분들도 이제는 방송, 신문에 출연하면 뭔가를 기대하게 될까 걱정도 된다구요. 또 개인의 사생활을 만천하에 드러낸다면 상식적인 기본은 지켜야된다는 말에 감정이 섞이신듯 하네요. 기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의 사생활을 만천하에 드러내게 되는 일이죠.
그리고 사실 왜곡은 충분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아서 그런가 잘 이해가 되지 않네요. 작가와 피디가 3일간이나 출연자와 대화하고 얘기했을텐데 내용이 다를 수 있다는 건 혹 출연자가 여러 얘기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냥 그런 궁금증이 드네요. 수술비에 기부금도 있을 수 있지만, 그동안 월급으로 모아둔 돈도 함께 들어갈 거라는거. 기사가 나간 후 몸이 어느 정도 회복돼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거. 그냥 글에 감정이 들어가셔서 화가 많이 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데다 님의 글도 한쪽만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